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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높아지는 ‘말 대 말’ 수위…유엔안보리서 어떤 논의 있을까
입력 2019.12.11 (13:57)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높아지는 ‘말 대 말’ 수위…유엔안보리서 어떤 논의 있을까
격화되는 '말 대 말' 수위

미국 정부가 오는 11일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12일 새벽)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국무부가 주 유엔 미국대표부에 '최근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 등 한반도의 최근 상황에 관한 토의를 제안'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7일(한국시간 8일 오전)북한의 '중대한 실험'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논의 뉴스를 제치고 미국 방송의 톱뉴스로 다뤄진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틈만나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말하면서 '서로 존경하는 사이'라고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저녁(미국 동부시간 기준)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도 했었죠.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선거국면에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읽혔는데요.

하루 전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는 발표를 했고, 미 언론들이 이를 긴급 속보로 전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가능성과 연관 짓자 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9일(미국 동부기준으로는 새벽, 한국시간은 오후) 북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이 나서 "다시 트럼프를 망령된 늙다리로 부를 수도 있다"고 되받아쳤습니다. "이런 식이면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말이죠.

지난 7일에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비핵화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면서 '미국식 대화 제의는 시간벌기용 속임수'라고도 했습니다.

정말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심의 여지 없이 현재 상황이 안 좋은 건 분명합니다. 대치국면의 심화는 물론이요 비핵화 협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것이죠.

현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과거 남·북, 북·미간 모든 합의와 협상노력이 평가절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해법'이냐 '경직성의 타파'냐 ...미국의 안보리 '컴백'

올 하반기 들어 북한이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구경 방사포는 물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시험을 했다고 주장했을 때도 미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보리 회원국들이 북한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낼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어느 나라나 하는 것"이라며 북한 편을 드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었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전면 퇴장하자, 백악관과 미 행정부에선 대북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 것 같았습니다.

스티븐 비건 대표가 10월 스톡홀롬에서 김명길 북한 대표와 협상을 재개하기도 했었죠. 북한은 그러나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왔다"고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협상 지속에 대한 희망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에스퍼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외교에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서라며 연합군사훈련 유예를 시사했고 실제 그렇게 됐습니다. 물론 조건부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지난 3일 저녁(미국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D.C.에서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주최 행사에 참석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에게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데 미국의 해법은 무엇인가?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비건 대표는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면 도통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은 '믿음을 잃지 말자(Keep the Faith)"고 하더군요.

'믿음'과 '신념'에 기대야 할 만큼, 논리적으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묻어나는 답변이었다고 봅니다. 북한과 미국 간의 '말 대 말'공방이 격화되기 직전의 발언인 점에 비춰보면, 비건 대표가 유엔안보리를 소집하는 현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신념에 기대 적극적으로 북핵협상을 추진해 나가긴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북한과 미국 모두 '기회의 창'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 의제가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주요 언론에 서신을 보내는 형식으로 했는데, 이는 통상 북한이 실제 방향을 정한 후에 사전 예고하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거나, 협상장에서 상대방을 최종적으로 압박할 때 사용하는 우회적 방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철이 "트럼프를 늙다리로 부르겠다"고 하지 않고 "늙다리로 다시 부를 수 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죠.

미국 역시 유엔안보리 소집을 예고하면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이슈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한미 간 협의를 거쳐 유예하기로 한 연합군사훈련을 다시 재개하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있죠.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8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협상을 지속하고 싶다."면서 "(이 과정의)마지막이 평화로운 해법이 되길 바라고 그게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압박의 강도는 점차 높이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10일 오후(미국 동부시간 기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노력은 물론 ICBM 발사도 안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죠.

그리고 그다음 말이 실제 압박조치를 예고한 것인데요, "오는 22일이면 모든 나라가(안보리결의에 따라) 자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내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일반사진 2]- 폼페이오 라브로브 기자회견
[캡션설명]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기자회견 * 10일(미국 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

악순환의 사이클 벗어날까?

눈앞에 맞닥뜨리고 있는 현 상황을 북핵 위기 30년 역사의 '데자뷔'로 표현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다시 어두운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될지, 아니면 극적 돌파구를 찾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2020년이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020년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이며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과 남북관계 악화는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현재로써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비확산 체제 붕괴'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는 이후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정부로서도 한반도 평화를 향한 도정에서 재앙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북미 정상의 직접 대화와 해법 모색까지 실패한다면, 남북미중 4자회담이나, 러시아는 물론 일본과 EU까지 가세하는 그야말로 복잡한 체스판이 벌어지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각국의 협상의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예사롭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 [특파원리포트] 높아지는 ‘말 대 말’ 수위…유엔안보리서 어떤 논의 있을까
    • 입력 2019.12.11 (13:57)
    특파원 리포트
[특파원리포트] 높아지는 ‘말 대 말’ 수위…유엔안보리서 어떤 논의 있을까
격화되는 '말 대 말' 수위

미국 정부가 오는 11일 오후(미 동부시간 기준, 한국시간 12일 새벽) 유엔 안보리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습니다. 국무부가 주 유엔 미국대표부에 '최근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도발 확대 가능성 등 한반도의 최근 상황에 관한 토의를 제안'하도록 지시한 겁니다.

미국시간으로 지난 7일(한국시간 8일 오전)북한의 '중대한 실험'발표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논의 뉴스를 제치고 미국 방송의 톱뉴스로 다뤄진 이후 벌어진 일입니다.

틈만나면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라고 말하면서 '서로 존경하는 사이'라고까지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저녁(미국 동부시간 기준) "김정은이 적대적으로 행동하면 모든 것을 잃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미국 선거에 개입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도 했었죠.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선거국면에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로 읽혔는데요.

하루 전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는 발표를 했고, 미 언론들이 이를 긴급 속보로 전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 가능성과 연관 짓자 이에 대한 대응의 성격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9일(미국 동부기준으로는 새벽, 한국시간은 오후) 북한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이 나서 "다시 트럼프를 망령된 늙다리로 부를 수도 있다"고 되받아쳤습니다. "이런 식이면 김정은 위원장의 인식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말이죠.

지난 7일에는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비핵화 의제가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면서 '미국식 대화 제의는 시간벌기용 속임수'라고도 했습니다.

정말 위기가 고조됐던 2017년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요? 예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의심의 여지 없이 현재 상황이 안 좋은 건 분명합니다. 대치국면의 심화는 물론이요 비핵화 협상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된 것이죠.

현 상황이 이러다 보니 과거 남·북, 북·미간 모든 합의와 협상노력이 평가절하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해법'이냐 '경직성의 타파'냐 ...미국의 안보리 '컴백'

올 하반기 들어 북한이 연이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대구경 방사포는 물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시험을 했다고 주장했을 때도 미국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특히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안보리 회원국들이 북한에 대한 비난 성명을 낼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단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은 어느 나라나 하는 것"이라며 북한 편을 드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었죠.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 9월 트럼프 대통령과의 불화로 전면 퇴장하자, 백악관과 미 행정부에선 대북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 것 같았습니다.

스티븐 비건 대표가 10월 스톡홀롬에서 김명길 북한 대표와 협상을 재개하기도 했었죠. 북한은 그러나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무런 준비 없이 나왔다"고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협상 지속에 대한 희망은 계속 이어져 왔습니다. 지난달에는 에스퍼 국방장관까지 나서서 '외교에 공간을 넓혀주기 위해'서라며 연합군사훈련 유예를 시사했고 실제 그렇게 됐습니다. 물론 조건부이겠지만 말이죠.

하지만 지난 3일 저녁(미국 동부시간 기준) 워싱턴 D.C.에서 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주최 행사에 참석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에게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데 미국의 해법은 무엇인가? 현 상황을 어떻게 보나?"라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비건 대표는 공식 기자회견이 아니면 도통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날은 '믿음을 잃지 말자(Keep the Faith)"고 하더군요.

'믿음'과 '신념'에 기대야 할 만큼, 논리적으로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답답함이 묻어나는 답변이었다고 봅니다. 북한과 미국 간의 '말 대 말'공방이 격화되기 직전의 발언인 점에 비춰보면, 비건 대표가 유엔안보리를 소집하는 현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신념에 기대 적극적으로 북핵협상을 추진해 나가긴 어려워 보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북한과 미국 모두 '기회의 창'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니라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선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비핵화 의제가 테이블에서 내려졌다'는 언급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주요 언론에 서신을 보내는 형식으로 했는데, 이는 통상 북한이 실제 방향을 정한 후에 사전 예고하는 형식을 취할 필요가 있거나, 협상장에서 상대방을 최종적으로 압박할 때 사용하는 우회적 방식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영철이 "트럼프를 늙다리로 부르겠다"고 하지 않고 "늙다리로 다시 부를 수 있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죠.

미국 역시 유엔안보리 소집을 예고하면서 북한의 아킬레스건인 '인권'이슈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아직 한미 간 협의를 거쳐 유예하기로 한 연합군사훈련을 다시 재개하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고 있죠.

오브라이언 미 국가안보보좌관도 8일 미국 CBS와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협상을 지속하고 싶다."면서 "(이 과정의)마지막이 평화로운 해법이 되길 바라고 그게 북한 주민들에게도 좋은 일이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압박의 강도는 점차 높이고 있다고 봐야겠습니다. 10일 오후(미국 동부시간 기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 노력은 물론 ICBM 발사도 안 하겠다고 약속했으니 지켜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죠.

그리고 그다음 말이 실제 압박조치를 예고한 것인데요, "오는 22일이면 모든 나라가(안보리결의에 따라) 자국에서 북한 노동자들을 내보내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겁니다.


[일반사진 2]- 폼페이오 라브로브 기자회견
[캡션설명]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라브로프 러 외무장관 기자회견 * 10일(미국 현지시간), 미 국무부 청사

악순환의 사이클 벗어날까?

눈앞에 맞닥뜨리고 있는 현 상황을 북핵 위기 30년 역사의 '데자뷔'로 표현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다시 어두운 긴 터널로 들어가게 될지, 아니면 극적 돌파구를 찾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2020년이 격변의 한 해가 될 것이란 예상은 충분히 가능해 보입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020년에 북미 비핵화 협상이 진전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우리에게는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낮은 시나리오"이며 "북한의 ‘새로운 길’ 선택과 남북관계 악화는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이지만 현재로써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나리오"라고 전망했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비확산 체제 붕괴'가 현실화되는 시나리오는 이후의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정부로서도 한반도 평화를 향한 도정에서 재앙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습니다.

북미 정상의 직접 대화와 해법 모색까지 실패한다면, 남북미중 4자회담이나, 러시아는 물론 일본과 EU까지 가세하는 그야말로 복잡한 체스판이 벌어지는 상황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각국의 협상의지가 있을 때나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의 상황을 예사롭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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