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문화] 백남준이 유치원 친구에게 보낸 ‘아주 특별한 편지’

입력 2020.08.01 (21:29) 수정 2020.08.01 (21:4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어린 시절 추억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유치원 단짝 친구의 이름을 꺼냈을 정도로 각별히 여긴 친구가 있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백남준이 보낸 73장의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그의 새로운 예술작품이라고 볼 만큼 특별한 편지들, 김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예술가로 우뚝 선 거장 백남준의 금의환향.

3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그가 어린 시절 추억에 관한 질문에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백남준/1984년 귀국 기자회견 : "이경희, 저 이경희가 내 얘기를 썼어. 그래 어제 봤어. 유치원 때 우리 애인인데."]

이경희.

백남준의 둘도 없는 유치원 시절 단짝 친구입니다.

35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각별한 우정을 이어갔고,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긴 백남준은 어느 날, 친구 이경희에게 73장에 이르는 편지를 보냅니다.

[이경희/백남준 친구 : "아주 찡하고, 뭐라고 그럴까... 가슴이 아주 아려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보질 않고 그대로, 금방 싸서 13년을 장에 넣고 안 열었어요."]

예술작품으로 봐도 좋을 편지 곳곳엔 두 사람만 아는 어릴 적 추억들이 깨알 같이 숨어 있습니다.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듯 김소월의 시 구절을 적었는가 하면, 오직 친구 이경희에게만 해준, 물음표 두 개로 만든 하트 사인도 보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여러 편지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수학 기호와 3, 5라는 숫자입니다.

[이경희/백남준 친구 : "35년 만의 어떤 만남, 그 생각이 떠올라요. 35라는 숫자는 그것밖에는 없거든요."]

그렇게 두 사람의 오랜 추억과 우정이 담긴 편지들이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습니다.

긴 세월 고이 품어온 친구 백남준의 소중한 편지들.

이제야 그 고마움을 담아 그동안 쓰지 못한 답장을 부칩니다.

["남준이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하늘의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한 번씩 만나는데 땅 위의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남준이 같은 착하고 좋은 친구를 두어서 참으로 나는 행복해. 남준아, 고마워. 보고 싶다, 남준아."]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박미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주말&문화] 백남준이 유치원 친구에게 보낸 ‘아주 특별한 편지’
    • 입력 2020-08-01 21:30:12
    • 수정2020-08-01 21:49:39
    뉴스 9
[앵커]

주말 앤 문화 시간입니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어린 시절 추억을 묻는 질문에 가장 먼저 유치원 단짝 친구의 이름을 꺼냈을 정도로 각별히 여긴 친구가 있는데요.

그런 그녀에게 백남준이 보낸 73장의 편지가 공개됐습니다.

그의 새로운 예술작품이라고 볼 만큼 특별한 편지들, 김석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세계적인 예술가로 우뚝 선 거장 백남준의 금의환향.

35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그가 어린 시절 추억에 관한 질문에 가장 먼저 꺼낸 이름은...

[백남준/1984년 귀국 기자회견 : "이경희, 저 이경희가 내 얘기를 썼어. 그래 어제 봤어. 유치원 때 우리 애인인데."]

이경희.

백남준의 둘도 없는 유치원 시절 단짝 친구입니다.

35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이후 각별한 우정을 이어갔고, 1996년 뇌졸중으로 쓰러져 죽을 고비를 넘긴 백남준은 어느 날, 친구 이경희에게 73장에 이르는 편지를 보냅니다.

[이경희/백남준 친구 : "아주 찡하고, 뭐라고 그럴까... 가슴이 아주 아려오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보질 않고 그대로, 금방 싸서 13년을 장에 넣고 안 열었어요."]

예술작품으로 봐도 좋을 편지 곳곳엔 두 사람만 아는 어릴 적 추억들이 깨알 같이 숨어 있습니다.

첫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듯 김소월의 시 구절을 적었는가 하면, 오직 친구 이경희에게만 해준, 물음표 두 개로 만든 하트 사인도 보입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여러 편지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수학 기호와 3, 5라는 숫자입니다.

[이경희/백남준 친구 : "35년 만의 어떤 만남, 그 생각이 떠올라요. 35라는 숫자는 그것밖에는 없거든요."]

그렇게 두 사람의 오랜 추억과 우정이 담긴 편지들이 책으로 묶여 세상에 나왔습니다.

긴 세월 고이 품어온 친구 백남준의 소중한 편지들.

이제야 그 고마움을 담아 그동안 쓰지 못한 답장을 부칩니다.

["남준이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 하늘의 견우와 직녀는 1년에 한 번씩 만나는데 땅 위의 우리는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남준이 같은 착하고 좋은 친구를 두어서 참으로 나는 행복해. 남준아, 고마워. 보고 싶다, 남준아."]

KBS 뉴스 김석입니다.

촬영기자:강승혁/영상편집:이상미/그래픽:박미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