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시간]⑨ 김경록, ‘범죄자백’…유시민 “증거 지키기 위해”

입력 2020.04.08 (13:37) 수정 2020.04.0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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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조국 부부 지시로 '증거은닉', 김경록 PB 재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었던 PB(프라이빗뱅커) 김경록 씨의 첫 재판이 어제(7일) 열렸습니다. 김경록 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경심 교수의 지시로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를 반출하고, 정 교수 동양대 사무실에 있던 PC 1대를 헬스장 사물함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조국 부부는 김 씨에게 이 같은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합니다. 선처해주시길 바랍니다"

김 씨의 첫 재판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첫 재판은 보통 검사가 공소사실을 말하고, 변호인이 이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전혀 반박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의 지시로 이 같은 행위를 벌였음을 모두 인정한 겁니다.

다만, "피고인(김경록)은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피고인과 정경심 관계, 나이 차, PB라는 피고인 직업과 VIP 고객이라는 정경심 위치를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이어 김 씨에게 직접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선처를 요구하는 입장이 맞나"고 묻자, 김 씨도 "맞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은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법원에 들어간 수많은 기자들도 이렇게 싱겁게 재판이 마무리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경심 교수나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재판에서는 언제나 검찰과 변호인의 뜨거운 공방이 오가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이사장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

김 씨가 정경심 교수의 지시로 증거은닉을 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9월, 이런 행위는 증거인멸이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입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그건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거은닉죄는 '증거인멸죄'의 세부 범주에 속합니다.)


유 이사장은 이 방송에서 "검찰이 저 하드디스크를 가져가서 저 안에 있는 거, 데이터를 장난을 칠 가능성도 있는 거죠. 당연히 그거를 복제해둬야. 검찰이 나중에 엉뚱한 걸 하면 증명할 수가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정경심 교수가 직접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다면, 원칙적으로 그건 형법상 죄가 안 됩니다. 스스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컴퓨터를 숨겼다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김경록 씨를 '시켜서'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게 시켰다면 달라집니다. 김 씨가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숨긴 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정 교수의 증거를 숨겨서 기소가 된 겁니다.

김경록의 혐의 인정, 정경심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칠까

정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 중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아직 법정에서 본격적인 서증조사나 증인신문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김경록 씨 재판이 정 교수 재판보다 먼저 마무리될 겁니다. 김경록 씨의 혐의 인정은 정 교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법원의 시간]에서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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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4-08 13:37:13
    • 수정2020-04-09 16:06:52
    취재K
"이제 검찰의 시간은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됐습니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 변호인, 2019.12.31.)

지난해 온 사회를 뒤흔들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 이 사건은 실체적 진실을 찾아가야 하는 법정에 당도했습니다. 공개된 법정에서 치열하게 펼쳐질 '법원의 시간'을 함께 따라가 봅니다.

조국 부부 지시로 '증거은닉', 김경록 PB 재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자산관리인이었던 PB(프라이빗뱅커) 김경록 씨의 첫 재판이 어제(7일) 열렸습니다. 김경록 씨는 지난해 8월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정경심 교수의 지시로 자택 컴퓨터 하드디스크 3개를 반출하고, 정 교수 동양대 사무실에 있던 PC 1대를 헬스장 사물함에 은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조국 부부는 김 씨에게 이 같은 증거은닉을 교사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혐의를 모두 인정합니다. 선처해주시길 바랍니다"

김 씨의 첫 재판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첫 재판은 보통 검사가 공소사실을 말하고, 변호인이 이를 반박하는 내용으로 진행되기 마련인데, 변호인이 공소사실에 전혀 반박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정 교수의 지시로 이 같은 행위를 벌였음을 모두 인정한 겁니다.

다만, "피고인(김경록)은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는 있으나 피고인과 정경심 관계, 나이 차, PB라는 피고인 직업과 VIP 고객이라는 정경심 위치를 고려해, 법이 허용하는 최소한의 형을 선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이어 김 씨에게 직접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선처를 요구하는 입장이 맞나"고 묻자, 김 씨도 "맞다"라고 대답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증거목록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재판은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법원에 들어간 수많은 기자들도 이렇게 싱겁게 재판이 마무리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정경심 교수나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재판에서는 언제나 검찰과 변호인의 뜨거운 공방이 오가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이사장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

김 씨가 정경심 교수의 지시로 증거은닉을 한 사실이 알려진 지난해 9월, 이런 행위는 증거인멸이 아니라고 주장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입니다. 유 이사장은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그건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증거은닉죄는 '증거인멸죄'의 세부 범주에 속합니다.)


유 이사장은 이 방송에서 "검찰이 저 하드디스크를 가져가서 저 안에 있는 거, 데이터를 장난을 칠 가능성도 있는 거죠. 당연히 그거를 복제해둬야. 검찰이 나중에 엉뚱한 걸 하면 증명할 수가 있죠"라고 말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정경심 교수가 직접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했다면, 원칙적으로 그건 형법상 죄가 안 됩니다. 스스로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고 컴퓨터를 숨겼다 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김경록 씨를 '시켜서' 자신과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게 시켰다면 달라집니다. 김 씨가 타인의 형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숨긴 게 되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정 교수의 증거를 숨겨서 기소가 된 겁니다.

김경록의 혐의 인정, 정경심 재판에 어떤 영향 미칠까

정 교수가 받고 있는 혐의 중 증거은닉교사 혐의는 아직 법정에서 본격적인 서증조사나 증인신문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김경록 씨 재판이 정 교수 재판보다 먼저 마무리될 겁니다. 김경록 씨의 혐의 인정은 정 교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법원의 시간]에서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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