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스웨덴, 코로나19 일반 검사·역학조사 사실상 포기…왜?

입력 2020.03.1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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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www.teller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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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인구는 1,012만 명(2018년, 기준 유스스태트). 서울 인구와(970만 명)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서울은 15일 기준 247명. 스웨덴의 확진자는 960명이 넘었습니다. 4배 가까이 됩니다.

스웨덴에서는 11일에 이어 사흘 만에 14일, 코로나19 두 번째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기저질환이 있었던 85세 여성입니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에릭 버그런드(Erik Berglund) 스톡홀롬 지역 언론 담당은 12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바꿨습니다. 더는 모든 사람을 검사하지 않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웨덴 보건 당국은 한국과 정반대의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 등 현지 언론이 전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확실히 아픈 사람만 코로나 검사를 한다" 입니다.

스웨덴 보건 당국은 구체적으로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코로나19 증상으로 '이미 입원한' 사람만 검사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나 발병지 여행 이력만 있어도, 검사받을 수 있는 한국과 다릅니다.

나아가 감염환자에 대한 추적(tracking infections), 즉 역학조사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방역' 보다는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게 스웨덴 보건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 선별진료소나 '드라이브스루' 검사소 운영은 언감생심입니다

사진 출처 : www.thelocal.se사진 출처 : www.thelocal.se

이렇게 검사 대상을 대폭 제한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웨덴 보건 당국 관계자는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매우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더 위험한 그룹과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서, 의심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검사할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감염원을 찾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입니다.

중환자 치료에 집중해 치명율을 낮추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입니다.

스웨덴의 검사 능력을 보면, 현재 전국 10개의 검사소(실험실)에서 매일 2,800개의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몇 주안에 추가로 7곳이 운영됩니다.

매일 1만 건 이상을 검사할 수 있는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는 검사 키트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EU의 감염 통제 기관은 회원국들에 '자원 절약'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보건 당국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용품들을 정기적으로 보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SEKRETESS는 스웨던어로 비밀이라는 뜻. 현지 언론은 방역·의료 물품 재고가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출처 : www.dn.seSEKRETESS는 스웨던어로 비밀이라는 뜻. 현지 언론은 방역·의료 물품 재고가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출처 : www.dn.se

검사 키트는 물론 마스크며 항생제 등 약품 부족까지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살그렌스카(Sahlgrenska) 대학병원과 외레브로(Örebro) 병원 관계자는 아직 검사 키트 등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보안상의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고 다겐스 뉘헤테르는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병원 내부 메시지를 통해 의료진에게 안전등급이 가장 높은 FFP3(N95 등급과 유사)의 마스크까지는 필요 없다며 일반 마스크를 쓰도록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또 일회용 보안경을 소독해 재사용할 수도 있다고 최고 의료 책임자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산소호흡기 다른 의료 장비가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에 대해 현지 의사는 "의사 스스로는 물론 다른 환자마저 감염시킬 위험에 완전히 노출될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진료실 부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스톡홀름 현지 최대 병원인 쇠데르훅후셋(Södersjukhuset)의 메리트 할민(Märit Halmin) 집중치료실 의사는 스웨덴 라디오방송에 나와 "현재 집중치료실이 폐쇄된 단계이며, 일반적인 진료도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스톡홀름 지역 언론 담당인 에릭 씨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건강하고 강인한 20대들은 검사를 받지 않고도 그 병(코로나19)을 이겨낼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천수답 같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현지시각 13일 스웨덴 언론의 1면은 덴마크의 전면 국경 폐쇄 소식 차지했습니다.

다리만 건너면 스웨덴에서 유럽 대륙으로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덴마크로 갈 수 있지만, 14일부터 한 달 동안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웨덴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스웨덴 측은 한층 더 당황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역시 8백 명이 넘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넘는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선진국도 보건, 방역 준비를 소홀히 하면 이런 사태를 겪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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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16 07: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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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인구는 1,012만 명(2018년, 기준 유스스태트). 서울 인구와(970만 명)으로 거의 비슷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서울은 15일 기준 247명. 스웨덴의 확진자는 960명이 넘었습니다. 4배 가까이 됩니다.

스웨덴에서는 11일에 이어 사흘 만에 14일, 코로나19 두 번째 사망자도 나왔습니다. 기저질환이 있었던 85세 여성입니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이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에릭 버그런드(Erik Berglund) 스톡홀롬 지역 언론 담당은 12일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바꿨습니다. 더는 모든 사람을 검사하지 않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스웨덴 보건 당국은 한국과 정반대의 조치를 결정했습니다.


일간 다겐스 뉘헤테르(Dagens Nyheter) 등 현지 언론이 전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한마디로 "현재 확실히 아픈 사람만 코로나 검사를 한다" 입니다.

스웨덴 보건 당국은 구체적으로 당장 '치료가 필요'하거나 코로나19 증상으로 '이미 입원한' 사람만 검사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코로나19 의심 증상이나 발병지 여행 이력만 있어도, 검사받을 수 있는 한국과 다릅니다.

나아가 감염환자에 대한 추적(tracking infections), 즉 역학조사도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방역' 보다는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게 스웨덴 보건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런 상황에 선별진료소나 '드라이브스루' 검사소 운영은 언감생심입니다

사진 출처 : www.thelocal.se
이렇게 검사 대상을 대폭 제한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웨덴 보건 당국 관계자는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매우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더 위험한 그룹과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의료 자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쉽게 말해서, 의심 환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검사할 의료 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입니다.

감염원을 찾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입니다.

중환자 치료에 집중해 치명율을 낮추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입니다.

스웨덴의 검사 능력을 보면, 현재 전국 10개의 검사소(실험실)에서 매일 2,800개의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앞으로 몇 주안에 추가로 7곳이 운영됩니다.

매일 1만 건 이상을 검사할 수 있는 한국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현재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는 검사 키트 부족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EU의 감염 통제 기관은 회원국들에 '자원 절약'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보건 당국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용품들을 정기적으로 보충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SEKRETESS는 스웨던어로 비밀이라는 뜻. 현지 언론은 방역·의료 물품 재고가 비밀에 부쳐져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사진출처 : www.dn.se
검사 키트는 물론 마스크며 항생제 등 약품 부족까지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살그렌스카(Sahlgrenska) 대학병원과 외레브로(Örebro) 병원 관계자는 아직 검사 키트 등이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보안상의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고 다겐스 뉘헤테르는 보도했습니다.

심지어 병원 내부 메시지를 통해 의료진에게 안전등급이 가장 높은 FFP3(N95 등급과 유사)의 마스크까지는 필요 없다며 일반 마스크를 쓰도록 지시했다는 증언까지 나왔습니다.

또 일회용 보안경을 소독해 재사용할 수도 있다고 최고 의료 책임자가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니 산소호흡기 다른 의료 장비가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에 대해 현지 의사는 "의사 스스로는 물론 다른 환자마저 감염시킬 위험에 완전히 노출될 것"이라고 한탄하기도 했습니다.

진료실 부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스톡홀름 현지 최대 병원인 쇠데르훅후셋(Södersjukhuset)의 메리트 할민(Märit Halmin) 집중치료실 의사는 스웨덴 라디오방송에 나와 "현재 집중치료실이 폐쇄된 단계이며, 일반적인 진료도 다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스톡홀름 지역 언론 담당인 에릭 씨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건강하고 강인한 20대들은 검사를 받지 않고도 그 병(코로나19)을 이겨낼 것입니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지만, 천수답 같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


한편, 현지시각 13일 스웨덴 언론의 1면은 덴마크의 전면 국경 폐쇄 소식 차지했습니다.

다리만 건너면 스웨덴에서 유럽 대륙으로 최단거리로 갈 수 있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덴마크로 갈 수 있지만, 14일부터 한 달 동안은 불가능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덴마크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스웨덴에 사전에 통보하지 않아 스웨덴 측은 한층 더 당황하고 있습니다.

덴마크의 코로나19 확진자도 역시 8백 명이 넘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만 달러를 넘는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선진국도 보건, 방역 준비를 소홀히 하면 이런 사태를 겪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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