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에 반한 게르만족…5조원 M&A 논란

입력 2019.12.16 (08:31) 수정 2019.12.16 (08:5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짜장면 시키신 분~!"]

중국집 배달원이 마라도에서 철가방을 들고 손님을 찾아 헤매는 장면, 이 TV 광고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요즘 이 철가방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음식점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배달대행업체들을 이용하면서, 거리에는 철가방 대신 배달서비스업체 로고가 박힌 오토바이들이 종횡무진 중입니다.

24시간 족발 치킨 짜장면은 기본이고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1시간 내 배달이 안 되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국내 배달 서비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 DH에 팔렸습니다.

DH 역시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인데 인수 금액이 무려 4조 8천억 원입니다.

국내 인터넷기업 인수 합병(M&A) 금액으로 사상 최대입니다.

최근 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 2조 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액수입니다.

당장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사람,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대표 김봉진 씨입니다.

김 대표는 공고를 나왔고, 디자이너 출신입니다.

뒷배경 없이 무일푼으로 음식점 전단 정보를 모아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 돼 회사 가치를 5조 원 가까이 불려 놓은 셈이니, 시장에선 '김 대표가 잭팟을 터트렸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배달의 민족'은 익살스러운 이름입니다.

배달은 고조선의 다른 이름인 배달(倍達)과 물건을 나르는 배달(配達)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오토바이 택배에서부터 새벽 음식 배송까지 배달 문화가 워낙 발달해 있으니 ‘配達의 민족’이란 뜻으로 들려도 사실 이상할 게 없습니다.

2010년 서비스를 개출시된 '배달의 민족’은 사업 초기부터 B급 문화, 언어유희 등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브랜드제품 ‘배민문방구’ '배민체'를 비롯한 한글 글꼴 개발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배민다움'이란 용어를 전파했습니다.

‘배민 신춘문예’등 전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이벤트로 브랜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2019 배민 신춘문예 대상작 :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사골국물."]

팬클럽 ‘배짱이’도 운영중이죠.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특히 혼자 배달시켜 먹기 좋아하는 '1인 가구'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 누적 주문량 4천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승승 장구하던 회사를 외국업체에 팔게 된 배경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최근 쿠팡, 카카오 등 대형 IT 사업자들이 잇따라 배달앱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탓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자영업자가 가져갈 몫을 수수료로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매각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독일 기업이 장악한 형국이 됐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DH는 이미 업계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인수한 상태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DH는 요기요를 앞세워 배달의 민족을 매섭게 추격했지만 ‘만년 2위’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길 수 없는 적이라면 동지가 되라’는 격언에 따라 배달의 민족과 한 배를 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많게는 20조 원대로 추산되는 음식배달 시장이 독일 기업 손에 떨어진 셈인데, 독과점 우려도 제기됩니다.

[임채운/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배달 서비스는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경쟁이 사라지면 서비스 요금이라던가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배민은 합병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쿠팡의 배달앱 사업 진출을 언급했습니다.

자신들의 합병은 오히려 일본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글로벌 연합군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DH와 우아한 형제들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통합하지 않고 별도로 운영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두 회사 통합법인인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장을 진두 지휘할 계획입니다.

자신을 대신해 회사 사정에 정통한 김범준 부사장을 우아한형제들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선임했습니다.

사업 통합에 따른 독과점 이슈와 경영진 교체가 불러올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두 기업 간 M&A는 일단락됐지만 복잡한 문제도 여럿 남아 있습니다.

DH의 시장 독점에 대해 결국 남 좋은일 시킨 것 아니냐 식당점주들과 소비자들의 반발과 우려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배달업계 1,2,3위를 한 회사가 독점하면 수수료가 오르진 않을지 식당들, 소비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점을 공정거래위원회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배달의 민족에 반한 게르만족…5조원 M&A 논란
    • 입력 2019-12-16 08:34:39
    • 수정2019-12-16 08:54:45
    아침뉴스타임
["짜장면 시키신 분~!"]

중국집 배달원이 마라도에서 철가방을 들고 손님을 찾아 헤매는 장면, 이 TV 광고가 나온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요즘 이 철가방 보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음식점마다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배달대행업체들을 이용하면서, 거리에는 철가방 대신 배달서비스업체 로고가 박힌 오토바이들이 종횡무진 중입니다.

24시간 족발 치킨 짜장면은 기본이고 한식 일식 중식 양식 등 1시간 내 배달이 안 되는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데요.

국내 배달 서비스 업계 1위인 '배달의 민족'이 독일 회사 딜리버리히어로, DH에 팔렸습니다.

DH 역시 음식배달 서비스 기업인데 인수 금액이 무려 4조 8천억 원입니다.

국내 인터넷기업 인수 합병(M&A) 금액으로 사상 최대입니다.

최근 현대산업개발·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가격으로 제시한 금액 2조 원의 2배를 훌쩍 넘는 액수입니다.

당장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게 된 사람, '배달의 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대표 김봉진 씨입니다.

김 대표는 공고를 나왔고, 디자이너 출신입니다.

뒷배경 없이 무일푼으로 음식점 전단 정보를 모아 사업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 돼 회사 가치를 5조 원 가까이 불려 놓은 셈이니, 시장에선 '김 대표가 잭팟을 터트렸다'며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직원 5명으로 시작한 ‘배달의 민족'은 익살스러운 이름입니다.

배달은 고조선의 다른 이름인 배달(倍達)과 물건을 나르는 배달(配達)의 중의적 표현입니다.

오토바이 택배에서부터 새벽 음식 배송까지 배달 문화가 워낙 발달해 있으니 ‘配達의 민족’이란 뜻으로 들려도 사실 이상할 게 없습니다.

2010년 서비스를 개출시된 '배달의 민족’은 사업 초기부터 B급 문화, 언어유희 등을 앞세운 브랜드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브랜드제품 ‘배민문방구’ '배민체'를 비롯한 한글 글꼴 개발 등으로 이용자들에게 '배민다움'이란 용어를 전파했습니다.

‘배민 신춘문예’등 전례를 찾아 보기 어려운 독특한 이벤트로 브랜드 입지를 구축했습니다.

[2019 배민 신춘문예 대상작 :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 사골국물."]

팬클럽 ‘배짱이’도 운영중이죠.

‘배달의민족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특히 혼자 배달시켜 먹기 좋아하는 '1인 가구'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 말 누적 주문량 4천만 건을 돌파했습니다.

승승 장구하던 회사를 외국업체에 팔게 된 배경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이어집니다.

최근 쿠팡, 카카오 등 대형 IT 사업자들이 잇따라 배달앱 서비스에 진출하면서 위기감을 느낀 탓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자영업자가 가져갈 몫을 수수료로 챙긴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부담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매각으로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독일 기업이 장악한 형국이 됐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인수한 DH는 이미 업계 2위 ‘요기요’와 3위 ‘배달통’을 인수한 상태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DH는 요기요를 앞세워 배달의 민족을 매섭게 추격했지만 ‘만년 2위’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길 수 없는 적이라면 동지가 되라’는 격언에 따라 배달의 민족과 한 배를 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많게는 20조 원대로 추산되는 음식배달 시장이 독일 기업 손에 떨어진 셈인데, 독과점 우려도 제기됩니다.

[임채운/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 "배달 서비스는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경쟁이 사라지면 서비스 요금이라던가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의식한 듯 배민은 합병소식을 발표하면서 이례적으로 일본 소프트뱅크의 투자를 받은 쿠팡의 배달앱 사업 진출을 언급했습니다.

자신들의 합병은 오히려 일본 자본의 공세에 맞서는 글로벌 연합군이라고 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DH와 우아한 형제들은 배달의민족과 요기요를 통합하지 않고 별도로 운영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김봉진 대표는 두 회사 통합법인인 '우아DH아시아 회장'을 맡아 아시아 시장을 진두 지휘할 계획입니다.

자신을 대신해 회사 사정에 정통한 김범준 부사장을 우아한형제들 최고경영책임자(CEO)로 선임했습니다.

사업 통합에 따른 독과점 이슈와 경영진 교체가 불러올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두 기업 간 M&A는 일단락됐지만 복잡한 문제도 여럿 남아 있습니다.

DH의 시장 독점에 대해 결국 남 좋은일 시킨 것 아니냐 식당점주들과 소비자들의 반발과 우려도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만약 배달업계 1,2,3위를 한 회사가 독점하면 수수료가 오르진 않을지 식당들, 소비자들은 우려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점을 공정거래위원회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