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폐업]① 코로나19 9개월 달라진 자영업 지도…‘폐업’이 줄었다고?

입력 2020.10.21 (07:01) 수정 2020.10.23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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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9개월…자영업 지형은 어떻게 변했나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9개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에 미친 영향 역시 막강합니다. IMF가 최근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9%입니다. 현실이 된다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소비 위축으로 인한 자영업 시장의 타격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영업 지형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내놓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가운데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영역으로 꼽히는 '식품'과 '문화', 두 업종을 분석했습니다.

이들 두 개 업종에서는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총 156만3,887개의 업체가 영업 중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직후인 2월부터 가장 최근 통계인 9월까지 총 8개월간의 추이를 작년, 그리고 이전 기간의 추이와 비교했습니다. 인허가일자나 폐업일자가 잘못 기입된 업체는 제외한 통계를 살펴봤고, 인허가일자를 창업일자로 산정했습니다.


■ '창업'도 '폐업'도 모두 줄었다

경기가 어려우니 얼핏 폐업이 늘고 창업은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실상과 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창업과 폐업은 둘 다 많이 줄었습니다.

올해 2~9월까지 새로 인허가를 받은 업체는 모두 14만5,201곳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천 개가 줄어 3.3%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영향으로 부진했던 3~5월 사이의 창업이 6~7월 들어 반짝 증가세를 보이다가 8~9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눈에 띄는 건 폐업 추이입니다. 올해 2~9월 폐업한 업체는 모두 10만8,117곳. 지난해보다 폐업하는 가게가 1만5,402곳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창업보다 폐업을 더 꺼린 셈입니다. 이러다보니 올해 9월 말 기준 영업업체 전체 수는 156만3,887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152만6,649개)에 비해 2.4%가 오히려 늘게 됐습니다.


폐업률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올해 2~9월 사이 영업한 업체 중 폐업한 비율이 얼마인지 따져보니 6.5%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가 떨어졌습니다. 2017년, 2018년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입니다.

그러면 자영업은 '이상무'인걸까요? 오히려 창·폐업의 동시 감소가 위축된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려우니 창업을 계획하던 사람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고, 기존의 가게들은 비싼 폐업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월세를 보증금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창업이나 폐업이 대표적인 경제의 후행지표, 즉 호황이나 불황의 영향이 비교적 늦게 나타나는 지표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루 이틀 어렵다고 가게 문을 쉽게 닫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노 위원은 "경기 위축의 효과가 일정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 있다"며, "올해 말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업체들이 대거 폐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타격 컸던 '문화' 업종…버텨나간 '식품' 업종

전체적으로는 창업과 폐업이 모두 줄어들었지만,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문화'와 '식품' 가운데, '문화'는 타격이 눈에 띄게 보였던 반면 '식품' 쪽은 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문화' 관련 업종에는 공연과 게임, 노래방, 비디오, 관광, 여행, 음악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업종의 창업은 확 줄었고, 폐업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문화' 관련해 올해 2~9월 사이 창업한 업체는 모두 8,600곳. 지난해보다 20%가 줄었습니다. 반면, 폐업업체 수는 8,456개로 지난해보다 15%가 늘었습니다. 지난해 창업이 폐업보다 3,462곳이나 많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납니다. 폐업률도 처음으로 4%를 넘었습니다.


'식품' 쪽은 달랐습니다. 올해 2~9월 '식품' 업종으로 인허가받은 업체는 모두 13만6,601곳이었습니다. 지난해보다 2천8백 곳, 2%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11만 곳 넘게 폐업 대열에 합류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식품 업종의 폐업업체 수는 9만9,661곳으로 14%가 넘게 감소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영업 중인 업체의 수는 오히려 늘었고, 업체 수의 증가 폭도 예년에 비해 컸습니다. '식품' 업종의 전체 폐업률 역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식품' 업종에서는 식품 제조·가공·판매업과 음식점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두 항목에서 올해 폐업률이 모두 2017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식품 제조·가공·판매업의 경우 올해 창업은 지난해보다 2,625개, 4.1%가 늘어난 반면, 폐업업체 수는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음식점 창업 역시 지난해보다 5,102건이 줄었지만, 폐업업체 수는 5,222개가 줄어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코로나19의 타격이 생활에 꼭 필요한 '식품' 관련 업종보다는, 비필수적 지출에 해당하는 '문화' 업종에서 훨씬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체적으로 폐업률이 줄어든 것 역시 '문화' 업종의 부진을 '식품' 업종이 끌어안으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뚜렷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타격 컸던 게임·노래방·유흥업소

'문화'와 '식품'을 보다 세분화하면 14개 업종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어떤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을지 들여다봤습니다. 3개 업종에서 지난해 대비 창업보다 폐업한 업체의 수가 더 많아, 아예 영업업체 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게임과 노래방, 유흥주점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게임' 업종에서는 올해 2~9월 사이 3천429곳이 창업한 반면, 폐업은 4천635곳에 달했습니다. 폐업률은 7.5%에 달했습니다. 게임업종에 속하는 업체의 절반은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인데, 2017~2019년까지 6~7% 선에 머물던 PC방 폐업률이 올해 10.6%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창업이 폐업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폐업이 창업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점차 늘던 PC방 폐업에 코로나19가 속도를 붙인 셈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직격탄을 맞은 노래방과 유흥·단란주점도 올해 폐업률이 각각 3.7%와 3.2%로 둘 다 4년 새 가장 높은 폐업률을 기록했습니다. 노래방의 경우, 올해 2~9월 사이 284곳이 개업한 반면, 폐업은 1,300곳에 달했습니다. 영업 중인 업소 수가 매달 꾸준히 줄었는데,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던 3월, 그리고 6~8월의 폐업 상승이 가팔랐습니다.

유흥·단란주점은 올해 2~9월 사이 332곳이 창업에 나섰지만, 대신 그 4배에 달하는 1,329개 업체가 폐업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5~7월에 가장 많은 업체가 폐업했습니다.


이밖에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 여행업이 있습니다. 올해 창업한 업체 수보다 폐업업체 수가 84곳 더 많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창업이 폐업보다 667건이나 많았던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국내여행업은 창업이 폐업보다 근소하게 많았지만, 해외여행업에서 창업업체 수(197곳)의 두 배 가까운 387개 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의 영향을 실감케 했습니다.

■ 가시화된 '비대면'과 '언택트'?…비디오·영화·음악 업종의 선전

'문화' 관련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외로 창업의 증가가 눈에 띄었던 업종도 있었습니다. 폐업업체 수에 비해 창업업체의 수가 1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3개 업종, 비디오와 영화, 음악이었습니다.

'비디오' 업종의 경우, 올해 2~9월 폐업한 업체 수가 모두 117곳으로 지난해(106곳)과 비슷했습니다. 반면 창업업체수는 1,154개에 달해, 영업 중인 전체 업체 수가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폐업률은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비디오' 업종 가운데 78%가량을 차지하는 영상물제작업체의 창업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이른바 '뉴미디어콘텐츠'의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영화' 업종은 올해 2~9월 642개 업체가 창업했지만, 폐업은 100곳에 그쳤습니다. 영화 배급이나 수입 쪽이 부진했던 반면, 제작이나 상영 쪽에선 창업이 늘고 폐업은 줄었습니다. 제작 기간이 길어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볼 수 있는 업체들의 사정이 나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 업종도 올해 폐업률이 2.2%로, 지난 4년 간 폐업률 중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업체 수가 더 많이 순증했습니다. 음반과 음악영상물(뮤직비디오)을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업체의 수가 늘어난 데 따른 겁니다.


지난 8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코로나19와 콘텐츠 이용: 변화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를 비교한 결과, 영상과 음악, 웹툰 등에 대한 월평균 소비 금액이 적게는 26%에서 많게는 210%까지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집에서 스마트기기로 영상, 음악을 즐기는 시간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겁니다. 집 밖에서보다는 집 안에서 즐기는 '비대면'과 '언택트'로 재편되는 '문화' 업계의 양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코로나19 시대의 폐업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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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0-21 07:01:00
    • 수정2020-10-23 14: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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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9개월…자영업 지형은 어떻게 변했나

한국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 9개월.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경제에 미친 영향 역시 막강합니다. IMF가 최근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1.9%입니다. 현실이 된다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의 역성장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가 높아질 때마다 소비 위축으로 인한 자영업 시장의 타격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자영업 지형이 어떻게 변했는지 살펴봤습니다. 행정안전부가 내놓는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 가운데 일상생활과 가장 가까운 영역으로 꼽히는 '식품'과 '문화', 두 업종을 분석했습니다.

이들 두 개 업종에서는 올해 9월 말 기준 전국 총 156만3,887개의 업체가 영업 중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직후인 2월부터 가장 최근 통계인 9월까지 총 8개월간의 추이를 작년, 그리고 이전 기간의 추이와 비교했습니다. 인허가일자나 폐업일자가 잘못 기입된 업체는 제외한 통계를 살펴봤고, 인허가일자를 창업일자로 산정했습니다.


■ '창업'도 '폐업'도 모두 줄었다

경기가 어려우니 얼핏 폐업이 늘고 창업은 줄었을 것이라는 예상은 실상과 달랐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창업과 폐업은 둘 다 많이 줄었습니다.

올해 2~9월까지 새로 인허가를 받은 업체는 모두 14만5,201곳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천 개가 줄어 3.3% 감소했습니다. 코로나19 초기 영향으로 부진했던 3~5월 사이의 창업이 6~7월 들어 반짝 증가세를 보이다가 8~9월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눈에 띄는 건 폐업 추이입니다. 올해 2~9월 폐업한 업체는 모두 10만8,117곳. 지난해보다 폐업하는 가게가 1만5,402곳이나 줄어들었습니다. 창업보다 폐업을 더 꺼린 셈입니다. 이러다보니 올해 9월 말 기준 영업업체 전체 수는 156만3,887곳으로 지난해 같은 달(152만6,649개)에 비해 2.4%가 오히려 늘게 됐습니다.


폐업률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올해 2~9월 사이 영업한 업체 중 폐업한 비율이 얼마인지 따져보니 6.5%로, 지난해보다 1%포인트가 떨어졌습니다. 2017년, 2018년과 비교해도 최저 수준입니다.

그러면 자영업은 '이상무'인걸까요? 오히려 창·폐업의 동시 감소가 위축된 경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 분석입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연구위원)은 "경기가 어려우니 창업을 계획하던 사람들은 주춤할 수밖에 없고, 기존의 가게들은 비싼 폐업비용을 감당하기보다, 월세를 보증금에서 제하는 방식으로 버텨나가고 있는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창업이나 폐업이 대표적인 경제의 후행지표, 즉 호황이나 불황의 영향이 비교적 늦게 나타나는 지표임을 고려해야 합니다. 하루 이틀 어렵다고 가게 문을 쉽게 닫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노 위원은 "경기 위축의 효과가 일정 시간을 두고 나타날 수 있다"며, "올해 말쯤 계약 기간이 만료된 업체들이 대거 폐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 타격 컸던 '문화' 업종…버텨나간 '식품' 업종

전체적으로는 창업과 폐업이 모두 줄어들었지만, 분야별로 세분화하면 차이가 나타났습니다. '문화'와 '식품' 가운데, '문화'는 타격이 눈에 띄게 보였던 반면 '식품' 쪽은 반대 양상을 보였습니다.

'문화' 관련 업종에는 공연과 게임, 노래방, 비디오, 관광, 여행, 음악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 업종의 창업은 확 줄었고, 폐업은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문화' 관련해 올해 2~9월 사이 창업한 업체는 모두 8,600곳. 지난해보다 20%가 줄었습니다. 반면, 폐업업체 수는 8,456개로 지난해보다 15%가 늘었습니다. 지난해 창업이 폐업보다 3,462곳이나 많았던 것에 비하면 크게 차이가 납니다. 폐업률도 처음으로 4%를 넘었습니다.


'식품' 쪽은 달랐습니다. 올해 2~9월 '식품' 업종으로 인허가받은 업체는 모두 13만6,601곳이었습니다. 지난해보다 2천8백 곳, 2%가 줄었습니다. 하지만 11만 곳 넘게 폐업 대열에 합류했던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식품 업종의 폐업업체 수는 9만9,661곳으로 14%가 넘게 감소했습니다. 이렇다보니 영업 중인 업체의 수는 오히려 늘었고, 업체 수의 증가 폭도 예년에 비해 컸습니다. '식품' 업종의 전체 폐업률 역시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식품' 업종에서는 식품 제조·가공·판매업과 음식점이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이 두 항목에서 올해 폐업률이 모두 2017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식품 제조·가공·판매업의 경우 올해 창업은 지난해보다 2,625개, 4.1%가 늘어난 반면, 폐업업체 수는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음식점 창업 역시 지난해보다 5,102건이 줄었지만, 폐업업체 수는 5,222개가 줄어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코로나19의 타격이 생활에 꼭 필요한 '식품' 관련 업종보다는, 비필수적 지출에 해당하는 '문화' 업종에서 훨씬 컸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체적으로 폐업률이 줄어든 것 역시 '문화' 업종의 부진을 '식품' 업종이 끌어안으면서 생긴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 뚜렷한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타격 컸던 게임·노래방·유흥업소

'문화'와 '식품'을 보다 세분화하면 14개 업종으로 나뉩니다. 이 가운데 어떤 업종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을지 들여다봤습니다. 3개 업종에서 지난해 대비 창업보다 폐업한 업체의 수가 더 많아, 아예 영업업체 수 자체가 줄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크게 영향을 받은 게임과 노래방, 유흥주점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

'게임' 업종에서는 올해 2~9월 사이 3천429곳이 창업한 반면, 폐업은 4천635곳에 달했습니다. 폐업률은 7.5%에 달했습니다. 게임업종에 속하는 업체의 절반은 PC방(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인데, 2017~2019년까지 6~7% 선에 머물던 PC방 폐업률이 올해 10.6%까지 치솟았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창업이 폐업보다 많았지만, 올해는 폐업이 창업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안 그래도 점차 늘던 PC방 폐업에 코로나19가 속도를 붙인 셈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직격탄을 맞은 노래방과 유흥·단란주점도 올해 폐업률이 각각 3.7%와 3.2%로 둘 다 4년 새 가장 높은 폐업률을 기록했습니다. 노래방의 경우, 올해 2~9월 사이 284곳이 개업한 반면, 폐업은 1,300곳에 달했습니다. 영업 중인 업소 수가 매달 꾸준히 줄었는데,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했던 3월, 그리고 6~8월의 폐업 상승이 가팔랐습니다.

유흥·단란주점은 올해 2~9월 사이 332곳이 창업에 나섰지만, 대신 그 4배에 달하는 1,329개 업체가 폐업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5~7월에 가장 많은 업체가 폐업했습니다.


이밖에 타격을 입은 업종으로 여행업이 있습니다. 올해 창업한 업체 수보다 폐업업체 수가 84곳 더 많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창업이 폐업보다 667건이나 많았던 것과 큰 차이가 납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국내여행업은 창업이 폐업보다 근소하게 많았지만, 해외여행업에서 창업업체 수(197곳)의 두 배 가까운 387개 업체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의 영향을 실감케 했습니다.

■ 가시화된 '비대면'과 '언택트'?…비디오·영화·음악 업종의 선전

'문화' 관련 업체들이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의외로 창업의 증가가 눈에 띄었던 업종도 있었습니다. 폐업업체 수에 비해 창업업체의 수가 1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3개 업종, 비디오와 영화, 음악이었습니다.

'비디오' 업종의 경우, 올해 2~9월 폐업한 업체 수가 모두 117곳으로 지난해(106곳)과 비슷했습니다. 반면 창업업체수는 1,154개에 달해, 영업 중인 전체 업체 수가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폐업률은 4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비디오' 업종 가운데 78%가량을 차지하는 영상물제작업체의 창업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유튜브 등 SNS를 통한 이른바 '뉴미디어콘텐츠'의 상승세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영화' 업종은 올해 2~9월 642개 업체가 창업했지만, 폐업은 100곳에 그쳤습니다. 영화 배급이나 수입 쪽이 부진했던 반면, 제작이나 상영 쪽에선 창업이 늘고 폐업은 줄었습니다. 제작 기간이 길어 코로나19 이후를 내다볼 수 있는 업체들의 사정이 나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 업종도 올해 폐업률이 2.2%로, 지난 4년 간 폐업률 중 가장 낮았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업체 수가 더 많이 순증했습니다. 음반과 음악영상물(뮤직비디오)을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업체의 수가 늘어난 데 따른 겁니다.


지난 8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내놓은 '코로나19와 콘텐츠 이용: 변화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원인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보고서는 코로나19 발생 전과 후를 비교한 결과, 영상과 음악, 웹툰 등에 대한 월평균 소비 금액이 적게는 26%에서 많게는 210%까지 늘어났다고 분석했습니다.

집에서 스마트기기로 영상, 음악을 즐기는 시간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현상이라는 겁니다. 집 밖에서보다는 집 안에서 즐기는 '비대면'과 '언택트'로 재편되는 '문화' 업계의 양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코로나19 시대의 폐업 현황을 지역별로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 수집·분석:윤지희 이지연
데이터 시각화: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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