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한화 김태균, 은퇴 경기 생략한 이유는?

입력 2020.10.23 (19:01) 수정 2021.01.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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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의 자존심, 김태균 선수가 20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고향인 충청도 팀 한화에서만 18시즌 동안 2천 경기 넘게 뛰며, 통산 출루와 안타, 타율 등에서 최정상급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거창한 은퇴 경기 대신, 무안타 경기가 김태균의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출루왕’답지 않게 말이죠.

앞서 구단은 이승엽이나 박용택 선수처럼 멋있는 은퇴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왜 은퇴 경기를 따로 치르지 않기로 한 걸까요?

■ ‘김 출루’의 마지막 경기

프로선수 김태균의 마지막 경기는 올해 8월 15일 삼성과의 대전 홈경기였습니다. ‘김 출루’라는 별명답게 볼넷 하나를 기록하긴 했지만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습니다.

통산 타율 3할 2푼에 311홈런, 1,358타점을 기록한 리그 통산 최고의 우타자는 예상과 달리 보통의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마지막 모습을 바꿀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구단을 비롯해 주위에서는 앞서 은퇴를 선언한 LG의 박용택 선수처럼 원정을 다니며 한국프로야구 팬들에게 인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은퇴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홈런왕’ 인증까지 한 이승엽 선수처럼 분명 김태균 선수도 멋진 마지막 경기를 그려봤을 겁니다.

※김태균 KBO 통산 주요기록

■ ‘초심’을 떠올린 ‘한화의 자존심’

하지만 김태균의 생각은 완고했습니다. 개인의 영광보다는 후배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저만의 한 타석, 개인적으로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타석이 저보다 더 간절한, 소중한 타석일 수 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가는 길에 그 선수의 소중한 기회를 뺏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 저도 많이 고민해서 결정했기 때문에 번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아마도 2001년 5월 19일, 데뷔 첫 홈런을 날린 삼성과의 경기, 그 시절, 신인 김태균의 ‘소중한’ 타석이 생각났는지도 모릅니다.

“그 한 타석에 어떤 선수가 나가서, 본인이 내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걸(계기를) 찾을 수 있고,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故 하일성 해설위원은 김태균의 타격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 큰 선수 되겠는데요?”

실제로 김태균은 이 소중한 한 타석을 시작으로 그해 홈런 20개를 기록하며 신인왕이 됐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김태균 데뷔 홈런/2001년 5월 19일 삼성 라이온스 전


■‘대장 독수리’의 마지막 당부

애석하게도, 그의 은퇴 기자회견이 있던 22일, 한화는 기아에게 10대4로 지며 7연패를 기록,
2020시즌 꼴찌를 확정했습니다.

이날도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한’이 맺히고, ‘화’가 났습니다. 아무래도 후배들이 경기를 준비하느라 은퇴 기자회견은 못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은퇴 경기마저 포기한 김태균은 끝까지 후배와 팀을 생각했습니다. '포스트 김태균'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장 독수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마음속에는 있지만, 굳이 한 명을 지목하지는 않겠습니다. 다 같이 포스트 김태균이 돼서 우리 한화이글스가 최강팀으로 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다음 시즌에는 후배 선수들이 ‘대장 독수리’, 김태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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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한화 김태균, 은퇴 경기 생략한 이유는?
    • 입력 2020-10-23 19:01:42
    • 수정2021-01-28 17:25:55
    취재후·사건후

한화이글스의 자존심, 김태균 선수가 20년의 프로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고향인 충청도 팀 한화에서만 18시즌 동안 2천 경기 넘게 뛰며, 통산 출루와 안타, 타율 등에서 최정상급 기록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거창한 은퇴 경기 대신, 무안타 경기가 김태균의 마지막 모습이 됐습니다. ‘출루왕’답지 않게 말이죠.

앞서 구단은 이승엽이나 박용택 선수처럼 멋있는 은퇴 그림을 그려주겠다는 제의를 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왜 은퇴 경기를 따로 치르지 않기로 한 걸까요?

■ ‘김 출루’의 마지막 경기

프로선수 김태균의 마지막 경기는 올해 8월 15일 삼성과의 대전 홈경기였습니다. ‘김 출루’라는 별명답게 볼넷 하나를 기록하긴 했지만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습니다.

통산 타율 3할 2푼에 311홈런, 1,358타점을 기록한 리그 통산 최고의 우타자는 예상과 달리 보통의 모습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마지막 모습을 바꿀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구단을 비롯해 주위에서는 앞서 은퇴를 선언한 LG의 박용택 선수처럼 원정을 다니며 한국프로야구 팬들에게 인사를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은퇴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고, ‘홈런왕’ 인증까지 한 이승엽 선수처럼 분명 김태균 선수도 멋진 마지막 경기를 그려봤을 겁니다.

※김태균 KBO 통산 주요기록

■ ‘초심’을 떠올린 ‘한화의 자존심’

하지만 김태균의 생각은 완고했습니다. 개인의 영광보다는 후배와 팀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입니다.

“저만의 한 타석, 개인적으로는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타석이 저보다 더 간절한, 소중한 타석일 수 있는 선수들이 있습니다.”

“제가 마지막 가는 길에 그 선수의 소중한 기회를 뺏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고, 저도 많이 고민해서 결정했기 때문에 번복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아마도 2001년 5월 19일, 데뷔 첫 홈런을 날린 삼성과의 경기, 그 시절, 신인 김태균의 ‘소중한’ 타석이 생각났는지도 모릅니다.

“그 한 타석에 어떤 선수가 나가서, 본인이 내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그런 걸(계기를) 찾을 수 있고,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故 하일성 해설위원은 김태균의 타격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이, 큰 선수 되겠는데요?”

실제로 김태균은 이 소중한 한 타석을 시작으로 그해 홈런 20개를 기록하며 신인왕이 됐고, 지금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김태균 데뷔 홈런/2001년 5월 19일 삼성 라이온스 전


■‘대장 독수리’의 마지막 당부

애석하게도, 그의 은퇴 기자회견이 있던 22일, 한화는 기아에게 10대4로 지며 7연패를 기록,
2020시즌 꼴찌를 확정했습니다.

이날도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한’이 맺히고, ‘화’가 났습니다. 아무래도 후배들이 경기를 준비하느라 은퇴 기자회견은 못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은퇴 경기마저 포기한 김태균은 끝까지 후배와 팀을 생각했습니다. '포스트 김태균'이 누구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장 독수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마음속에는 있지만, 굳이 한 명을 지목하지는 않겠습니다. 다 같이 포스트 김태균이 돼서 우리 한화이글스가 최강팀으로 될 수 있는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다음 시즌에는 후배 선수들이 ‘대장 독수리’, 김태균의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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