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돋보기] 아이스링크가 ‘임시 영안실’로…스페인 요양원에선 무슨 일이?

입력 2020.03.27 (08:00) 수정 2020.03.2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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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게티이미지]

[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게티이미지]

코로나19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스페인에서 최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노인들이 수십 명씩 함께 지내는 한 요양원에서 노인 환자들이 집단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입니다.

'스페인 요양원서 노인들이 숨진 채 방치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동원된 군인들이 노인 시설을 방역하는 모습 (출처:AFP=연합뉴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동원된 군인들이 노인 시설을 방역하는 모습 (출처:AFP=연합뉴스 )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된 응급대응군(UME)이 방역과 청소를 위해 한 노인 시설을 방문했다가 숨진 노인들을 발견했다는 보도였는데요.

이 소식은 국내서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100여 명 있는 양로원에서 바닥에 숨진 채 발견된 노인들이 10명, 침대에서 숨진 노인들은 11명"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확산됐습니다.

이들 모두 침대 생활을 하는 노인들인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서 직원과 의사 등이 작정하고 기부금와 귀중품 등을 챙겨서 도망을 갔고 그 바람에 노인들은 5일 동안이나 방치됐다는 겁니다.

국내 인터넷상에서는 살아남은 노인들도 며칠째 밥을 못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가 됐고 위중하다는 내용까지 떠돌았습니다.

사실은?

이 내용들이 사실인지, 스페인 현지 뉴스를 찾아봤습니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 요양시설 실태 보도 (출처: El Pais 캡처)스페인 현지 언론들, 요양시설 실태 보도 (출처: El Pais 캡처)

실제 BBC 스페인 등은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해 "(한 시설에서) 일부 노인들이 완전히 방치됐고, 일부는 침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10여 명이 숨진 채 발견됐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망자가 몇 명인지, 또 의료진 등이 도주하는 바람에 이들이 방치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살아남은 노인들도 영양실조 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내용 역시, 현지 매체들에서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었습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요양시설 직원들 일부가 노인들을 내버려두고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는데요.

확인된 것보다 요양시설 현실은 '더 심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출처:El Pais 캡처)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출처:El Pais 캡처)

문제는 스페인 요양시설의 현실이 국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내용보다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스페인 현지 언론 '엘 파이스(El PAIS)'는 "공식적인 정부 발표는 없지만, 지난주 전국의 노인 요양시설들에서 100명 넘게 노인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또 노인층과 사회복지 담당부서 관계자 말을 인용해 "과포화된 노인 요양시설에서 방치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건 당국이 현재 살피지 못하는 요양시설, 양노원 등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들이 있고 이 가운데서 또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마드리드의 한 요양원에서는 현지시간 25일, 두 명의 수녀를 포함해 모두 23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노인 요양시설, 사실상 '무방비' 상태

현지 언론들은 또 요양원과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도 전했는데요.

스페인의 한 요양시설을 방역하는 모습 (출처:El Pais 캡처)스페인의 한 요양시설을 방역하는 모습 (출처:El Pais 캡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요양시설 직원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지원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으로 노인 확진자가 나와도 감염 위험을 안고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코로나19 감염으로 노인이 숨져도, 장례 절차를 위해 시신을 이송하는 사람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시신을 그대로 침대에 둘 수밖에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El PAIS)'는 실제 "보통 요양시설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장례업체에서 시신을 운구하러 올 때까지 시설 내 영안실로 옮긴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될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서 규칙에 따라 시신을 만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시신 운구때까지 2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요양시설에서 사망자가 나와도 시신을 침대 위에 24시간을 방치해 둘 수밖에 없고 요양시설 거주자들은 모두 이 시간 동안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겁니다.

사망자 얼마나 나왔으면…아이스링크가 '임시 영안실'로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화장장 2곳 등을 관리하는 공립 장례기관이, '더는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지 못하겠다'고 보이콧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마드리드 정부는 '특별한 조치'를 임시 방편으로 내놓았는데요.

‘임시 영안실’로 지정된 쇼핑몰 아이스링크로 향하는 차량 (출처:AFP=연합)‘임시 영안실’로 지정된 쇼핑몰 아이스링크로 향하는 차량 (출처:AFP=연합)

마드리드 시내 중심부 쇼핑센터에 있는 아이스링크를 '임시 영안실'로 사용하기로 한 겁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통계에 따르면 26일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 9천 명을 넘었습니다.

확진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호텔과 박람회장을 임시 병동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스페인 마드리드 한 전시장에서 의료진들이 임시 병동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AFP=연합)스페인 마드리드 한 전시장에서 의료진들이 임시 병동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AFP=연합)

하지만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스페인의 누적 사망자가 세계에서 2번째로 많아지면서 이제는 영안실과 장례시설마저 시급한 상황이 됐습니다.

▶ ‘ 코로나19 확산 우려’ 최신 기사 보기
http://news.kbs.co.kr/news/list.do?icd=19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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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3-27 08:00:26
    • 수정2020-03-27 08: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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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AFP=연합뉴스·게티이미지]

코로나19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스페인에서 최근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노인들이 수십 명씩 함께 지내는 한 요양원에서 노인 환자들이 집단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내용입니다.

'스페인 요양원서 노인들이 숨진 채 방치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동원된 군인들이 노인 시설을 방역하는 모습 (출처:AFP=연합뉴스 )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편성된 응급대응군(UME)이 방역과 청소를 위해 한 노인 시설을 방문했다가 숨진 노인들을 발견했다는 보도였는데요.

이 소식은 국내서도 빠르게 퍼졌습니다.

"100여 명 있는 양로원에서 바닥에 숨진 채 발견된 노인들이 10명, 침대에서 숨진 노인들은 11명"이라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확산됐습니다.

이들 모두 침대 생활을 하는 노인들인데,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면서 직원과 의사 등이 작정하고 기부금와 귀중품 등을 챙겨서 도망을 갔고 그 바람에 노인들은 5일 동안이나 방치됐다는 겁니다.

국내 인터넷상에서는 살아남은 노인들도 며칠째 밥을 못지 못해 영양실조 상태가 됐고 위중하다는 내용까지 떠돌았습니다.

사실은?

이 내용들이 사실인지, 스페인 현지 뉴스를 찾아봤습니다.

스페인 현지 언론들, 요양시설 실태 보도 (출처: El Pais 캡처)
실제 BBC 스페인 등은 마르가리타 로블레스 스페인 국방장관의 말을 인용해 "(한 시설에서) 일부 노인들이 완전히 방치됐고, 일부는 침상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10여 명이 숨진 채 발견됐지만, 구체적으로 확인된 사망자가 몇 명인지, 또 의료진 등이 도주하는 바람에 이들이 방치됐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살아남은 노인들도 영양실조 상태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내용 역시, 현지 매체들에서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었습니다.

다만 현지 언론들은 코로나19가 발병하자 요양시설 직원들 일부가 노인들을 내버려두고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는데요.

확인된 것보다 요양시설 현실은 '더 심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이송하는 모습 (출처:El Pais 캡처)
문제는 스페인 요양시설의 현실이 국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된 내용보다 더 심각하다는 겁니다.

스페인 현지 언론 '엘 파이스(El PAIS)'는 "공식적인 정부 발표는 없지만, 지난주 전국의 노인 요양시설들에서 100명 넘게 노인 사망자가 나왔다"고 전했습니다.

또 노인층과 사회복지 담당부서 관계자 말을 인용해 "과포화된 노인 요양시설에서 방치 사례가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건 당국이 현재 살피지 못하는 요양시설, 양노원 등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노인들이 있고 이 가운데서 또 사망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마드리드의 한 요양원에서는 현지시간 25일, 두 명의 수녀를 포함해 모두 23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노인 요양시설, 사실상 '무방비' 상태

현지 언론들은 또 요양원과 요양시설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이야기도 전했는데요.

스페인의 한 요양시설을 방역하는 모습 (출처:El Pais 캡처)
보도에 따르면 현재 일부 요양시설 직원들은 제대로 된 장비도 지원받지 못한 채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으로 노인 확진자가 나와도 감염 위험을 안고 일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 코로나19 감염으로 노인이 숨져도, 장례 절차를 위해 시신을 이송하는 사람들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시신을 그대로 침대에 둘 수밖에는 없다고 전했습니다.

스페인 언론 '엘 파이스(El PAIS)'는 실제 "보통 요양시설에서 사망자가 나오면 장례업체에서 시신을 운구하러 올 때까지 시설 내 영안실로 옮긴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될 경우 감염 우려가 있어서 규칙에 따라 시신을 만져서는 안 된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페인에서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시신 운구때까지 2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요양시설에서 사망자가 나와도 시신을 침대 위에 24시간을 방치해 둘 수밖에 없고 요양시설 거주자들은 모두 이 시간 동안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겁니다.

사망자 얼마나 나왔으면…아이스링크가 '임시 영안실'로

이런 상황에서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화장장 2곳 등을 관리하는 공립 장례기관이, '더는 코로나19 사망자를 받지 못하겠다'고 보이콧을 하는 사태까지 발생했습니다.

그러자 마드리드 정부는 '특별한 조치'를 임시 방편으로 내놓았는데요.

‘임시 영안실’로 지정된 쇼핑몰 아이스링크로 향하는 차량 (출처:AFP=연합)
마드리드 시내 중심부 쇼핑센터에 있는 아이스링크를 '임시 영안실'로 사용하기로 한 겁니다.

미 존스홉킨스 대학의 통계에 따르면 26일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 9천 명을 넘었습니다.

확진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서 호텔과 박람회장을 임시 병동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는데요.

스페인 마드리드 한 전시장에서 의료진들이 임시 병동을 설치하는 모습 (출처:AFP=연합)
하지만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스페인의 누적 사망자가 세계에서 2번째로 많아지면서 이제는 영안실과 장례시설마저 시급한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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