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에 갔지만 간음하진 않아”…경희대 교수 성폭행 혐의 부인

입력 2020.07.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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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경희대 관광대학원 소속의 A 교수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A 교수는 지난해 11월, 제자와 술을 마신 뒤 호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다음날 새벽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올해 3월, A 교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14일에 A 교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 "호텔은 갔지만, 간음은 아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A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A 교수 측 변호인은 "호텔에 간 사실은 있지만, 간음한 사실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진술서 등에 사실과 다른 얘기를 과장한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A 교수의 이 말은 사실 재판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경희대바로세우기 운동본부는, 앞서 A 교수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3월 무렵 대학 학장 등 동료 교수와 다른 제자들에게 "무죄라는 증거가 있다." "(피해자의) 함정에 빠졌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해 들은 피해자는 지난 5월, 다른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학교 성평등상담실에 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신고 이후 사건이 공론화됐지만, A 교수는 지난달 구속되기 전까지 수업을 지속했습니다. A 교수는 구속된 이후 직위 해제 조치됐습니다.

■ 경희대바로세우기 운동본부 "학교가 학생 자체 피해실태조사 활동 방해"

운동본부 측은 학생들과 일부 교수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던 피해 실태조사 활동을 학교 측이 방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운동본부는 해당 교수가 구속된 뒤에도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징계나 피해 조사를 하지 않아,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측에서 전화가 와 "설문조사 배후가 누구인지, 조사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학교 관계자들에게서 압박 전화가 왔다."라며 "결국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운동본부 측은 "3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A 교수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추가 피해자가 나왔다."라며 "A 교수 외의 다른 교수로부터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는 답변도 확인됐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학교 성평등상담실에 전달하며 진상 조사를 촉구했으나, 교내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경희대 "조사 주체 확인하려…재판 결과 따라 징계 여부 결정"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관광대학원 측은 "조사를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조사를 진행한 측이 '경희대바로세우기 운동본부'라는 실체가 없는 곳이라 주체를 확인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학교 측은 "재판 결과를 보고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이 최대 3심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재판 결과가 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신고 내용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계속 조사를 하고 있으나, 피해 사실 등 사건의 성격 때문에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운동본부 측은 "반복되는 성범죄 문제를 학교 측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교육부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신고를 접수한 상태입니다.

대학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건은 슬프게도 낯선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경희대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의 교수들이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됐습니다. 학생들은 더는 교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학교 측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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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텔에 갔지만 간음하진 않아”…경희대 교수 성폭행 혐의 부인
    • 입력 2020-07-15 07:00:18
    취재K
지난 6월, 경희대 관광대학원 소속의 A 교수가 제자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습니다. A 교수는 지난해 11월, 제자와 술을 마신 뒤 호텔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학생은 다음날 새벽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올해 3월, A 교수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14일에 A 교수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습니다.

■ "호텔은 갔지만, 간음은 아니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한 A 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A 교수 측 변호인은 "호텔에 간 사실은 있지만, 간음한 사실은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진술서 등에 사실과 다른 얘기를 과장한 부분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A 교수의 이 말은 사실 재판에서 처음 나온 것이 아닙니다.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 경희대바로세우기 운동본부는, 앞서 A 교수가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지난 3월 무렵 대학 학장 등 동료 교수와 다른 제자들에게 "무죄라는 증거가 있다." "(피해자의) 함정에 빠졌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 교수의 이 같은 발언을 전해 들은 피해자는 지난 5월, 다른 교수에게 피해 사실을 알리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학교 성평등상담실에 신고했습니다. 피해자의 신고 이후 사건이 공론화됐지만, A 교수는 지난달 구속되기 전까지 수업을 지속했습니다. A 교수는 구속된 이후 직위 해제 조치됐습니다.

■ 경희대바로세우기 운동본부 "학교가 학생 자체 피해실태조사 활동 방해"

운동본부 측은 학생들과 일부 교수가 자체적으로 추진하려던 피해 실태조사 활동을 학교 측이 방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운동본부는 해당 교수가 구속된 뒤에도 학교 측이 적극적으로 징계나 피해 조사를 하지 않아, 직접 학생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설문조사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학교 측에서 전화가 와 "설문조사 배후가 누구인지, 조사 목적이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설문조사를 시작할 때부터 학교 관계자들에게서 압박 전화가 왔다."라며 "결국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운동본부 측은 "3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A 교수로부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당했다는 추가 피해자가 나왔다."라며 "A 교수 외의 다른 교수로부터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는 답변도 확인됐다."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학교 성평등상담실에 전달하며 진상 조사를 촉구했으나, 교내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답변만 받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 경희대 "조사 주체 확인하려…재판 결과 따라 징계 여부 결정"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관광대학원 측은 "조사를 방해하려던 건 아니었다."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어 "조사를 진행한 측이 '경희대바로세우기 운동본부'라는 실체가 없는 곳이라 주체를 확인하려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 여부에 대해 학교 측은 "재판 결과를 보고 해당 교수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재판이 최대 3심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재판 결과가 날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신고 내용에 대해 학교 차원에서 계속 조사를 하고 있으나, 피해 사실 등 사건의 성격 때문에 진행 과정에 대해서는 밝히기 어렵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운동본부 측은 "반복되는 성범죄 문제를 학교 측이 나서서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라며 교육부에 철저한 진상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는 신고를 접수한 상태입니다.

대학교수가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건은 슬프게도 낯선 일이 아닙니다. 최근에는 서울대와 고려대, 경희대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학의 교수들이 제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됐습니다. 학생들은 더는 교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며 학교 측이 철저히 진상을 조사하고, 가해자를 징계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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