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리톡] “집 살 기회 잃어버린 청년의 분노” 이제 그만…비뚤어진 언론 조감도

입력 2020.08.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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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를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자마자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중앙일보 임대차 3법 충격, 전세가 사라진다, 조선일보 임대차법 통과, 집주인도 세입자도 대혼란 등 정책 변화로 혼란을 조명한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이날 법이 통과된 직후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연설이 화제가 됐습니다. '사이다 경제학', '레전드 연설', '경제 진중권' 등 호평하는 표현들이 쏟아졌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4일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연설했는데 두 연설을 대하는 언론들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J가 분석해봤더니 '윤희숙 연설'이 제목에 포함된 일주일 동안의 기사는 106건이었지만 '용혜인 연설'이 제목에 포함된 일주일 동안의 기사는 10건으로, '윤희숙 연설'에 대한 기사의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똑같이 '임차인'을 강조한 초선 의원들의 연설이었지만, 언론사에서 다루는 태도가 무척 달랐던 이유는 뭘까요?

"나라 망할 것처럼 보도하는 것 보면 언론에 신뢰 없어"

언론들은 청년과 세입자의 목소리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J는 청년과 세입자들의 입장은 어떤지 듣기 위해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 문제를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최 위원장은 최근의 부동산 관련 언론 보도들을 어떻게 봤을까?

최근 부동산 정책 관련 언론 보도들은 '세금 폭탄', '세금 지옥', '도살적 과세' 등의 단어들을 어김없이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그런 보도를 보면 이분들이 보는 세상은 어디일까. 종부세라는 것이 굉장히 소수의 기존에 회피해왔던 것들을 바로 잡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마치 절대다수가 해당하는 일인 것처럼 그래서 나라 망할 것처럼 그런 보도를 하는 것들을 보면 언론에 대한 신뢰는 없다, (언론이) 명확한 기득권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절대다수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는데 영끌이라도 해서 집을 사야 되나라는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라면서 "그걸 바꾸자고 하는 게 임대차 3법이다. 그런데 그것을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마냥 보도하는 것은 명확한 악의적인 본인의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습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집 살 기회 잃어버린 청년의 분노'는 명확히 거부하는 프레임"

최 위원장은 언론이 부동산의 관점이 아니라 주거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 섹션 나눠진 것만 보더라도 부동산으로 애초에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의 집 고민, 걱정 같은 것들은 부동산 시세에 매몰되거나 아니면 사회복지 영역으로 아예 가버린다"면서 "부동산을 다루는 기사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부동산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최근 부동산 정책이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언론들의 취재 요청이 꽤 있긴 하지만 그것도 아쉽다고 말합니다. 최 위원장은 "최근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란이 굉장히 심하고 거기에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입장이냐?라는 질문들을 공통적으로 하는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뜻하는 신조어)인 경우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집 살 기회를 잃어버린 30대의 분노, 20대의 분노 이런 것은 저희가 명확히 거부하는 프레임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과 세입자는 소외...취재원 편중 관행 바뀌어야"

최 위원장은 언론 보도에서 청년과 세입자가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꼬박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겨우 잠을 자고 출근 준비를 해야 되는 청년들이 어떻게 사회 참여를 하고 어떻게 목소리를 내냐"면서 "그런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목소리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특히 취재원이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 등에 치중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론이 그 관행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인지를 못해서 바꾸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명확히 같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그게 맞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라면서 "전문가 세팅에 있어서 언론은 정말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저희 엄마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어떤 부동산학 교수, 누구 이렇게 나와서 하는 이야기면 그 말이 곧 법이 된다"고 하면서 "언론이 그런 부분의 무게를 정말 좀 자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 보도에 있어서 취재원 편중 현상은 데이터로도 나타납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주요 언론보도 경향 분석 (2018년, 채영길 장시연)> 논문을 보면 실명 정보원의 비율은 전문가 22%, 금융업계 19%, 행정부 18%였지만 관련 주민은 3%에 불과했습니다. 익명 정보원은 부동산 업계 27%, 행정부 23%, 관련 주민 14%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언론이 부동산 임대인과 부동산 관련 기업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어서 부동산 정책에 따라 가장 영향을 받게 되는 사회적 약자 그룹에 대한 이해 관계는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라면서 "사실상 언론은 부동산 투기 시장의 플레이어인데 객관적으로 마치 심판처럼 행세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1회는 [비뚤어진 조감도, 언론이 부동산으로 얻는 것] 그리고 지난 7월 18일 뉴스9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보도에 대해 [KBS 보도 논란을 짚는다]라는 주제로 오는 16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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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집 살 기회 잃어버린 청년의 분노” 이제 그만…비뚤어진 언론 조감도
    • 입력 2020-08-15 08:01:10
    저널리즘 토크쇼 J
지난 7월 30일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신고제를 핵심으로 하는 임대차 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이 법이 통과되자마자 주요 언론들은 일제히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중앙일보 임대차 3법 충격, 전세가 사라진다, 조선일보 임대차법 통과, 집주인도 세입자도 대혼란 등 정책 변화로 혼란을 조명한 기사들이 많았습니다.

이날 법이 통과된 직후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의 연설이 화제가 됐습니다. '사이다 경제학', '레전드 연설', '경제 진중권' 등 호평하는 표현들이 쏟아졌습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4일 "저는 임차인입니다"라고 연설했는데 두 연설을 대하는 언론들의 태도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J가 분석해봤더니 '윤희숙 연설'이 제목에 포함된 일주일 동안의 기사는 106건이었지만 '용혜인 연설'이 제목에 포함된 일주일 동안의 기사는 10건으로, '윤희숙 연설'에 대한 기사의 10분의 1 수준이었습니다. 똑같이 '임차인'을 강조한 초선 의원들의 연설이었지만, 언론사에서 다루는 태도가 무척 달랐던 이유는 뭘까요?

"나라 망할 것처럼 보도하는 것 보면 언론에 신뢰 없어"

언론들은 청년과 세입자의 목소리엔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J는 청년과 세입자들의 입장은 어떤지 듣기 위해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을 만나봤습니다. 민달팽이유니온은 청년 주거 문제를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시민단체입니다. 최 위원장은 최근의 부동산 관련 언론 보도들을 어떻게 봤을까?

최근 부동산 정책 관련 언론 보도들은 '세금 폭탄', '세금 지옥', '도살적 과세' 등의 단어들을 어김없이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그런 보도를 보면 이분들이 보는 세상은 어디일까. 종부세라는 것이 굉장히 소수의 기존에 회피해왔던 것들을 바로 잡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마치 절대다수가 해당하는 일인 것처럼 그래서 나라 망할 것처럼 그런 보도를 하는 것들을 보면 언론에 대한 신뢰는 없다, (언론이) 명확한 기득권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습니다.

임대차 3법에 대해서는 "절대다수 청년들은 내 집 마련의 꿈을 가지고 있는데 영끌이라도 해서 집을 사야 되나라는 고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사회 구조"라면서 "그걸 바꾸자고 하는 게 임대차 3법이다. 그런데 그것을 청년들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마냥 보도하는 것은 명확한 악의적인 본인의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습니다.

최지희 민달팽이유니온 위원장
"'집 살 기회 잃어버린 청년의 분노'는 명확히 거부하는 프레임"

최 위원장은 언론이 부동산의 관점이 아니라 주거의 관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 섹션 나눠진 것만 보더라도 부동산으로 애초에 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들의 집 고민, 걱정 같은 것들은 부동산 시세에 매몰되거나 아니면 사회복지 영역으로 아예 가버린다"면서 "부동산을 다루는 기사들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부동산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최 위원장은 최근 부동산 정책이 뜨거운 이슈가 되면서 언론들의 취재 요청이 꽤 있긴 하지만 그것도 아쉽다고 말합니다. 최 위원장은 "최근에 부동산 정책에 대한 논란이 굉장히 심하고 거기에 청년세대의 주거 문제도 굉장히 중요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입장이냐?라는 질문들을 공통적으로 하는데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를 뜻하는 신조어)인 경우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집 살 기회를 잃어버린 30대의 분노, 20대의 분노 이런 것은 저희가 명확히 거부하는 프레임이다, 문제의 본질은 그게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청년과 세입자는 소외...취재원 편중 관행 바뀌어야"

최 위원장은 언론 보도에서 청년과 세입자가 소외돼 있다는 지적도 했습니다. "하루하루 꼬박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겨우 잠을 자고 출근 준비를 해야 되는 청년들이 어떻게 사회 참여를 하고 어떻게 목소리를 내냐"면서 "그런 사람들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목소리가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아쉬운 지점이 많다"고 말합니다.

특히 취재원이 전문가나 업계 관계자 등에 치중된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론이 그 관행에 정말 문제가 있다고 인지를 못해서 바꾸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명확히 같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는 그게 맞아서 그렇게 하는 것인지 의문이다"라면서 "전문가 세팅에 있어서 언론은 정말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저희 엄마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어떤 부동산학 교수, 누구 이렇게 나와서 하는 이야기면 그 말이 곧 법이 된다"고 하면서 "언론이 그런 부분의 무게를 정말 좀 자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부동산 보도에 있어서 취재원 편중 현상은 데이터로도 나타납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주요 언론보도 경향 분석 (2018년, 채영길 장시연)> 논문을 보면 실명 정보원의 비율은 전문가 22%, 금융업계 19%, 행정부 18%였지만 관련 주민은 3%에 불과했습니다. 익명 정보원은 부동산 업계 27%, 행정부 23%, 관련 주민 14%였습니다.

이에 대해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언론이 부동산 임대인과 부동산 관련 기업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어서 부동산 정책에 따라 가장 영향을 받게 되는 사회적 약자 그룹에 대한 이해 관계는 전혀 반영이 안 되고 있다"라면서 "사실상 언론은 부동산 투기 시장의 플레이어인데 객관적으로 마치 심판처럼 행세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입니다. J 101회는 [비뚤어진 조감도, 언론이 부동산으로 얻는 것] 그리고 지난 7월 18일 뉴스9 <"유시민-총선 관련 대화가 '스모킹건'"…수사 부정적이던 윤석열도 타격> 보도에 대해 [KBS 보도 논란을 짚는다]라는 주제로 오는 16일 밤 9시 4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됩니다. 이상호 KBS 아나운서,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임자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 활동가 겸 변호사,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한승연 KBS 기자가 출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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