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와 닮은 꼴…‘박쥐의 저주’ 시작됐나

입력 2020.01.23 (08:08) 수정 2020.01.23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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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동굴에서 밤에만 활동하는 동물, 박쥐입니다.

박쥐하면 영화 속 흡혈귀가 연상될 정도로 막연하게 꺼려지는 이 동물은 온갖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콜린 웹 미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팀 연구 논문에 따르면 박쥐 몸에는 137종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많다 보니 박쥐는 세계를 위협하는 전염병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2003년의 '사스'도 박쥐에서 시작됐다는 게 학계의 견해입니다.

호주 과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가설과 증명, 이어진 홍콩대학 실험을 통해 박쥐의 사스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넘어왔다는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전파자 역시 '박쥐'로 보인다는 중국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오 푸 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번 폐렴이 "우한의 한 수산물 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한의 한 수산물 시장, 정확히는 화난(華南) 수산도매시장입니다.

이름만 수산시장이지 뱀, 고슴도치, 낙타, 여우 고기 등 없는 게 없을 정도인데, 박쥐 역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오푸/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장 : "화난 수산시장에서 판매하고 접촉한 야생 동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의 한 매체는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는 모두 일명 '과일 박쥐'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우리를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 기억하시죠?

대부분 '메르스' 하면 낙타를 떠올리지만 사실 낙타는 매우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주범은 따로 있기 때문인데, 역시 박쥐입니다.

박쥐와 접촉한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결국 낙타와 함께 사는 사람도 감염이 된 것이죠.

또 하나,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소재가 된 에볼라 바이러스, 치사율 90%에 이르는 이 무서운 바이러스도 박쥐가 뿌린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원숭이들이 그 지역에 서식하는 과일박쥐와 치열한 먹이 싸움을 벌이는 데 이 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원숭이를 잡아먹은 어떤 동물이 사람과 접촉해 전파되는 이른바 '스필오버(Spillover)'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박쥐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를 잔뜩 안고 사는 몸이 됐을까, 콜린 웹 교수팀은 박쥐의 생활 환경을 지목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박쥐는 옹기종기 모여 집단 생활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바이러스들이 박쥐와 박쥐를 오가다 변이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박쥐가 사스, 메르스 그리고 이번 우한 폐렴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의 거대한 저수지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바이러스를 안고 사는 박쥐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박쥐의 비행 방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열에 약한데, 박쥐는 비행할 때마다 체온이 40도에 이를 정도로 몸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잘 저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박쥐는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수준까지 진화돼 왔지만 문제는 사람이겠죠,

중국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균주(strain)’가 계속해서 변형하며 인간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를 사스와 메르스 수준인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응 수준은 최고 단계인 '갑류'로 올렸습니다.

갑류 대응은 정부가 강제로 격리 치료를 할 수 있는 단계로, 2003년 사스로 700명 이상 희생됐을 당시 썼던 극약 처방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오늘 국제 위기 상황 선포를 일단 유예했지만 이른바 '박쥐발 제2의 사스 공포'가 시작 된 건 아닌지 세계 각국은 초긴장 상탭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003년 '사스'가 창궐했을 때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화를 키우는 것이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감추고 축소하는 행태입니다.

이 고질적 관료주의 때문에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이 곳곳에 번져가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고 해외 관광객도 북적거릴 이번 춘절 연휴는 공포를 현실로 키울지도 모를 중대 고비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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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스’와 닮은 꼴…‘박쥐의 저주’ 시작됐나
    • 입력 2020-01-23 08:09:13
    • 수정2020-01-23 08:56:40
    아침뉴스타임
캄캄한 동굴에서 밤에만 활동하는 동물, 박쥐입니다.

박쥐하면 영화 속 흡혈귀가 연상될 정도로 막연하게 꺼려지는 이 동물은 온갖 바이러스의 온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3년 콜린 웹 미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팀 연구 논문에 따르면 박쥐 몸에는 137종의 바이러스가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이러스가 많다 보니 박쥐는 세계를 위협하는 전염병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2003년의 '사스'도 박쥐에서 시작됐다는 게 학계의 견해입니다.

호주 과학자들로부터 시작된 가설과 증명, 이어진 홍콩대학 실험을 통해 박쥐의 사스 바이러스가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넘어왔다는 퍼즐이 맞춰졌습니다.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전파자 역시 '박쥐'로 보인다는 중국내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가오 푸 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번 폐렴이 "우한의 한 수산물 시장에서 팔린 박쥐로부터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한의 한 수산물 시장, 정확히는 화난(華南) 수산도매시장입니다.

이름만 수산시장이지 뱀, 고슴도치, 낙타, 여우 고기 등 없는 게 없을 정도인데, 박쥐 역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가오푸/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장 : "화난 수산시장에서 판매하고 접촉한 야생 동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의 한 매체는 이번에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사스 바이러스는 모두 일명 '과일 박쥐'에서 발견되는 HKU9-1 바이러스를 공통 조상으로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우리를 공포에 빠뜨렸던 메르스 기억하시죠?

대부분 '메르스' 하면 낙타를 떠올리지만 사실 낙타는 매우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주범은 따로 있기 때문인데, 역시 박쥐입니다.

박쥐와 접촉한 낙타가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됐고, 결국 낙타와 함께 사는 사람도 감염이 된 것이죠.

또 하나,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소재가 된 에볼라 바이러스, 치사율 90%에 이르는 이 무서운 바이러스도 박쥐가 뿌린 것으로 많은 과학자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원숭이들이 그 지역에 서식하는 과일박쥐와 치열한 먹이 싸움을 벌이는 데 이 때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이 원숭이를 잡아먹은 어떤 동물이 사람과 접촉해 전파되는 이른바 '스필오버(Spillover)'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박쥐는 어쩌다 이렇게 많은 바이러스를 잔뜩 안고 사는 몸이 됐을까, 콜린 웹 교수팀은 박쥐의 생활 환경을 지목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박쥐는 옹기종기 모여 집단 생활을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바이러스들이 박쥐와 박쥐를 오가다 변이를 거듭하면서 오늘날 박쥐가 사스, 메르스 그리고 이번 우한 폐렴을 일으킨 코로나바이러스의 거대한 저수지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수많은 바이러스를 안고 사는 박쥐가 생존할 수 있는 이유는 박쥐의 비행 방식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는 열에 약한데, 박쥐는 비행할 때마다 체온이 40도에 이를 정도로 몸이 뜨거워지기 때문에 바이러스에 잘 저항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박쥐는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수준까지 진화돼 왔지만 문제는 사람이겠죠,

중국 질병관리본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균주(strain)’가 계속해서 변형하며 인간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를 사스와 메르스 수준인 '을류'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대응 수준은 최고 단계인 '갑류'로 올렸습니다.

갑류 대응은 정부가 강제로 격리 치료를 할 수 있는 단계로, 2003년 사스로 700명 이상 희생됐을 당시 썼던 극약 처방입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오늘 국제 위기 상황 선포를 일단 유예했지만 이른바 '박쥐발 제2의 사스 공포'가 시작 된 건 아닌지 세계 각국은 초긴장 상탭니다.

미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난 2003년 '사스'가 창궐했을 때보다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세계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결정적으로 화를 키우는 것이 사스 때와 마찬가지로 중국 정부의 감추고 축소하는 행태입니다.

이 고질적 관료주의 때문에 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것 아니냐는 공포심이 곳곳에 번져가고 있습니다.

중국인의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고 해외 관광객도 북적거릴 이번 춘절 연휴는 공포를 현실로 키울지도 모를 중대 고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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