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의 쓸모] 가족과 명절에 화투 한 판…도박죄일까?

입력 2020.01.23 (08:42) 수정 2020.01.23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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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쓸모 있는 생활 밀착형 법률 상식을 알려드리는 황방모 변호사의 '법률의 쓸모'입니다.

내일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데, 가족이나 친척끼리 오랜만에 만나 화투 하시는 경우 종종 있으시죠.

최근에도 유명 연예인이 해외에 나가 수억 원대 도박을 한 게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명절 때 하는 재미 삼아 100원짜리 걸고 하는 화투나 카드놀이도 불법도박일까요?

도박의 범위와 기준에 대해 황방모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요즘 많이 줄긴 했지만, 오랜만에 친척들 만나 인사 주고받고 그러다보면 누군가 담요를 펼치고, 화투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화투나 카드도 도박인가요?

[답변]

명절에 오래간만에 모인 가족끼리 치는 카드나 화투를 놓고 도박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시죠.

일단은, 아닙니다.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히 얻은 승패에 따라 재물을 얻거나 잃게 되는 걸 말합니다.

따라서 도박이라고 하려면 재물, 우연성 등이 있어야 합니다.

현금이든, 귀금속이든 재산상 이익을 걸어야 합니다. "도박에서 이기면 빚을 없애줄게" 이런 것도 해당합니다.

그리고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고 좌우할 수 없는 우연성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 화투나 카드처럼 패를 이용하거나 스포츠 승패, 기계를 이용하는 것 등 방법과 상관없이 도박으로 봅니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보니 명절에 재미 삼아 하는 화투나 카드놀이, 당구내기 등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명절이 아니더라도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가끔 화투나 당구내기를 하는 건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요.

[답변]

그때그때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도박죄에서 예외를 두고 있는 '일시오락'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보통, 법원에서는 오락이냐, 도박이냐를 판단할 때 판돈의 규모나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한 경위, 도박을 한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한 남성은 명절 연휴에 처남 등과 점당 오백 원 화투를 쳤지만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남성이 불법도박으로 집행유예를 받았고 6시간이 넘게 했다는 점에서 오락행위로 볼 수 없다 이런 판단을 받은 거죠.

또, 본인의 소득 등 경제적 능력도 고려됩니다.

버는 돈에 비해 판돈이 너무 크다면 도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초연금 9만 원으로 사는 남성이 모르는 사람들과 점당 50원씩 화투를 친 것도 도박죄로 처벌받았습니다.

이런 기준에 대해 일 년에 수십억 연봉을 버는 스포츠선수나 연예인 등은 상대적으로 큰돈으로 도박해도 처벌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이므로 불공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죄의 입법 취지가 개인이 도박에 빠져 생활을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보니 개인마다 처벌받는 도박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앵커]

영화 ‘타짜’에서 보면 참가자 몇 명이 서로 짜고 타깃을 정해 화투를 치잖아요.

이건 무조건 불법인 것 같은데, 어떻게 처벌받나요?

[답변]

이 경우는 이미 도박판이 시작될 때부터 한쪽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거잖아요.

따라서 우연성이 없어서 도박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를 속여서 재물을 뺏었으니 사기죄가 적용되고, 그 판에서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단순한 사기죄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복권을 사거나 경마장에 가서 특정 말에 돈을 거는 것도 불법 아닌가요?

[답변]

복권을 사서 당첨되면 본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우연히 재물을 얻을 수 있는 거니까 원칙으로만 따지면 불법인 거죠.

다만, 국가가 특별법 등을 통해 허용하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흔히들 아는 복권구매나 경마 외에도 스포츠토토(프로토 포함), 경륜ㆍ경정, 강원랜드, 청도군 소싸움 등도 가능합니다.

[앵커]

그럼, 최근 가수 승리 씨나 양현석 씨 등처럼 해외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건 왜 불법인가요?

[답변]

해외여행을 가면 호텔 카지노에 한 번씩 들러보신 적 있으시죠.

법적으로만 보면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합법적인 카지노에 가서 게임을 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입니다.

우리 법에서는 도박을 하면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다, 도박이 상습적일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거든요.

우리는 어딜 가든 우리나라 법을 적용받게 되니까 아무리 그 나라에서 외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공간이라도 해도 소용없습니다.

양현석 씨나 승리 씨 경우를 보면 수년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꾸준히 방문해 많은 돈을 썼다는 게 수사 결과 드러났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상습도박 혐의를 받는 겁니다.

하지만, 여행 간 김에 어쩌다 한번 하는 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시적인 오락 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습니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한 번쯤 즐기는 건 좋지만 뭐든 과한 건 탈이 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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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의 쓸모] 가족과 명절에 화투 한 판…도박죄일까?
    • 입력 2020-01-23 08:43:04
    • 수정2020-01-23 08: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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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쓸모 있는 생활 밀착형 법률 상식을 알려드리는 황방모 변호사의 '법률의 쓸모'입니다.

내일부터 설날 연휴가 시작되는데, 가족이나 친척끼리 오랜만에 만나 화투 하시는 경우 종종 있으시죠.

최근에도 유명 연예인이 해외에 나가 수억 원대 도박을 한 게 알려져 충격을 주기도 했는데 명절 때 하는 재미 삼아 100원짜리 걸고 하는 화투나 카드놀이도 불법도박일까요?

도박의 범위와 기준에 대해 황방모 변호사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요즘 많이 줄긴 했지만, 오랜만에 친척들 만나 인사 주고받고 그러다보면 누군가 담요를 펼치고, 화투놀이를 하는 경우도 있잖아요.

즐겁게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 화투나 카드도 도박인가요?

[답변]

명절에 오래간만에 모인 가족끼리 치는 카드나 화투를 놓고 도박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색하시죠.

일단은, 아닙니다.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히 얻은 승패에 따라 재물을 얻거나 잃게 되는 걸 말합니다.

따라서 도박이라고 하려면 재물, 우연성 등이 있어야 합니다.

현금이든, 귀금속이든 재산상 이익을 걸어야 합니다. "도박에서 이기면 빚을 없애줄게" 이런 것도 해당합니다.

그리고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이 예측할 수 없고 좌우할 수 없는 우연성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우 화투나 카드처럼 패를 이용하거나 스포츠 승패, 기계를 이용하는 것 등 방법과 상관없이 도박으로 봅니다.

다만, '일시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보니 명절에 재미 삼아 하는 화투나 카드놀이, 당구내기 등은 처벌받지 않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명절이 아니더라도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 가끔 화투나 당구내기를 하는 건 괜찮다, 이렇게 생각하면 될까요.

[답변]

그때그때 다릅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도박죄에서 예외를 두고 있는 '일시오락'에 대한 일률적인 기준이 없습니다.

보통, 법원에서는 오락이냐, 도박이냐를 판단할 때 판돈의 규모나 도박의 시간과 장소, 도박을 한 경위, 도박을 한 행위자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 등을 종합적으로 봅니다.

한 남성은 명절 연휴에 처남 등과 점당 오백 원 화투를 쳤지만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남성이 불법도박으로 집행유예를 받았고 6시간이 넘게 했다는 점에서 오락행위로 볼 수 없다 이런 판단을 받은 거죠.

또, 본인의 소득 등 경제적 능력도 고려됩니다.

버는 돈에 비해 판돈이 너무 크다면 도박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기초연금 9만 원으로 사는 남성이 모르는 사람들과 점당 50원씩 화투를 친 것도 도박죄로 처벌받았습니다.

이런 기준에 대해 일 년에 수십억 연봉을 버는 스포츠선수나 연예인 등은 상대적으로 큰돈으로 도박해도 처벌 가능성이 작아지는 것이므로 불공평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도박죄의 입법 취지가 개인이 도박에 빠져 생활을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보니 개인마다 처벌받는 도박 범위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됩니다.

[앵커]

영화 ‘타짜’에서 보면 참가자 몇 명이 서로 짜고 타깃을 정해 화투를 치잖아요.

이건 무조건 불법인 것 같은데, 어떻게 처벌받나요?

[답변]

이 경우는 이미 도박판이 시작될 때부터 한쪽에서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거잖아요.

따라서 우연성이 없어서 도박죄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다만, 상대를 속여서 재물을 뺏었으니 사기죄가 적용되고, 그 판에서 돈을 잃어버린 사람은 단순한 사기죄 피해자가 되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복권을 사거나 경마장에 가서 특정 말에 돈을 거는 것도 불법 아닌가요?

[답변]

복권을 사서 당첨되면 본인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우연히 재물을 얻을 수 있는 거니까 원칙으로만 따지면 불법인 거죠.

다만, 국가가 특별법 등을 통해 허용하는 게 몇 가지 있습니다.

흔히들 아는 복권구매나 경마 외에도 스포츠토토(프로토 포함), 경륜ㆍ경정, 강원랜드, 청도군 소싸움 등도 가능합니다.

[앵커]

그럼, 최근 가수 승리 씨나 양현석 씨 등처럼 해외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하는 건 왜 불법인가요?

[답변]

해외여행을 가면 호텔 카지노에 한 번씩 들러보신 적 있으시죠.

법적으로만 보면 한국인이 다른 나라에서 합법적인 카지노에 가서 게임을 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입니다.

우리 법에서는 도박을 하면 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여기에다, 도박이 상습적일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하거든요.

우리는 어딜 가든 우리나라 법을 적용받게 되니까 아무리 그 나라에서 외국인 출입을 허용하는 공간이라도 해도 소용없습니다.

양현석 씨나 승리 씨 경우를 보면 수년 동안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를 꾸준히 방문해 많은 돈을 썼다는 게 수사 결과 드러났거든요.

그래서 이들은 상습도박 혐의를 받는 겁니다.

하지만, 여행 간 김에 어쩌다 한번 하는 건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일시적인 오락 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처벌받지 않습니다.

친목을 다지기 위해 한 번쯤 즐기는 건 좋지만 뭐든 과한 건 탈이 납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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