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시국’에 국회에 이순신 장군 ‘소환’된 까닭은?

입력 2020.07.14 (19:30) 수정 2020.07.14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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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 상태였던 지난 9일 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 전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중한 시국'이니 언행에 유의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장례식이 끝났지만 논란이 여전해 '엄중한 시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당 이명수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회견의 주된 내용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과 관련해 이순신 장군 왜곡 보도를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2020년 국회에 이순신 장군이 '소환'된 이유, 뭐였을까요?


발단은 지난 11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이었습니다.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라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

이 글은 온라인 매체와 언론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해당 댓글을 비판하는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도 넘은 박원순 시장 감싸기다', '피해 호소인인 서울시 공무원을 관노에 빗대는 것이냐'는 댓글부터 '관노는 남성, 관비는 여성인데 이순신 장군이 동성애자였다는 거냐' 등등..

이에 대해 이명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안타깝다"며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아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으로서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예와 아산시민의 자부심을 생각하며 역사적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 중 이른바 '문제의 대목'을 짚어가며 조목조목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첫째는 난중일기 탈초본(초서를 정서로 바꾼 책) 중에 "1596년 9월 12일 여진(女眞), 9월 14일 여진입(女眞卄), 9월 15일 여진삽(女眞卅)" 이라는 구절입니다. 이 부분을 놓고, '이순신 장군이 여진이라는 관기와 잠자리를 했다'라는 해석이 널리 퍼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1935년 일제가 난중일기를 해석하면서 잘못 해석한 것이 지금까지 잘못 알려져 왔다고 이 의원은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전문가'로 알려진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 순천향대학교 이순신 연구소 등이 자문한 결과, 올바른 해석은 당시 조선에 많이 이주해 살던 여진족과의 생활을 의미하는 '함께 하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라고 했습니다.

또, 난중일기 1597년 4월 21일자에 "저녁에 여산의 관노의 집에서 잤다(夕宿于礪山官奴家)"는 문구도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는 이순신 장군이 해가 저물어 한 관아의 남자종집[官奴家]에서 하룻밤 유숙한 것으로, 여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밖에도 이명수 의원은 "당시 성관계를 표현하는 한문적 글자는 가까이 하다, 동침하다는 뜻으로 근(近), 포(抱)가 일반적으로 쓰였고, 이 외에도 동침(同枕), 동호(同好) 등의 표현이 쓰였다"고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또 이순신 장군은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동시대 인물인 이항복의 말도 덧붙이면서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성관계를 했다는 표현은 엄연한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장군과 같은 위대한 영웅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물타기하기 위해 허위사실에 근거하여 비교 인물로 등장시켰다는 것은 국가적 인물을 매도하는 것이고 국민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이순신 장군을 이념 편향의 도구로 악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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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중한 시국’에 국회에 이순신 장군 ‘소환’된 까닭은?
    • 입력 2020-07-14 19:30:05
    • 수정2020-07-14 19: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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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실종' 상태였던 지난 9일 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의원 전체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엄중한 시국'이니 언행에 유의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장례식이 끝났지만 논란이 여전해 '엄중한 시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당 이명수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회견의 주된 내용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과 관련해 이순신 장군 왜곡 보도를 바로잡겠다"고 했는데, 2020년 국회에 이순신 장군이 '소환'된 이유, 뭐였을까요?


발단은 지난 11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이었습니다.

"난중일기에서 '관노와 수차례 잠자리에 들었다'라는 구절 때문에 이순신이 존경받지 말아야 할 인물인가요? 그를 향해 제사를 지내지 말라는 건가요?"

이 글은 온라인 매체와 언론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습니다. 해당 댓글을 비판하는 댓글도 이어졌습니다. '도 넘은 박원순 시장 감싸기다', '피해 호소인인 서울시 공무원을 관노에 빗대는 것이냐'는 댓글부터 '관노는 남성, 관비는 여성인데 이순신 장군이 동성애자였다는 거냐' 등등..

이에 대해 이명수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안타깝다"며 "이순신 장군의 고향인 아산을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으로서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예와 아산시민의 자부심을 생각하며 역사적 사실관계를 밝히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장군이 쓴 난중일기 중 이른바 '문제의 대목'을 짚어가며 조목조목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첫째는 난중일기 탈초본(초서를 정서로 바꾼 책) 중에 "1596년 9월 12일 여진(女眞), 9월 14일 여진입(女眞卄), 9월 15일 여진삽(女眞卅)" 이라는 구절입니다. 이 부분을 놓고, '이순신 장군이 여진이라는 관기와 잠자리를 했다'라는 해석이 널리 퍼졌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겁니다. 1935년 일제가 난중일기를 해석하면서 잘못 해석한 것이 지금까지 잘못 알려져 왔다고 이 의원은 밝혔습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전문가'로 알려진 노승석 여해고전연구소 소장, 순천향대학교 이순신 연구소 등이 자문한 결과, 올바른 해석은 당시 조선에 많이 이주해 살던 여진족과의 생활을 의미하는 '함께 하다'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정설이라고 했습니다.

또, 난중일기 1597년 4월 21일자에 "저녁에 여산의 관노의 집에서 잤다(夕宿于礪山官奴家)"는 문구도 논란이 된 적이 있는데, 이는 이순신 장군이 해가 저물어 한 관아의 남자종집[官奴家]에서 하룻밤 유숙한 것으로, 여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이밖에도 이명수 의원은 "당시 성관계를 표현하는 한문적 글자는 가까이 하다, 동침하다는 뜻으로 근(近), 포(抱)가 일반적으로 쓰였고, 이 외에도 동침(同枕), 동호(同好) 등의 표현이 쓰였다"고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또 이순신 장군은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았다는 동시대 인물인 이항복의 말도 덧붙이면서 이순신 장군이 관노와 성관계를 했다는 표현은 엄연한 허위사실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의원은 "이순신 장군과 같은 위대한 영웅을 박원순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물타기하기 위해 허위사실에 근거하여 비교 인물로 등장시켰다는 것은 국가적 인물을 매도하는 것이고 국민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면서 "이순신 장군을 이념 편향의 도구로 악용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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