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진단 정확도 논란…유전자 검출 방식 따져보니

입력 2020.03.22 (08:02) 수정 2020.03.2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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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사망한 17살 고등학생이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망 당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부분적인 유전자 반응이 나온 것을 두고 진단 검사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병원의 실험실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장 실사에 나서는 동시에 해당 병원의 코로나19 검사를 잠시 중단시켰다 재개했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과연 바이러스를 잘 감지해내는지에 대한 의문은 '음성' 판정을 받았던 환자가 추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등 뒤바뀐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제기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홍혜걸 의학박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국내에서 쓰고 있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 즉 RT-PCR 방식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습니다.

홍 박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초기 우리 (PCR 검사) 방식이 (미국) FDA 기준에 맞지 않았고 이것이 정확도를 높이는데 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따져보자"며 "90점짜리가 100점이 되면 더 좋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방식에 이 같은 논란이 생기는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 코로나19 검사 어떻게 하나?

우선 검체 채취용 면봉으로 코와 목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는지를 찾게 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방식이 PCR, 즉 유전자 증폭을 통한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식블로그에서 PCR을 특정 표적 DNA를 증폭하는 방법으로 이를 활용하면 매우 적은 양의 DNA로부터 같은 DNA를 대량으로 증폭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검사에 사용되는 PCR 제품은 국내 다섯 종류가 있는데, 각 제품 마다 검출하는 유전자가 다릅니다.


어떤 제품은 RdRp유전자와 E유전자가 검출되는지를 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어떤 제품은 RdRp유전자와 E유전자, N유전자를 검출해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다르냐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는 N, E, S, RdRp, Orf1a, Orf1ab 등등 다양한데, 이 가운데 어떤 유전자를 검출해낼 것인지는 국가마다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위에 나열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든 유전자를 완전히 다 검출해서 완벽하게 대조하면 좋겠지만, 그건 오래 걸리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마다 검출 유전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가장 변이를 덜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최소 2개 이상 검사해서 둘 다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보고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 韓 초기 'RdRp, E 유전자', 美 'RdRp, N 유전자' 권고

그렇다면 각 국가들은 그걸 어떻게 판단할까요?

국가별로 자체 연구진의 판단이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나 선진국 사례를 많이 참고합니다.

대표적인 기관이 세계보건기구 WHO와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인 CDC입니다. WHO는 말 그대로 세계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고, CDC는 미국이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WHO는 참고할만한 유전자 검출 방식을 독일, 홍콩, 중국 등 7국의 사례를 들어 소개했고, 미국 CDC는N유전자(N1, N2, N3 부분) 검출을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는 RdRp, E유전자 검출 방법을 권고하고, 2월 4일 처음으로 코젠바이오텍사의 PCR 키트를 긴급사용승인 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진단 도구 지침을 개발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관계자는 "(WHO가 제시한 사례 가운데) 코로나 초기에 제일 처음 시퀀싱(유전자 배열)을 개발하고 공표한 게 독일인데 1월에 E, RdRp, N유전자를 검출하는 시약을 개발했다가 5일 뒤에 민감도 문제로 N유전자를 뺐다"며 우리나라도 코로나 확산 초기 이 같은 상황을 참고해 국내 시약회사에 E유전자와 RdRp유전자를 포함시키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지난 18일 "적어도 2개 이상의 유전자 부위를 검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검사하되 성능 평가를 통과하는 조건으로 현재 긴급사용승인을 한 상황"이라며 "국가마다 사용하는 유전자 부위가 달라 (검사 정확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가능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방식 더 정확"…미국서도 정확도 논란

N유전자 검출 진단 도구를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진단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욕주 등에서 N유전자 가운데 N3를 진단하는 시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자, CDC는 N3시약을 사용하지 말고 N1, N2로만 판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N1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추가로 나오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뉴욕 주립연구소와 뉴욕시연구소에서 N1유전자에도 결함이 있어 CDC와 FDA의 권고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에선 반대로 N유전자를 검사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내용을 담은 사전논문도 나왔습니다.


명지병원과 조선대병원 의료진이 지난 28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공개한 연구결과인데, 코로나19 초기 3명의 환자를 사례로 제시하며 N유전자를 검출하는 것이 코로나19 판정에 더 효율적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의 심사를 받지 못한 사전 논문이라는 한계와 함께, 사례가 너무 적고, 다른 변인이 통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가 특정 제약 업체와 이해관계인이라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 "정확도 비교 현재 불가능…중요한건 검체와 환자 상태"

결국, 코로나19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의혹이 여러 나라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어떤 검사 방식이 더 정확도가 높은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단 도구의 정확성 논란에 대해 박형두 삼성서울병원 진담검사의학과 교수는 "(정확도를 비교하려면) 똑같은 환자에서 똑같은 검체를 가지고 비교한 논문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제일 큰 문제는 검체 문제일 수 있고, 환자 상태 문제일 수 있다"며 "질병이 진행되거나 치료되면서 환자 상태가 바뀌고 바이러스의 양이 늘거나 줄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질본에서도 환자의 증상이 어떤지, 검체를 어떻게 채취했는지, 신체 어디에서 채취했는지에 따라 옮기는 방법, 검사를 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검체만큼이나 검사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에 생물안전 2등급 이상의 검사실에서 오염 없이 관리하도록 지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진단 정확도에 여러 변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지금까지 진단 도구는 말 그대로 '긴급승인'을 받은 제품이었고, 앞으로 데이터를 연구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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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진단 정확도 논란…유전자 검출 방식 따져보니
    • 입력 2020-03-22 08:02:40
    • 수정2020-03-22 11:18:01
    취재K
대구에서 사망한 17살 고등학생이 코로나19 최종 '음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사망 당일 대구 영남대병원에서 실시한 검사에서 부분적인 유전자 반응이 나온 것을 두고 진단 검사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병원의 실험실이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장 실사에 나서는 동시에 해당 병원의 코로나19 검사를 잠시 중단시켰다 재개했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진단키트가 과연 바이러스를 잘 감지해내는지에 대한 의문은 '음성' 판정을 받았던 환자가 추가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는 등 뒤바뀐 검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제기돼 왔습니다.

최근에는 홍혜걸 의학박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여러 차례 국내에서 쓰고 있는 실시간 유전자 증폭검사 즉 RT-PCR 방식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증폭되기도 했습니다.

홍 박사는 지난 17일 페이스북 글을 통해 "초기 우리 (PCR 검사) 방식이 (미국) FDA 기준에 맞지 않았고 이것이 정확도를 높이는데 하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따져보자"며 "90점짜리가 100점이 되면 더 좋은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 진단 검사 방식에 이 같은 논란이 생기는 이유를 정리해봤습니다.

■ 코로나19 검사 어떻게 하나?

우선 검체 채취용 면봉으로 코와 목에서 검체를 채취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가 있는지를 찾게 되는데, 이때 사용되는 방식이 PCR, 즉 유전자 증폭을 통한 중합효소 연쇄반응 검사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식블로그에서 PCR을 특정 표적 DNA를 증폭하는 방법으로 이를 활용하면 매우 적은 양의 DNA로부터 같은 DNA를 대량으로 증폭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 검사에 사용되는 PCR 제품은 국내 다섯 종류가 있는데, 각 제품 마다 검출하는 유전자가 다릅니다.


어떤 제품은 RdRp유전자와 E유전자가 검출되는지를 봐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어떤 제품은 RdRp유전자와 E유전자, N유전자를 검출해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다르냐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이 유전자는 N, E, S, RdRp, Orf1a, Orf1ab 등등 다양한데, 이 가운데 어떤 유전자를 검출해낼 것인지는 국가마다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환자에게서 위에 나열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모든 유전자를 완전히 다 검출해서 완벽하게 대조하면 좋겠지만, 그건 오래 걸리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국가마다 검출 유전자는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은 가장 변이를 덜 일으킬 것으로 보이는 유전자를 최소 2개 이상 검사해서 둘 다 '양성' 반응이 나타나는지를 보고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 韓 초기 'RdRp, E 유전자', 美 'RdRp, N 유전자' 권고

그렇다면 각 국가들은 그걸 어떻게 판단할까요?

국가별로 자체 연구진의 판단이 있겠지만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이나 선진국 사례를 많이 참고합니다.

대표적인 기관이 세계보건기구 WHO와 미국의 질병관리본부인 CDC입니다. WHO는 말 그대로 세계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이고, CDC는 미국이 의료 선진국으로 평가받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발병 초기 WHO는 참고할만한 유전자 검출 방식을 독일, 홍콩, 중국 등 7국의 사례를 들어 소개했고, 미국 CDC는N유전자(N1, N2, N3 부분) 검출을 권고했습니다.

우리나라는 RdRp, E유전자 검출 방법을 권고하고, 2월 4일 처음으로 코젠바이오텍사의 PCR 키트를 긴급사용승인 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진단 도구 지침을 개발한 대한진단검사의학회 관계자는 "(WHO가 제시한 사례 가운데) 코로나 초기에 제일 처음 시퀀싱(유전자 배열)을 개발하고 공표한 게 독일인데 1월에 E, RdRp, N유전자를 검출하는 시약을 개발했다가 5일 뒤에 민감도 문제로 N유전자를 뺐다"며 우리나라도 코로나 확산 초기 이 같은 상황을 참고해 국내 시약회사에 E유전자와 RdRp유전자를 포함시키도록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지난 18일 "적어도 2개 이상의 유전자 부위를 검사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검사하되 성능 평가를 통과하는 조건으로 현재 긴급사용승인을 한 상황"이라며 "국가마다 사용하는 유전자 부위가 달라 (검사 정확도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가능할 수는 있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 "미국 방식 더 정확"…미국서도 정확도 논란

N유전자 검출 진단 도구를 사용하는 미국에서도 진단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있습니다.

지난달 29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뉴욕주 등에서 N유전자 가운데 N3를 진단하는 시약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자, CDC는 N3시약을 사용하지 말고 N1, N2로만 판별하라고 권고했습니다. 하지만 N1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추가로 나오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미국 뉴욕 주립연구소와 뉴욕시연구소에서 N1유전자에도 결함이 있어 CDC와 FDA의 권고가 아무런 효과가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국내에선 반대로 N유전자를 검사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내용을 담은 사전논문도 나왔습니다.


명지병원과 조선대병원 의료진이 지난 28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에 공개한 연구결과인데, 코로나19 초기 3명의 환자를 사례로 제시하며 N유전자를 검출하는 것이 코로나19 판정에 더 효율적이라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다른 연구자들의 심사를 받지 못한 사전 논문이라는 한계와 함께, 사례가 너무 적고, 다른 변인이 통제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가 특정 제약 업체와 이해관계인이라는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 "정확도 비교 현재 불가능…중요한건 검체와 환자 상태"

결국, 코로나19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의혹이 여러 나라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어떤 검사 방식이 더 정확도가 높은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진단 도구의 정확성 논란에 대해 박형두 삼성서울병원 진담검사의학과 교수는 "(정확도를 비교하려면) 똑같은 환자에서 똑같은 검체를 가지고 비교한 논문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비교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교수는 특히 "검사 결과가 달라지는 제일 큰 문제는 검체 문제일 수 있고, 환자 상태 문제일 수 있다"며 "질병이 진행되거나 치료되면서 환자 상태가 바뀌고 바이러스의 양이 늘거나 줄면서 나타나는 문제"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때문에 질본에서도 환자의 증상이 어떤지, 검체를 어떻게 채취했는지, 신체 어디에서 채취했는지에 따라 옮기는 방법, 검사를 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안내하고 있습니다.

또, 검체만큼이나 검사 환경도 중요하기 때문에 생물안전 2등급 이상의 검사실에서 오염 없이 관리하도록 지침을 세우고 있습니다. 진단 정확도에 여러 변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다만, 지금까지 진단 도구는 말 그대로 '긴급승인'을 받은 제품이었고, 앞으로 데이터를 연구해 정확도를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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