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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리톡] 콘퍼런스로 돈 버는 언론사들…협찬과 거래 사이
입력 2019.12.07 (08:00) 저널리즘 토크쇼 J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언론사가 주최하는 콘퍼런스 말입니다. 주요 일간지 10곳과 경제지 9곳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최한 콘퍼런스 현황을 조사해보니 모두 193건이었습니다. 한 달 평균 18건에 이릅니다. 신문사 뿐 아니라 방송사, 인터넷 매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콘퍼런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콘퍼런스 저널리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는데요. 언론사는 이 많은 콘퍼런스를 어떻게, 그리고 왜 개최하는 걸까요?

올 초부터 '저널리즘 토크쇼 J'에 기업 관계자들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최근 언론사의 포럼 또는 콘퍼런스 협찬 강요가 도를 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한 해 적게는 30~40개, 많게는 한 달에 40개에 달하는 포럼 협찬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 해 열리는 포럼이 100만 개는 되는 것 같다"면서 "다 참석하기도, 협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콘퍼런스는 언론사가 열면서 돈은 기업이 대라?

언론사는 기업에 협찬금으로 얼마를 요구하는 걸까요? 기업 관계자의 증언을 모아봤습니다. 작은 규모의 포럼은 몇 백만 원 단위에서 큰 포럼은 천만 원 단위로 다양했습니다. 언론사의 대표 포럼의 경우는 억 단위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포럼 참가 좌석에 값을 매겨 팔기도 하는데요. 이른바 '티켓 장사'입니다. 푯값이 한 자리에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은 건 500만 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티켓을 수십 장 씩 사달라고 요구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언론사가 달라고 한다고 해서 기업은 왜 이 많은 협찬금을 주는 걸까요? 기업은 언론사별로 매년 광고비를 책정해 놓습니다. 광고비는 말 그대로 광고를 위한 예산이면서 언론사가 자신들을 과도하게 비판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금의 성격도 있습니다. 포럼 협찬금도 이 광고비에서 집행되는데요. 'J' 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험을 들어놓기 위해서 일정하게 홍보비를 책정해 놓는데 그 홍보비가 협찬의 비중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이 점점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단칼에 거절할 수 없는 기업들…"협찬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

언론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할 기업은 협찬 요구를 단칼에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언론사는 꾸준히 그리고 무리하게 협찬을 받아냅니다. 기업이 한 언론사 포럼에 협찬해준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언론사도 찾아와 우리도 협찬해 달라고 요구한다는데요.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협찬을 해주고도 협찬 사실을 비공개로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할 정도라고 합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포럼은 돈 되는 '장사'입니다. 정준희 교수는 "2009년 종이신문 광고수입이 2조 144억 원이었고, 판매수익은 6000억 원밖에 안 됐다. 광고가 4배 정도 많은 셈이었는데 2017년엔 광고수입이 1조 9429억 원 줄었다. 종이신문 판매수익도 4600억 원으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다"면서 "신문사의 기타 사업을 통해서 수입이 2009년 약 4,800억 정도에서 2017년에 6,700억으로 뛰었다. 상당 부분 콘퍼런스나 포럼 같은 걸 열어서 생긴 협찬 수입 같은 것들로 얻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보다 포럼 우선"…"협찬 목표치 못 채우면 특파원 안 보내"

기자들에게도 좋은 기사를 쓰는 것보다 포럼 영업 업무가 우선이 됐습니다. 이 같은 포럼 영업 업무에 시달리던 머니투데이 그룹의 자본시장 전문 매체 더벨의 기자들이 무더기 퇴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기사 쓰는 것 외에도 출입처를 상대로 포럼 영업을 해야 해서 기자로서 자괴감을 느꼈다", "기자별로 인원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성의가 부족하다, 출입처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포럼 영업 실적은 기자의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는데요. 'J' 패널로 참여한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신문사에 고위 간부들이 기자로서 활동을 잘해서 승진한 사람이 아니라 광고나 협찬 잘 끌어왔기 때문에 승진한 사람이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요 일간지 간부 역시 'J' 제작진에게 "모 경제지는 특파원 내정자에게 포럼 협찬 영업을 맡기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특파원을 보내지 않는다. 잔인한 시스템이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콘퍼런스는 원 소스 멀티 유즈?!…"언론사 성향에 맞는 인터뷰 취사선택하기도"

콘퍼런스는 기사의 소재로도 활용됩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5월에 제10회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요. 이 콘퍼런스에 참여한 인사들의 인터뷰 기사를 여러 건 보도했습니다. '포퓰리즘 세력은 기득권에 대한 증오심 부추겨 집권한다', '전 동독 총리 북핵 포기 절대 안 해', '남북 평화 통일 쉽지 않아' '정치 계산 따라 탈원전한 벨기에 만성 전력난', '포퓰리즘 정권은 복지, 돈, 분노로 대중을 움직여' 등의 기사였습니다. 당시 콘퍼런스의 주제는 '구체적 해법을 찾아서' 였습니다.


주진형 전 대표는 "콘퍼런스로 돈 벌고 기사도 쓰는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즈'"라면서 "특히 참여 인사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해당 언론사가 주창하는 의제에 맞아떨어지는 인터뷰 내용을 취사선택해 기사로 작성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 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질문의 내용이 빠졌다"면서 "질문을 어떻게 했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질문 부분은 다 빠져 있고 여러 인터뷰가 전부 다 대답으로만 채워져 있는데 어떤 점에서는 지면이 가진 편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선택적으로 대답을 나열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언론사는 어떻게 하나?

언론사가 콘퍼런스 사업에 뛰어드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그 형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정준희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정 교수는 "영국, 미국의 언론사도 콘퍼런스를 비즈니스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는 콘퍼런스 양이나 수가 심하게 늘어나 불투명한 돈이 흘러들어오는 점을 심각하게 경계한다.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수익 내역을 공개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자신의 신뢰를 허물지 않는 방향으로 콘퍼런스를 활용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71회는 <언론사 콘퍼런스, 협찬과 거래 사이> 라는 주제로 오는 8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KBS 이지은 기자가 출연합니다.
  • [저리톡] 콘퍼런스로 돈 버는 언론사들…협찬과 거래 사이
    • 입력 2019-12-07 08:00:50
    저널리즘 토크쇼 J
많아도 너무 많습니다. 언론사가 주최하는 콘퍼런스 말입니다. 주요 일간지 10곳과 경제지 9곳이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개최한 콘퍼런스 현황을 조사해보니 모두 193건이었습니다. 한 달 평균 18건에 이릅니다. 신문사 뿐 아니라 방송사, 인터넷 매체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콘퍼런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콘퍼런스 저널리즘'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는데요. 언론사는 이 많은 콘퍼런스를 어떻게, 그리고 왜 개최하는 걸까요?

올 초부터 '저널리즘 토크쇼 J'에 기업 관계자들의 제보가 잇따랐습니다. 최근 언론사의 포럼 또는 콘퍼런스 협찬 강요가 도를 넘고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한 해 적게는 30~40개, 많게는 한 달에 40개에 달하는 포럼 협찬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한 기업 관계자는 "한 해 열리는 포럼이 100만 개는 되는 것 같다"면서 "다 참석하기도, 협찬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습니다.


콘퍼런스는 언론사가 열면서 돈은 기업이 대라?

언론사는 기업에 협찬금으로 얼마를 요구하는 걸까요? 기업 관계자의 증언을 모아봤습니다. 작은 규모의 포럼은 몇 백만 원 단위에서 큰 포럼은 천만 원 단위로 다양했습니다. 언론사의 대표 포럼의 경우는 억 단위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포럼 참가 좌석에 값을 매겨 팔기도 하는데요. 이른바 '티켓 장사'입니다. 푯값이 한 자리에 적게는 50만 원에서 많은 건 500만 원까지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티켓을 수십 장 씩 사달라고 요구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언론사가 달라고 한다고 해서 기업은 왜 이 많은 협찬금을 주는 걸까요? 기업은 언론사별로 매년 광고비를 책정해 놓습니다. 광고비는 말 그대로 광고를 위한 예산이면서 언론사가 자신들을 과도하게 비판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험금의 성격도 있습니다. 포럼 협찬금도 이 광고비에서 집행되는데요. 'J' 패널인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보험을 들어놓기 위해서 일정하게 홍보비를 책정해 놓는데 그 홍보비가 협찬의 비중으로 빠져나가는 방식이 점점 많아졌다"고 말했습니다.


단칼에 거절할 수 없는 기업들…"협찬은 공개하지 말아 주세요"

언론사와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할 기업은 협찬 요구를 단칼에 거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언론사는 꾸준히 그리고 무리하게 협찬을 받아냅니다. 기업이 한 언론사 포럼에 협찬해준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언론사도 찾아와 우리도 협찬해 달라고 요구한다는데요. 이러다 보니 기업들은 협찬을 해주고도 협찬 사실을 비공개로 해달라는 조건을 제시할 정도라고 합니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포럼은 돈 되는 '장사'입니다. 정준희 교수는 "2009년 종이신문 광고수입이 2조 144억 원이었고, 판매수익은 6000억 원밖에 안 됐다. 광고가 4배 정도 많은 셈이었는데 2017년엔 광고수입이 1조 9429억 원 줄었다. 종이신문 판매수익도 4600억 원으로 줄었는데 같은 기간 동안 전체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다"면서 "신문사의 기타 사업을 통해서 수입이 2009년 약 4,800억 정도에서 2017년에 6,700억으로 뛰었다. 상당 부분 콘퍼런스나 포럼 같은 걸 열어서 생긴 협찬 수입 같은 것들로 얻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사보다 포럼 우선"…"협찬 목표치 못 채우면 특파원 안 보내"

기자들에게도 좋은 기사를 쓰는 것보다 포럼 영업 업무가 우선이 됐습니다. 이 같은 포럼 영업 업무에 시달리던 머니투데이 그룹의 자본시장 전문 매체 더벨의 기자들이 무더기 퇴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기사 쓰는 것 외에도 출입처를 상대로 포럼 영업을 해야 해서 기자로서 자괴감을 느꼈다", "기자별로 인원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성의가 부족하다, 출입처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피드백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포럼 영업 실적은 기자의 인사고과에도 영향을 주고 있었는데요. 'J' 패널로 참여한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신문사에 고위 간부들이 기자로서 활동을 잘해서 승진한 사람이 아니라 광고나 협찬 잘 끌어왔기 때문에 승진한 사람이란 이야기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주요 일간지 간부 역시 'J' 제작진에게 "모 경제지는 특파원 내정자에게 포럼 협찬 영업을 맡기고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특파원을 보내지 않는다. 잔인한 시스템이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콘퍼런스는 원 소스 멀티 유즈?!…"언론사 성향에 맞는 인터뷰 취사선택하기도"

콘퍼런스는 기사의 소재로도 활용됩니다. 조선일보가 지난 5월에 제10회 아시아리더십콘퍼런스를 개최했는데요. 이 콘퍼런스에 참여한 인사들의 인터뷰 기사를 여러 건 보도했습니다. '포퓰리즘 세력은 기득권에 대한 증오심 부추겨 집권한다', '전 동독 총리 북핵 포기 절대 안 해', '남북 평화 통일 쉽지 않아' '정치 계산 따라 탈원전한 벨기에 만성 전력난', '포퓰리즘 정권은 복지, 돈, 분노로 대중을 움직여' 등의 기사였습니다. 당시 콘퍼런스의 주제는 '구체적 해법을 찾아서' 였습니다.


주진형 전 대표는 "콘퍼런스로 돈 벌고 기사도 쓰는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즈'"라면서 "특히 참여 인사 인터뷰 기사를 쓰면서 해당 언론사가 주창하는 의제에 맞아떨어지는 인터뷰 내용을 취사선택해 기사로 작성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J' 패널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질문의 내용이 빠졌다"면서 "질문을 어떻게 했느냐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질문 부분은 다 빠져 있고 여러 인터뷰가 전부 다 대답으로만 채워져 있는데 어떤 점에서는 지면이 가진 편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선택적으로 대답을 나열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연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해외 언론사는 어떻게 하나?

언론사가 콘퍼런스 사업에 뛰어드는 건 비단 우리나라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선 그 형태가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정준희 교수는 진단했습니다. 정 교수는 "영국, 미국의 언론사도 콘퍼런스를 비즈니스로 활용하고 있다"면서 "예를 들면 뉴욕타임스는 콘퍼런스 양이나 수가 심하게 늘어나 불투명한 돈이 흘러들어오는 점을 심각하게 경계한다.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수익 내역을 공개하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언론사들도 자신의 신뢰를 허물지 않는 방향으로 콘퍼런스를 활용할 수 있는 모범적인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71회는 <언론사 콘퍼런스, 협찬과 거래 사이> 라는 주제로 오는 8일(일요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KBS 이지은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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