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거 없다”던 日 비밀 요새…2,600명 ‘강제징용 명부’ 나왔다

입력 2020.08.14 (21:38) 수정 2020.08.1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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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차 대전 말, 일본군은 최후의 항전을 벌일 지하 요새를 비밀리에 건설하면서 조선인 수천 명을 강제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 들어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면서 이걸 부정하는 안내판까지 세웠는데요.

이런 억지 주장을 뒤집을 만한 '징용자 명부'가 처음 발견됐습니다.

그 수가 2,600명이나 됩니다.

황현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한가운데 일제가 극비리에 만든 지하 요새가 있습니다.

연합군의 본토 상륙이 임박한 1944년, 일왕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던 곳입니다.

지하 요새는 이렇게 소형 트럭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전체 길이도 12km에 달합니다.

공사에는 조선인 6천여 명이 강제동원됐고, 최소 3백 명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공호 앞에 있는 안내판.

원래는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모든 조선인들이 강제로 동원된 건 아니라는 등 여러 견해가 있다."]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2014년, 나가노시가 "강제징용 증거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바꾼 내용입니다.

[기타 히데유키/나가노 평화인권회의 사무국장 :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건설회사와 일본군 등이 (패망 직후에) 관련 자료를 모두 소각해 없앴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최근 미 의회 도서관에서 조선인 2,600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지 등이 적힌 명부가 발견된 겁니다.

방공호 안에 적혀 있던 '밀성상천'이란 글씨.

그런데 명부에도 경상남도 출신, 27살의 같은 이름이 나옵니다.

'밀성'은 밀양의 옛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받자 고향 지명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엔 명부 안, 전남 무안 출신의 '미하라 석지'란 이름.

본명은 김석지로, 방공호 건설업체 소속 직원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인 근로자들은 조선총독부에 의뢰해 징용을 위해 강제로 끌고 온 사람들"이라고 증언했던 인물입니다.

[하라 아키미/마츠시로 역사관 관계자 : "지하 방공호의 가장 중요한 곳을 맡았던 건설업체의 명부가 발견된 건 이번 2,600명이 처음입니다."]

현지 단체들은 강제징용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공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가노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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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증거 없다”던 日 비밀 요새…2,600명 ‘강제징용 명부’ 나왔다
    • 입력 2020-08-14 21:56:30
    • 수정2020-08-14 22:09:58
    뉴스 9
[앵커]

2차 대전 말, 일본군은 최후의 항전을 벌일 지하 요새를 비밀리에 건설하면서 조선인 수천 명을 강제동원했습니다.

하지만 아베 정권 들어 "강제동원의 증거가 없다"면서 이걸 부정하는 안내판까지 세웠는데요.

이런 억지 주장을 뒤집을 만한 '징용자 명부'가 처음 발견됐습니다.

그 수가 2,600명이나 됩니다.

황현택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한가운데 일제가 극비리에 만든 지하 요새가 있습니다.

연합군의 본토 상륙이 임박한 1944년, 일왕이 최후의 항전을 준비하던 곳입니다.

지하 요새는 이렇게 소형 트럭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고, 전체 길이도 12km에 달합니다.

공사에는 조선인 6천여 명이 강제동원됐고, 최소 3백 명 넘게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방공호 앞에 있는 안내판.

원래는 '많은 조선인들이 강제적으로 동원됐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드시 모든 조선인들이 강제로 동원된 건 아니라는 등 여러 견해가 있다."]

아베 정권 출범 직후인 2014년, 나가노시가 "강제징용 증거가 없다"며 일방적으로 바꾼 내용입니다.

[기타 히데유키/나가노 평화인권회의 사무국장 : "극비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건설회사와 일본군 등이 (패망 직후에) 관련 자료를 모두 소각해 없앴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최근 미 의회 도서관에서 조선인 2,600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본적지 등이 적힌 명부가 발견된 겁니다.

방공호 안에 적혀 있던 '밀성상천'이란 글씨.

그런데 명부에도 경상남도 출신, 27살의 같은 이름이 나옵니다.

'밀성'은 밀양의 옛 이름으로, 창씨개명을 강요받자 고향 지명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엔 명부 안, 전남 무안 출신의 '미하라 석지'란 이름.

본명은 김석지로, 방공호 건설업체 소속 직원이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조선인 근로자들은 조선총독부에 의뢰해 징용을 위해 강제로 끌고 온 사람들"이라고 증언했던 인물입니다.

[하라 아키미/마츠시로 역사관 관계자 : "지하 방공호의 가장 중요한 곳을 맡았던 건설업체의 명부가 발견된 건 이번 2,600명이 처음입니다."]

현지 단체들은 강제징용의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한국과의 공조가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가노에서 KBS 뉴스 황현택입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정재숙/그래픽:안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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