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골든타임]② “괜찮겠지?”…‘거짓말·방심’을 먹고 사는 코로나19

입력 2020.07.01 (10:29) 수정 2020.07.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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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코로나19 첫확진자가 나온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코로나 19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퍼져갔고, 그때마다 신규 확진자 수도 등락을 반복했죠.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채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바이러스,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신천지-청도 대남병원 바이러스 달라...감염 연관성 없어"

지난 2월 18일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신도 위주로 조사하면 될 줄 알았던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해당 확진자가 청도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조사해 보니, 요양시설이 있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겁니다. 인명 피해도 많았습니다. 방역 당국이 파악한 신천지 관련 사망자는 31명, 청도 대남병원 사망자는 9명입니다.

초기에 두 집단 발병 간에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방역 당국은 5개월 만에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바이러스 특성 차이가 컸다는 건데, 감염원이 현재까지는 '오리무중'인 겁니다.

3월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직원이 신천지 신도로 알려졌는데, 두 집단 간에 감염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중앙임상위 "무증상 전파 특성...'깜깜이 전파는 당연"

코로나 19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역의 목표가 '종식'에서 '피해 최소'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무증상'에 있습니다. 감염돼도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많고, 일상에서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판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종식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무증상 감염자가 많을 거라고도 설명했는데요. 여러 나라에서 '항체 양성률'이 높게 나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6만 명을 검사했더니 5% 양성률이 나왔는데, 이는 '무증상 감염자'가 실제 스페인 정부가 파악한 환자 수보다 10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방역 당국이 매일 생활 수칙을 지켜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증상이 눈에 띈다면, 알아서 피하고 조심할 텐데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주요 집단 발병 사례를 보면, 순간의 방심이 커다란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7차 전파에는 '거짓말', 콜센터, 물류센터 등 사업장서는 수칙 못 지켜

① '역학 조사'에 불성실한 참여

'7차 전파', 방역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가장 높은 차수의 전파 사례입니다. 이 7차 전파는, 한 사람의 거짓말이 확산을 키운 사례입니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확진자가 역학 조사에서 자신이 학원 강사라는 사실을 숨긴 겁니다. 동선이 확인됐을 때, 이미 학원 수강생과 동료 등 다수가 확진됐습니다.

② 도서관보다 빨리 문 연 유흥시설?

지난 4월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자 4월 19일, 정부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했습니다. '황금 연휴(4월 30일~5월 5일)' 기간을 포함해 이 완화된 거리 두기 체제를 유지하다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하겠다는 지침도 밝혔는데요.

정부는 이에 따라 민간 부문에선 △외출, 행사 자제 △유흥시설, 학원, 종교시설 등 운영을 자제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말 그대로 '권고'였고, 이태원 일대 클럽들은 연휴를 앞둔 5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이때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다시 수도권 감염 확산으로 이어졌죠.

전문가들은 연휴에 감염 확산이 예상됐던 만큼, 방역이 취약한 시설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기간 공공 부문에서는 △무관중 경기 운영 △도서관, 미술관 등 실내 관람시설은 휴관하도록 했는데, 결과적으로 도서관은 문을 닫고, 방역 상 더 취약한 클럽과 주점 등 유흥시설은 문을 연 형국이 된 겁니다.

③ '마스크 착용', '아프면 쉬기'..'콜센터'서도, '물류센터'서도 '남 일'

이태원 클럽 감염의 불똥은 부천 물류센터로 튀었습니다. 한때 한 자릿수를 기록하던 신규 확진자는 물류센터 확진이 시작되고 이틀 뒤인 5월 28일, 다시 70명대로 올랐습니다.

방역 당국은 부천 물류센터 집단 감염에 대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특성상 마스크 벗고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흡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작업장 등에서 빈번한 접촉이 (감염) 가속화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최초 확진자가 '아프면 쉬기' 등 사업장 방역 수칙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달여 전, 구로 콜센터에서도 비슷했습니다. 감염이 취약한 근무 여건을 여실히 드러냈는데요. 이때도 방역 당국은 "근로 특성상 마스크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고요. 재택근무, 아프면 쉬기 등 밀집도 낮추기도 안 지켜진 것으로 봤습니다.

④ '종교시설'에 한 달째 같은 '메시지'


지난 1일 방대본은 '5월 종교 모임 발생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주요 감염 사례"라면서, 대면 모임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 식사 제공 금지 등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요청 사항은 한 달 뒤 여전히 같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종교 시설 관련 마스크를 미착용하거나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생활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증상이 있는데도 예배에 참석해 추가 감염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 전과 같은 요청 사항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 한 발자국 늦은 행정...불가피하지만 아쉬운 대목

'따라가는 행정'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이 확인된 이틀 뒤, 정부는 고위험사업장 집중 관리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태원 클럽 감염이 확인된 다음 날, 정부는 클럽과 주점 등 밀폐된 유흥시설에서의 방역지침 행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부천 물류센터 감염 확산 뒤, 긴급 점검을 나섰고 방문판매업체 감염이 확산된 뒤 무등록 업체 등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습니다.

무증상으로 전파되는 코로나 19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 있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리 사회의 '빈틈'을 가감 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많은 전문가들은 '방심하는 순간, 유행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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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이 골든타임]② “괜찮겠지?”…‘거짓말·방심’을 먹고 사는 코로나19
    • 입력 2020-07-01 10:29:31
    • 수정2020-07-01 10:29:55
    취재K

국내 코로나19 첫확진자가 나온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코로나 19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으로 퍼져갔고, 그때마다 신규 확진자 수도 등락을 반복했죠. 잡힐 듯 잡히지 않은 채 꼬리를 물고 발생하는 바이러스,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 "신천지-청도 대남병원 바이러스 달라...감염 연관성 없어"

지난 2월 18일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신도 위주로 조사하면 될 줄 알았던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해당 확진자가 청도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돼 조사해 보니, 요양시설이 있는 청도 대남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온 겁니다. 인명 피해도 많았습니다. 방역 당국이 파악한 신천지 관련 사망자는 31명, 청도 대남병원 사망자는 9명입니다.

초기에 두 집단 발병 간에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방역 당국은 5개월 만에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습니다. 바이러스 특성 차이가 컸다는 건데, 감염원이 현재까지는 '오리무중'인 겁니다.

3월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감염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직원이 신천지 신도로 알려졌는데, 두 집단 간에 감염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 중앙임상위 "무증상 전파 특성...'깜깜이 전파는 당연"

코로나 19의 특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은 지난달 2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방역의 목표가 '종식'에서 '피해 최소'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근거는 '무증상'에 있습니다. 감염돼도 증상이 없는 사람이 많고, 일상에서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판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종식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무증상 감염자가 많을 거라고도 설명했는데요. 여러 나라에서 '항체 양성률'이 높게 나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스페인의 경우, 6만 명을 검사했더니 5% 양성률이 나왔는데, 이는 '무증상 감염자'가 실제 스페인 정부가 파악한 환자 수보다 10배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겁니다.

방역 당국이 매일 생활 수칙을 지켜달라고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증상이 눈에 띈다면, 알아서 피하고 조심할 텐데 증상 없이 지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5개월여 동안 주요 집단 발병 사례를 보면, 순간의 방심이 커다란 감염으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7차 전파에는 '거짓말', 콜센터, 물류센터 등 사업장서는 수칙 못 지켜

① '역학 조사'에 불성실한 참여

'7차 전파', 방역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가장 높은 차수의 전파 사례입니다. 이 7차 전파는, 한 사람의 거짓말이 확산을 키운 사례입니다. 이태원 클럽에 다녀온 확진자가 역학 조사에서 자신이 학원 강사라는 사실을 숨긴 겁니다. 동선이 확인됐을 때, 이미 학원 수강생과 동료 등 다수가 확진됐습니다.

② 도서관보다 빨리 문 연 유흥시설?

지난 4월 신규 확진자 수가 한 자릿수까지 떨어지자 4월 19일, 정부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전환했습니다. '황금 연휴(4월 30일~5월 5일)' 기간을 포함해 이 완화된 거리 두기 체제를 유지하다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완화하겠다는 지침도 밝혔는데요.

정부는 이에 따라 민간 부문에선 △외출, 행사 자제 △유흥시설, 학원, 종교시설 등 운영을 자제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말 그대로 '권고'였고, 이태원 일대 클럽들은 연휴를 앞둔 5월 1일, 문을 열었습니다. 이때 클럽을 방문한 사람들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다시 수도권 감염 확산으로 이어졌죠.

전문가들은 연휴에 감염 확산이 예상됐던 만큼, 방역이 취약한 시설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한 행정 조치가 필요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기간 공공 부문에서는 △무관중 경기 운영 △도서관, 미술관 등 실내 관람시설은 휴관하도록 했는데, 결과적으로 도서관은 문을 닫고, 방역 상 더 취약한 클럽과 주점 등 유흥시설은 문을 연 형국이 된 겁니다.

③ '마스크 착용', '아프면 쉬기'..'콜센터'서도, '물류센터'서도 '남 일'

이태원 클럽 감염의 불똥은 부천 물류센터로 튀었습니다. 한때 한 자릿수를 기록하던 신규 확진자는 물류센터 확진이 시작되고 이틀 뒤인 5월 28일, 다시 70명대로 올랐습니다.

방역 당국은 부천 물류센터 집단 감염에 대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특성상 마스크 벗고 구내식당에서 함께 식사하고, 흡연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작업장 등에서 빈번한 접촉이 (감염) 가속화의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는데요. 최초 확진자가 '아프면 쉬기' 등 사업장 방역 수칙도 지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두 달여 전, 구로 콜센터에서도 비슷했습니다. 감염이 취약한 근무 여건을 여실히 드러냈는데요. 이때도 방역 당국은 "근로 특성상 마스크 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고요. 재택근무, 아프면 쉬기 등 밀집도 낮추기도 안 지켜진 것으로 봤습니다.

④ '종교시설'에 한 달째 같은 '메시지'


지난 1일 방대본은 '5월 종교 모임 발생 사례'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발생하는 주요 감염 사례"라면서, 대면 모임을 자제하고, 마스크 착용, 식사 제공 금지 등을 요청했습니다.


이러한 요청 사항은 한 달 뒤 여전히 같습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달 29일 "최근 확진자가 발생한 종교 시설 관련 마스크를 미착용하거나 제대로 착용하지 않는 등 생활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증상이 있는데도 예배에 참석해 추가 감염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 달 전과 같은 요청 사항을 그대로 반복했습니다.

■ 한 발자국 늦은 행정...불가피하지만 아쉬운 대목

'따라가는 행정'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이 확인된 이틀 뒤, 정부는 고위험사업장 집중 관리 계획을 내놨습니다. 이태원 클럽 감염이 확인된 다음 날, 정부는 클럽과 주점 등 밀폐된 유흥시설에서의 방역지침 행정 명령을 내렸습니다. 부천 물류센터 감염 확산 뒤, 긴급 점검을 나섰고 방문판매업체 감염이 확산된 뒤 무등록 업체 등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습니다.

무증상으로 전파되는 코로나 19 특성상 불가피한 측면 있긴 하지만 아쉬운 부분입니다. 우리 사회의 '빈틈'을 가감 없이 비집고 들어오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많은 전문가들은 '방심하는 순간, 유행은 언제든지 올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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