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해’ 없어질까…“동해 표기 새 지평”

입력 2020.09.21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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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와 독도는 어느 바다에 있을까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동해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은 동해의 이름을 '일본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유일한 근거는 국제수로기구가 내놓고 있는 해도 제작 지침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입니다. 이 지침서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23'이 처음 발간된 것은 1929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것이 1953년이었습니다. 일본강점기 당시 만들어진 뒤 한국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때 마지막으로 개정돼 지금껏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이 바다의 이름은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 이의를 제기해 왔습니다. 세계 각국이 제작한 각종 지도에 일본해 표기 대신 동해를 써야 한다고도 요구했고, 최소한 같이 표기해 달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는 동해라고 표기된 지도의 비율이 전체의 40%가량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더불어 국제수로기구의 'S-23' 내용 개정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2002년 만들어졌던 'S-23' 개정판 초안에 일본해를 '백지'로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초안만 만들어졌을 뿐 실제 개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국제수로기구가 공개한 보고서. ‘S-23’을 대신할 새로운 기준에 “어떤 이름도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었다.국제수로기구가 공개한 보고서. ‘S-23’을 대신할 새로운 기준에 “어떤 이름도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 국제수로기구 "바다를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자"

하지만 마침내 변화의 여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의 모든 바다에 특정한 '이름'을 붙이는 대신에 '번호'를 붙이는 형태로 새로운 기준안, 'S-130'을 만들어 갈등의 소지를 없애자는 제안이 나온 것입니다.

국제수로기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비공식 협의 결과보고서'를 보면, 국제수로기구 사무총장은 전 세계 바다의 명칭을 표기하는 방법에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체계'를 새 기준안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재의 'S-23'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고 '국제적 해역을 다각적으로 구획하기 위해' 이름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기준은 'S-130'으로 명명됩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오직 특정 번호로 표기되고 어떤 이름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제안은 11월 화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총회에서 회원국들에 설명된 뒤 안건에 부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과 여부는 회원국 간 합의(Consensus)를 통해 결정됩니다.


■ 한국과 일본, '번호' 바다에 동의할까?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해 표기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S-23'이 효력을 잃는다는 측면에서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출판되는 지도에 동해 표기 또는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S-23'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우리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지평이 마련됐다는 자체 평가입니다.

일본의 반응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사실상 '일본해'로 표기된 기준이 없어지게 된 셈이지만 새로운 기준을 신설함에 따라 기존 'S-23'이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춰 기준을 적합하게 만든다는 명분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당사국인 북한 역시 국제수로기구의 제안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국제수로기구 사무총장이 제시한 안에 대해서는 한국과 북한, 일본, 미국, 영국이 지난해 두 차례 비공개회의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양해를 마친 상태입니다. 11월 총회가 열린다면 통과가 유력시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일본해' 표기가 사라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도에서 '동해'로 표시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지도 위에 바다 이름이 숫자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힘듭니다. '동해' 표시를 각종 지도 위에 표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국제수로기구 'S-23' 개정에 모아왔던 힘을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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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해’ 없어질까…“동해 표기 새 지평”
    • 입력 2020-09-21 17:33:21
    취재K
울릉도와 독도는 어느 바다에 있을까요? 너무나 당연하게도 동해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은 동해의 이름을 '일본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유일한 근거는 국제수로기구가 내놓고 있는 해도 제작 지침서 '해양과 바다의 경계(S-23)'입니다. 이 지침서가 동해를 일본해로 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S-23'이 처음 발간된 것은 1929년, 마지막으로 개정된 것이 1953년이었습니다. 일본강점기 당시 만들어진 뒤 한국전쟁 등으로 혼란스러웠던 때 마지막으로 개정돼 지금껏 아무런 변화도 없었습니다.

한국 정부는 1990년대부터 이 바다의 이름은 일본해가 아니라 동해라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 이의를 제기해 왔습니다. 세계 각국이 제작한 각종 지도에 일본해 표기 대신 동해를 써야 한다고도 요구했고, 최소한 같이 표기해 달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 결과 최근에는 동해라고 표기된 지도의 비율이 전체의 40%가량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는 더불어 국제수로기구의 'S-23' 내용 개정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2002년 만들어졌던 'S-23' 개정판 초안에 일본해를 '백지'로 만드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초안만 만들어졌을 뿐 실제 개정으로 연결되지는 못했습니다.

국제수로기구가 공개한 보고서. ‘S-23’을 대신할 새로운 기준에 “어떤 이름도 적용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 국제수로기구 "바다를 이름 대신 번호로 부르자"

하지만 마침내 변화의 여지가 만들어졌습니다. 세계의 모든 바다에 특정한 '이름'을 붙이는 대신에 '번호'를 붙이는 형태로 새로운 기준안, 'S-130'을 만들어 갈등의 소지를 없애자는 제안이 나온 것입니다.

국제수로기구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비공식 협의 결과보고서'를 보면, 국제수로기구 사무총장은 전 세계 바다의 명칭을 표기하는 방법에 '고유의 숫자로 식별하는 체계'를 새 기준안으로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현재의 'S-23'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하지 않고 '국제적 해역을 다각적으로 구획하기 위해' 이름이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기준은 'S-130'으로 명명됩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오직 특정 번호로 표기되고 어떤 이름도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제안은 11월 화상으로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총회에서 회원국들에 설명된 뒤 안건에 부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통과 여부는 회원국 간 합의(Consensus)를 통해 결정됩니다.


■ 한국과 일본, '번호' 바다에 동의할까?

한국의 입장에서 보면 동해 표기 운동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S-23'이 효력을 잃는다는 측면에서 성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각국에서 출판되는 지도에 동해 표기 또는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S-23'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우리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지평이 마련됐다는 자체 평가입니다.

일본의 반응도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사실상 '일본해'로 표기된 기준이 없어지게 된 셈이지만 새로운 기준을 신설함에 따라 기존 'S-23'이 완전히 폐기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맞춰 기준을 적합하게 만든다는 명분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다른 당사국인 북한 역시 국제수로기구의 제안에 만족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실 국제수로기구 사무총장이 제시한 안에 대해서는 한국과 북한, 일본, 미국, 영국이 지난해 두 차례 비공개회의를 통해 이미 상당 부분 양해를 마친 상태입니다. 11월 총회가 열린다면 통과가 유력시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일본해' 표기가 사라진다고 해서 자동으로 지도에서 '동해'로 표시가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지도 위에 바다 이름이 숫자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힘듭니다. '동해' 표시를 각종 지도 위에 표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인 셈입니다. 지금까지 국제수로기구 'S-23' 개정에 모아왔던 힘을 계속 유지해 나갈 필요는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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