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비행중 방사선 피폭”…‘산재판정’ 막막한 승무원들

입력 2020.08.20 (21:42) 수정 2020.08.21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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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하다 죽지 않게...

지난 일주일 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 현황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13일부터 어제(19일)까지 모두 21명입니다.

하루 평균 3명이 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요즘 특히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 바로 폭염입니다.

대충 만들어 둔 그늘막, 땡볕 아래 쉬는 노동자..

씻을 곳도 부족합니다.

33도를 넘나들던 그제 18일, 대전의 한 건설현장에선 50대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지난 15일엔 가로수 작업을 하던 30대 이주노동자가 뙤약볕 아래서 숨져 갔습니다.

최근 5년 동안 폭염 속 온열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만 27명, 시원한 물을 규칙적으로 마실 수 있도록 하고, 바람통하는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고, 시간당 10 분 이상 쉴 수 있도록 한 지침만 잘 지켜도 소중한 생명 구할 수도 있다는 것, 아직도 모르는 걸까요.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KBS의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오늘(20일)은 백혈병에 걸려 숨진 항공기 승무원 얘깁니다.

비행기가 북극을 지날 때 우주 방사선에 피폭됐다는 주장인데,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승무원들이 더 있다고 합니다.

양예빈 기자가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던 아내, 6년차였던 2015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백혈병 사망' 승무원 남편/음성변조 : "평소에 아내가 미주노선을 다녀오거나 장거리 노선을 다녀왔을 때 항상 되게 피곤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되게 힘들다 오늘 너무 힘들고..."]

북극 상공을 지날 때 우주방사선에 피폭됐다며 2년 전 산재를 신청했지만, 지난 5월, 결국 숨졌습니다.

['백혈병 사망' 승무원 남편/음성변조 : "북극항로를 다녀올 때마다 기장님들이나 그런 분들이 '오늘 미주 노선 다녀왔으니까 꼭 (요오드가 들어 있는) 미역국 먹고' 이런 말들도 꼭 해주신다고..."]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동료 승무원 세 명도 산재를 신청했고, 준비중인 승무원도 열 명이 넘습니다.

북미 지역을 오갈 때 많이 이용하는 하늘길. '북극항로'로 불립니다.

최단 거리다보니 항공사 입장에선 기름값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 지방은 지구 자기장의 보호막이 약해 우주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큰데요.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객실승무원의 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2.2밀리시버트.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나 방사선을 다루는 검사자보다도 높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승무원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다른 직업군 보다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윤진하/신촌세브란스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일반 공무원에 비해서 1.8배 유의미하게 (백혈병으로) 입원하는 확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년 전 첫 산재 신청 전까지 방사선 노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던 대한항공.

[김승현/노무사/유족측 대리인 : "사실 승무원들은 내가 1년에 노출이 되는 방사선 피폭 수치를 들어본 적도 없다가 실제 상태였고요. 이 일 이후로 공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마저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황정아/한국천문연구원 박사 : "은하우주 방사선만을 고려한 모델이기 때문에 실제로 피폭되는 방사선 피폭량보다 과소 추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산재 인정 여부, 하지만 언제 답이 나올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음성변조 : "아직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 의뢰중이라고 하셔가지고요..."]

대한항공은 "승무원의 발병과 우주방사선 노출량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산재 인정을 받으면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 문아미/영상편집:이재/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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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극항로 비행중 방사선 피폭”…‘산재판정’ 막막한 승무원들
    • 입력 2020-08-20 21:53:33
    • 수정2020-08-21 09: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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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하다 죽지 않게... 지난 일주일 동안 일하다 숨진 노동자 현황입니다. 노동건강연대와 KBS가 집계한 13일부터 어제(19일)까지 모두 21명입니다. 하루 평균 3명이 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요즘 특히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 바로 폭염입니다. 대충 만들어 둔 그늘막, 땡볕 아래 쉬는 노동자.. 씻을 곳도 부족합니다. 33도를 넘나들던 그제 18일, 대전의 한 건설현장에선 50대 노동자가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지난 15일엔 가로수 작업을 하던 30대 이주노동자가 뙤약볕 아래서 숨져 갔습니다. 최근 5년 동안 폭염 속 온열질환으로 숨진 노동자만 27명, 시원한 물을 규칙적으로 마실 수 있도록 하고, 바람통하는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고, 시간당 10 분 이상 쉴 수 있도록 한 지침만 잘 지켜도 소중한 생명 구할 수도 있다는 것, 아직도 모르는 걸까요. 위험에 노출된 노동자들, KBS의 연속보도 이어갑니다. 오늘(20일)은 백혈병에 걸려 숨진 항공기 승무원 얘깁니다. 비행기가 북극을 지날 때 우주 방사선에 피폭됐다는 주장인데, 비슷한 피해를 호소하는 승무원들이 더 있다고 합니다. 양예빈 기자가 사연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일하던 아내, 6년차였던 2015년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백혈병 사망' 승무원 남편/음성변조 : "평소에 아내가 미주노선을 다녀오거나 장거리 노선을 다녀왔을 때 항상 되게 피곤하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되게 힘들다 오늘 너무 힘들고..."] 북극 상공을 지날 때 우주방사선에 피폭됐다며 2년 전 산재를 신청했지만, 지난 5월, 결국 숨졌습니다. ['백혈병 사망' 승무원 남편/음성변조 : "북극항로를 다녀올 때마다 기장님들이나 그런 분들이 '오늘 미주 노선 다녀왔으니까 꼭 (요오드가 들어 있는) 미역국 먹고' 이런 말들도 꼭 해주신다고..."]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동료 승무원 세 명도 산재를 신청했고, 준비중인 승무원도 열 명이 넘습니다. 북미 지역을 오갈 때 많이 이용하는 하늘길. '북극항로'로 불립니다. 최단 거리다보니 항공사 입장에선 기름값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극 지방은 지구 자기장의 보호막이 약해 우주방사선에 피폭될 가능성이 큰데요.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의 조사 결과를 보면, 객실승무원의 평균 방사선 노출량은 2.2밀리시버트. 원자력발전소 종사자나 방사선을 다루는 검사자보다도 높습니다. 국내 연구진은 "승무원들의 백혈병 발병률이 다른 직업군 보다 높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윤진하/신촌세브란스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 "일반 공무원에 비해서 1.8배 유의미하게 (백혈병으로) 입원하는 확률이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2년 전 첫 산재 신청 전까지 방사선 노출량을 공개하지 않았던 대한항공. [김승현/노무사/유족측 대리인 : "사실 승무원들은 내가 1년에 노출이 되는 방사선 피폭 수치를 들어본 적도 없다가 실제 상태였고요. 이 일 이후로 공개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마저도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황정아/한국천문연구원 박사 : "은하우주 방사선만을 고려한 모델이기 때문에 실제로 피폭되는 방사선 피폭량보다 과소 추정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산재 인정 여부, 하지만 언제 답이 나올 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근로복지공단 직원/음성변조 : "아직 산업안전보건연구원에 역학조사 의뢰중이라고 하셔가지고요..."] 대한항공은 "승무원의 발병과 우주방사선 노출량의 연관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면서도 산재 인정을 받으면 따르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촬영기자:오범석 문아미/영상편집:이재/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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