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발 묶인 해외 교민들…국내 가족들은 발 동동

입력 2020.03.27 (08:26) 수정 2020.03.27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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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 국내 입국한 해외 유학생이 자가격리 의무를 어기고 가족과 제주 여행을 다녀와 확진 판정을 받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공분했죠?

지금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집콕 생활을 하고 있는데, 확산세가 심각한 해외에서 귀국하자마자 국내 여행을 간 행태가 괘씸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교민이나 유학생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마스크 한 장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이들의 속 타는 사연들,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독일의 한 번화가.

평소엔 인파로 붐비는 곳이지만 지금은 거리가 한산합니다.

가게 문은 대부분 닫힌 상태, 마트 안 판매대는 텅텅 비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22일, 외출 자제령을 발표한 이후 달라진 모습인데요.

[박현종/독일 유학생 : "독일에서 코로나가 심해진 다음부터는 거의 이제 파스타, 휴지는 당연하고 세정제 마스크 쌀 이런 거는 한 번도 구경도 못 해봤고요. 가게들도 문을 다 닫고 기차도 간편 운행하고, 이제 길거리에 사람도 많이 없으니까……."]

전 세계 학교 대부분이 휴교한데다, 이동제한이 내려진 경우도 많아 현지 유학생들은 갇혀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엄혜은/영국 유학생 : "일단 여기서 방역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냥 저는 자체적으로 조심을 한다고 집에만 있거든요. 그게 한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특히 한국인 확진자가 급증할 때 생긴 혐오가 아직도 남아있어 불안에 떠는 경우도 많습니다.

[엄혜은/영국 유학생 :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외국인들이 와서 너 왜 마스크 쓰고 다니냐 아니면 너 확진자냐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가……."]

특히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는 학생들이 많은 호주나 뉴질랜드,

대다수 영업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유학생들의 일자리도 사라졌습니다.

[이율/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 "실업자가 돼 있는 상태고 보조금이라고 해서 80%를 준다고 하긴 하는데 뉴질랜드는 일주일마다 집값이 나가요. (힘든데) 그냥 버티고 있는 거예요."]

당장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도 없는 상황. 사실상 비행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황유성/뉴질랜드 방문자 : "일단 거의 아예 없다고 보셔도 되고요. 정말 극히 일부 있는 비행기표는 가격이 정말 터무니없이 비싼 표. 막 7백만 원, 천만 원 이런 표도 있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유지에서 거의 외국인이 구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해외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데요.

[캐나다 유학생 부모(음성변조) : "'티켓이 계속 없어지고 있다는 거 같은데 아빠, 어떡하면 될까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고민스럽더라고요. (고1 학생이) 혼자 오기에는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고 인천공항에서 또 격리될 수 있는 상황도 되다 보니까……."]

귀국을 포기하고 현지에서 머물기로 결정해도 문제는 마스크입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요.

[감주영/스페인 교민 : "뉴스에 보면 의료진이 의료보호 장비가 없어서 쓰레기봉투 대충 잘라서 그렇게 쓰고요. 진짜 눈물 없이 못 봐요. 진짜 심각해요. 경찰들도 마스크가 없어 못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마스크를 면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를 하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안부만 듣고 있어야 하는 한국의 부모들로서는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유학생 부모(음성변조) : "아무래도 여러 사람 모이는 데가 걱정이잖아요. 뉴욕이 또 지금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비닐장갑 끼고 마스크 꼭 쓰고 그렇게는 얘기했는데……."]

다행히 지난 24일부터는 마스크를 해외 가족에게 보낼 수 있게 됐는데요.

부모와 자녀, 또 배우자에 한해 해외 가족 1인당 한 달에 8장까지 우편 발송이 가능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우체국에는 관련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국혜영/중앙우체국: "증가했습니다. 1일 걸려오는 전화 문의와 방문의 70% 정도가 해외 가족에게 보내는 마스크 관련 문의입니다."]

실제 우체국에 가 보니, 마스크를 보내러 온 사람들, 적지 않았는데요.

[박영휘/서울시 중구 : "최대한 나가지는 않는데 그래도 혹시 필요할까봐 이게 한달에 한번 8장 보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일단 보내보고 하려고요."]

하지만 인터넷 사전 접수 같은 절차나 해외 가족에게 각각 우편물을 분리해 보내야 하는 규정에 대해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정구철/서울시 서초구 : "우리 애들이 미국에 꼬맹이까지 같이 가 있거든요. 손녀들도 있고 그런데 이거 보내는 것도 따로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여기다 더하면 되는데 같은 보내면 안 된다는 거야. 이런 규정이 어딨어."]

게다가 형제 자매끼리는 마스크를 보낼 수 없다 보니 이런 문제도 생기는데요.

일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동생을 위해 어렵게 마스크를 사 모았다는 A 씨.

[일본 교민 가족 : "한국에는 그래도 5부제, 마스크 5부제라도 되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타서 제가 이렇게 하나씩 모아놨습니다. 혹시나 보낼 수 있을까 싶어서……."]

마스크 해외 발송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기뻤지만 이내 실망해야 했습니다.

[일본 교민 가족 : "가족 형제나 자매는 안 되고 배우자와 직계가족밖에 안 된대요. 그러니 얼마나 난감해요. 부모도 안 계시는데 누가 있어요. 결혼도 안 하고 형제밖에 없죠. 못 보낸다니까 너무나 안타까워요."]

정부는 국내 수량을 고려해 범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급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전 세계가 힘겨운 상황, 해외 교민과 유학생들의 귀국이 잇따르고 있지만, 남은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고통은 하루하루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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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발 묶인 해외 교민들…국내 가족들은 발 동동
    • 입력 2020-03-27 08:29:18
    • 수정2020-03-27 12: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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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어제, 국내 입국한 해외 유학생이 자가격리 의무를 어기고 가족과 제주 여행을 다녀와 확진 판정을 받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공분했죠?

지금 국민들은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 달 넘는 시간 동안 집콕 생활을 하고 있는데, 확산세가 심각한 해외에서 귀국하자마자 국내 여행을 간 행태가 괘씸하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해외에서 들어오는 교민이나 유학생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은 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마스크 한 장 보내고 싶어도 보내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구르는 가족들이 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서는 이들의 속 타는 사연들,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독일의 한 번화가.

평소엔 인파로 붐비는 곳이지만 지금은 거리가 한산합니다.

가게 문은 대부분 닫힌 상태, 마트 안 판매대는 텅텅 비었습니다.

메르켈 총리가 22일, 외출 자제령을 발표한 이후 달라진 모습인데요.

[박현종/독일 유학생 : "독일에서 코로나가 심해진 다음부터는 거의 이제 파스타, 휴지는 당연하고 세정제 마스크 쌀 이런 거는 한 번도 구경도 못 해봤고요. 가게들도 문을 다 닫고 기차도 간편 운행하고, 이제 길거리에 사람도 많이 없으니까……."]

전 세계 학교 대부분이 휴교한데다, 이동제한이 내려진 경우도 많아 현지 유학생들은 갇혀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엄혜은/영국 유학생 : "일단 여기서 방역을 시작하지 않아서 그냥 저는 자체적으로 조심을 한다고 집에만 있거든요. 그게 한 일주일 정도 되었는데……."]

특히 한국인 확진자가 급증할 때 생긴 혐오가 아직도 남아있어 불안에 떠는 경우도 많습니다.

[엄혜은/영국 유학생 :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외국인들이 와서 너 왜 마스크 쓰고 다니냐 아니면 너 확진자냐 이렇게 물어보는 경우가……."]

특히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일하는 학생들이 많은 호주나 뉴질랜드,

대다수 영업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유학생들의 일자리도 사라졌습니다.

[이율/뉴질랜드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 "실업자가 돼 있는 상태고 보조금이라고 해서 80%를 준다고 하긴 하는데 뉴질랜드는 일주일마다 집값이 나가요. (힘든데) 그냥 버티고 있는 거예요."]

당장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도 없는 상황. 사실상 비행편이 끊겼기 때문입니다.

[황유성/뉴질랜드 방문자 : "일단 거의 아예 없다고 보셔도 되고요. 정말 극히 일부 있는 비행기표는 가격이 정말 터무니없이 비싼 표. 막 7백만 원, 천만 원 이런 표도 있고. 있다고 하더라도 경유지에서 거의 외국인이 구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요."]

해외에 자녀를 둔 부모들은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는데요.

[캐나다 유학생 부모(음성변조) : "'티켓이 계속 없어지고 있다는 거 같은데 아빠, 어떡하면 될까요' 하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고민스럽더라고요. (고1 학생이) 혼자 오기에는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고 인천공항에서 또 격리될 수 있는 상황도 되다 보니까……."]

귀국을 포기하고 현지에서 머물기로 결정해도 문제는 마스크입니다.

마스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인데요.

[감주영/스페인 교민 : "뉴스에 보면 의료진이 의료보호 장비가 없어서 쓰레기봉투 대충 잘라서 그렇게 쓰고요. 진짜 눈물 없이 못 봐요. 진짜 심각해요. 경찰들도 마스크가 없어 못 쓰고 있거든요. 그래서 하루에 제가 할 수 있는 한 마스크를 면으로 만들어서 그런 거를 하고 있어요."]

수화기 너머로 안부만 듣고 있어야 하는 한국의 부모들로서는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 유학생 부모(음성변조) : "아무래도 여러 사람 모이는 데가 걱정이잖아요. 뉴욕이 또 지금 엄청나게 많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어쨌든 비닐장갑 끼고 마스크 꼭 쓰고 그렇게는 얘기했는데……."]

다행히 지난 24일부터는 마스크를 해외 가족에게 보낼 수 있게 됐는데요.

부모와 자녀, 또 배우자에 한해 해외 가족 1인당 한 달에 8장까지 우편 발송이 가능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우체국에는 관련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국혜영/중앙우체국: "증가했습니다. 1일 걸려오는 전화 문의와 방문의 70% 정도가 해외 가족에게 보내는 마스크 관련 문의입니다."]

실제 우체국에 가 보니, 마스크를 보내러 온 사람들, 적지 않았는데요.

[박영휘/서울시 중구 : "최대한 나가지는 않는데 그래도 혹시 필요할까봐 이게 한달에 한번 8장 보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일단 보내보고 하려고요."]

하지만 인터넷 사전 접수 같은 절차나 해외 가족에게 각각 우편물을 분리해 보내야 하는 규정에 대해 불만도 터져 나왔습니다.

[정구철/서울시 서초구 : "우리 애들이 미국에 꼬맹이까지 같이 가 있거든요. 손녀들도 있고 그런데 이거 보내는 것도 따로 이렇게 보내야 하는 게 이해가 안 가요. 여기다 더하면 되는데 같은 보내면 안 된다는 거야. 이런 규정이 어딨어."]

게다가 형제 자매끼리는 마스크를 보낼 수 없다 보니 이런 문제도 생기는데요.

일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여동생을 위해 어렵게 마스크를 사 모았다는 A 씨.

[일본 교민 가족 : "한국에는 그래도 5부제, 마스크 5부제라도 되니까 일주일에 한 번씩 타서 제가 이렇게 하나씩 모아놨습니다. 혹시나 보낼 수 있을까 싶어서……."]

마스크 해외 발송이 가능해졌다는 소식에 기뻤지만 이내 실망해야 했습니다.

[일본 교민 가족 : "가족 형제나 자매는 안 되고 배우자와 직계가족밖에 안 된대요. 그러니 얼마나 난감해요. 부모도 안 계시는데 누가 있어요. 결혼도 안 하고 형제밖에 없죠. 못 보낸다니까 너무나 안타까워요."]

정부는 국내 수량을 고려해 범위를 제한할 수밖에 없었지만 수급 상황에 따라 변경될 가능성은 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전 세계가 힘겨운 상황, 해외 교민과 유학생들의 귀국이 잇따르고 있지만, 남은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타들어가는 고통은 하루하루 더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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