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폐업 후 사장에서 일당직으로…장사 다시 못하겠어요”

입력 2020.10.22 (14:26) 수정 2020.10.2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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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만 해도, 유아용 반찬가게를 건실하게 이끄는 사장이었습니다. 단골도 있었고, 종업원도 있었습니다. 장사가 잘 돼 한 차례 이전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문이 뚝 끊겼습니다. 매일매일 식재료를 사서 쟁여뒀다가 버리는 날들이 계속되길 몇 달, 이대로는 못 버틴다는 생각이 들어 폐업을 결심했습니다. 5월에 가게 문을 닫은 이 모 씨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충격은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충격이 집중된 집단 가운데 하나는 자영업자, 특히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입니다. 그런데 통계로는 아직 그 충격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습니다. 폐업률로 보면 지난해나 올해나, 다른 게 없습니다. 신용카드 매출이 감소하고, 음식업이나 도소매업 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인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 문을 닫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폐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장사를 시작할 때 이전 세입자에게 지급한 권리금은 다음 세입자에게 받아야 하지만, 불황의 한가운데에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권리금을 날리죠. 건물주에게 건넨 보증금은, 몇 달째 월세를 못 내다보니 바닥났습니다. 장사를 끝내려고 보니 신용카드 계산 등을 위한 포스기나 정수기 등 각종 대여 물품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며 위약금도 내라고 합니다. 한두 푼이 아니라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요.


영업장 원상복구를 위한 철거비도 적지 않습니다. 예쁘게 주방 공사와 실내장식을 해 놨는데, 다음에도 세입자가 같은 업종이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조건 다 뜯어내라는 말이 야속하게 들립니다. 공사하는 데 들인 돈 수천만 원, 뜯어내는 데 드는 돈 수백만 원. 그래도 법대로 하면 원상복구가 원칙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폐업 자영업자에게 50만 원씩 주는 긴급 대책도 나왔고, 철거비 지원도 있긴 하지만 이런 폐업 비용을 감당하기엔 부족합니다. 게다가 위약금이나 보증금, 철거 비용 둘러싸고 소송이라도 벌어지면 더 복잡해집니다. 무료 법률 상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류 대행 정도가 최선인 데다, 정작 소송으로 가면 승산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최초 '계약서' 내용을 중시하는 법원의 관행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대가는 소상공인이 치러야 하는 셈입니다.

평상시라면 '당신이 장사를 시작했으니 당신이 책임지세요' 이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폐업하는 사람들이 게을러서, 전략이 잘못돼서 폐업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이 폐업하더라도 최소한 빚더미에는 올라앉지 않아야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취업할 때까지 몇 달 만이라도 먹고 사는 데 차질이 없어야 합니다. KBS가 만난 폐업 자영업자의 인터뷰 전문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생의 터전을 잃은 두 아이의 어머니, 이분의 사연에 그래도 월급은 받고, 살아갈만 한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해

(주문이) 50개씩 들어오더니 갑자기 2개, 3개 이렇게 주문이 되는 거예요. 더구나 저는 가정방문 배달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아침에 산 재료는 많은데 그게 다 폐기되어야 하는 거죠. 주문량이 너무 확 주니까.

코로나 이후 폐업까지 손해는?

거의 6개월 정도 버텼는데요. 6개월 버티면서도 힘들었죠. 벌이는 없는데 계속 고정비용을 감당해야 하니까 그런 게 되게 힘들었어요. 손해요? 고정비용 갚으려고 돈 빌리고 이런 것까지 다 따지면 한 2000~3000 정도는 6개월 안에 손해 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생활비도 있으니까. 임대료, 직원 급여 이런 것들 다 따지면….

실제 폐업 정산해보니 예상과 어떻게 달랐는지?

보증금이랑 시설 권리금만 조금 받아도 이걸로 다시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아니면 이 돈으로 좀 정리는 할 수 있겠지. 그 생각은 했죠. 실제로 해보니까 가게도 빨리 나가지 않고 또 이 시국에 시설비를 주고 들어올 사람도 없고 또 임대인이 배려를 해주는 것도 전혀 없었고요. 보증금 전혀 없고 오히려 공과금 정리해줄 돈이랑 부동산 수수료가 더 들었죠. 포스기기나 공과금 정리하는 돈, 부동산 중개 수수료 뭐 이런 것들.

카드결제 단말기(포스) 위약금 청구서 받았다는데?

생각을 어느 정도 했지만 되게 큰 비용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장사를 좀 오랜 기간 하면서 예전에는 임대했던 포스는 폐업하게 되면 위약금이 없다고 얘기를 하셨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사유가 폐업인데도 제가 다른 사용자를 찾지 않으면 위약금을 250만 원을 내야 한다고.

그런데 250만 원 너무 심하다고 얘기하니까 영업사원분이 그러면 영업사원 재량으로 150에 해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만약에 이 포스를 그냥 제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매달 임대료를 내면 한 70에서 80만 원 선을 제가 부담하면 되는데 이 위약금이 너무 좀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스트레스받고요. 잠도 안 오고 그냥 뭐부터 정리해야 할지 좀 답답하죠


정부 지원 대책 혜택은?

소상공인 대출도 신청했는데 연체나 이런 것들만 없으면 된다고 그래서 그거 다 확인하고 서류 다 스캔해서 보냈어요.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만 한 3개월 넘었고 그냥 해당 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제가 보는 내용에서는 제가 해당 사항이었는데 해당 사항이 안된다고 나와서 저는 그것만 솔직히 기다렸거든요.

다시 직장을 다니든 장사를 하든 종잣돈으로 우선 쓸 수 있으니까 그걸 기대했는데 기다리는 시간만 너무 길고 그냥 무조건 안 된대요. 그러면 왜 안 되는지를 듣고 싶어도 무슨 이유로 그냥 안된다는 명확한 사유 없이 심사기준에 저기 하지 않아서 안 된다고….

폐업까지 왜 6개월이 걸렸을까?

폐업할 돈이 없어서 그냥 폐업을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래도 끝날까 그래도 끝날까? 코로나가 그런 좀 기대를 그래도 한 달만 버티면 끝날까? 이렇게 털기에는 너무 비용이 커요. 폐업하기 위한 비용이. 털고 나가서 0원이면 오히려 괜찮은데요. 털고 나가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드니까 그게 더 힘든 것 같아요.

빚만 남았어요. 코로나 시작하고 잠깐 사이에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이 한 500 정도라고 치면 거의 그냥 몇천만 원 빚만 생긴 것 같아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장사하고 싶진 않아요. 그동안도 좀 힘들긴 힘들었는데 그래도 먹고 살 정도로는 버니까 했던 거고 장사를 하면서 힘든 만큼 수입을 되게 많이 벌지는 않았어요.

지금 준공청소 배우고 있어요. 솔직히 그 생각을 했거든요. 맨날 장사한다고 애들도 떨어져 있고 고생하고 나도 고생했으니까 이거 정리해서 진짜 여행이라도 한번 갔다 와야지 솔직히 그 생각 했는데 여행이 문제가 아니라 폐업하고 나머지 수습하느라 거의 못 쉬고 그냥 바로 일당직으로 일하러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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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폐업 후 사장에서 일당직으로…장사 다시 못하겠어요”
    • 입력 2020-10-22 14:26:42
    • 수정2020-10-22 14:27:09
    취재후·사건후
1년 전만 해도, 유아용 반찬가게를 건실하게 이끄는 사장이었습니다. 단골도 있었고, 종업원도 있었습니다. 장사가 잘 돼 한 차례 이전도 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주문이 뚝 끊겼습니다. 매일매일 식재료를 사서 쟁여뒀다가 버리는 날들이 계속되길 몇 달, 이대로는 못 버틴다는 생각이 들어 폐업을 결심했습니다. 5월에 가게 문을 닫은 이 모 씨의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이후 경제적 충격은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충격이 집중된 집단 가운데 하나는 자영업자, 특히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입니다. 그런데 통계로는 아직 그 충격이 정확히 확인되지 않습니다. 폐업률로 보면 지난해나 올해나, 다른 게 없습니다. 신용카드 매출이 감소하고, 음식업이나 도소매업 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의 인원도 눈에 띄게 줄고 있는데 문을 닫지 않는 이유는 뭘까요? 폐업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장사를 시작할 때 이전 세입자에게 지급한 권리금은 다음 세입자에게 받아야 하지만, 불황의 한가운데에서 다음 세입자를 구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래서 권리금을 날리죠. 건물주에게 건넨 보증금은, 몇 달째 월세를 못 내다보니 바닥났습니다. 장사를 끝내려고 보니 신용카드 계산 등을 위한 포스기나 정수기 등 각종 대여 물품의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했다며 위약금도 내라고 합니다. 한두 푼이 아니라 수백만 원에 이르는 돈을요.


영업장 원상복구를 위한 철거비도 적지 않습니다. 예쁘게 주방 공사와 실내장식을 해 놨는데, 다음에도 세입자가 같은 업종이면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조건 다 뜯어내라는 말이 야속하게 들립니다. 공사하는 데 들인 돈 수천만 원, 뜯어내는 데 드는 돈 수백만 원. 그래도 법대로 하면 원상복구가 원칙이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습니다.

폐업 자영업자에게 50만 원씩 주는 긴급 대책도 나왔고, 철거비 지원도 있긴 하지만 이런 폐업 비용을 감당하기엔 부족합니다. 게다가 위약금이나 보증금, 철거 비용 둘러싸고 소송이라도 벌어지면 더 복잡해집니다. 무료 법률 상담도 있습니다. 하지만 서류 대행 정도가 최선인 데다, 정작 소송으로 가면 승산이 거의 없다고 합니다. 최초 '계약서' 내용을 중시하는 법원의 관행 때문입니다. 코로나19는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대가는 소상공인이 치러야 하는 셈입니다.

평상시라면 '당신이 장사를 시작했으니 당신이 책임지세요' 이 말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폐업하는 사람들이 게을러서, 전략이 잘못돼서 폐업하는 게 아닙니다. 이들이 폐업하더라도 최소한 빚더미에는 올라앉지 않아야 삶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다시 취업할 때까지 몇 달 만이라도 먹고 사는 데 차질이 없어야 합니다. KBS가 만난 폐업 자영업자의 인터뷰 전문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생의 터전을 잃은 두 아이의 어머니, 이분의 사연에 그래도 월급은 받고, 살아갈만 한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면 좋겠습니다.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해

(주문이) 50개씩 들어오더니 갑자기 2개, 3개 이렇게 주문이 되는 거예요. 더구나 저는 가정방문 배달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아침에 산 재료는 많은데 그게 다 폐기되어야 하는 거죠. 주문량이 너무 확 주니까.

코로나 이후 폐업까지 손해는?

거의 6개월 정도 버텼는데요. 6개월 버티면서도 힘들었죠. 벌이는 없는데 계속 고정비용을 감당해야 하니까 그런 게 되게 힘들었어요. 손해요? 고정비용 갚으려고 돈 빌리고 이런 것까지 다 따지면 한 2000~3000 정도는 6개월 안에 손해 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생활비도 있으니까. 임대료, 직원 급여 이런 것들 다 따지면….

실제 폐업 정산해보니 예상과 어떻게 달랐는지?

보증금이랑 시설 권리금만 조금 받아도 이걸로 다시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아니면 이 돈으로 좀 정리는 할 수 있겠지. 그 생각은 했죠. 실제로 해보니까 가게도 빨리 나가지 않고 또 이 시국에 시설비를 주고 들어올 사람도 없고 또 임대인이 배려를 해주는 것도 전혀 없었고요. 보증금 전혀 없고 오히려 공과금 정리해줄 돈이랑 부동산 수수료가 더 들었죠. 포스기기나 공과금 정리하는 돈, 부동산 중개 수수료 뭐 이런 것들.

카드결제 단말기(포스) 위약금 청구서 받았다는데?

생각을 어느 정도 했지만 되게 큰 비용일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제가 장사를 좀 오랜 기간 하면서 예전에는 임대했던 포스는 폐업하게 되면 위약금이 없다고 얘기를 하셨었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사유가 폐업인데도 제가 다른 사용자를 찾지 않으면 위약금을 250만 원을 내야 한다고.

그런데 250만 원 너무 심하다고 얘기하니까 영업사원분이 그러면 영업사원 재량으로 150에 해주겠다는 식으로 얘기하는데 만약에 이 포스를 그냥 제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매달 임대료를 내면 한 70에서 80만 원 선을 제가 부담하면 되는데 이 위약금이 너무 좀 심하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스트레스받고요. 잠도 안 오고 그냥 뭐부터 정리해야 할지 좀 답답하죠


정부 지원 대책 혜택은?

소상공인 대출도 신청했는데 연체나 이런 것들만 없으면 된다고 그래서 그거 다 확인하고 서류 다 스캔해서 보냈어요. 그런데 기다리는 시간만 한 3개월 넘었고 그냥 해당 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그런데 제가 보는 내용에서는 제가 해당 사항이었는데 해당 사항이 안된다고 나와서 저는 그것만 솔직히 기다렸거든요.

다시 직장을 다니든 장사를 하든 종잣돈으로 우선 쓸 수 있으니까 그걸 기대했는데 기다리는 시간만 너무 길고 그냥 무조건 안 된대요. 그러면 왜 안 되는지를 듣고 싶어도 무슨 이유로 그냥 안된다는 명확한 사유 없이 심사기준에 저기 하지 않아서 안 된다고….

폐업까지 왜 6개월이 걸렸을까?

폐업할 돈이 없어서 그냥 폐업을 못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래도 끝날까 그래도 끝날까? 코로나가 그런 좀 기대를 그래도 한 달만 버티면 끝날까? 이렇게 털기에는 너무 비용이 커요. 폐업하기 위한 비용이. 털고 나가서 0원이면 오히려 괜찮은데요. 털고 나가기 위한 비용이 더 많이 드니까 그게 더 힘든 것 같아요.

빚만 남았어요. 코로나 시작하고 잠깐 사이에 매달 나가는 고정비용이 한 500 정도라고 치면 거의 그냥 몇천만 원 빚만 생긴 것 같아요.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 장사를 시작할 수 있을까?

다시 장사하고 싶진 않아요. 그동안도 좀 힘들긴 힘들었는데 그래도 먹고 살 정도로는 버니까 했던 거고 장사를 하면서 힘든 만큼 수입을 되게 많이 벌지는 않았어요.

지금 준공청소 배우고 있어요. 솔직히 그 생각을 했거든요. 맨날 장사한다고 애들도 떨어져 있고 고생하고 나도 고생했으니까 이거 정리해서 진짜 여행이라도 한번 갔다 와야지 솔직히 그 생각 했는데 여행이 문제가 아니라 폐업하고 나머지 수습하느라 거의 못 쉬고 그냥 바로 일당직으로 일하러 나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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