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가 설치됐다면 조국은 ‘수호’ 됐을까?

입력 2019.12.02 (07:02) 수정 2019.12.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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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진보 성향 유튜버와 네티즌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국회의원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공수처 찬성 서약서' 운동이 논란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찬성측은 '파란장미 시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실에 하루에 30~40통씩 전화를 걸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각 의원실에서는 이들의 폭언과 협박 등으로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서약문엔 "선거제 개혁안의 본회의 가결여부와 무관하게 공수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안에 반드시 찬성 투표할 것을 국민 앞에 서약한다"고 명시됐는데, 자발적 또는 울며 겨자먹기로 서약서를 제출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등 모두 90여 명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수처가 설치됐으면 조국 수사는 없었을까?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13차례 검찰 개혁 집회를 열었습니다. 주된 구호는 '공수처 설치, 조국 수호' 였는데요. 검찰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공수처 설치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조국 수호'와 '공수처 설치'는 아무 연관 관계가 없습니다.

공수처가 도입되면 조 전 장관 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일까요? 원칙적으로 보면, 만약 공수처가 이미 있었다면 공수처에서 수사를 했어야 합니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전 분야의 고위공직자(가족 포함)를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은 물론 국회의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국가 요인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총리실·중앙선관위,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장성급 장교와 대통령비서실·국가정보원 등 권력 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광역자치단체장 및 시·도교육감 등도 수사 대상입니다. 대략 6000~7000명으로 추산됩니다.

정치적 중립은 가능한가?

공수처의 쟁점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느냐',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또다른 권력 기관을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일 겁니다.
먼저 처장은 물론, 차장과 공수처 소속 검사를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서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은 후보추천위원회 7명 중 6명 이상이 후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방식입니다. 또, 이 추천위원 가운데 3명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이 당연직이고, 여야 추천 인사가 각각 2명씩 들어가는데 야당 추천 인사 2명이 모두 반대해야 추천을 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 정당 상황을 볼 때, 한국당이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수사·기소 양대 권력을 독점한 검찰의 구조적 부패를 막겠다며 또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권력기관을 만드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공수처, 검찰개혁 문제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수도 검찰다운 검찰을 가져야 하고, 특권층이 부패하지 않도록 강력한 사정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공수처에 대해) 일각에서 '야당을 탄압하려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고위 공직자 거의 대부분이 정부 여당"이라며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친인척 등 특수 관계자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경이라는 사정기관이 제대로 못해왔기 때문에 국정농단이 일어났고,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특별 사정기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온 공수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등 친문 인사들의 사건이 터져나오자 '진상 조사 촉구'나 '사과'는 커녕 검찰 수사만을 비판하는 여당을 보면,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사정기구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엔 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누구에게 이득이 될까?

쟁점이 되는 부분은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등입니다.

먼저 검찰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삭제한 부분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는데요. 경찰이 일방적으로 수사를 덮거나 잘못 처리해도 바로잡을 수 없어 시민의 피해가 크다는 것입니다.

故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검찰이 경찰의 처리를 바로잡은 가장 큰 예입니다. 당시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해 화장할 수 있게 지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이 변사사건 지휘를 받도록 한 다음 부검을 지휘해 사건이 알려질 수 있었죠.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경찰이 변사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한 경우, 검사는 타살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되고, 사건이 어떻게 처분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또, 현재는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사건을 종결하고 있는데, 개정안에 의하면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자체 종결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등이 이의신청을 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의제기를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의제기를 하려는 시민들로 검찰 출신 변호인만 유리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또, 경찰이 '인지'해서 수사한 부패범죄, 공직비리 등은 이의신청을 할 고소인, 피해자 등이 없어 사건이 묻히게 될 수 있습니다.

서울변호사회도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소속회원 14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변호사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51.81%(771명)가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서는 748명(50.27%)이 반대입장을 보여 경찰의 1차적 수사에 대해 검찰의 최종적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경찰의 1차 수사 결과 '불기소' 의견일 경우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하는 내용에 대해 변호사들은 1020명(68.55%)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또 검사에게 송치요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는 의견이 1057명(71.03%)으로 많았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수범죄'에 대해서는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힘'을 줄이려면 권력자 등에 대한 직접 수사를 줄여야 한다는데엔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검찰의 권력을 견제한다면서 특수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유지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평검사는 "검찰의 권한이 많은 걸 인정한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의 힘은 권력자, 고위직을 수사하는데서 나오는 건데 직접 수사를 줄이면 되는 일을 서민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의 권한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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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수처가 설치됐다면 조국은 ‘수호’ 됐을까?
    • 입력 2019-12-02 07:02:27
    • 수정2019-12-02 09:53:02
    취재K
한 진보 성향 유튜버와 네티즌들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의 국회 본회의 부의를 앞두고 국회의원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공수처 찬성 서약서' 운동이 논란입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자들로 대표되는 검찰개혁 찬성측은 '파란장미 시민운동'이라는 이름으로 국회의원실에 하루에 30~40통씩 전화를 걸어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각 의원실에서는 이들의 폭언과 협박 등으로 업무를 볼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서약문엔 "선거제 개혁안의 본회의 가결여부와 무관하게 공수처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이 포함된 사법개혁안에 반드시 찬성 투표할 것을 국민 앞에 서약한다"고 명시됐는데, 자발적 또는 울며 겨자먹기로 서약서를 제출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의원 등 모두 90여 명으로 전해졌습니다.


공수처가 설치됐으면 조국 수사는 없었을까?
조 전 장관의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13차례 검찰 개혁 집회를 열었습니다. 주된 구호는 '공수처 설치, 조국 수호' 였는데요. 검찰을 견제한다는 측면에서 공수처 설치 문제가 나오고 있지만, '조국 수호'와 '공수처 설치'는 아무 연관 관계가 없습니다.

공수처가 도입되면 조 전 장관 수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일까요? 원칙적으로 보면, 만약 공수처가 이미 있었다면 공수처에서 수사를 했어야 합니다.

공수처는 입법·사법·행정 전 분야의 고위공직자(가족 포함)를 수사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헌법재판소장은 물론 국회의원,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 국가 요인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또 총리실·중앙선관위, 중앙행정기관의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장성급 장교와 대통령비서실·국가정보원 등 권력 기관의 3급 이상 공무원, 광역자치단체장 및 시·도교육감 등도 수사 대상입니다. 대략 6000~7000명으로 추산됩니다.

정치적 중립은 가능한가?

공수처의 쟁점은 '정치적 중립을 보장할 수 있느냐',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또다른 권력 기관을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일 겁니다.
먼저 처장은 물론, 차장과 공수처 소속 검사를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는데서 정치적 중립이 지켜질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 안은 후보추천위원회 7명 중 6명 이상이 후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는 방식입니다. 또, 이 추천위원 가운데 3명은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협 회장이 당연직이고, 여야 추천 인사가 각각 2명씩 들어가는데 야당 추천 인사 2명이 모두 반대해야 추천을 막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현재 정당 상황을 볼 때, 한국당이 우려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공수처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주는 것에 대한 의문도 제기됩니다. 수사·기소 양대 권력을 독점한 검찰의 구조적 부패를 막겠다며 또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권력기관을 만드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국민과의 대화에서 "공수처, 검찰개혁 문제는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보수도 검찰다운 검찰을 가져야 하고, 특권층이 부패하지 않도록 강력한 사정기관을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특히 "(공수처에 대해) 일각에서 '야당을 탄압하려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고위 공직자 거의 대부분이 정부 여당"이라며 "사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 친인척 등 특수 관계자의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경이라는 사정기관이 제대로 못해왔기 때문에 국정농단이 일어났고,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특별 사정기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나온 공수처"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문 대통령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민정수석실의 감찰 무마 의혹,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의혹 등 친문 인사들의 사건이 터져나오자 '진상 조사 촉구'나 '사과'는 커녕 검찰 수사만을 비판하는 여당을 보면, 권력형 비리를 막을 수 있는 사정기구가 만들어질 수 있느냐엔 의문이 나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누구에게 이득이 될까?

쟁점이 되는 부분은 경찰의 수사종결권과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등입니다.

먼저 검찰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삭제한 부분을 가장 큰 문제로 삼고 있는데요. 경찰이 일방적으로 수사를 덮거나 잘못 처리해도 바로잡을 수 없어 시민의 피해가 크다는 것입니다.

故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검찰이 경찰의 처리를 바로잡은 가장 큰 예입니다. 당시 경찰은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해 화장할 수 있게 지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검찰이 변사사건 지휘를 받도록 한 다음 부검을 지휘해 사건이 알려질 수 있었죠.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경찰이 변사사건에 대해 혐의 없음 처분을 한 경우, 검사는 타살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도 경찰 수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되고, 사건이 어떻게 처분되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됩니다.

또, 현재는 경찰이 수사를 마치면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 검사가 사건을 종결하고 있는데, 개정안에 의하면 경찰은 혐의가 인정된 사건만 검사에게 송치하고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사건은 자체 종결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고소인, 고발인, 피해자 등이 이의신청을 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도록 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의제기를 법을 잘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쉽게 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이의제기를 하려는 시민들로 검찰 출신 변호인만 유리할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또, 경찰이 '인지'해서 수사한 부패범죄, 공직비리 등은 이의신청을 할 고소인, 피해자 등이 없어 사건이 묻히게 될 수 있습니다.

서울변호사회도 이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소속회원 148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변호사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51.81%(771명)가 '필요'하다는 뜻을 나타냈지만, '검사 수사지휘권 폐지'에 대해서는 748명(50.27%)이 반대입장을 보여 경찰의 1차적 수사에 대해 검찰의 최종적 판단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습니다.

실제로 경찰의 1차 수사 결과 '불기소' 의견일 경우 사건을 검찰에 불송치하는 내용에 대해 변호사들은 1020명(68.55%)이 반대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또 검사에게 송치요구권을 부여하는 것에 대해 적절하다는 의견이 1057명(71.03%)으로 많았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수범죄'에 대해서는 모두 검찰의 직접 수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 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검찰의 '힘'을 줄이려면 권력자 등에 대한 직접 수사를 줄여야 한다는데엔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검찰의 권력을 견제한다면서 특수수사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유지하게 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평검사는 "검찰의 권한이 많은 걸 인정한다.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도 동의한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됐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의 힘은 권력자, 고위직을 수사하는데서 나오는 건데 직접 수사를 줄이면 되는 일을 서민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 검사의 권한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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