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심야심] “딱 죽기 좋은 계절” 김형오의 칼, 어디로?

입력 2020.01.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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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이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칼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 쥐어졌습니다.

합리적 보수라는 이미지에 5선 의원, 게다가 당 원내대표와 사무총장까지 지내 공천 시스템에 밝다는 점이 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되는데 주효하게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보수 통합 논의도 더딘 데다 당내 총선 필패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이라 무엇보다 공천 혁신이 중요합니다.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 김 위원장은 한국당 승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까요?

5개월 전에도 쓴소리 했건만…"딱 죽기 좋은 계절, 죽을 길 택해야"

잠시 5개월 전으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지난해 8월 열린 한국당 연찬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대거 쏟아 냈습니다.

"야당답게 싸우지 못하겠다는 분들은 오늘부로 그만두라"고 했고, "못난이 짓을 하면 총선 필패", 여기에 더해 "총선 불출마, 험지 출마 등 꿈이 있는 사람은 죽을 길을 택하라"고 했습니다.

다선 중진들을 향해서는 "정부, 여당의 독선 독주에 몸 던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냐"며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거친 언사로 위기감을 일깨우고 더 나아가 인적 혁신의 필요성을 꼬집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총선을 앞둔 당내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습니다.

공관위원장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 연찬회서 쏟아낸 쓴소리를 예고편 삼아 무엇보다 대대적인 인적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물갈이라는 말 싫어…판갈이 해야"

황교안 대표와 만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한 김 위원장의 일성은 세 가지 원칙이었습니다.

'경제 살리는 국회의원', '자유·안보 지키는 국회의원',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

김 위원장은 "20대 국회는 국민을 위한 국회라기보다는 권력을 위한 국회,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국회, 줄서기 하는 국회, 계보정치를 하는 국회, 진영논리에 집착하는 국회로 보였다"는 자기반성부터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만 쳐다보고, 국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국회의원을 한국당 후보부터 나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지역·계파·계층·진영을 전부 능가하고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갈이론을 넘어선 '판 갈이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당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영남 다선 물갈이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물갈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며 "물갈이를 하랬더니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더라. 오염된 물을 갈지 않으니, 아무리 새 고기를 넣어 봐야 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치 제도는 바꾸지 않고 인물만 바꾸면 새로운 인물만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정치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물갈이보다는 새 물고기, 새로운 인재 영입을 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새로운 인재들이 우리 당에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여성과 청년 등 그간 한국당에서 줄곧 주장해 온 인재 영입도 강조했는데, 역시 기존의 인물들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말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칼날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공관위원장을 수락할 때 번민하고 고민했다"며 쇄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판 갈이는 어떻게 ?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

그러면서 구체적인 카드를 하나 꺼내 보였습니다. 바로,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21대 국회에서는 물갈이와 판 갈이가 함께 되는 것을 보여야 한다"며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를 한국당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신인이 진입 장벽의 턱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건데, "모든 영역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정치권은 신인의 진입 장벽이 대단히 높다"며 "완전한 국민경선을 한 번쯤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런데 완전한 국민경선이라 하면 흔히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를 얘기하는데, 좋은 게 아니"라며 "미국의 경우 국회의원의 재당선율이 90%"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술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그런 식(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으로 가야 한다"며 "당원 50% 반영이면 신인이 어떻게 들어오겠나.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 안 할 것" 김형오, 칼 제대로 휘두르나?

당장 인적 쇄신의 칼은 꺼내 보였지만,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도 김 위원장에게 주어진 큰 과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누구에게도 휘둘리거나 간섭받지 않을 것이다. 황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며 "(황 대표에게) '일단 믿으라. 믿지 않을 거라면 공관위원장 위촉도 하지 말라'고 했다. 믿었으면 끝까지 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이 싫어서 떠났던 사람이다.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떠났지만, 너무 위중한 생각이 들어서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며 "당원이 될 생각은 여전히 없다. 앞으로도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예상되는 반발을 최소화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르면 다음 주 초 공관위 구성 마무리

김 위원장은 우선, 공관위 구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중 공관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설 전에 공관위를 발족하겠단 계획입니다. 이르면 20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 구성이 보고되고, 다음 날부터는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위원장은 KBS에 "빠르면 다음 주 초에는 공관위 구성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러분이 모신 대통령은 탄핵 당해 감방에 갔고, 주변 인물은 적폐고,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여러분은 다 죄가 많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연찬회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막 활동을 시작한 김 위원장의 5개월 전 발언이 새삼 주목받는 데에는 한국당을 향해 내뱉은 거침없는 독설처럼 강도높은 공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온건한 친이계로 분류되는데도 계파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보수통합 국면에서도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을 돌아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특히 한국당은 계파간 갈등이 폭발하며 극심한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이제 막 칼을 꺼내 보인 김 위원장이 '한국당 승리'를 위해 과연, 어떤 전략을 내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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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심야심] “딱 죽기 좋은 계절” 김형오의 칼, 어디로?
    • 입력 2020-01-18 11:05:50
    여심야심
자유한국당이 공천 작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칼은 김형오 전 국회의장에 쥐어졌습니다.

합리적 보수라는 이미지에 5선 의원, 게다가 당 원내대표와 사무총장까지 지내 공천 시스템에 밝다는 점이 공관위원장으로 선임되는데 주효하게 작용한 걸로 보입니다.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보수 통합 논의도 더딘 데다 당내 총선 필패 위기론이 팽배한 상황이라 무엇보다 공천 혁신이 중요합니다. 총선이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이 시점, 김 위원장은 한국당 승리를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울까요?

5개월 전에도 쓴소리 했건만…"딱 죽기 좋은 계절, 죽을 길 택해야"

잠시 5개월 전으로 거슬러 가보겠습니다. 지난해 8월 열린 한국당 연찬회에 참석한 김 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을 향해 쓴소리를 대거 쏟아 냈습니다.

"야당답게 싸우지 못하겠다는 분들은 오늘부로 그만두라"고 했고, "못난이 짓을 하면 총선 필패", 여기에 더해 "총선 불출마, 험지 출마 등 꿈이 있는 사람은 죽을 길을 택하라"고 했습니다.

다선 중진들을 향해서는 "정부, 여당의 독선 독주에 몸 던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냐"며 "죽기에 딱 좋은 계절"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거친 언사로 위기감을 일깨우고 더 나아가 인적 혁신의 필요성을 꼬집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요? 총선을 앞둔 당내 위기감은 한층 고조됐습니다.

공관위원장으로 돌아온 김 위원장, 연찬회서 쏟아낸 쓴소리를 예고편 삼아 무엇보다 대대적인 인적 혁신을 강조했습니다.

"물갈이라는 말 싫어…판갈이 해야"

황교안 대표와 만나는 것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한 김 위원장의 일성은 세 가지 원칙이었습니다.

'경제 살리는 국회의원', '자유·안보 지키는 국회의원', '국민을 위한 국회의원'.

김 위원장은 "20대 국회는 국민을 위한 국회라기보다는 권력을 위한 국회, 대통령의 눈치를 보는 국회, 줄서기 하는 국회, 계보정치를 하는 국회, 진영논리에 집착하는 국회로 보였다"는 자기반성부터 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만 쳐다보고, 국민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국회의원을 한국당 후보부터 나오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지역·계파·계층·진영을 전부 능가하고 극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물갈이론을 넘어선 '판 갈이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당 안팎에서 새어나오고 있는 영남 다선 물갈이론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물갈이라는 말을 싫어한다"며 "물갈이를 하랬더니 물은 전혀 갈지 않고, 물고기만 갈더라. 오염된 물을 갈지 않으니, 아무리 새 고기를 넣어 봐야 죽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치 제도는 바꾸지 않고 인물만 바꾸면 새로운 인물만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결국, 정치 개혁은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가 바뀌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물갈이보다는 새 물고기, 새로운 인재 영입을 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새로운 인재들이 우리 당에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여성과 청년 등 그간 한국당에서 줄곧 주장해 온 인재 영입도 강조했는데, 역시 기존의 인물들만으로는 총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말 아끼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한테도 칼날이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공관위원장을 수락할 때 번민하고 고민했다"며 쇄신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습니다.

판 갈이는 어떻게 ?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

그러면서 구체적인 카드를 하나 꺼내 보였습니다. 바로,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나 "21대 국회에서는 물갈이와 판 갈이가 함께 되는 것을 보여야 한다"며 "한국형 완전 국민경선제를 한국당에서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신인이 진입 장벽의 턱을 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건데, "모든 영역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정치권은 신인의 진입 장벽이 대단히 높다"며 "완전한 국민경선을 한 번쯤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런데 완전한 국민경선이라 하면 흔히 미국식 '오픈 프라이머리'를 얘기하는데, 좋은 게 아니"라며 "미국의 경우 국회의원의 재당선율이 90%"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기술적으로는 부족하더라도 원칙적으로는 그런 식(한국형 완전국민경선제)으로 가야 한다"며 "당원 50% 반영이면 신인이 어떻게 들어오겠나.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치 안 할 것" 김형오, 칼 제대로 휘두르나?

당장 인적 쇄신의 칼은 꺼내 보였지만, 제대로 휘두를 수 있을지도 김 위원장에게 주어진 큰 과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누구에게도 휘둘리거나 간섭받지 않을 것이다. 황 대표가 '전권을 주겠다'고 했다"며 "(황 대표에게) '일단 믿으라. 믿지 않을 거라면 공관위원장 위촉도 하지 말라'고 했다. 믿었으면 끝까지 다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이 싫어서 떠났던 사람이다. 다시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떠났지만, 너무 위중한 생각이 들어서 4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며 "당원이 될 생각은 여전히 없다. 앞으로도 정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공천 과정에서 예상되는 반발을 최소화하고 제대로 된 혁신을 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이르면 다음 주 초 공관위 구성 마무리

김 위원장은 우선, 공관위 구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중 공관위 구성을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설 전에 공관위를 발족하겠단 계획입니다. 이르면 20일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위원 구성이 보고되고, 다음 날부터는 활동을 시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 위원장은 KBS에 "빠르면 다음 주 초에는 공관위 구성이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여러분이 모신 대통령은 탄핵 당해 감방에 갔고, 주변 인물은 적폐고,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여러분은 다 죄가 많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열린 연찬회에서 이런 말도 했습니다. 막 활동을 시작한 김 위원장의 5개월 전 발언이 새삼 주목받는 데에는 한국당을 향해 내뱉은 거침없는 독설처럼 강도높은 공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김 위원장은 온건한 친이계로 분류되는데도 계파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때문에 김 위원장이 보수통합 국면에서도 갈등을 조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란 시각도 있습니다.

지난 총선을 돌아보면, 여야를 막론하고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특히 한국당은 계파간 갈등이 폭발하며 극심한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 이제 막 칼을 꺼내 보인 김 위원장이 '한국당 승리'를 위해 과연, 어떤 전략을 내놓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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