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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경비복 입으면 사람 취급 안해요”…‘감단직’이 뭐길래?
입력 2020.06.30 (10:27) 수정 2020.06.30 (10:27) 취재후
[취재후] “경비복 입으면 사람 취급 안해요”…‘감단직’이 뭐길래?
故 최희석 경비원이 세상을 떠난 지 50일이 넘었습니다. 한 입주민의 잦은 폭언과 폭행 때문이었지만 故 최희석 선생님은 왜 참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전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전국에 18만 명으로 추산되는 또 다른 최 씨인 경비원들의 노동 실태는 어떤지 들여다봤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화장실을 휴게실 겸 밥 먹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제공: 서울노동권익센터오래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화장실을 휴게실 겸 밥 먹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제공: 서울노동권익센터

■ 휴게공간·휴게시간이 없는 '현대판 머슴'

경비원들은 무엇보다 인간적인 대우를 바랐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일부 입주민의 갑질은 존재한다는 겁니다. 경비원 A 씨는 "사복 입고 출퇴근할 때는 똑같은 사람이지만 경비복을 갈아입고 경비 모자를 쓰고 나오면 그때부터는 주민이 보는 시선은 사람을 대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용역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주민이 경비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면 업체 측에서는 재고용을 거론하며 경비원들을 압박합니다. 용역업체 방침에 따라 불법주차 차량에 경고딱지를 붙이고, 대형 쓰레기에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고 버리라는 사소한 안내에도 입주민이 항의하면 업체는 또 경비원에게 탓을 돌리는 식입니다.

용역업체와 입주민들의 이 같은 태도는 경비원 근로 환경에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경비원의 24시간 격일제 근무 가운데 휴게시간은 대부분 10시간으로 돼 있습니다. 점심 2시간, 저녁 2시간은 그나마 지켜지는 편이지만 야간 휴게시간 6시간은 온전히 지키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24시간 경비초소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인식 때문에 야간 휴게시간에도 경비원끼리 돌아가며 보초를 서고, 택배를 관리합니다. 재활용 분리수거가 있는 날은 하루종일 분리수거장을 지키느라 끼니도 겨우 때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휴게시간에 일한다 해도 그 대가는 받을 수 없습니다.

휴게시설은 더 열악합니다. 휴게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는 한 명이 겨우 들어가는 좁은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한숨 돌리는 게 휴식의 전부입니다. 지하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러도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고,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들이 쉬는 시각에는 이마저도 사용하기 힘들다고 경비원들은 말했습니다. 결국 경비원에게 허용된 휴게 공간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목소리 내면 잘린다…"3개월짜리 목숨"

어렵게 연락이 닿은 경비원들은 대부분 취재에 응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뭔가를 더 요구하거나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냈다가 용역업체나 입주민이 알아채게 되면 소위 잘린다는 겁니다. 경비일을 하면서 주변 동료 경비원들이 해고되는 일, 업체와 주민 등쌀에 못 이겨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숱하게 봐 왔다고 말했습니다.

경비원들의 입을 막는 건 결국 불안한 일자리입니다. 3개월, 6개월짜리 계약서를 쓰면서 동시에 사직서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3일 국회토론회에 나선 경비원 B 씨는 "경비원들은 3개월짜리 목숨"이라며 "1년에 세, 네 번씩 계약서를 쓰면 불안해서 일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고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미룬' 경비원들 사례도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순찰과 방범 등 본연의 경비 업무만 하도록 한 경비업법 단속을 미뤄놨는데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가 이를 근거로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경비원 50여 명을 감축하겠다는 입찰 공고안을 낸 겁니다. 다행히 입주민들의 반대로 감축 계획은 무산됐지만, 경비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더 늘리고 그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식의 새로운 입찰 공고가 났습니다.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피해는 결국 경비원들이 떠안았습니다.


■ 용역업체 '편법' 방관하는 정부…경비원 딜레마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경비원들의 근무형태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바로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직) 조항 때문인데요. 감단직은 노동 강도가 비교적 세지 않고 대기 시간이 긴 주차관리원, 운전기사 등을 말합니다. 고용노동부 승인만 받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 휴게, 휴일 적용을 받지 않는 합법적 차별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아파트경비원은 대부분 용역업체가 감단직 승인을 받아 24시간 근무하며 10시간 쉬고, 그만큼 임금을 적게 받습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감시 단속의 업무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관리하는 업무, 잡무를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고 휴게 시간 동안 외출이 자유롭지도 않을뿐더러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감단직 승인을 해 주지 않으면 용역업체가 인건비를 이유로 경비원들을 대량으로 해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 표에서 보듯 감단직 승인율은 매해 95%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의 현장 점검이 이뤄진 뒤 감단직을 승인하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신규 신청에 한한 것이고, 정부가 아파트 점검을 제대로 한 적은 없습니다.

대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7곳을 대상으로 경비원들의 임금을 기존 수준대로 유지하되 8시간 3교대로 근무형태를 만들어서 시범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관행대로 돌아가는 바람에 3교대 근무제가 정착되지는 못했지만 정부의 뒷받침이 있다면 표준 모델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결국 아파트경비원도 하나의 제대로 된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허드렛일만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직업교육을 받고 간단한 수리를 포함해 입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故 최희석 경비원의 사망으로 어느 때보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벼랑끝 경비원을 구하기 위해서 경비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절실합니다.
  • [취재후] “경비복 입으면 사람 취급 안해요”…‘감단직’이 뭐길래?
    • 입력 2020.06.30 (10:27)
    • 수정 2020.06.30 (10:27)
    취재후
[취재후] “경비복 입으면 사람 취급 안해요”…‘감단직’이 뭐길래?
故 최희석 경비원이 세상을 떠난 지 50일이 넘었습니다. 한 입주민의 잦은 폭언과 폭행 때문이었지만 故 최희석 선생님은 왜 참을 수밖에 없었을까요? 전 국민의 70%가 아파트에 살고, 전국에 18만 명으로 추산되는 또 다른 최 씨인 경비원들의 노동 실태는 어떤지 들여다봤습니다.

오래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화장실을 휴게실 겸 밥 먹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제공: 서울노동권익센터오래된 아파트에 근무하는 경비원들은 화장실을 휴게실 겸 밥 먹는 공간으로 이용한다. 제공: 서울노동권익센터

■ 휴게공간·휴게시간이 없는 '현대판 머슴'

경비원들은 무엇보다 인간적인 대우를 바랐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일부 입주민의 갑질은 존재한다는 겁니다. 경비원 A 씨는 "사복 입고 출퇴근할 때는 똑같은 사람이지만 경비복을 갈아입고 경비 모자를 쓰고 나오면 그때부터는 주민이 보는 시선은 사람을 대하는 게 아닌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용역업체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주민이 경비원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면 업체 측에서는 재고용을 거론하며 경비원들을 압박합니다. 용역업체 방침에 따라 불법주차 차량에 경고딱지를 붙이고, 대형 쓰레기에 폐기물 스티커를 붙이고 버리라는 사소한 안내에도 입주민이 항의하면 업체는 또 경비원에게 탓을 돌리는 식입니다.

용역업체와 입주민들의 이 같은 태도는 경비원 근로 환경에도 여실히 나타납니다. 경비원의 24시간 격일제 근무 가운데 휴게시간은 대부분 10시간으로 돼 있습니다. 점심 2시간, 저녁 2시간은 그나마 지켜지는 편이지만 야간 휴게시간 6시간은 온전히 지키기 힘든 게 현실입니다. 24시간 경비초소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는 암묵적인 인식 때문에 야간 휴게시간에도 경비원끼리 돌아가며 보초를 서고, 택배를 관리합니다. 재활용 분리수거가 있는 날은 하루종일 분리수거장을 지키느라 끼니도 겨우 때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휴게시간에 일한다 해도 그 대가는 받을 수 없습니다.

휴게시설은 더 열악합니다. 휴게실이 갖춰져 있지 않은 오래된 아파트는 한 명이 겨우 들어가는 좁은 화장실에서 밥을 먹고 한숨 돌리는 게 휴식의 전부입니다. 지하실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러도 수면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수준이고, 청소를 담당하는 미화원들이 쉬는 시각에는 이마저도 사용하기 힘들다고 경비원들은 말했습니다. 결국 경비원에게 허용된 휴게 공간은 사실상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 목소리 내면 잘린다…"3개월짜리 목숨"

어렵게 연락이 닿은 경비원들은 대부분 취재에 응하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뭔가를 더 요구하거나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냈다가 용역업체나 입주민이 알아채게 되면 소위 잘린다는 겁니다. 경비일을 하면서 주변 동료 경비원들이 해고되는 일, 업체와 주민 등쌀에 못 이겨 스스로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숱하게 봐 왔다고 말했습니다.

경비원들의 입을 막는 건 결국 불안한 일자리입니다. 3개월, 6개월짜리 계약서를 쓰면서 동시에 사직서를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3일 국회토론회에 나선 경비원 B 씨는 "경비원들은 3개월짜리 목숨"이라며 "1년에 세, 네 번씩 계약서를 쓰면 불안해서 일할 수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고될 뻔했다가 가까스로 위기를 '미룬' 경비원들 사례도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순찰과 방범 등 본연의 경비 업무만 하도록 한 경비업법 단속을 미뤄놨는데요.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가 이를 근거로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경비원 50여 명을 감축하겠다는 입찰 공고안을 낸 겁니다. 다행히 입주민들의 반대로 감축 계획은 무산됐지만, 경비원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더 늘리고 그만큼 임금을 삭감하는 식의 새로운 입찰 공고가 났습니다. 일자리를 잃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피해는 결국 경비원들이 떠안았습니다.


■ 용역업체 '편법' 방관하는 정부…경비원 딜레마

근로기준법을 정면으로 역행하는 경비원들의 근무형태는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바로 감시단속적 근로자(감단직) 조항 때문인데요. 감단직은 노동 강도가 비교적 세지 않고 대기 시간이 긴 주차관리원, 운전기사 등을 말합니다. 고용노동부 승인만 받으면 근로기준법상 근로, 휴게, 휴일 적용을 받지 않는 합법적 차별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아파트경비원은 대부분 용역업체가 감단직 승인을 받아 24시간 근무하며 10시간 쉬고, 그만큼 임금을 적게 받습니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감시 단속의 업무뿐만 아니라 아파트를 관리하는 업무, 잡무를 사실상 도맡아 하고 있고 휴게 시간 동안 외출이 자유롭지도 않을뿐더러 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감단직 승인을 해 주지 않으면 용역업체가 인건비를 이유로 경비원들을 대량으로 해고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위 표에서 보듯 감단직 승인율은 매해 95% 정도입니다. 지난해 말, 고용노동부는 근로감독관의 현장 점검이 이뤄진 뒤 감단직을 승인하도록 규정을 바꿨지만, 신규 신청에 한한 것이고, 정부가 아파트 점검을 제대로 한 적은 없습니다.

대안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는 아파트 7곳을 대상으로 경비원들의 임금을 기존 수준대로 유지하되 8시간 3교대로 근무형태를 만들어서 시범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요. 시간이 지나면서 관행대로 돌아가는 바람에 3교대 근무제가 정착되지는 못했지만 정부의 뒷받침이 있다면 표준 모델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남우근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연구위원은 결국 아파트경비원도 하나의 제대로 된 일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허드렛일만 도맡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식 직업교육을 받고 간단한 수리를 포함해 입주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직업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故 최희석 경비원의 사망으로 어느 때보다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지금, 벼랑끝 경비원을 구하기 위해서 경비원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정부의 정책적 고민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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