[오태훈의 시사본부] 하종강 “주52시간 보안책, 전쟁 때나 쓰는 조치…충격적”

입력 2019.11.19 (15:41) 수정 2019.11.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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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권 초기 ‘노동존중사회’ 표방... 그러나 이 말은 文 정부와 더는 어울리지 않아
- 3가지 노동정책,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제로·노동시간 단축... 모두 포기한 듯
- 주52시간 보안책은 노동시간 연장 조치... 전시 등 특단에나 쓰는 조치로 충격적
- 주52시간 논의 벌써 2년 넘어, 그동안 기업들 준비 안 해... 계도기간 지나도 마찬가지
- 주52시간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어, 정상적인 노동 시간제일 뿐
- 노동자들이 무리하게 근무하는 길 터준 것... 전시근로동원법에서나 가능한 조치
- 탄력근로자 단위기간 현행 3개월로도, 과로사 판단 기준까지 일할 수 있어
- 언론이 노동문제에 부정적 시각 갖고 있는 것도 문제
- 언론은 이번 철도 파업에서도 왜 그들이 파업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아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이슈
■ 방송시간 : 11월 19일(화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오태훈 : 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을 40여일 앞두고 어제 정부가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서 보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발표 어떻게 받아들일지 말씀을 좀 나눠보겠습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를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하종강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어제 정부가 발표한 대책 종합적으로 어떻게 평가를 하실지부터 여쭙겠습니다.

▶ 하종강 :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는 노동존중사회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잖아요. 기업들도 긴장한 게 사실이었고요. 그런데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 노동존중사회는 순위가 65번째였습니다. 어제 발표를 듣고 이제 노동존중사회가 문재인 정부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태훈 : 노동존중사회가 문재인 정부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어제 발표를 보면 이제 중소기업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주52시간제 근무제 실시를 유예한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사실상 1년 늦춰진다 이렇게 보도가 되고 있는데 이 결정 어떻게 보실지부터 말씀해주시죠.

▶ 하종강 :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 노동정책은 3가지 방향으로 추진됐거든요. 상징적인 단어들이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제로 시대 그리고 주52시간제로 상징되는 노동시간 단축이었는데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대통령이 스스로 지킬 수 없게 됐다. 포기 선언을 했고 그다음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지금 도로공사에서 보는 것처럼 큰 난관에 부딪혀 있는 느낌인데 이게 노동시간 단축 정책까지 포기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제가 노동 문제와 관련된 일을 40년쯤 해왔는데 이렇게 거의 전시에나 사용되는 특단의 조치로 정부가 앞장서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한 기억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주68시간제 외에는 사실 거의 없었거든요. 좀 충격적입니다, 저는.

▷ 오태훈 : 중소기업 상황이 좀 안 좋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정부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경영계 역시 중소기업의 절박한 현실을 노동계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입장을 냈는데 이런 정부라든가 중소기업계의 설명에 대해서 노동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요?

▶ 하종강 : 솔직히 우리 세대는 대표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세대잖아요. 그동안 기업들이 위기가 아니라고 말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올해는 진짜배기다 이런 표현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요. 지금 그리고 고용 경기지표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다, 이런 분석도 많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이야기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기업들이 너무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아마 계도기간 9개월 또는 1년이 지나도 마찬가지 상황일 겁니다.

▷ 오태훈 : 이번 대책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처리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를 대비해서 내놓은 플랜B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좀 국회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결정이 아닐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 하종강 : 그런 면이 좀 있죠. 그런데 사실 국회 보완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적 합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조치라도 취해서 국회 입법 절차를 촉진시키자. 이런 의도가 있었을 텐데 사실 주52시간제가 대단히 충격적인 조치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게 15년 전이거든요. 그때부터 주52시간제였습니다. 그랬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상하게 68시간제라는 법률 해석이 잠깐 있었던 거거든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인데 사람들이 주52시간제에 대해서 너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어요. 사실 이게 정상적인 노동 시간제로 봐야 합니다, 이거를.

▷ 오태훈 : 지금은 재난 상황이라든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라든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서 특별 연장 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발표에 보면 경영상의 이유에 대해서도 특별 연장 근로를 할 수 있게 하겠다 이렇게 발표를 했거든요.

▶ 하종강 : 이게 당연히 문제가 있죠. 왜냐하면 그동안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든가 가축들에게 중대한 질병이 전염되고 있다든가 이럴 때 거의 매번 과로로 쓰러지는 공무원들 소식을 우리가 듣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상황을 이제 기업들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 추가 근무가 필요할 때라든가 원청 회사가 과도하게 거래상의 갑질을 했을 때 하청에서 노동자들이 그걸 무리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나 마찬가지죠. 사실 이거는 거의 전시근로동원법에서나 가능한 조치라고 봐야 합니다. 놀랐습니다, 좀.

▷ 오태훈 : 중소기업 시행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앞서 말씀드렸지만 법 개정이 되지 않아서 플랜B라고 나온 건데요. 지금 민주당에서는 6개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지금 주장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하세요?

▶ 하종강 : 지금 현행 3개월이잖아요. 좀 이번 기회에 큰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연가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은 1,700시간대입니다. 우리는 2,000시간이 넘거든요. 전 세계 200개 넘는 나라 중에서 경제 규모 12번째로 큰 나라고요. 쉽게 말하면 12번째로 돈이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가. 인류 역사가 수천년 동안 노동 시간이 계속 단축된 역사이고.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조금 더 적게 일하면서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거거든요. 어찌 보면 이 방향을 다시 돌리는 거죠, 뒤로. 현행 탄력근로제 3개월 제도 안에서도 6개월 연속 최대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거든요. 지금 고용노동부의 뇌 심혈관 질환의 직업병을 판단할 때 과로 비중이 총 64시간입니다. 예전에는 3개월 탄력근로제 아래에서도 과로사가 가능한 정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거거든요. 6개월 연장하는 것조차 문제가 상당히 많은 거죠. 그런데 1년으로 연장하자 이건 너무 지나치게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는 주장입니다.

▷ 오태훈 : 현행 3개월제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이것도 과하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 하종강 : 그렇죠.

▷ 오태훈 : 지금 대기업들은 주52시간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지금 도입을 유예시킨 건데 대기업들은 지금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세요?

▶ 하종강 : 그게 기업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큰데요. 그러니까 노동 기업이 활발히 활동을 하는 사업장들은 잘 지켜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곳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작년 말에 한 사회노동자단체가 조사한 통계를 보니까 4개 사업장 중에 1개꼴로 초과 근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응답 결과가 있었어요. 그게 한 25% 정도는 안 지켜지고 있다. 사용자 단체 조사 결과인 거죠.

▷ 오태훈 : 대기업이 그나마 좀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그나마 중소기업보다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 하종강 : 당연히 그 영향이 있습니다.

▷ 오태훈 : 헌데 이제 2만 7천여 개의 중소기업에서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대기업보다 상당히 저조한데 여기서 또 이걸 유예한다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타격이 크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하종강 : 뭐 그런 이야기하면 이제 노동자 중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 52시간보다 더 일하고 싶은데 그건 개인의 의지까지 법으로 강제해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하지 않냐 이런 주장하는 사람들이 또 있어요. 그런데 사실 그 사람이 52시간만 일하고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받고 있다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있거든요. 정상적인 노동 시간만큼 일을 하고 충분히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점점 나아가야죠.

▷ 오태훈 : 그러니까 그 부분인데요. 그러니까 지금은 이제 초과수당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서 임금을 보전 받아왔었는데 주52시간을 법으로 정해버리면 내 수입이 줄지 않느냐라고 토로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 하종강 : 그러니까 요즈음 이제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어서 TV 프로그램 보다 보니까 어떤 분이 30kg을 감량했는데 그 계기가 뭐였냐 하면 독일에서 유학할 때 해가 지면 밥 먹을 식당이 없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유럽에 가보신 분들 느끼는 게 대개 대부분의 상점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특수한 업소 외에는 초저녁에 문 닫잖아요. 그게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고 그 사람들에게도 저녁의 삶이 있어야 하고 이런 사회로 점점 나가야죠. 적게 일하고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받아야 돼요.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와 함께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대책에 대해서 말씀 나누고 있는데요. 국회에서는 보완 입법 처리를 해야 합니다. 이번에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추가적인 대책이 입법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보세요?

▶ 하종강 : 어제 노동부 장관도 잠깐 노동자 건강 보호 조치에 대해서 짤막하게 언급은 했더라고요. 경영상 사정으로 기업이 추가 노동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 조치가 당연히 같이 마련되어야 하고요. 뭐 작년에 이제 김영균 사건 이후에 김영균법이라고 불리는 법 개정이 있었지만 사실 뭐 김영균이 담당했던 업무는 김영균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말도 많이 하잖아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조치가 같이 이루어져야 할 거라고 봅니다.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 오태훈 :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자고는 하지만 또 노동하기 좋은 나라 만들자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에 미디어 공공성포럼이라는 곳에서 노동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가. 언론이 노동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발표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 하종강 : 예, 전태일기념관에서 저녁에 오늘 할 예정입니다.

▷ 오태훈 : 언론이 노동 문제를 보도할 때 드러나는 문제들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하종강 : 일단 언론들이 노동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고요. 정확히 표현하면 친기업적 시각인데요. 사실 확인하지 않고 대개 회사나 검찰이나 경찰의 보도 자료에 의존해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도 철도노조가 준법 투쟁중이어서 열차가 지연 운행되고 있고 곧 이제 파업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언론 보도 수십 개 목록을 보면 교통대란 발생이 우려된다, 이런 내용뿐이지 왜 철도노조가 이번에 파업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거의 설명하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이유를 모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철도에 보면 일하는 사람 중에 비정규직이 상당히 많거든요. 대표적으로 승무원들도 그런 경우예요. 그래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 이런 중요한 쟁점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이는 파업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핵심인데 그런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거든요.

▷ 오태훈 : 노동조건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측 입장 또 사용자 측 입장이 항상 맞서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좀 시행하고 나서는 그 갈등 같은 것들이 그렇게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는 않았던 경험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 하종강 :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학교 교육 속에서 노동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고요. 특성화고 같은 경우에는 2, 3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노동교육이 학교에서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난번에 학교 급식 노동자들 파업했을 때 전국에 특성 학생들 중에서는 밥 안 준다, 원망 팔고 파업 이유부터 관심 갖자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최근에 2, 3년 정도의 교육만으로 그런 변화가 이제 온 거죠. 조금씩 나아지기는 할 건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많이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종강 : 고맙습니다.

▷ 오태훈 : 지금까지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였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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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태훈의 시사본부] 하종강 “주52시간 보안책, 전쟁 때나 쓰는 조치…충격적”
    • 입력 2019-11-19 15:41:38
    • 수정2019-11-20 16:47:02
    최영일의 시사본부
- 정권 초기 ‘노동존중사회’ 표방... 그러나 이 말은 文 정부와 더는 어울리지 않아
- 3가지 노동정책, 최저임금 1만원·비정규직 제로·노동시간 단축... 모두 포기한 듯
- 주52시간 보안책은 노동시간 연장 조치... 전시 등 특단에나 쓰는 조치로 충격적
- 주52시간 논의 벌써 2년 넘어, 그동안 기업들 준비 안 해... 계도기간 지나도 마찬가지
- 주52시간에 대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어, 정상적인 노동 시간제일 뿐
- 노동자들이 무리하게 근무하는 길 터준 것... 전시근로동원법에서나 가능한 조치
- 탄력근로자 단위기간 현행 3개월로도, 과로사 판단 기준까지 일할 수 있어
- 언론이 노동문제에 부정적 시각 갖고 있는 것도 문제
- 언론은 이번 철도 파업에서도 왜 그들이 파업을 하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않아

■ 프로그램명 : 오태훈의 시사본부
■ 코너명 : 시사본부 이슈
■ 방송시간 : 11월 19일(화요일) 12:20~14:00 KBS 1라디오
■ 출연자 : 하종강 교수(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 오태훈 : 중소기업 사업장에 대한 주52시간제 도입을 40여일 앞두고 어제 정부가 근무제 시행과 관련해서 보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노동계에서는 이번 발표 어떻게 받아들일지 말씀을 좀 나눠보겠습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를 연결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하종강 : 안녕하세요?

▷ 오태훈 : 어제 정부가 발표한 대책 종합적으로 어떻게 평가를 하실지부터 여쭙겠습니다.

▶ 하종강 :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는 노동존중사회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했잖아요. 기업들도 긴장한 게 사실이었고요. 그런데 100대 국정과제 중에서 노동존중사회는 순위가 65번째였습니다. 어제 발표를 듣고 이제 노동존중사회가 문재인 정부와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 말이 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오태훈 : 노동존중사회가 문재인 정부와는 더 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해주셨는데. 어제 발표를 보면 이제 중소기업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 주52시간제 근무제 실시를 유예한 거 아니겠습니까? 지금 사실상 1년 늦춰진다 이렇게 보도가 되고 있는데 이 결정 어떻게 보실지부터 말씀해주시죠.

▶ 하종강 :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 노동정책은 3가지 방향으로 추진됐거든요. 상징적인 단어들이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 제로 시대 그리고 주52시간제로 상징되는 노동시간 단축이었는데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대통령이 스스로 지킬 수 없게 됐다. 포기 선언을 했고 그다음에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지금 도로공사에서 보는 것처럼 큰 난관에 부딪혀 있는 느낌인데 이게 노동시간 단축 정책까지 포기한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고요. 제가 노동 문제와 관련된 일을 40년쯤 해왔는데 이렇게 거의 전시에나 사용되는 특단의 조치로 정부가 앞장서서 노동시간을 연장하는 조치를 취한 기억은 지난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주68시간제 외에는 사실 거의 없었거든요. 좀 충격적입니다, 저는.

▷ 오태훈 : 중소기업 상황이 좀 안 좋고 경기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라서 이런 결정을 했다고 정부는 이유를 밝혔습니다. 또 경영계 역시 중소기업의 절박한 현실을 노동계가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입장을 냈는데 이런 정부라든가 중소기업계의 설명에 대해서 노동전문가 입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지요?

▶ 하종강 : 솔직히 우리 세대는 대표적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세대잖아요. 그동안 기업들이 위기가 아니라고 말한 적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올해는 진짜배기다 이런 표현까지 나오는 경우도 있었고요. 지금 그리고 고용 경기지표가 그렇게 나쁜 편이 아니다, 이런 분석도 많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이야기한 지가 벌써 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기업들이 너무 준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닌가. 아마 계도기간 9개월 또는 1년이 지나도 마찬가지 상황일 겁니다.

▷ 오태훈 : 이번 대책이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를 해야 하는데 이게 처리되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를 대비해서 내놓은 플랜B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좀 국회 상황을 고려한 현실적인 결정이 아닐까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 하종강 : 그런 면이 좀 있죠. 그런데 사실 국회 보완 입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적 합의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런 조치라도 취해서 국회 입법 절차를 촉진시키자. 이런 의도가 있었을 텐데 사실 주52시간제가 대단히 충격적인 조치인 것처럼 생각하지만 우리 사회에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 게 15년 전이거든요. 그때부터 주52시간제였습니다. 그랬다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이상하게 68시간제라는 법률 해석이 잠깐 있었던 거거든요.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인데 사람들이 주52시간제에 대해서 너무 과도한 공포심을 갖고 있어요. 사실 이게 정상적인 노동 시간제로 봐야 합니다, 이거를.

▷ 오태훈 : 지금은 재난 상황이라든가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라든가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서 특별 연장 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발표에 보면 경영상의 이유에 대해서도 특별 연장 근로를 할 수 있게 하겠다 이렇게 발표를 했거든요.

▶ 하종강 : 이게 당연히 문제가 있죠. 왜냐하면 그동안 재난이 발생했을 때 예를 들어서 큰 홍수가 발생했다든가 가축들에게 중대한 질병이 전염되고 있다든가 이럴 때 거의 매번 과로로 쓰러지는 공무원들 소식을 우리가 듣지 않았습니까? 그러한 상황을 이제 기업들이 납기일을 맞추기 위해서 추가 근무가 필요할 때라든가 원청 회사가 과도하게 거래상의 갑질을 했을 때 하청에서 노동자들이 그걸 무리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준 것이나 마찬가지죠. 사실 이거는 거의 전시근로동원법에서나 가능한 조치라고 봐야 합니다. 놀랐습니다, 좀.

▷ 오태훈 : 중소기업 시행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앞서 말씀드렸지만 법 개정이 되지 않아서 플랜B라고 나온 건데요. 지금 민주당에서는 6개월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지금 주장하고 있고 자유한국당은 1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교수님께서 보시기에는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하세요?

▶ 하종강 : 지금 현행 3개월이잖아요. 좀 이번 기회에 큰 그림을 이야기하고 싶은데요. 연가 노동시간이 OECD 평균은 1,700시간대입니다. 우리는 2,000시간이 넘거든요. 전 세계 200개 넘는 나라 중에서 경제 규모 12번째로 큰 나라고요. 쉽게 말하면 12번째로 돈이 많은 나라입니다, 우리가. 인류 역사가 수천년 동안 노동 시간이 계속 단축된 역사이고.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조금 더 적게 일하면서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거거든요. 어찌 보면 이 방향을 다시 돌리는 거죠, 뒤로. 현행 탄력근로제 3개월 제도 안에서도 6개월 연속 최대 64시간까지 일을 시킬 수 있거든요. 지금 고용노동부의 뇌 심혈관 질환의 직업병을 판단할 때 과로 비중이 총 64시간입니다. 예전에는 3개월 탄력근로제 아래에서도 과로사가 가능한 정도까지 일을 시킬 수 있다는 거거든요. 6개월 연장하는 것조차 문제가 상당히 많은 거죠. 그런데 1년으로 연장하자 이건 너무 지나치게 기업의 입장을 반영하는 주장입니다.

▷ 오태훈 : 현행 3개월제로도 충분히 관리 가능하다. 이것도 과하다 이렇게 보면 되겠군요.

▶ 하종강 : 그렇죠.

▷ 오태훈 : 지금 대기업들은 주52시간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지금 30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만 지금 도입을 유예시킨 건데 대기업들은 지금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세요?

▶ 하종강 : 그게 기업에 따라 편차가 매우 큰데요. 그러니까 노동 기업이 활발히 활동을 하는 사업장들은 잘 지켜지고 있고 그렇지 못한 곳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작년 말에 한 사회노동자단체가 조사한 통계를 보니까 4개 사업장 중에 1개꼴로 초과 근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응답 결과가 있었어요. 그게 한 25% 정도는 안 지켜지고 있다. 사용자 단체 조사 결과인 거죠.

▷ 오태훈 : 대기업이 그나마 좀 운영이 되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 조직률이 그나마 중소기업보다 높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거든요.

▶ 하종강 : 당연히 그 영향이 있습니다.

▷ 오태훈 : 헌데 이제 2만 7천여 개의 중소기업에서는 노동조합 조직률이 대기업보다 상당히 저조한데 여기서 또 이걸 유예한다는 것은 노동자 입장에서는 조금 더 타격이 크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 하종강 : 뭐 그런 이야기하면 이제 노동자 중에서는 내가 개인적으로 52시간보다 더 일하고 싶은데 그건 개인의 의지까지 법으로 강제해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과도하지 않냐 이런 주장하는 사람들이 또 있어요. 그런데 사실 그 사람이 52시간만 일하고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임금을 받고 있다면 그런 생각을 안 할 수 있거든요. 정상적인 노동 시간만큼 일을 하고 충분히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향으로 점점 나아가야죠.

▷ 오태훈 : 그러니까 그 부분인데요. 그러니까 지금은 이제 초과수당이라든가 이런 걸 통해서 임금을 보전 받아왔었는데 주52시간을 법으로 정해버리면 내 수입이 줄지 않느냐라고 토로하시는 분도 계시거든요.

▶ 하종강 : 그러니까 요즈음 이제 간헐적 단식이 유행이어서 TV 프로그램 보다 보니까 어떤 분이 30kg을 감량했는데 그 계기가 뭐였냐 하면 독일에서 유학할 때 해가 지면 밥 먹을 식당이 없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유럽에 가보신 분들 느끼는 게 대개 대부분의 상점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특수한 업소 외에는 초저녁에 문 닫잖아요. 그게 일하는 사람들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고 그 사람들에게도 저녁의 삶이 있어야 하고 이런 사회로 점점 나가야죠. 적게 일하고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을 만큼 받아야 돼요.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와 함께 주52시간 근무제 보완 대책에 대해서 말씀 나누고 있는데요. 국회에서는 보완 입법 처리를 해야 합니다. 이번에 못한다고 하더라도. 어떤 추가적인 대책이 입법 과정에서 필요하다고 보세요?

▶ 하종강 : 어제 노동부 장관도 잠깐 노동자 건강 보호 조치에 대해서 짤막하게 언급은 했더라고요. 경영상 사정으로 기업이 추가 노동을 요구할 때가 있는데 이것을 보완할 수 있는 노동자 건강권 보호 조치가 당연히 같이 마련되어야 하고요. 뭐 작년에 이제 김영균 사건 이후에 김영균법이라고 불리는 법 개정이 있었지만 사실 뭐 김영균이 담당했던 업무는 김영균법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런 말도 많이 하잖아요. 노동자의 건강권 보호 조치가 같이 이루어져야 할 거라고 봅니다. 하나만 이야기한다면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 오태훈 :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자고는 하지만 또 노동하기 좋은 나라 만들자는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저녁에 미디어 공공성포럼이라는 곳에서 노동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는가. 언론이 노동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 발표를 하신다고 들었어요.

▶ 하종강 : 예, 전태일기념관에서 저녁에 오늘 할 예정입니다.

▷ 오태훈 : 언론이 노동 문제를 보도할 때 드러나는 문제들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 하종강 : 일단 언론들이 노동 문제에 대해서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고요. 정확히 표현하면 친기업적 시각인데요. 사실 확인하지 않고 대개 회사나 검찰이나 경찰의 보도 자료에 의존해서 기사를 쓰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도 철도노조가 준법 투쟁중이어서 열차가 지연 운행되고 있고 곧 이제 파업에 들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그런데 언론 보도 수십 개 목록을 보면 교통대란 발생이 우려된다, 이런 내용뿐이지 왜 철도노조가 이번에 파업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서 거의 설명하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이유를 모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 철도에 보면 일하는 사람 중에 비정규직이 상당히 많거든요. 대표적으로 승무원들도 그런 경우예요. 그래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자 이런 중요한 쟁점으로 정규직 노동자들이 벌이는 파업이 이번 철도노조 파업의 핵심인데 그런 내용은 거의 보도하지 않고 있거든요.

▷ 오태훈 : 노동조건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측 입장 또 사용자 측 입장이 항상 맞서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좀 시행하고 나서는 그 갈등 같은 것들이 그렇게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는 않았던 경험이 있는데 우리 사회에서 노동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바꾸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할까요?

▶ 하종강 : 한 가지만 이야기한다면 학교 교육 속에서 노동교육이 많이 이루어져야 하고요. 특성화고 같은 경우에는 2, 3년 전부터 부분적으로 노동교육이 학교에서 시행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난번에 학교 급식 노동자들 파업했을 때 전국에 특성 학생들 중에서는 밥 안 준다, 원망 팔고 파업 이유부터 관심 갖자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최근에 2, 3년 정도의 교육만으로 그런 변화가 이제 온 거죠. 조금씩 나아지기는 할 건데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많이 보완할 필요가 있습니다.

▷ 오태훈 :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하종강 : 고맙습니다.

▷ 오태훈 : 지금까지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주임교수였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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