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美 실업률 떨어졌다는데, 떨어진 거 맞나?

입력 2020.10.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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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의 축은 내수다. 나라 경제의 7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7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와 정반대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수출이 중심인 우리나라는 수출 대상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은 미국 내에서 미국민들이 얼마나 돈을 쓰느냐에 경제 성장이 달려 있다는 거다. 돈을 많이 쓰려면, 돈을 잘 벌어야겠고, 그러려면 고정적으로 월급 받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물론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이면 더 좋을 거다.

이 일자리 문제에서 미국 경제가 많이 꼬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의 실업률은 3%대였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완전고용' 수준으로 보는 게 3%인데, 거의 그 수준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터지면서 바로 4월에 15%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러다가 8월 실업률이 다섯 달 만에 한 자릿수대로 내려왔고, 9월 실업률은 7.9%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최악의 실업난에선 벗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까?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 건 맞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다. 9월 미국 내 영구 실업자 수는 8월보다 34만 5천 명이 증가한 3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구 실업자란, 말 그대로 '직장에서 완전히 해고된 실업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일시적인 해고나 무급 휴직으로 내몰렸던 사람들이 대거 영구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 거다. 영구실업자가 380만명이란 것은 38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바로 직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났다.

기존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데,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턱도 없이 모자라다. 일자리 회복 추세 얘기할 때 우리가 실업률 말고 들여다보는 게 신규 일자리 개수인데, 이 증가세가 굉장히 더디다.

지난 6월에 역대 최다인 479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데, 7월엔 173만개, 8월에 137만개, 그리고 9월엔 66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넉 달 연속 늘고는 있는데 그 오름폭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라진 일자리가 미국에서 2천만 개로 추산되는데, 이걸 회복하려면 아직 천 만여개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디즈니가 미국 내 테마파크에서 일하는 직원 2만 8천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인 올스테이트는 3천 8백명의 신규 감원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비영업 부서를 중심으로 400명 가량을 감원할 계획이고, 주요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3만 2천 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감원을 공식화하면서, 전문가들은 오는 2023년까지도 미국 노동시장이 회복되지 못할 거로 보고 있다. 그 이후도 물론 돼 봐야 한다.

물리적인 숫자뿐만 아니라, 실업의 질도 안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종별 실업률 격차가 크다. 다섯 달 만에 8월 실업률이 한 자릿수대로 내려왔지만, 8월에 백인 실업률은 7.3%, 흑인 실업률은 13% 였다. 9월에도 백인 7%, 흑인 12.1%로 나왔다. 백인-흑인간 실업률 격차는 거의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에만 61만7천여명의 여성들이 직장을 떠난 걸로 집계됐는데, 남성은 이 숫자가 7만 8천명에 불과하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직장 떠난 여성의 절반은 35살에서 44살의 황금 연령대라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19 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이 식당, 호텔 등의 접객 서비스 업종인게 아무래도 여성 노동자들에게 더 타격을 준 듯하다. 또,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계속하게 되면서 자녀 양육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아진 점도 무시 못할 거다.

IMF도 이런 현실을 꼬집는 보고서를 냈다. IMF는 지난 7월에 낸 보고서에서 "미국 여성 근로자의 약 54%가 원격으로, 그러니깐 집에서 일할 수 없는 업종에 고용돼 있다" 고 했다. 다시 말하면, 전염병으로 인해 실직할 가능성이 여성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인데, 이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거다.

IMF는 "기존의 불황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여성 실업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성별에 따른 불평등의 지속적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맞춤형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들을 돌볼 수 있게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걸 예로 들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는 미국의 올해 연말연시 소매판매가 작년에 비해 오히려 1~1.5% 성장한 1조 천 4백억 달러에서 1조 천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일자리 잃으면 , 돈 못 벌어, 쓸 돈이 없어지니 소비심리도 위축될 거라는 얘기 계속했는데 이 예측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익부 빈익빈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건 저임금 노동자, 여성 노동자, 흑인 노동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소득 전문직종에 속한 노동자(대부분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는 실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 금융, 정보통신, 부동산 중개 등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 수준이 가장 낮았고 회복도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는 안 좋은데, 주식·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있으니, 중상위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하기까지 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코로나19로 올해 말에는 전 세계에서 최대 1억 천4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이 말하는 극빈층은 하루 생활비 1.9달러, 우리 돈 2천300원 이하를 버는 계층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이 극빈층 비율이 올해는 3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거라고 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팬데믹 상황에서 전염병에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더 가난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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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리포트] 美 실업률 떨어졌다는데, 떨어진 거 맞나?
    • 입력 2020-10-14 10:24:00
    특파원 리포트
미국 경제의 축은 내수다. 나라 경제의 70% 이상을 내수에 의존하고 있다. 7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와 정반대다. 이게 무슨 얘기냐면, 수출이 중심인 우리나라는 수출 대상 국가들의 경제 상황이 굉장히 중요한데, 미국은 미국 내에서 미국민들이 얼마나 돈을 쓰느냐에 경제 성장이 달려 있다는 거다. 돈을 많이 쓰려면, 돈을 잘 벌어야겠고, 그러려면 고정적으로 월급 받는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물론 월급 많이 주는 직장이면 더 좋을 거다.

이 일자리 문제에서 미국 경제가 많이 꼬이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미국의 실업률은 3%대였다.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완전고용' 수준으로 보는 게 3%인데, 거의 그 수준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터지면서 바로 4월에 15% 가까이 뛰어올랐다. 그러다가 8월 실업률이 다섯 달 만에 한 자릿수대로 내려왔고, 9월 실업률은 7.9%를 기록했다.


그렇다면, 최악의 실업난에선 벗어나고 있다고 봐야 할까? 떨어지고 있는 추세인 건 맞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너무 높은 수준이다. 9월 미국 내 영구 실업자 수는 8월보다 34만 5천 명이 증가한 3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구 실업자란, 말 그대로 '직장에서 완전히 해고된 실업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일시적인 해고나 무급 휴직으로 내몰렸던 사람들이 대거 영구 실업자로 전락하게 된 거다. 영구실업자가 380만명이란 것은 380만개 일자리가 사라졌다고도 말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사태 바로 직전인 지난 2월과 비교하면 3배가량 늘어났다.

기존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데,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턱도 없이 모자라다. 일자리 회복 추세 얘기할 때 우리가 실업률 말고 들여다보는 게 신규 일자리 개수인데, 이 증가세가 굉장히 더디다.

지난 6월에 역대 최다인 479만개 일자리가 새로 생겼는데, 7월엔 173만개, 8월에 137만개, 그리고 9월엔 66만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넉 달 연속 늘고는 있는데 그 오름폭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라진 일자리가 미국에서 2천만 개로 추산되는데, 이걸 회복하려면 아직 천 만여개 일자리가 더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망도 밝지 않다. 지난달 디즈니가 미국 내 테마파크에서 일하는 직원 2만 8천 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험사인 올스테이트는 3천 8백명의 신규 감원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비영업 부서를 중심으로 400명 가량을 감원할 계획이고, 주요 항공사인 아메리칸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이 3만 2천 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감원을 공식화하면서, 전문가들은 오는 2023년까지도 미국 노동시장이 회복되지 못할 거로 보고 있다. 그 이후도 물론 돼 봐야 한다.

물리적인 숫자뿐만 아니라, 실업의 질도 안 좋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인종별 실업률 격차가 크다. 다섯 달 만에 8월 실업률이 한 자릿수대로 내려왔지만, 8월에 백인 실업률은 7.3%, 흑인 실업률은 13% 였다. 9월에도 백인 7%, 흑인 12.1%로 나왔다. 백인-흑인간 실업률 격차는 거의 6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지난달에만 61만7천여명의 여성들이 직장을 떠난 걸로 집계됐는데, 남성은 이 숫자가 7만 8천명에 불과하다고 CNN이 최근 보도했다. 직장 떠난 여성의 절반은 35살에서 44살의 황금 연령대라는데,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코로나19 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업종이 식당, 호텔 등의 접객 서비스 업종인게 아무래도 여성 노동자들에게 더 타격을 준 듯하다. 또,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계속하게 되면서 자녀 양육으로 일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아진 점도 무시 못할 거다.

IMF도 이런 현실을 꼬집는 보고서를 냈다. IMF는 지난 7월에 낸 보고서에서 "미국 여성 근로자의 약 54%가 원격으로, 그러니깐 집에서 일할 수 없는 업종에 고용돼 있다" 고 했다. 다시 말하면, 전염병으로 인해 실직할 가능성이 여성이 굉장히 높다는 의미인데, 이게 현실화되고 있다는 거다.

IMF는 "기존의 불황기와 달리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여성 실업 문제는 특히 더 심각하다"고 지적하면서 "성별에 따른 불평등의 지속적 확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맞춤형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했다. 학교에 가지 못하는 자녀들을 돌볼 수 있게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걸 예로 들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 기업인 딜로이트는 미국의 올해 연말연시 소매판매가 작년에 비해 오히려 1~1.5% 성장한 1조 천 4백억 달러에서 1조 천 5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일자리 잃으면 , 돈 못 벌어, 쓸 돈이 없어지니 소비심리도 위축될 거라는 얘기 계속했는데 이 예측은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부익부 빈익빈이다. 코로나19로 직격탄 맞은 건 저임금 노동자, 여성 노동자, 흑인 노동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고소득 전문직종에 속한 노동자(대부분 원격 근무가 가능하다.)는 실업으로 인한 소득 감소의 위험이 현저히 낮다. 금융, 정보통신, 부동산 중개 등 업종에서 일자리 감소 수준이 가장 낮았고 회복도 가장 빠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는 안 좋은데, 주식·주택 가격은 상승하고 있으니, 중상위 계층의 소득은 오히려 증가하기까지 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코로나19로 올해 말에는 전 세계에서 최대 1억 천400만 명이 극빈층으로 전락할 것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이 말하는 극빈층은 하루 생활비 1.9달러, 우리 돈 2천300원 이하를 버는 계층이다. 전 세계 인구 중 이 극빈층 비율이 올해는 3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설 거라고 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팬데믹 상황에서 전염병에 더 치명적일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더 가난하게 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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