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청와대의 엇갈린 증언…인식 차는 누구 몫?

입력 2020.09.21 (17:3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환경부와 청와대가 공모해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강제로 사직을 종용하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사로 산하기관 임원을 채워 넣었다는 의혹입니다.

2018년 말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문건이 공개되면서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지난해 9월부터 두 사람에 대한 재판도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까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한 열일곱 번째 재판을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청와대와 환경부 인사업무를 담당한 실무진 여럿이 증인석에 섰습니다. 환경부 운영지원과에선 정 모 전 운영지원과장, 김 모 전 운영지원과장, 윤 모 전 인사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청와대에선 윤 모 전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송 모 전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나왔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여된 당시 실무진 대부분이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셈입니다.

그런데 양측의 증언이 서로 다릅니다. 환경부 운영지원과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은 환경부와 산하 공공기관 인사업무의 카운터파트, 상대방이었습니다. 누굴 임명할지,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함께 일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당시 상황이 조금 다른 겁니다.

의사결정 주체는 청와대? 환경부?

인사권은 누가 키를 잡고 행사할까요?

환경부 공무원들은 '방침', '지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일했다는 겁니다.

검사: 그럼 어느 직위를 누구의 몫으로 할지는 어떻게 정했습니까?
정 전 환경부 과장: 지난 정부에서 운영지원과장으로 있을 때는 직위별로 어느 정도 분담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청와대와 협의해 청와대 방침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중략)
검사: 청와대가 특정인을 추천해 통보하면, 그 통보는 순수한 의미의 추천입니까 관철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지시입니까?
정 전 환경부 과장: 그 당시 저희는 지시라고 생각했고, 저희는 집행하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전 과장에 이어 운영지원과장으로 일했던 김 전 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의 승인 없이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검사: 산하기관 임원 후보자 내정뿐만 아니라 임원 사표와 관련해 청와대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없는 거죠?
김 전 환경부 과장: 관련된 어떤 절차도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실무진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엔 동의합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임원 현황을 파악하고 기관에 적합한 인재를 검토하는 과정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업무라는 겁니다.
다만 '방침'이나 '지시'가 아닌 '협의'였다는 입장입니다.

검사: (정 전 과장은) 최종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후임인 김 전 과장은 최종 결정권이 청와대에 있느냐는 질문에 "네 사실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증인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윤 전 청와대 행정관: 네. 일방적 지시가 있었다면 저와 협의할 필요가 없죠. 이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주면 되지, 조정이 안 돼서 협의할 필요가 없죠.

검: 단순 참고의견이라면 환경부에서 장관 추천자를 청와대에 관철하려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이유가 뭡니까?
송 전 청와대 행정관: 협의라는 것 자체가 자기 기관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 협의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차이 때문이었을까요? 청와대와 환경부는 사안마다 서로 다르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①'몫'은 있다? 없다?

증인으로 나왔던 환경부 운영지원과 직원들은 '청와대 몫'과 '부처 몫', '몫'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관행적으로 청와대가 '추천'하는 자리와 부처에서 '추천'하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검사: 다음 '몫'에 관해 물어보겠습니다. 공공기관 간부 임명은 청와대 몫, 환경부 장관 몫,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까?
정 전 환경부 과장: 관행적으로 청와대에서 추천해서 임명되는 직위, 그리고 환경부 장관이 추천해서 임명되는 직위, 내부 승진해서 임명되는 직위, 이렇게 관행적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실무자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들은 '몫'이 전 정권의 관행이었을지 몰라도 현 정권엔 없다고 말합니다.

윤 전 청와대 행정관: 추천 몫이라고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다 추천할 수 있고, 다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중략)…앞에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게 몫이라고 정해져 있는 건 전 정부의 얘기라고 들었습니다. 우린 몫을 나누진 않는다, 사람을 추천하는 문제로 하자. 그걸 제로베이스라고 알아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몫을 따지지 말고 추천하자고 말했습니다.

②'일괄 사표'? '건 건'?

'몫'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일까요? 환경부 운영지원과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은 서로 다른 '임원 교체 계획'을 얘기합니다.

정 전 과장은 윤 전 행정관에게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계획>이라는 문건을 보고했습니다. 이 문건엔 '기관장 및 상임감사 일괄사직서 징구', '재신임 여부 검토 결정', '교체 해당 실·국장 전달 설득' 등의 표현이 들어있습니다. 산하기관 임원 모두에게 사직서를 받은 후 재신임 여부를 검토하자는 계획입니다. 물론 청와대의 '방침'이었다고 말합니다.

청와대 실무진은 생각이 다릅니다. 두 사람 모두 "건 바이 건"이라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윤 전 청와대 행정관: (인사) 적체를 해소해야 한다는 기관과 부처의 요구가 커서 그 중심으로 했고 '건 바이 건'으로 순차적으로 하자고 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전체적으로 요구하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직위 위주로 하고 싶다고 의견을 내서 진행이 안 됐습니다.

윤 전 행정관은 환경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 인사의 경우, '건 바이 건'으로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부의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계획> 문건을 보고받았을 때도 환경부의 일방적인 의견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③"잘 부탁합니다"의 의미?

계획이 어찌 되었든, 환경부 공무원들은 실제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공석이 된 자리엔 후보자가 추천되었고, 공모절차가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절차 단계마다 공정하지 않은 지원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청와대로 보고된 문건도 법정에서 제시했습니다.

김 전 환경부 과장: 후보자가 결정되고 나면 지원 단계별로 꼼꼼하게 잘 지원해서 떨어지는 일 없도록 유념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전 과장은 윤 전 행정관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환경부 운영지원과는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최종 후보자에 선발될 수 있도록 사전 서류지원 등의 방법을 통해 추천 후보자를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환경부 인사팀장과 정 전 과장 등 환경부 공무원들은 비슷하게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행정관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신경 써달라",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말이 오갔다는 겁니다.

윤 전 청와대 행정관: 지원하라는 의미를 담아서 한 건 아니고, 제가 하는 인사 중 대통령 임명직 후보자를 추천하니 신경 써달라는 차원에서 말했습니다.

송 전 청와대 행정관: 저는 통상적으로 잘 부탁한다. 고생하십시오.

환경부 공무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윤 전 행정관은 협조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인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안 한다고 뭐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④소명서는 반성문일까 경위서일까?

증인으로 나온 두 행정관의 상사였던 신 전 비서관은 강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해악을 가할 듯 김 전 과장을 협박하고, 소명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강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추천한 모 일간지 간부 출신 후보가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이를 빌미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게 되었기에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향후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 조치하겠음",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입니다.

청와대 행정관은 소명서가 제출될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송 전 행정관은 신 전 비서관이 오히려 일간지 간부 출신 후보의 탈락보다 자유한국당 보좌관 출신 후보가 서류심사에 합격한 데에 더 관심을 쏟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김 전 과장에게 경위를 파악해 사실관계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바 있지만, '소명서' 형태로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누구의 명의로 작성하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엔 아직 증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시작하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앞으론 어떤 증언들이 오갈까요?

한 달여 만에 열리는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 이어질 예정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환경부와 청와대의 엇갈린 증언…인식 차는 누구 몫?
    • 입력 2020-09-21 17:37:34
    취재K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 환경부와 청와대가 공모해 산하 공공기관 임원들에게 강제로 사직을 종용하고, 자신들이 추천하는 인사로 산하기관 임원을 채워 넣었다는 의혹입니다.

2018년 말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 사퇴 동향' 문건이 공개되면서 처음 의혹이 제기된 지 2년이 다 되어갑니다. 지난해 4월 검찰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했는데요. 지난해 9월부터 두 사람에 대한 재판도 1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1부(김선희 임정엽 권성수 부장판사)는 지난달 28일까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장관과 신 전 비서관에 대한 열일곱 번째 재판을 마쳤습니다.

지금까지 청와대와 환경부 인사업무를 담당한 실무진 여럿이 증인석에 섰습니다. 환경부 운영지원과에선 정 모 전 운영지원과장, 김 모 전 운영지원과장, 윤 모 전 인사팀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고, 청와대에선 윤 모 전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과 송 모 전 균형인사비서관실 행정관이 나왔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여된 당시 실무진 대부분이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셈입니다.

그런데 양측의 증언이 서로 다릅니다. 환경부 운영지원과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은 환경부와 산하 공공기관 인사업무의 카운터파트, 상대방이었습니다. 누굴 임명할지, 절차를 어떻게 진행할지, 함께 일했지만, 서로가 기억하는 당시 상황이 조금 다른 겁니다.

의사결정 주체는 청와대? 환경부?

인사권은 누가 키를 잡고 행사할까요?

환경부 공무원들은 '방침', '지시'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일했다는 겁니다.

검사: 그럼 어느 직위를 누구의 몫으로 할지는 어떻게 정했습니까?
정 전 환경부 과장: 지난 정부에서 운영지원과장으로 있을 때는 직위별로 어느 정도 분담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는 청와대와 협의해 청와대 방침에 따라 진행했습니다.
(중략)
검사: 청와대가 특정인을 추천해 통보하면, 그 통보는 순수한 의미의 추천입니까 관철시켜야 한다는 일종의 지시입니까?
정 전 환경부 과장: 그 당시 저희는 지시라고 생각했고, 저희는 집행하는 입장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정 전 과장에 이어 운영지원과장으로 일했던 김 전 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와대의 승인 없이는 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검사: 산하기관 임원 후보자 내정뿐만 아니라 임원 사표와 관련해 청와대의 승인 없이 진행할 수 없는 거죠?
김 전 환경부 과장: 관련된 어떤 절차도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당연히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실무진도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절차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엔 동의합니다.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기관의 임원 현황을 파악하고 기관에 적합한 인재를 검토하는 과정이 청와대 인사수석실의 업무라는 겁니다.
다만 '방침'이나 '지시'가 아닌 '협의'였다는 입장입니다.

검사: (정 전 과장은) 최종 결정권은 누구에게 있느냐는 질문에 청와대에 있다고 진술했습니다. 후임인 김 전 과장은 최종 결정권이 청와대에 있느냐는 질문에 "네 사실입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증인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신가요?
윤 전 청와대 행정관: 네. 일방적 지시가 있었다면 저와 협의할 필요가 없죠. 이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주면 되지, 조정이 안 돼서 협의할 필요가 없죠.

검: 단순 참고의견이라면 환경부에서 장관 추천자를 청와대에 관철하려고 하면서 지속적으로 협의하는 이유가 뭡니까?
송 전 청와대 행정관: 협의라는 것 자체가 자기 기관 입장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는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소통하기 위해서 협의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런 차이 때문이었을까요? 청와대와 환경부는 사안마다 서로 다르게 받아들였던 것 같습니다.

①'몫'은 있다? 없다?

증인으로 나왔던 환경부 운영지원과 직원들은 '청와대 몫'과 '부처 몫', '몫'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관행적으로 청와대가 '추천'하는 자리와 부처에서 '추천'하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는 의미입니다.

검사: 다음 '몫'에 관해 물어보겠습니다. 공공기관 간부 임명은 청와대 몫, 환경부 장관 몫, 이렇게 나뉘어 있습니까?
정 전 환경부 과장: 관행적으로 청와대에서 추천해서 임명되는 직위, 그리고 환경부 장관이 추천해서 임명되는 직위, 내부 승진해서 임명되는 직위, 이렇게 관행적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청와대 실무자들의 이야기는 다릅니다. 이들은 '몫'이 전 정권의 관행이었을지 몰라도 현 정권엔 없다고 말합니다.

윤 전 청와대 행정관: 추천 몫이라고 정해진 건 없습니다. 다 추천할 수 있고, 다 추천받을 수 있습니다.…(중략)…앞에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게 몫이라고 정해져 있는 건 전 정부의 얘기라고 들었습니다. 우린 몫을 나누진 않는다, 사람을 추천하는 문제로 하자. 그걸 제로베이스라고 알아들었는진 모르겠지만, 몫을 따지지 말고 추천하자고 말했습니다.

②'일괄 사표'? '건 건'?

'몫'에 대한 이해가 달라서일까요? 환경부 운영지원과와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실은 서로 다른 '임원 교체 계획'을 얘기합니다.

정 전 과장은 윤 전 행정관에게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계획>이라는 문건을 보고했습니다. 이 문건엔 '기관장 및 상임감사 일괄사직서 징구', '재신임 여부 검토 결정', '교체 해당 실·국장 전달 설득' 등의 표현이 들어있습니다. 산하기관 임원 모두에게 사직서를 받은 후 재신임 여부를 검토하자는 계획입니다. 물론 청와대의 '방침'이었다고 말합니다.

청와대 실무진은 생각이 다릅니다. 두 사람 모두 "건 바이 건"이라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윤 전 청와대 행정관: (인사) 적체를 해소해야 한다는 기관과 부처의 요구가 커서 그 중심으로 했고 '건 바이 건'으로 순차적으로 하자고 하고 있었습니다. 환경부는 전체적으로 요구하고, 자기들이 하고 싶은 직위 위주로 하고 싶다고 의견을 내서 진행이 안 됐습니다.

윤 전 행정관은 환경부를 제외한 나머지 부처 인사의 경우, '건 바이 건'으로 인사적체를 해소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환경부의 <산하기관 임원 교체 계획> 문건을 보고받았을 때도 환경부의 일방적인 의견이라고만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③"잘 부탁합니다"의 의미?

계획이 어찌 되었든, 환경부 공무원들은 실제로 산하기관 임원들에게 사표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공석이 된 자리엔 후보자가 추천되었고, 공모절차가 진행됐습니다. 검찰은 절차 단계마다 공정하지 않은 지원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청와대로 보고된 문건도 법정에서 제시했습니다.

김 전 환경부 과장: 후보자가 결정되고 나면 지원 단계별로 꼼꼼하게 잘 지원해서 떨어지는 일 없도록 유념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김 전 과장은 윤 전 행정관으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후 환경부 운영지원과는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최종 후보자에 선발될 수 있도록 사전 서류지원 등의 방법을 통해 추천 후보자를 도왔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환경부 인사팀장과 정 전 과장 등 환경부 공무원들은 비슷하게 증언했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행정관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신경 써달라", "잘 부탁한다"는 정도의 말이 오갔다는 겁니다.

윤 전 청와대 행정관: 지원하라는 의미를 담아서 한 건 아니고, 제가 하는 인사 중 대통령 임명직 후보자를 추천하니 신경 써달라는 차원에서 말했습니다.

송 전 청와대 행정관: 저는 통상적으로 잘 부탁한다. 고생하십시오.

환경부 공무원들이 '협조'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윤 전 행정관은 협조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인지 묻는 재판부의 질문에 "안 한다고 뭐라고 하겠습니까?"라고 대답했습니다.

④소명서는 반성문일까 경위서일까?

증인으로 나온 두 행정관의 상사였던 신 전 비서관은 강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신 전 비서관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보좌하는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해악을 가할 듯 김 전 과장을 협박하고, 소명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강요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가 추천한 모 일간지 간부 출신 후보가 서류심사도 통과하지 못했는데, 이를 빌미로 "서류심사에서 탈락하게 되었기에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향후 동일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엄중 조치하겠음", "어떠한 책임과 처벌도 감수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소명서를 작성해 제출하도록 강요했다는 내용입니다.

청와대 행정관은 소명서가 제출될 당시 상황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송 전 행정관은 신 전 비서관이 오히려 일간지 간부 출신 후보의 탈락보다 자유한국당 보좌관 출신 후보가 서류심사에 합격한 데에 더 관심을 쏟았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김 전 과장에게 경위를 파악해 사실관계를 보내달라고 요청한 바 있지만, '소명서' 형태로 올지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또, 누구의 명의로 작성하라고 말한 적이 전혀 없다고 증언했습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엔 아직 증인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한 달여 만에 다시 시작하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 재판, 앞으론 어떤 증언들이 오갈까요?

한 달여 만에 열리는 다음 재판은 오는 25일 이어질 예정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