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참회와 반성’…정기국회에서 실천될까?

입력 2020.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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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선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더웠던 어제(19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았습니다.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 위원장은 헌화 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김 위원장은 광주 시민들에게 재차 사과했습니다. 김 위원장 사죄의 속내를 읽어봅니다.

■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입장문 읽다 목이 멘 듯한 모습도

어제(19일) 오전 10시 15분쯤 김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습니다. 방명록에는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었습니다.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1980년 5월 17일 저는 대학 연구실에 있었습니다. …(중략)… 광주에서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위법 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는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입니다.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 또한 유죄입니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참회와 반성이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는 구절에선 목이 멘 듯 잠시 멈추기도 했습니다.

■ "진심을 보여달라" 외친 광주 시민들

김 위원장의 '참회와 반성'에, 광주 시민들은 '진심'을 요구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 광주 시민은 '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을 외쳤습니다. 그는 "여기 묘지에 누워계신 분들은 정말 한이 많으신 분들"이라며 "왜 맞아 죽었는지, 고문당해 죽었는지, 지금도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표님, 정말 부탁합니다"라고 재차 진상규명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옛 전남도청에서 광주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종인 위원장이 옛 전남도청에서 광주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18 이후 자식을 잃었다는 광주의 한 어머니는 김 위원장의 진실성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주혜성 씨는 옛 전남도청 건물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작년까지만 해도 야당 대표들이 왔을 때 진실성이 보이지 않아 저희가 죽기 살기로 막았다"며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전 의원의 5.18 망언을 언급했습니다. 주 씨는 "위원장님께서 그들을 뭔가 제명을 하든지, 우리가 느꼈을 때 '아 이제는 그래도 우리가 저들을 믿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거기에 대한 죄를 물어서 해주셔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저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님들의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 '5.18 3법'엔 말 아낀 김종인 위원장…"양당 간 협조 가능한 범위에서"

김 위원장은 참회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5.18 3법'으로 대변되는 광주의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5.18 3법'은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 처벌 ▲5.18 진상규명 ▲5.18 단체 피해자 범위 확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남 민심을 끌어안을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할 만한 것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희가 집권당이 아니어서, 어떤 정책을 내놔도 실현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 통합당이 앞으로 호남에 대해서 어떤 정책적인 협조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추후로 저희가 제시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를 찾아 가장 먼저 방명록을 작성했다.김종인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를 찾아 가장 먼저 방명록을 작성했다.

5.18 피해자 연금 지급 법안에 대해서는 "호남에 대한 것은 법안을 준비하고서 당에서 논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절차를 거치고 난 다음에 확정이 되면 그다음에 그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5.18 왜곡 금지법' 통과에 협조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입법 과정에서 양당 간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는 협조를 하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답을 내놨습니다. 또,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등 3명의 전직 의원을 제명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과거에 5.18 망언을 하신 분들은 이미 당에서 다 떨어져 계시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만일 일어난다면 당이 그 문제에 대해 철저히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습니다.

■ 법·정책엔 원론적인 입장…통합당의 속사정

김 위원장과 만난 이용섭 광주시장도 5.18 관련법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이 시장은 광주시청에서 김 위원장에게 "5.18 역사 왜곡 처벌 특별법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그 제정안이 통과하고,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위원장님이 지도부에서 도와주시면 광주 시민들도 진정성을 느끼리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시장과 만난 뒤 "'5.18 3법' 관련해서 어떤 절차를 밟아나가겠느냐"는 질문에 "우리 의원님들과 협의를 해보겠다"며 원론적인 태도를 재확인했습니다.

통합당 내부에선 호남을 향한 메시지에는 환영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당 정책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봐서 검토하고 있다"며 "원내에서 심도있게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법과 정책의 측면에서는 따져볼 것이 많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힙니다. 특히 5.18 유공자 예우의 경우엔 타 유공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6·25 참전 용사 등 다른 유공자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보상을 소급 적용하게 되면 위헌성 논란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안과 정책을 언제 꺼내 들지도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에 맞춰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당명개정과 각종 특위 결과물을 서두르면서 이번 호남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다음에 어떤 타이밍에 호남을 향한 메시지를 던질지도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 당내 반발 우려되지만…통합당 "우리는 하나"

김 위원장과 광주 일정에 동행한 통합당 관계자는 "유공자에게 연금을 주겠다는 등의 방법론을 오늘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늘의 입장은 의원들과 논의하면서 전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내 반발이 우려된단 지적에는 "김 위원장님의 답변은 '우리(통합당)는 하나다, 같은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의지를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는 5.18 관련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입니다. 그때는 김 위원장의 '진심'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호남을 향한 그의 약속, 지켜질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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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인의 ‘참회와 반성’…정기국회에서 실천될까?
    • 입력 2020-08-20 07:00:23
    취재K
마스크를 쓰고선 숨쉬기 힘들 정도로 더웠던 어제(19일),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광주를 찾았습니다. 5.18 민주묘지를 찾은 김 위원장은 헌화 탑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 김 위원장은 광주 시민들에게 재차 사과했습니다. 김 위원장 사죄의 속내를 읽어봅니다.

■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입장문 읽다 목이 멘 듯한 모습도

어제(19일) 오전 10시 15분쯤 김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를 방문했습니다. 방명록에는 "5.18 민주화 정신을 받들어 민주주의 발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썼습니다. 그리고 미리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었습니다.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된 1980년 5월 17일 저는 대학 연구실에 있었습니다. …(중략)… 광주에서 발포가 있었고 희생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은 얼마의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위법 행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도 범죄이지만, 알고도 침묵하거나 눈감은 행위 적극 항변하지 않는 소극성 역시 작지 않은 잘못입니다. 역사의 법정에선 이것 또한 유죄입니다."

김 위원장은 "부끄럽고 또 부끄럽다",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며 광주 시민들에게 용서를 구했습니다. "참회와 반성이 호남의 오랜 슬픔과 좌절을 쉬이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는 구절에선 목이 멘 듯 잠시 멈추기도 했습니다.

■ "진심을 보여달라" 외친 광주 시민들

김 위원장의 '참회와 반성'에, 광주 시민들은 '진심'을 요구했습니다. 김 위원장과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5.18 민주묘지를 찾은 한 광주 시민은 '5.18 민주화 운동 진상규명'을 외쳤습니다. 그는 "여기 묘지에 누워계신 분들은 정말 한이 많으신 분들"이라며 "왜 맞아 죽었는지, 고문당해 죽었는지, 지금도 하나도 밝혀진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대표님, 정말 부탁합니다"라고 재차 진상규명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이 옛 전남도청에서 광주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18 이후 자식을 잃었다는 광주의 한 어머니는 김 위원장의 진실성을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주혜성 씨는 옛 전남도청 건물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작년까지만 해도 야당 대표들이 왔을 때 진실성이 보이지 않아 저희가 죽기 살기로 막았다"며 자유한국당 김진태, 김순례 전 의원의 5.18 망언을 언급했습니다. 주 씨는 "위원장님께서 그들을 뭔가 제명을 하든지, 우리가 느꼈을 때 '아 이제는 그래도 우리가 저들을 믿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반드시 거기에 대한 죄를 물어서 해주셔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앞으로 그런 일 없도록 저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만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님들의 손을 잡기도 했습니다.

■ '5.18 3법'엔 말 아낀 김종인 위원장…"양당 간 협조 가능한 범위에서"

김 위원장은 참회하고 사죄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5.18 3법'으로 대변되는 광주의 요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5.18 3법'은 ▲5.18 관련 허위사실 유포 처벌 ▲5.18 진상규명 ▲5.18 단체 피해자 범위 확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민주당이 당론으로 채택해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호남 민심을 끌어안을 대안이나 정책을 제시할 만한 것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희가 집권당이 아니어서, 어떤 정책을 내놔도 실현에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다음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우리 통합당이 앞으로 호남에 대해서 어떤 정책적인 협조를 할 것인가 하는 것은 추후로 저희가 제시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

김종인 위원장은 5.18 민주묘지를 찾아 가장 먼저 방명록을 작성했다.
5.18 피해자 연금 지급 법안에 대해서는 "호남에 대한 것은 법안을 준비하고서 당에서 논의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절차를 거치고 난 다음에 확정이 되면 그다음에 그 문제에 대해서 거론하는 것이 옳지 않겠냐는 생각이 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5.18 왜곡 금지법' 통과에 협조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입법 과정에서 양당 간의 협의가 이뤄질 수 있는 범위에 대해서는 협조를 하려고 생각한다"며 원론적인 답을 내놨습니다. 또, 김진태, 김순례, 이종명 등 3명의 전직 의원을 제명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과거에 5.18 망언을 하신 분들은 이미 당에서 다 떨어져 계시다"면서 "앞으로 그런 일이 만일 일어난다면 당이 그 문제에 대해 철저히 대처해 나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습니다.

■ 법·정책엔 원론적인 입장…통합당의 속사정

김 위원장과 만난 이용섭 광주시장도 5.18 관련법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이 시장은 광주시청에서 김 위원장에게 "5.18 역사 왜곡 처벌 특별법이 지금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그 제정안이 통과하고, 진상규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위원장님이 지도부에서 도와주시면 광주 시민들도 진정성을 느끼리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시장과 만난 뒤 "'5.18 3법' 관련해서 어떤 절차를 밟아나가겠느냐"는 질문에 "우리 의원님들과 협의를 해보겠다"며 원론적인 태도를 재확인했습니다.

통합당 내부에선 호남을 향한 메시지에는 환영하고 공감하는 분위기입니다. 당 정책국 관계자는 KBS와의 통화에서 "정기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봐서 검토하고 있다"며 "원내에서 심도있게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법과 정책의 측면에서는 따져볼 것이 많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기류가 읽힙니다. 특히 5.18 유공자 예우의 경우엔 타 유공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6·25 참전 용사 등 다른 유공자가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피해자 보상을 소급 적용하게 되면 위헌성 논란도 나올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법안과 정책을 언제 꺼내 들지도 문제입니다. 김 위원장은 취임 100일에 맞춰 당의 변화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당명개정과 각종 특위 결과물을 서두르면서 이번 호남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다음에 어떤 타이밍에 호남을 향한 메시지를 던질지도 고민이 되는 지점입니다.

■ 당내 반발 우려되지만…통합당 "우리는 하나"

김 위원장과 광주 일정에 동행한 통합당 관계자는 "유공자에게 연금을 주겠다는 등의 방법론을 오늘 이야기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오늘의 입장은 의원들과 논의하면서 전향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내 반발이 우려된단 지적에는 "김 위원장님의 답변은 '우리(통합당)는 하나다, 같은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의 의지를 힘주어 말하기도 했습니다.

다음 달 정기국회에서는 5.18 관련법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입니다. 그때는 김 위원장의 '진심'이 시험대에 오릅니다. 호남을 향한 그의 약속, 지켜질 수 있을지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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