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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심야심] ‘무기 들지 않을 권리’ 얻는 대체복무자, 실제 복무 어떻게?
입력 2019.11.20 (15:15) 수정 2019.11.20 (16:07) 여심야심
[여심야심] ‘무기 들지 않을 권리’ 얻는 대체복무자, 실제 복무 어떻게?
이스라엘에선 초정통파 유대인들인 '하레디'의 병역 문제가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평생 율법 연구에 전념하는 이들은 건국 60여 년 간 병역을 면제받았지만, 전체 인구의 12%가 육박하는 규모로 늘어나면서 사회적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2017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하레디의 병역 면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하레디에게 병역을 부과하도록 법을 바꿔야 하지만, 하레디 지지 정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정치권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병역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에 관련 입법을 주문했습니다. 대체복무법은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 확보,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 논란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어제(19일) 대체복무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어제(19일) 대체복무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입법 시한 40여 일 앞두고 상임위 통과한 '대체복무법'

대체복무법 제정안과 병역법 개정안이 어제(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 복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시간표는 빠듯합니다. 헌재는 올해 12월 31일로 법 개정 시한을 못 박았습니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번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로 올라갑니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법안이라 처리에 큰 진통이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입법 시한을 40여 일 앞두고 급하게 처리되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① 얼마나?

대체복무법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복무 기간. 현재 군 복무기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이후에 입대하는 육군 병사는 18개월을 근무합니다. 이 기간이 대체 복무 기간을 정하는 데 기준이 됐습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 1.5배(30개월)를,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2배(36개월)를 주장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더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40개월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60개월까지 언급했습니다.

여야는 협의 끝에 복무 기간을 '36개월'로 합의했습니다. 36개월이면 의무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는 20여 개 나라에서 가장 많은 8개 국가(폴란드·러시아·몽골 등)가 현역병의 2배로 복무 기간을 정한 것도 참고했습니다.

다만, 법안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조정되는 경우 6개월 범위에서 복무기간 조정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함께 뒀습니다. 그리고 현행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이탈 규정(복무 이탈 시 이탈 일수의 5배 연장 복무)도 똑같이 적용했습니다.

② 어디서?

이번 법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복무 분야를 '교정 시설 등 대체복무기관'으로 정한 것입니다. 원래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복무 기관을 교정 시설로 단일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여야 합의 과정에서 '등'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야당 측에서는 복무 분야를 다양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어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남겼다"면서 "교정 시설 외 분야에 (대체복무요원을) 투입할 방안을 국방부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간 성격의 대체 복무를 강조하는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당장은 교정 시설에서 대체 복무를 시작하면서 향후 여건이 조정되면 (다른 분야도)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관으로 규정된 교정 시설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관으로 규정된 교정 시설

③ 어떻게?

교정 시설에서 합숙 복무를 할 것이냐, 혹은 출퇴근 근무를 할 것이냐도 쟁점이었습니다. 여야는 논의 끝에 '합숙'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다만, 합숙 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 지출은 불가피합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10곳의 합숙 시설을 신축하고,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 하는 데 589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또 총을 들기 싫어 의무병에 자원한 영화 <핵소 고지>의 주인공처럼, 대체복무자에게는 '무기를 들지 않을 권리'가 주어집니다. 법안은 '무기와 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ㆍ단속하는 행위 등은 업무에 포함되지 아니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체복무자의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 대체복무자들은 교정 시설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일각에서는 청소나 취사 업무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원래 청소와 취사 업무는 교정교화의 일종으로, 수형자에게 부과하는 정역(定役)입니다. 수형자의 일이란 뜻이죠. 대체복무자가 청소와 취사 업무를 하면, 수형자의 의무를 대신 해주는 꼴이 됩니다.

청소 업무 등을 빼면 투약 관리, 민원 접수 등의 일이 남는데, 여기에는 교도관의 업무와 충돌하는 점도 있습니다. 법안이 대체복무 업무의 세부 내용을 정하지 않았기에,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면서 현장에서 조율해 나갈 부분입니다. 국방부는 세분화된 업무는 교정 시설의 소관 기관인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④ 심사는?

그렇다면 누가 대체복무 대상자를 걸러낼 수 있을까요. 병무청에 소속된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합니다.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입영일 5일 전까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하면, 심사위는 90일 이내에 인용과 기각, 각하 결정을 내립니다.

위원장 포함 29명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는 법조인·정신건강의학 전문의·심리학자·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채워집니다. 국가인권위원장과 법무부·국방부 장관, 병무청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5명씩 추천을 하고, 국회 국방위에서도 4명을 추천합니다. 위원들은 배우자·친족이나 같은 단체 소속인이 대체역 심사를 신청한 경우에는 심사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처벌 규정도 마련했습니다. 대체역 편입을 위해 거짓 서류를 작성·제출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경우엔 1∼5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또 공무원·의사·변호사·종교인 등이 누군가를 대체역으로 편입시키려고 가짜 증명서나 진단서, 확인서를 발급하게 되면, 1∼10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도 함께 뒀습니다.

첫발 뗀 대체복무제…"갈등 최소화, 통합에 노력"

안규백 국방위원장은 어제 회의를 마치며 "모두가 동의하고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최선의 결정을 냈다고 생각한다"며 "(대체복무법 통과로) 병역 거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줄어들고, 통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완벽한 대체복무제 마련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대체복무제는 이제 막 첫발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서툰 걸음마가 뚜벅뚜벅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세심하게 신경 쓰기를 기대해 봅니다.
  • [여심야심] ‘무기 들지 않을 권리’ 얻는 대체복무자, 실제 복무 어떻게?
    • 입력 2019.11.20 (15:15)
    • 수정 2019.11.20 (16:07)
    여심야심
[여심야심] ‘무기 들지 않을 권리’ 얻는 대체복무자, 실제 복무 어떻게?
이스라엘에선 초정통파 유대인들인 '하레디'의 병역 문제가 수년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평생 율법 연구에 전념하는 이들은 건국 60여 년 간 병역을 면제받았지만, 전체 인구의 12%가 육박하는 규모로 늘어나면서 사회적 갈등을 빚었습니다.

결국 2017년 이스라엘 대법원은 하레디의 병역 면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했습니다. 하레디에게 병역을 부과하도록 법을 바꿔야 하지만, 하레디 지지 정당이 반대 의사를 밝히고, 이들의 움직임에 따라 정치권이 이합집산을 반복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병역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 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병역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국회에 관련 입법을 주문했습니다. 대체복무법은 군 복무자와의 형평성 확보, 병역거부자에 대한 징벌 논란 사이에서 균형 있는 접점을 찾아야 합니다.

어제(19일) 대체복무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어제(19일) 대체복무법안을 통과시킨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입법 시한 40여 일 앞두고 상임위 통과한 '대체복무법'

대체복무법 제정안과 병역법 개정안이 어제(1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 복무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입니다.

시간표는 빠듯합니다. 헌재는 올해 12월 31일로 법 개정 시한을 못 박았습니다.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이번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국회 본회의로 올라갑니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법안이라 처리에 큰 진통이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입법 시한을 40여 일 앞두고 급하게 처리되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① 얼마나?

대체복무법의 가장 뜨거운 쟁점은 복무 기간. 현재 군 복무기간은 점차 단축되고 있습니다. 내년 6월 이후에 입대하는 육군 병사는 18개월을 근무합니다. 이 기간이 대체 복무 기간을 정하는 데 기준이 됐습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 1.5배(30개월)를, 같은 당 이철희 의원은 2배(36개월)를 주장했습니다. 야당 의원들은 더 강경한 입장이었습니다. 한국당 장제원 의원은 40개월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고,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60개월까지 언급했습니다.

여야는 협의 끝에 복무 기간을 '36개월'로 합의했습니다. 36개월이면 의무부담의 형평성을 확보하면서, 병역 기피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는 20여 개 나라에서 가장 많은 8개 국가(폴란드·러시아·몽골 등)가 현역병의 2배로 복무 기간을 정한 것도 참고했습니다.

다만, 법안은 '현역병의 복무기간이 조정되는 경우 6개월 범위에서 복무기간 조정이 가능하다'는 규정도 함께 뒀습니다. 그리고 현행 사회복무요원의 복무 이탈 규정(복무 이탈 시 이탈 일수의 5배 연장 복무)도 똑같이 적용했습니다.

② 어디서?

이번 법안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복무 분야를 '교정 시설 등 대체복무기관'으로 정한 것입니다. 원래 정부가 지난 4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은 복무 기관을 교정 시설로 단일화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번 여야 합의 과정에서 '등'이라는 표현이 들어갔습니다.

야당 측에서는 복무 분야를 다양화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국당 이종명 의원은 어제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을 남겼다"면서 "교정 시설 외 분야에 (대체복무요원을) 투입할 방안을 국방부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민간 성격의 대체 복무를 강조하는 UN 자유권규약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박재민 국방부 차관은 "당장은 교정 시설에서 대체 복무를 시작하면서 향후 여건이 조정되면 (다른 분야도) 검토하겠다"고 답했습니다.

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관으로 규정된 교정 시설대체복무자의 복무 기관으로 규정된 교정 시설

③ 어떻게?

교정 시설에서 합숙 복무를 할 것이냐, 혹은 출퇴근 근무를 할 것이냐도 쟁점이었습니다. 여야는 논의 끝에 '합숙'으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다만, 합숙 시설 마련을 위한 예산 지출은 불가피합니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10곳의 합숙 시설을 신축하고,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 하는 데 589억 원가량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또 총을 들기 싫어 의무병에 자원한 영화 <핵소 고지>의 주인공처럼, 대체복무자에게는 '무기를 들지 않을 권리'가 주어집니다. 법안은 '무기와 흉기를 사용하거나 이를 관리ㆍ단속하는 행위 등은 업무에 포함되지 아니하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체복무자의 종교나 비폭력·평화주의 신념 등을 존중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그러면 대체복무자들은 교정 시설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까요. 일각에서는 청소나 취사 업무를 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닙니다.

원래 청소와 취사 업무는 교정교화의 일종으로, 수형자에게 부과하는 정역(定役)입니다. 수형자의 일이란 뜻이죠. 대체복무자가 청소와 취사 업무를 하면, 수형자의 의무를 대신 해주는 꼴이 됩니다.

청소 업무 등을 빼면 투약 관리, 민원 접수 등의 일이 남는데, 여기에는 교도관의 업무와 충돌하는 점도 있습니다. 법안이 대체복무 업무의 세부 내용을 정하지 않았기에,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면서 현장에서 조율해 나갈 부분입니다. 국방부는 세분화된 업무는 교정 시설의 소관 기관인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④ 심사는?

그렇다면 누가 대체복무 대상자를 걸러낼 수 있을까요. 병무청에 소속된 '대체역 심사위원회'가 합니다. 대체복무를 희망하는 사람이 입영일 5일 전까지 '대체역 편입신청'을 하면, 심사위는 90일 이내에 인용과 기각, 각하 결정을 내립니다.

위원장 포함 29명으로 구성되는 심사위원회는 법조인·정신건강의학 전문의·심리학자·철학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채워집니다. 국가인권위원장과 법무부·국방부 장관, 병무청장과 대한변호사협회장이 각각 5명씩 추천을 하고, 국회 국방위에서도 4명을 추천합니다. 위원들은 배우자·친족이나 같은 단체 소속인이 대체역 심사를 신청한 경우에는 심사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처벌 규정도 마련했습니다. 대체역 편입을 위해 거짓 서류를 작성·제출하거나 거짓 진술을 할 경우엔 1∼5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습니다. 또 공무원·의사·변호사·종교인 등이 누군가를 대체역으로 편입시키려고 가짜 증명서나 진단서, 확인서를 발급하게 되면, 1∼10년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도 함께 뒀습니다.

첫발 뗀 대체복무제…"갈등 최소화, 통합에 노력"

안규백 국방위원장은 어제 회의를 마치며 "모두가 동의하고 만족할 수는 없겠지만, 나름의 최선의 결정을 냈다고 생각한다"며 "(대체복무법 통과로) 병역 거부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줄어들고, 통합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완벽한 대체복무제 마련은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대체복무제는 이제 막 첫발을 떼기 시작했습니다. 서툰 걸음마가 뚜벅뚜벅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가 세심하게 신경 쓰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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