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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동안 순직 사실 몰라”…보상 못받는 유족
입력 2020.02.15 (10:00) 취재K
“24년 동안 순직 사실 몰라”…보상 못받는 유족
군인이 순직하면 유족은 순직 연금과 사망보상금 등을 받게 됩니다. 국가유공자로 예우를 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이 순직 결정 사실을 알지 못해 이 같은 예우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군에서 숨진 아들의 순직 결정 사실을 24년 동안 모르고 있던 유족도 있습니다. 이 유족의 사례와 군 당국의 행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24년 만에 순직 사실 알게 된 유족

육군 수송 병과였던 강 모 중사는 1995년 5월 8일에 군 복무 중에 숨졌습니다. 당일 오전, 강 중사는 진료를 위해 상관의 아내를 병원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상관의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운전하던 강 중사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화물차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강 중사가 숨진 직후 육군은 강 중사의 사망을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습니다. 일반 사망 처리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순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유족은 강 중사의 시신을 화장해 장례 절차를 마쳤습니다.

두 달 뒤 육군은 심사를 거쳐 강 중사를 순직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 중사가 공무 중에 사망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런 결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2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유족들은 강 중사가 순직 처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 중사의 사망이 억울하다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재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 중사가 사망 두 달 뒤에 순직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유족에게 알린 겁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일반 사망으로 처리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24년이 지난 뒤에야 순직 결정 사실을 알게 됐으니 그 황당함과 억울함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 시효 지나 아무런 보상 못 받는 유족

하지만 유족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급여를 받을 권리는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망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이미 지나 급여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유족들은 24년 동안 순직에 따른 유족연금과 사망보상금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앞으로도 받을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국가유공자 등록은 이제 순직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제라도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24년 세월 동안은 국가유공자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육군은 강 중사의 순직 결정 직후 이 사실을 유족들에게 통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족들은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데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해 보니 육군이 유족에게 사망통지를 했다는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전사망자 확인증 발행대장에는 군에서 사망확인서를 발송한 것으로 기재가 돼 있지만 실제로 발송한 근거를 군에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근거를 입증하지 못하면 군의 책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순직이 됐다는 사망 확인서를 유족이 받으면 사망 보상금이라든가 유족 연금 등을 상식적으로 신청해야 정상인데 그렇게 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사·순직 결정됐지만, 아직도 미확인 유가족 2천여 명

육군본부의 자료를 보면 전사 또는 순직이 결정됐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유족이 2,072명에 이릅니다. 육군본부에서 1996년과 97년에 걸쳐 병·변사자 일괄심의를 한 결과 9,756명이 전사 또는 순직으로 결정됐습니다. 그 뒤 육군은 7,658명은 유족을 확인했지만 2,072명은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족이 사망해 연고가 끊기거나 유족의 주소와 연락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육군은 해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군은 현재 순직 결정 사실을 유족에게 통지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이나 연금을 유족이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겁니다. 유족이 나서서 챙기지 않으면 강 중사 사례처럼 억울하게 아무런 보상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군이 순직 결정 이후에도 유족들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행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12년에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이 개정되면서 군인이 자해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 신청 대상이 됐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유족이 많습니다. 군인 비순직자 3만 9천여 명 중에 약 32%인 만 2천8백여 명이 자해 사망자입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국방부에 가정통신문이나 문자 발송 등의 방법으로 유족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유족 연락처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군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유족에게 재조사를 적극적으로 신청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전화 02.6124-7531~2)

  • “24년 동안 순직 사실 몰라”…보상 못받는 유족
    • 입력 2020.02.15 (10:00)
    취재K
“24년 동안 순직 사실 몰라”…보상 못받는 유족
군인이 순직하면 유족은 순직 연금과 사망보상금 등을 받게 됩니다. 국가유공자로 예우를 받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유족이 순직 결정 사실을 알지 못해 이 같은 예우와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례로 군에서 숨진 아들의 순직 결정 사실을 24년 동안 모르고 있던 유족도 있습니다. 이 유족의 사례와 군 당국의 행정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24년 만에 순직 사실 알게 된 유족

육군 수송 병과였던 강 모 중사는 1995년 5월 8일에 군 복무 중에 숨졌습니다. 당일 오전, 강 중사는 진료를 위해 상관의 아내를 병원으로 옮기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상관의 아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운전하던 강 중사는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화물차에 부딪혀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강 중사가 숨진 직후 육군은 강 중사의 사망을 순직이 아닌 일반 사망으로 처리했습니다. 일반 사망 처리에 유족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순직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유족은 강 중사의 시신을 화장해 장례 절차를 마쳤습니다.

두 달 뒤 육군은 심사를 거쳐 강 중사를 순직 처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강 중사가 공무 중에 사망했다는 점을 인정한 것입니다. 하지만 유족들은 이런 결정을 전혀 알지 못한 채, 24년이라는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유족들은 강 중사가 순직 처리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강 중사의 사망이 억울하다는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재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강 중사가 사망 두 달 뒤에 순직 결정됐다는 사실을 알게 돼 유족에게 알린 겁니다.

이 소식을 들은 유족들은 억장이 무너졌습니다. 일반 사망으로 처리된 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24년이 지난 뒤에야 순직 결정 사실을 알게 됐으니 그 황당함과 억울함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5년 시효 지나 아무런 보상 못 받는 유족

하지만 유족들은 아무런 보상을 받을 수 없습니다. 군인연금법에 따르면 급여를 받을 권리는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5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사망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5년이 이미 지나 급여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유족들은 24년 동안 순직에 따른 유족연금과 사망보상금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앞으로도 받을 수가 없게 된 겁니다.

국가유공자 등록은 이제 순직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제라도 신청할 수 있게 됐지만 24년 세월 동안은 국가유공자 혜택도 받지 못했습니다.

육군은 강 중사의 순직 결정 직후 이 사실을 유족들에게 통지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유족들은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데 진상규명위원회가 조사해 보니 육군이 유족에게 사망통지를 했다는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상규명위 관계자는 "전사망자 확인증 발행대장에는 군에서 사망확인서를 발송한 것으로 기재가 돼 있지만 실제로 발송한 근거를 군에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근거를 입증하지 못하면 군의 책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순직이 됐다는 사망 확인서를 유족이 받으면 사망 보상금이라든가 유족 연금 등을 상식적으로 신청해야 정상인데 그렇게 한 사실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전사·순직 결정됐지만, 아직도 미확인 유가족 2천여 명

육군본부의 자료를 보면 전사 또는 순직이 결정됐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유족이 2,072명에 이릅니다. 육군본부에서 1996년과 97년에 걸쳐 병·변사자 일괄심의를 한 결과 9,756명이 전사 또는 순직으로 결정됐습니다. 그 뒤 육군은 7,658명은 유족을 확인했지만 2,072명은 확인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유족이 사망해 연고가 끊기거나 유족의 주소와 연락처를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육군은 해명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군은 현재 순직 결정 사실을 유족에게 통지하는 것으로 임무가 끝났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이나 연금을 유족이 제대로 받고 있는지 확인할 의무는 없다는 겁니다. 유족이 나서서 챙기지 않으면 강 중사 사례처럼 억울하게 아무런 보상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군이 순직 결정 이후에도 유족들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행정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2012년에 전공사상자 처리 훈령이 개정되면서 군인이 자해 사망한 경우에도 순직 신청 대상이 됐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유족이 많습니다. 군인 비순직자 3만 9천여 명 중에 약 32%인 만 2천8백여 명이 자해 사망자입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국방부에 가정통신문이나 문자 발송 등의 방법으로 유족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것을 요청했지만, 국방부는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유족 연락처와 주소 등 개인정보를 합법적으로 알기 어렵다며 소극적인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진상규명위원회는 군에서 억울하게 사망한 유족에게 재조사를 적극적으로 신청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 전화 02.6124-7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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