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정당 ‘쌍둥이 버스’ 더불어 못달리나?

입력 2020.04.03 (18: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4.15 총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어제(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 두 대의 대형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색깔, 같은 슬로건, 같은 숫자가 적힌 '쌍둥이 버스'인데, 자세히 보면 딱 하나, 당 이름이 다릅니다. 버스 한 대에는 '더불어민주당', 다른 한 대에는 '더불어시민당'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시민당이 대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동 출정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선거운동 이틀째인 오늘, 두 당의 '쌍둥이 버스' 전략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버스(위), 더불어시민당 버스(아래)더불어민주당 버스(위), 더불어시민당 버스(아래)

"기호 1번 민주당·5번 더불어시민당" vs. "4월 15일"

쌍둥이 버스에서 문제가 된 건 숫자 '1'과 '5'입니다.

버스 측면에는 '국민을 지킵니다'라는 슬로건이 있고, 왼쪽에는 숫자 '1'이, 오른쪽에는 '5'가 커다랗게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숫자 앞뒤로 '4월'과 '일'이 조그맣게 적혀 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 투표일인 4월 15일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이게 '4월 15일'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기호 1과 5를 의미하는 건지 헷갈립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만 낸 민주당은 기호 1번을, 비례정당 후보만 낸 더불어시민당은 기호 5번을 부여받았습니다. 1번 민주당과 5번 시민당을 찍어달라는 걸로 보이기도 하는 이윱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대형 버스에 기호 1번과 5번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게 문제가 되나, 싶기도 합니다. 문제가 되는 이유, 선관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민주당 이해찬·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좌), 더불어시민당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우)민주당 이해찬·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좌), 더불어시민당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우)

선관위 "정당 업무 차량에 기호 표시 불가…당에 시정 요구"

문제가 되는 이유, 이 쌍둥이 버스는 정식으로 등록된 '선거 차량'이 아닌, 정당 업무용 버스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 6달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정당과 후보자의 명칭이나 성명, 또는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시설물 등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정당의 쌍둥이 버스 역시, 후보자들의 유세차 같은 선거 차량이 아닌 '업무용 차량'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걸리는 겁니다.

선거법에선 정당의 업무용 차량에 정당 이름이나 전화번호, 정책구호 등을 표시하는 건 괜찮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쌍둥이 버스의 '1'과 '5'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늘(3일) KBS와의 통화에서 "두 정당이 버스에 숫자 1과 5를 부각한 표시물을 붙였는데, 이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걸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가 오늘 오후, 두 정당에 선거법 위반 행위를 중지하고, 즉시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어제(2일) 국회 본청 앞에 모습을 드러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쌍둥이 버스어제(2일) 국회 본청 앞에 모습을 드러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쌍둥이 버스

민주 윤호중 "표현의 자유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 없어야"

이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윤 사무총장은 오늘,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대위 회의에서 "중앙선관위에서 4월 15일에 10단위와 1단위가 너무 떨어져 있다고 해서 이걸 붙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1과 5가 떨어져 있으면 15가 아니고 붙어있으면 15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선관위가 과도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정당과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다만, "선관위 입장이 정 그렇다면 선관위 지도를 어겨가면서까지 선거운동할 생각은 없다"면서 선관위의 시정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도 선관위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공동 논평을 내고 "변칙은 허용하고 표현만 제한하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국민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강훈식·시민당 제윤경 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누구나 아는 같은 뿌리의 위성정당을 탄생시켜놓고는, 이들의 선거운동에는 로고나 문구 등 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형제정당 ‘쌍둥이 버스’ 더불어 못달리나?
    • 입력 2020-04-03 18:08:04
    취재K
4.15 총선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어제(2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 두 대의 대형 버스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같은 색깔, 같은 슬로건, 같은 숫자가 적힌 '쌍둥이 버스'인데, 자세히 보면 딱 하나, 당 이름이 다릅니다. 버스 한 대에는 '더불어민주당', 다른 한 대에는 '더불어시민당'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민주당과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이날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승리하고 비례대표 선거에서 시민당이 대승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동 출정식을 가졌습니다.

그런데 선거운동 이틀째인 오늘, 두 당의 '쌍둥이 버스' 전략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버스(위), 더불어시민당 버스(아래)
"기호 1번 민주당·5번 더불어시민당" vs. "4월 15일"

쌍둥이 버스에서 문제가 된 건 숫자 '1'과 '5'입니다.

버스 측면에는 '국민을 지킵니다'라는 슬로건이 있고, 왼쪽에는 숫자 '1'이, 오른쪽에는 '5'가 커다랗게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숫자 앞뒤로 '4월'과 '일'이 조그맣게 적혀 있습니다.

민주당은 총선 투표일인 4월 15일을 뜻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멀리서 보면, 이게 '4월 15일'을 의미하는 건지, 아니면 기호 1과 5를 의미하는 건지 헷갈립니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만 낸 민주당은 기호 1번을, 비례정당 후보만 낸 더불어시민당은 기호 5번을 부여받았습니다. 1번 민주당과 5번 시민당을 찍어달라는 걸로 보이기도 하는 이윱니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대형 버스에 기호 1번과 5번을 찍어달라고 호소하는 게 문제가 되나, 싶기도 합니다. 문제가 되는 이유, 선관위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민주당 이해찬·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좌), 더불어시민당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우)
선관위 "정당 업무 차량에 기호 표시 불가…당에 시정 요구"

문제가 되는 이유, 이 쌍둥이 버스는 정식으로 등록된 '선거 차량'이 아닌, 정당 업무용 버스이기 때문입니다.

현행 선거법은 선거 6달 전부터 선거 당일까지 정당과 후보자의 명칭이나 성명, 또는 그걸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시설물 등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두 정당의 쌍둥이 버스 역시, 후보자들의 유세차 같은 선거 차량이 아닌 '업무용 차량'이기 때문에 이 부분이 걸리는 겁니다.

선거법에선 정당의 업무용 차량에 정당 이름이나 전화번호, 정책구호 등을 표시하는 건 괜찮다고 예외조항을 두고 있지만, 쌍둥이 버스의 '1'과 '5'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입니다.

선관위 관계자는 오늘(3일) KBS와의 통화에서 "두 정당이 버스에 숫자 1과 5를 부각한 표시물을 붙였는데, 이는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걸로 판단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선관위가 오늘 오후, 두 정당에 선거법 위반 행위를 중지하고, 즉시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어제(2일) 국회 본청 앞에 모습을 드러낸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쌍둥이 버스
민주 윤호중 "표현의 자유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 없어야"

이에 대해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은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습니다.

윤 사무총장은 오늘, 제주도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대위 회의에서 "중앙선관위에서 4월 15일에 10단위와 1단위가 너무 떨어져 있다고 해서 이걸 붙이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1과 5가 떨어져 있으면 15가 아니고 붙어있으면 15라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선관위가 과도하게 선거운동을 하는 정당과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다만, "선관위 입장이 정 그렇다면 선관위 지도를 어겨가면서까지 선거운동할 생각은 없다"면서 선관위의 시정 요청을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도 선관위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공동 논평을 내고 "변칙은 허용하고 표현만 제한하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국민들의 혼란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민주당 강훈식·시민당 제윤경 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누구나 아는 같은 뿌리의 위성정당을 탄생시켜놓고는, 이들의 선거운동에는 로고나 문구 등 미세한 것 하나하나까지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선대본부장인 윤호중 사무총장이 발언하고 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