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K] ‘론스타 산업자본’ 덮은 건 국익 위한 판단?

입력 2020.01.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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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임을 알고 있는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넘어갔다.”
“가장 중요한 논점이 산업자본 이슈였는데, 여기 보면 그것을 덮기로 한 내용이 나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ISD 문건을 본 전문가들은 정부가 산업자본 논점을 포기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자본, 즉 ‘비금융 주력자’는 은행법상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은행을 인수, 소유할 자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부터 하나은행에 팔고 나갈 때까지 끊임없이 쟁점이 된 것도 ‘산업자본’ 문제다.

전문가들은 론스타와의 ISD 분쟁에서 역시 이 산업자본 논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통상전문변호사인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은 “국제중재법에서는 그 나라의 법률을 위반해서 투자한 경우에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판례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가 국제중재를 이용하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적법한 투자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ISD 분쟁에서 핵심은 론스타의 투자가 한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위법한 투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는 국제중재 판정에서 보호해줄 수가 없으므로, ‘중재 판정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므로 각하한다’는 결정이 나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론스타라는 산업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분쟁이 각하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ISD 대응 문건에는 산업자본 논리가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다, 하지만 당국은 이 사실에 관한 확인을 거부했다.”(한국 문서 중)


게다가 이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론스타 측에 역공 기회로 작용했다. 론스타는 반박 서면에서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결론짓고도 정치적 압력에 부딪힐 때마다 이 문제를 재론했다"며 한국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론스타와 산업자본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한 건,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팔고 나가기까지 금융당국의 책임자로 있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추경호 국회의원(2012년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ISD 문건에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을 알고도 봐줬다’는 부분에 관해 묻자 “금융감독원에서 관여한 일”이라며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라고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파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이후 ISD 대응 총괄까지 맡았던 추경호 의원은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법률자문가들이 우리 국익과 소송을 이기는데 어떤 게 도움이 되느냐 그런 차원에서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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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탐사K] ‘론스타 산업자본’ 덮은 건 국익 위한 판단?
    • 입력 2020-01-18 12:01:32
    탐사K
“산업자본임을 알고 있는 근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넘어갔다.”
“가장 중요한 논점이 산업자본 이슈였는데, 여기 보면 그것을 덮기로 한 내용이 나옵니다.”


KBS 탐사보도부가 입수한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ISD 문건을 본 전문가들은 정부가 산업자본 논점을 포기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산업자본, 즉 ‘비금융 주력자’는 은행법상 은행 주식을 4% 이상 가질 수 없다. 은행을 인수, 소유할 자격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2003년부터 하나은행에 팔고 나갈 때까지 끊임없이 쟁점이 된 것도 ‘산업자본’ 문제다.

전문가들은 론스타와의 ISD 분쟁에서 역시 이 산업자본 논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국제통상전문변호사인 송기호 민변 전 국제통상위원장은 “국제중재법에서는 그 나라의 법률을 위반해서 투자한 경우에는 이 제도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일관된 판례가 있다”고 말한다. 투자자가 국제중재를 이용하려면,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이 적법한 투자자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ISD 분쟁에서 핵심은 론스타의 투자가 한국의 국내법을 위반한 위법한 투자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는 국제중재 판정에서 보호해줄 수가 없으므로, ‘중재 판정에서 다룰 내용이 아니므로 각하한다’는 결정이 나왔을 것”으로 분석했다.

론스타라는 산업자본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 자체가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분쟁이 각하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ISD 대응 문건에는 산업자본 논리가 빠져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있었다, 하지만 당국은 이 사실에 관한 확인을 거부했다.”(한국 문서 중)


게다가 이런 한국 정부의 대응은 론스타 측에 역공 기회로 작용했다. 론스타는 반박 서면에서 "금융당국이 여러 차례 산업자본이 아니라고 결론짓고도 정치적 압력에 부딪힐 때마다 이 문제를 재론했다"며 한국 정부의 태도가 이중적이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론스타와 산업자본 문제를 다루지 않기로 한 건,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부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2003년부터 2012년까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팔고 나가기까지 금융당국의 책임자로 있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과 추경호 국회의원(2012년 당시 금융위 부위원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한국 정부의 ISD 문건에서 ‘론스타가 산업자본인 것을 알고도 봐줬다’는 부분에 관해 묻자 “금융감독원에서 관여한 일”이라며 자신에게 물어볼 일이 아니라고 했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사고파는 과정을 모두 지켜보고, 이후 ISD 대응 총괄까지 맡았던 추경호 의원은 “관련 부처 전문가들과 법률자문가들이 우리 국익과 소송을 이기는데 어떤 게 도움이 되느냐 그런 차원에서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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