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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헬기]② 독도-가거도 사고의 공통점은 ‘야간·해상’
입력 2020.01.09 (09:22) 수정 2020.01.21 (13:21) 취재K
응급구조에 최적화된 헬기.. 안전은 '빨간불'

지난해 11월 29일, 새벽 1시 36분. 경기도 남양주의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 특수구조대에서 수도2호기 헬기가 이륙했다. 캄캄한 어둠을 헤치며 헬기가 향한 목적지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수도2호기는 맹장염 환자를 인하대병원까지 이송하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

이처럼 헬기는 언제 어디든 뜨고 내릴 수 있는 유연성과 기동성이 최고의 장점이다. 그게 '회전익 항공기'인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인 비행기의 가장 큰 차이다.

쉽게 말해 날개가 있는 비행기는 활주로가 있는 '공항'에서 '지상관제'가 뒷받침될 경우에만 뜨고 내리지만, 헬기는 장소와 기상에 구애받지 않는다. 헬기가 응급용 환자 이송을 위한 수단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성과 기동성이 헬기 조종사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응급헬기를 조종사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타임 프레셔(시간적 압박)과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요소들이 조종사들의 과다한 의욕으로 이어지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응급헬기가 이착륙하면서 운용되는 지역은 결국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공간적 특성상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항공 선진국인 유럽국가들의 통계 자료를 보면 "의료, 응급 구조를 하는 항공기들의 사고율이 제일 높다"면서 "야간 비행이 주간보다 약 3배 정도의 사고 발생이 잦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비행조건 '밤바다'.. 1년에 186번 뜬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야간 비행이 이뤄지고 있을까. KBS는 지난 5년간 전국 소방과 해경 헬기의 출동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 5년간 소방과 해경의 응급헬기 출동이 이뤄진 8,225번 가운데 야간비행이 1,358번으로 15%를 차지했다.

해경은 590번의 출동 가운데 30%인 175번이 야간이었고, 소방은 7,635번 가운데 15%인 1,183번이 야간 비행이었다.

이처럼 '야간'이라는 악조건에 '해상'이라는 복병까지 더해지면 헬기 비행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섬이 많은 인천소방과 전남소방은 출동 대부분이 아예 해상 출동이다. 지난 5년간 야간 해상 출동은 인천은 160회, 전남은 50회에 달한다.

한 119소방헬기 조종사는 야간 해상일 경우 무월광인 경우가 특히 많다고 말했다.

"무월광에다가 다음에 시정도 안 좋고, 바람도 많이 불고 가다 보면 정말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 될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떠 있는 배를 보고 안도를 하고, 계속 진행하고, 우리를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임무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헬기는 공항이 아닌 곳에서 이착륙할 때 지상관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관제는커녕 지상 이착륙장에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다. 전국 3천197개 응급헬기 이착륙장(인계점)가운데 조명이 설치된 곳은 175곳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최연철 교수는 이착륙장(인계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관리자로 지정된 자치단체 담당자가 이착륙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 교수는 "이착륙장 관리에 관한 부분이 보건복지부 규정에 한 줄 정도 간략하게 들어있지만, 복지부의 본래 업무와 관련이 없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1년에 한 번씩 계속 실태조사를 하면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조명시설 유지 등 인계점을 잘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을 감수해야 하는 헬기 조종사들에게 '밤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이들을 매일 밤바다로 향하게 한다.

응급헬기를 모는 한 기장은 KBS 취재진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얼마 전, 몇 시간 전만 해도 봤던 그 동료가 사고를 당했을 때는 처음에는 누구라도 그랬듯이 실감이 안 나는 거죠. 설마? 설마? 에이. 뭐 이런 정도. 그러면서 이제 시간이 가면서, 흐르면서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게 되죠."

"처음에는 겁난다기보다는 어떤 황망한 마음이 들다가 언젠가는 나한테도 닥쳐올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거를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사실은 많이 들어요."

매일 두려움이 찾아오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조종사들에겐 일상이 됐다.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진짜 철인이죠. 그런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런 사고 위험 상황을 겪으면 트라우마 같은 것이 많이 생겨요. 비행하기 싫고, 자꾸 옛날 일이 떠오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연연해서 내 할 일을 안 한다고 그러면 조종사로서, 구조대원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는 거죠."

[연관 기사] 5년 만에 드러난 ‘가거도 사고’ 원인…지금은?

□연재 순서
[응급헬기]①5년 전 응급헬기 추락 가거도, KBS1호기로 직접 가봤습니다.
[응급헬기]②독도-가거도 사고의 공통점은 '야간·해상'
[응급헬기]③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 [응급헬기]② 독도-가거도 사고의 공통점은 ‘야간·해상’
    • 입력 2020-01-09 09:22:22
    • 수정2020-01-21 13:21:51
    취재K
응급구조에 최적화된 헬기.. 안전은 '빨간불'

지난해 11월 29일, 새벽 1시 36분. 경기도 남양주의 중앙119구조본부 수도권 특수구조대에서 수도2호기 헬기가 이륙했다. 캄캄한 어둠을 헤치며 헬기가 향한 목적지는 인천 옹진군 연평도. 수도2호기는 맹장염 환자를 인하대병원까지 이송하는 임무를 무사히 완수했다.

이처럼 헬기는 언제 어디든 뜨고 내릴 수 있는 유연성과 기동성이 최고의 장점이다. 그게 '회전익 항공기'인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인 비행기의 가장 큰 차이다.

쉽게 말해 날개가 있는 비행기는 활주로가 있는 '공항'에서 '지상관제'가 뒷받침될 경우에만 뜨고 내리지만, 헬기는 장소와 기상에 구애받지 않는다. 헬기가 응급용 환자 이송을 위한 수단으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다.

하지만 이러한 유연성과 기동성이 헬기 조종사들에게는 엄청난 압박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응급헬기를 조종사들이 받는 가장 큰 스트레스는 타임 프레셔(시간적 압박)과 환자를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런 요소들이 조종사들의 과다한 의욕으로 이어지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응급헬기가 이착륙하면서 운용되는 지역은 결국 차량이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공간적 특성상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최 교수는 항공 선진국인 유럽국가들의 통계 자료를 보면 "의료, 응급 구조를 하는 항공기들의 사고율이 제일 높다"면서 "야간 비행이 주간보다 약 3배 정도의 사고 발생이 잦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비행조건 '밤바다'.. 1년에 186번 뜬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야간 비행이 이뤄지고 있을까. KBS는 지난 5년간 전국 소방과 해경 헬기의 출동 기록을 전수 분석했다. 5년간 소방과 해경의 응급헬기 출동이 이뤄진 8,225번 가운데 야간비행이 1,358번으로 15%를 차지했다.

해경은 590번의 출동 가운데 30%인 175번이 야간이었고, 소방은 7,635번 가운데 15%인 1,183번이 야간 비행이었다.

이처럼 '야간'이라는 악조건에 '해상'이라는 복병까지 더해지면 헬기 비행의 난이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간다.

섬이 많은 인천소방과 전남소방은 출동 대부분이 아예 해상 출동이다. 지난 5년간 야간 해상 출동은 인천은 160회, 전남은 50회에 달한다.

한 119소방헬기 조종사는 야간 해상일 경우 무월광인 경우가 특히 많다고 말했다.

"무월광에다가 다음에 시정도 안 좋고, 바람도 많이 불고 가다 보면 정말 바다인지 하늘인지 구분이 안 될 경우가 많습니다. 가끔 떠 있는 배를 보고 안도를 하고, 계속 진행하고, 우리를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임무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헬기는 공항이 아닌 곳에서 이착륙할 때 지상관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관제는커녕 지상 이착륙장에 조명시설이 설치돼 있지 않은 경우도 상당수다. 전국 3천197개 응급헬기 이착륙장(인계점)가운데 조명이 설치된 곳은 175곳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해 최연철 교수는 이착륙장(인계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관리자로 지정된 자치단체 담당자가 이착륙장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 교수는 "이착륙장 관리에 관한 부분이 보건복지부 규정에 한 줄 정도 간략하게 들어있지만, 복지부의 본래 업무와 관련이 없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1년에 한 번씩 계속 실태조사를 하면서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조명시설 유지 등 인계점을 잘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열악한 여건을 감수해야 하는 헬기 조종사들에게 '밤바다'는 두려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은 이들을 매일 밤바다로 향하게 한다.

응급헬기를 모는 한 기장은 KBS 취재진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얼마 전, 몇 시간 전만 해도 봤던 그 동료가 사고를 당했을 때는 처음에는 누구라도 그랬듯이 실감이 안 나는 거죠. 설마? 설마? 에이. 뭐 이런 정도. 그러면서 이제 시간이 가면서, 흐르면서 이제 점점 현실로 다가오게 되죠."

"처음에는 겁난다기보다는 어떤 황망한 마음이 들다가 언젠가는 나한테도 닥쳐올 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이거를 계속 해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감도 사실은 많이 들어요."

매일 두려움이 찾아오지만, 그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조종사들에겐 일상이 됐다.

"두려움이 없다고 하면 진짜 철인이죠. 그런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런 사고 위험 상황을 겪으면 트라우마 같은 것이 많이 생겨요. 비행하기 싫고, 자꾸 옛날 일이 떠오르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에 연연해서 내 할 일을 안 한다고 그러면 조종사로서, 구조대원으로서 존재 이유가 없는 거죠."

[연관 기사] 5년 만에 드러난 ‘가거도 사고’ 원인…지금은?

□연재 순서
[응급헬기]①5년 전 응급헬기 추락 가거도, KBS1호기로 직접 가봤습니다.
[응급헬기]②독도-가거도 사고의 공통점은 '야간·해상'
[응급헬기]③조종사들 "사고 나도 달라지는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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