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 점검K]④ 3,300조 공약 남발…‘국토위 1순위 희망’ 속내는?

입력 2020.04.08 (07:00) 수정 2020.04.0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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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꽂힌 두툼한 선거공보물 꺼내 보셨나요? 2년 전 지방선거 때는 한 집배원이 공보물을 우편함에 안 넣고, 아파트 한쪽에 쌓아뒀다 경찰 조사를 받는 소동이 있기도 했는데요. 공보물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적은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21대 총선 후보자 선거공보물에는 후보자의 개인 정보와 함께 공약도 담겨 있는데요. 치적을 내세울 뿐, 공약을 제대로 안 쓴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약을 있는 대로 늘어놔, 어떤 게 주요 공약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공약 5개씩만 골라도 예산 3,260조…후보자 1명당 10조

그래서 후보자들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7일 현재 전국 253개 지역구에 입후보한 후보자는 1,110명인데요. KBS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달 2일부터 원내 정당 등 10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자 686명에게 공약 질문지를 보냈습니다. 어떤 공약이 5대 핵심공약인지, 또 그 공약을 실현하는데 얼마가 들 것으로 추산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거운동 시작 전인 4월 1일까지 한 달간 답변을 보낸 후보자는 8개 정당(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민중당, 친박신당, 기본소득당)과 무소속 후보자 404명입니다. 이들이 보낸 5대 핵심공약만 합쳐도 모두 1,974개, 예산의 총합은 3,259조 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정부 예산(512조 3천억 원)의 6.4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후보자 1명당 공약 실현에 필요한 예산은 평균 10조 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추산하는 소요 예산이 약 9조 천억 원인데요. 이 액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따라 조정되겠지만, 현재로선 후보자 1명의 공약 예산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규모보다 많은 겁니다. 정치권에선 재난지원금 규모를 두고도, 선거를 앞두고 표를 노린 포퓰리즘 아니냐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요 예산 TOP 5…'370조 기초소득·150조 투자 유치' 어떻게?

공약 전체가 아니라 공약 하나만 해도 100조 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후보자들이 이런 공약들을 내놨을까요? 최상위 5명을 뽑아봤습니다.


가장 돈 많이 드는 공약을 낸 후보, 경기도 고양시정 선거구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입니다. 올해부터 매달 6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데, 총 372조 원이 듭니다. 불안정한 시대, 기본소득을 통해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인데요. 관련법 개정하고, 재원 마련은 시민재분배기여금토지보유세와 탄소세를 신설해 충당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세제 개편 모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현실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두번째 예산 많이 드는 공약도 기본소득입니다. 인천 부평구갑,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후보도 전 국민 기본소득 실현하겠다며 필요한 예산을 187조 원으로 추계했습니다. 3위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입후보한 우리공화당 강태성 후보로 공약 하나에 150조 원 듭니다. 구리지역 투자 기업에 10년간 토지를 무상임대하고 세제 혜택도 주겠다는데요. 기업들에 빌려줄 토지 어떻게 구할 건지 봤더니, 구리시가 그린벨트 토지를 매입해 그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답니다. 예산 150조 원은 지방채권 발행해 조달하겠다는데, 이는 올해 구리시 예산의 225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10개 중 8개가 지역 공약…'닮은꼴' 공약·유치 경쟁까지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공약이 지역과 관련한 공약인지, 국가 단위에서 수행해야 하는 국정공약인지 물었습니다. 후보자 답변을 집계해보니, 지역 관련 공약비율이 76.7%나 됐습니다. 10개 중 8개가 지역 공약이라는 뜻입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 관련 공약 예산, 천5백조 원을 훌쩍 넘습니다.


지역 공약이 범람하면서, 공약 명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상당했는데요. 같은 선거구에서 맞붙는 다른 정당 후보들끼리도, 지역 개발 이슈라면 한목소리였습니다. 똑같은 사업을 두고도, 여러 지역 후보자들이 서로 자기가 유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닮은꼴 공약 어떤 것들인지 살펴봤습니다.


공약 이름이나 내용에 GTX라는 단어가 40번이나 등장하는데요.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 GTX는 교통난 해소뿐 아니라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쳐 유권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GTX-C노선은 정차역 유치경쟁이 뜨겁습니다. 경기도 안양시동안구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후보와 미래통합당 심재철 후보는 둘 다 GTX-C 노선에 인덕원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노선을 따라 비슷한 상황입니다. 화성시병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후보도 병점역 연장하겠다, 양주시 미래통합당 안기영 후보도 양주역 연장하겠다, 여야 한목소리였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서로 하겠다고 하는 공약, 정부가 지방 균형발전책으로 내놓은 제2 혁신도시 유치입니다. 122개 공공기관을 추가로 이전하는데, 7월부터 신청이 시작됩니다. 충남 홍성군예산군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홍문표 후보, 강원도 강릉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성동 후보 모두 자기 지역에 공공기관 이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공약 내놓은 후보, 울산광역시 남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심규명 후보 등 전국 곳곳에 더 있습니다.

'지역 공약 많은 곳' 세종·울산·광주…수도권은 하위권

지역 관련 공약 많이 낸 후보자들 어느 지역에 많았을까요? 가장 많은 곳, 세종시였습니다. 세종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은 100%, 모두 지역과 관련됐는데요. 행정도시로 개발이 진행 중인 도시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5대 공약에 추가로 KTX역을 오송뿐 아니라 세종에도 유치하자는 공약들까지 나왔습니다.


이어서 울산이 89.8%로 두 번째로 지역 공약이 많았습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조선업계가 침체하면서 이를 대체하려는 개발 공약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어 광주 88.6%, 대구 84.4%, 충남 83.3% 순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지역 관련 공약이 적었습니다. 서울은 71.6%, 경기 71.5%로 하위권이었습니다. 가장 적었던 곳은 전남으로 70.7%였습니다.

'희망 상임위' 1위 국토위·2위 산자위…SOC 유치가 본심?

지역 관련 공약 중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많았는데요. GTX, KTX, 철도, 고속철, 지하철, 전철, 도로 이 7개 단어가 들어간 공약만 해도 274개, 전체의 14%입니다. 이 단어가 등장하는 예산만 327조 원이 넘습니다. 이밖에 전라선, 신안산선, 수도권내륙선, 위례선,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김포한강선, 강북횡단선, 서부선, 동북선, 소사-대곡선, 대곡~성서선, 원종~홍대선, 신분당선, 대구 산업선, 신구로선…… 전국에서 잇겠다는 철도, 도로 끝도 없습니다.

이래서였을까요? 후보자들에게 국회의원이 되면 어느 상임위원회에 소속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후보자 5명 중 1명은 국토교통위원회를 희망했습니다.


전체 상임위가 17개에 이르지만, 전체의 21.8%가 1순위로 국토위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국토위는 철도, 도로 등의 기반 시설과 관련해 입법과 정책 결정을 하는 곳입니다. 국토위를 희망한다는 건, 그만큼 개발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2.9%였습니다. 산자위 역시 산업단지 조성 등 경제, 개발 이슈를 다루는 곳입니다. 국토위를 희망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3위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8.2%)로 지역구가 농어촌 비중이 많은 곳의 후보자들이 이곳을 희망했습니다. 이어서 역시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 (7.4%)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거대 양당' 앞장서 지역 공약 남발…무소속도 환심 공약 많아

어느 정당 소속 후보자들이 지역 관련 공약을 많이 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지역 공약 낸 후보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정당, 미래통합당이었습니다. 미래통합당 후보자의 84.4%가 지역 관련 공약을 냈습니다. 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이 83.5%를 기록해 근소한 차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거대 정당들이 유권자 표심 잡으려고 지역 공약 남발하는 데 앞장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세 번째로 지역 공약 많이 낸 곳은 무소속입니다. 무소속 후보의 81.8%가 지역 공약을 냈는데, 정당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환심 끌 수 있는 공약을 많이 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어 민생당 72% 등의 순이었습니다.

정의당은 48.4%, 전체의 절반 정도가 지역 공약이었는데요. 상대적으로 국가 단위의 국정공약을 많이 냈습니다. 다만 정의당 후보들은 정당 공약을 후보자 공약으로 가져다 쓰면서, 후보자들끼리 공약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이자 국가 대표"…입법부 들어갈 준비 됐나?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성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표성, 두 가지 대표성을 함께 갖습니다. 지역민만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대한 입법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국정감사권이 부여된 것도 국가 대표성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자들이 개발 로비스트에 준하는 많은 지역 개발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입법부인 국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개발 공약도 지역 비전을 담은 개발공약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민원을 기반으로 한 공약이 많다"며 "이는 지역 전체의 발전에도, 국가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과연 21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자들, 입법 활동에 관한 준비는 제대로 하고 나온 걸까요? [공약검증K] 이어지는 기사에선 후보자들의 입법공약 실태를 따져보고, 허술한 공약 관행 어떻게 개선할지 짚어보겠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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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약 점검K]④ 3,300조 공약 남발…‘국토위 1순위 희망’ 속내는?
    • 입력 2020-04-08 07:00:28
    • 수정2020-04-08 11: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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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꽂힌 두툼한 선거공보물 꺼내 보셨나요? 2년 전 지방선거 때는 한 집배원이 공보물을 우편함에 안 넣고, 아파트 한쪽에 쌓아뒀다 경찰 조사를 받는 소동이 있기도 했는데요. 공보물에 관한 관심이 얼마나 적은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례이기도 합니다. 21대 총선 후보자 선거공보물에는 후보자의 개인 정보와 함께 공약도 담겨 있는데요. 치적을 내세울 뿐, 공약을 제대로 안 쓴 경우가 허다합니다. 공약을 있는 대로 늘어놔, 어떤 게 주요 공약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공약 5개씩만 골라도 예산 3,260조…후보자 1명당 10조

그래서 후보자들에게 직접 물었습니다. 7일 현재 전국 253개 지역구에 입후보한 후보자는 1,110명인데요. KBS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난달 2일부터 원내 정당 등 10개 정당과 무소속 후보자 686명에게 공약 질문지를 보냈습니다. 어떤 공약이 5대 핵심공약인지, 또 그 공약을 실현하는데 얼마가 들 것으로 추산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답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선거운동 시작 전인 4월 1일까지 한 달간 답변을 보낸 후보자는 8개 정당(더불어민주당, 미래통합당, 민생당, 정의당, 우리공화당, 민중당, 친박신당, 기본소득당)과 무소속 후보자 404명입니다. 이들이 보낸 5대 핵심공약만 합쳐도 모두 1,974개, 예산의 총합은 3,259조 원에 달했습니다. 올해 정부 예산(512조 3천억 원)의 6.4배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후보자 1명당 공약 실현에 필요한 예산은 평균 10조 천억 원에 달했습니다.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추산하는 소요 예산이 약 9조 천억 원인데요. 이 액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작업에 따라 조정되겠지만, 현재로선 후보자 1명의 공약 예산이 코로나19 재난지원금 규모보다 많은 겁니다. 정치권에선 재난지원금 규모를 두고도, 선거를 앞두고 표를 노린 포퓰리즘 아니냐는 공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소요 예산 TOP 5…'370조 기초소득·150조 투자 유치' 어떻게?

공약 전체가 아니라 공약 하나만 해도 100조 원이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후보자들이 이런 공약들을 내놨을까요? 최상위 5명을 뽑아봤습니다.


가장 돈 많이 드는 공약을 낸 후보, 경기도 고양시정 선거구에 출마한 기본소득당 신지혜 후보입니다. 올해부터 매달 60만 원씩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데, 총 372조 원이 듭니다. 불안정한 시대, 기본소득을 통해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인데요. 관련법 개정하고, 재원 마련은 시민재분배기여금토지보유세와 탄소세를 신설해 충당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법 개정, 세제 개편 모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라 현실화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두번째 예산 많이 드는 공약도 기본소득입니다. 인천 부평구갑,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후보도 전 국민 기본소득 실현하겠다며 필요한 예산을 187조 원으로 추계했습니다. 3위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입후보한 우리공화당 강태성 후보로 공약 하나에 150조 원 듭니다. 구리지역 투자 기업에 10년간 토지를 무상임대하고 세제 혜택도 주겠다는데요. 기업들에 빌려줄 토지 어떻게 구할 건지 봤더니, 구리시가 그린벨트 토지를 매입해 그 땅을 무상으로 빌려주겠답니다. 예산 150조 원은 지방채권 발행해 조달하겠다는데, 이는 올해 구리시 예산의 225배에 달하는 액수입니다.

10개 중 8개가 지역 공약…'닮은꼴' 공약·유치 경쟁까지

후보자들에게 자신의 공약이 지역과 관련한 공약인지, 국가 단위에서 수행해야 하는 국정공약인지 물었습니다. 후보자 답변을 집계해보니, 지역 관련 공약비율이 76.7%나 됐습니다. 10개 중 8개가 지역 공약이라는 뜻입니다. 이렇다 보니 지역 관련 공약 예산, 천5백조 원을 훌쩍 넘습니다.


지역 공약이 범람하면서, 공약 명이 같거나 비슷한 경우가 상당했는데요. 같은 선거구에서 맞붙는 다른 정당 후보들끼리도, 지역 개발 이슈라면 한목소리였습니다. 똑같은 사업을 두고도, 여러 지역 후보자들이 서로 자기가 유치하겠다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닮은꼴 공약 어떤 것들인지 살펴봤습니다.


공약 이름이나 내용에 GTX라는 단어가 40번이나 등장하는데요. 수도권을 연결하는 광역급행철도 GTX는 교통난 해소뿐 아니라 집값에도 큰 영향을 미쳐 유권자들의 관심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GTX-C노선은 정차역 유치경쟁이 뜨겁습니다. 경기도 안양시동안구을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후보와 미래통합당 심재철 후보는 둘 다 GTX-C 노선에 인덕원역을 신설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노선을 따라 비슷한 상황입니다. 화성시병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후보도 병점역 연장하겠다, 양주시 미래통합당 안기영 후보도 양주역 연장하겠다, 여야 한목소리였습니다.

여러 지역에서 서로 하겠다고 하는 공약, 정부가 지방 균형발전책으로 내놓은 제2 혁신도시 유치입니다. 122개 공공기관을 추가로 이전하는데, 7월부터 신청이 시작됩니다. 충남 홍성군예산군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홍문표 후보, 강원도 강릉시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권성동 후보 모두 자기 지역에 공공기관 이전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이 공약 내놓은 후보, 울산광역시 남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심규명 후보 등 전국 곳곳에 더 있습니다.

'지역 공약 많은 곳' 세종·울산·광주…수도권은 하위권

지역 관련 공약 많이 낸 후보자들 어느 지역에 많았을까요? 가장 많은 곳, 세종시였습니다. 세종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공약은 100%, 모두 지역과 관련됐는데요. 행정도시로 개발이 진행 중인 도시의 현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5대 공약에 추가로 KTX역을 오송뿐 아니라 세종에도 유치하자는 공약들까지 나왔습니다.


이어서 울산이 89.8%로 두 번째로 지역 공약이 많았습니다.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조선업계가 침체하면서 이를 대체하려는 개발 공약이 줄을 이었습니다. 이어 광주 88.6%, 대구 84.4%, 충남 83.3% 순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지역 관련 공약이 적었습니다. 서울은 71.6%, 경기 71.5%로 하위권이었습니다. 가장 적었던 곳은 전남으로 70.7%였습니다.

'희망 상임위' 1위 국토위·2위 산자위…SOC 유치가 본심?

지역 관련 공약 중에서는 사회간접자본(SOC) 공약이 많았는데요. GTX, KTX, 철도, 고속철, 지하철, 전철, 도로 이 7개 단어가 들어간 공약만 해도 274개, 전체의 14%입니다. 이 단어가 등장하는 예산만 327조 원이 넘습니다. 이밖에 전라선, 신안산선, 수도권내륙선, 위례선, 강릉~제진 동해북부선, 김포한강선, 강북횡단선, 서부선, 동북선, 소사-대곡선, 대곡~성서선, 원종~홍대선, 신분당선, 대구 산업선, 신구로선…… 전국에서 잇겠다는 철도, 도로 끝도 없습니다.

이래서였을까요? 후보자들에게 국회의원이 되면 어느 상임위원회에 소속되고 싶은지 물었더니, 후보자 5명 중 1명은 국토교통위원회를 희망했습니다.


전체 상임위가 17개에 이르지만, 전체의 21.8%가 1순위로 국토위를 희망한다고 답했습니다. 국토위는 철도, 도로 등의 기반 시설과 관련해 입법과 정책 결정을 하는 곳입니다. 국토위를 희망한다는 건, 그만큼 개발 이슈에 관심이 많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12.9%였습니다. 산자위 역시 산업단지 조성 등 경제, 개발 이슈를 다루는 곳입니다. 국토위를 희망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3위는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8.2%)로 지역구가 농어촌 비중이 많은 곳의 후보자들이 이곳을 희망했습니다. 이어서 역시 예산을 다루는 기획재정위원회 (7.4%)가 4위를 차지했습니다.

'거대 양당' 앞장서 지역 공약 남발…무소속도 환심 공약 많아

어느 정당 소속 후보자들이 지역 관련 공약을 많이 냈는지도 알아봤습니다. 지역 공약 낸 후보자 비율이 가장 높은 정당, 미래통합당이었습니다. 미래통합당 후보자의 84.4%가 지역 관련 공약을 냈습니다. 이어서 더불어민주당이 83.5%를 기록해 근소한 차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거대 정당들이 유권자 표심 잡으려고 지역 공약 남발하는 데 앞장선다는 이야기입니다.


이어서 세 번째로 지역 공약 많이 낸 곳은 무소속입니다. 무소속 후보의 81.8%가 지역 공약을 냈는데, 정당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환심 끌 수 있는 공약을 많이 낸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어 민생당 72% 등의 순이었습니다.

정의당은 48.4%, 전체의 절반 정도가 지역 공약이었는데요. 상대적으로 국가 단위의 국정공약을 많이 냈습니다. 다만 정의당 후보들은 정당 공약을 후보자 공약으로 가져다 쓰면서, 후보자들끼리 공약이 비슷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이자 국가 대표"…입법부 들어갈 준비 됐나?

국회의원은 지역의 대표성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표성, 두 가지 대표성을 함께 갖습니다. 지역민만 대표하는 게 아니라 국민적 관심사가 높은 사안에 대한 입법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국정감사권이 부여된 것도 국가 대표성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후보자들이 개발 로비스트에 준하는 많은 지역 개발공약을 쏟아내고 있다"며 "입법부인 국회의 구성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개발 공약도 지역 비전을 담은 개발공약이 아니라, 일부 지역의 민원을 기반으로 한 공약이 많다"며 "이는 지역 전체의 발전에도, 국가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과연 21대 총선에 나서는 후보자들, 입법 활동에 관한 준비는 제대로 하고 나온 걸까요? [공약검증K] 이어지는 기사에선 후보자들의 입법공약 실태를 따져보고, 허술한 공약 관행 어떻게 개선할지 짚어보겠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 정한진, 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 임유나
인터랙티브 UX/UI 디자인&개발: 김명윤, 공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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