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6 기관총 ‘공이’는 왜 파손됐을까?

입력 2020.05.14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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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북한군이 우리 최전방 감시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했습니다. 우리 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총격 열흘이 지난 어제(13일) 군 당국이 세세한 경위와 평가 결과를 밝혔습니다. 군은 북한군의 사격을 확인한 뒤 K-6 기관총을 원격으로 사격하려 했지만 3차례나 사격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북한군의 총격이 있은 지 32분이나 지나서야 이뤄졌습니다. 2015년에 도입된 원격사격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기관총의 격발 장치인 '공이'가 파손돼 있었기 때문에 격발이 되지 않았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탄환의 뇌관을 때려 격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부품인 ‘공이’탄환의 뇌관을 때려 격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부품인 ‘공이’

단단한 '공이'는 왜 파손됐을까?

그런데도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단단한 금속으로 된 막대인 '공이'가 왜 파손됐는지에 대해 군 당국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이는 탄환의 뇌관을 때려 격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작은 쇠막대 모양입니다. 영어로는 Firing Pin입니다. 군인이 아니거나 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총기 분해를 해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군 관계자는 어제 "공이의 몸통보다 더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끝 부분이 파손돼서 공이가 탄미를 때려야 탄약이 나가는데 때리질 못했다"면서 "현장 점검은 매일 한 번씩 하게 돼 있지만, 현장 점검으로 공이 파손 여부를 알긴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만으로는 공이 끝 부분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파손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군은 파손된 공이의 모습이 어떤지 사진 등을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공이 파손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이 끝 부분이 무뎌지거나 길이가 불량하면 격발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이 파손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공이 파손이 격발 불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공이 파손이 어떤 시점에서 어떤 물리적 손상에 의해 이뤄졌는지에 대해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K-6 공이 파손이 격발이 안 된 원인으로 밝혀지자 군 당국은 최근 전군의 K-6 운용 부대들을 대상으로 공이 불량 여부를 점검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K-6 운용부대들에서는 공이 불량이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군 총격을 받은 GP에서만 K-6 공이 불량 사례가 있었던 것입니다.


"공이를 빼놓았을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오발 방지 차원에서 공이를 아예 빼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공이 불량이 이렇듯 흔한 일이 아니라면 공이를 빼놓고 있었기 때문에 격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이에 대해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그런 것은 아니고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되는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공이가) 잘 파손이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확인을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육군 관계자도 공이를 빼놓을 수 있다는 의혹은 "확실히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GP는 즉각 대응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공이를 빼놓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일점검으로 공이 파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군의 설명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최전방에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북측의 즉각적인 도발이나 전시 상황에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게 군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우리 군이 발사가 안 되는 총기를 가지고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은 대응이 아쉬웠을 뿐 경계태세 유지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지만 경계에 실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K-6 공이뿐만 아니라 최전방 화기들의 즉각 대응 능력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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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6 기관총 ‘공이’는 왜 파손됐을까?
    • 입력 2020-05-14 16:41:42
    취재K
지난 3일 오전, 북한군이 우리 최전방 감시초소를 향해 총격을 가했습니다. 우리 군이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총격 열흘이 지난 어제(13일) 군 당국이 세세한 경위와 평가 결과를 밝혔습니다. 군은 북한군의 사격을 확인한 뒤 K-6 기관총을 원격으로 사격하려 했지만 3차례나 사격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대응사격은 북한군의 총격이 있은 지 32분이나 지나서야 이뤄졌습니다. 2015년에 도입된 원격사격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기관총의 격발 장치인 '공이'가 파손돼 있었기 때문에 격발이 되지 않았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탄환의 뇌관을 때려 격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부품인 ‘공이’
단단한 '공이'는 왜 파손됐을까?

그런데도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단단한 금속으로 된 막대인 '공이'가 왜 파손됐는지에 대해 군 당국이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이는 탄환의 뇌관을 때려 격발이 이뤄지도록 하는 핵심 부품으로 작은 쇠막대 모양입니다. 영어로는 Firing Pin입니다. 군인이 아니거나 군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는 생소한 단어일 수 있지만, 총기 분해를 해본 사람에게는 익숙한 개념이기도 합니다.

군 관계자는 어제 "공이의 몸통보다 더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는 끝 부분이 파손돼서 공이가 탄미를 때려야 탄약이 나가는데 때리질 못했다"면서 "현장 점검은 매일 한 번씩 하게 돼 있지만, 현장 점검으로 공이 파손 여부를 알긴 쉽지 않으리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설명만으로는 공이 끝 부분이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파손됐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군은 파손된 공이의 모습이 어떤지 사진 등을 공개하지도 않았습니다. 공이 파손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흔한 일은 아니지만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공이 끝 부분이 무뎌지거나 길이가 불량하면 격발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공이 파손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공이 파손이 격발 불발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김준락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공이 파손이 어떤 시점에서 어떤 물리적 손상에 의해 이뤄졌는지에 대해 정확히 특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K-6 공이 파손이 격발이 안 된 원인으로 밝혀지자 군 당국은 최근 전군의 K-6 운용 부대들을 대상으로 공이 불량 여부를 점검했습니다. 그랬더니 다른 K-6 운용부대들에서는 공이 불량이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군 총격을 받은 GP에서만 K-6 공이 불량 사례가 있었던 것입니다.


"공이를 빼놓았을 가능성은 상상할 수 없는 일"

그래서 오발 방지 차원에서 공이를 아예 빼놓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됩니다. 공이 불량이 이렇듯 흔한 일이 아니라면 공이를 빼놓고 있었기 때문에 격발이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이에 대해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그런 것은 아니고 정상적으로 작동이 안 되는 손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공이가) 잘 파손이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확인을 해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육군 관계자도 공이를 빼놓을 수 있다는 의혹은 "확실히 아니"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GP는 즉각 대응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공이를 빼놓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일점검으로 공이 파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군의 설명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최전방에서 언제 있을지 모르는 북측의 즉각적인 도발이나 전시 상황에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하는 게 군의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분석관은 "우리 군이 발사가 안 되는 총기를 가지고 최전방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군은 대응이 아쉬웠을 뿐 경계태세 유지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하지만 경계에 실패한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K-6 공이뿐만 아니라 최전방 화기들의 즉각 대응 능력에 대한 정밀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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