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탈북 작가와 함께 그린 ‘통일’…‘다시, 남향집’

입력 2020.11.28 (08:40) 수정 2020.1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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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탈북했던 10대 소녀가 12년이 흘러 어엿한 예술가로 성장했습니다.

남한 생활 정착 때부터 한 미술 작가를 만나 작품 활동에도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두 작가가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는데, 작품 하나하나에 통일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작가가 함께 마련한 전시회 현장에 채유나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의 한 작은 미술관.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마치 집안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미술치료사인 신형미 작가가 기획부터 작업까지 탈북 작가 ‘코이’와 함께 한 전시회 ‘다시, 남향집’입니다.

[신형미/작가 : "많은 북한 이탈 주민들이 따뜻한 남쪽을 향해 오시잖아요. 그래서 남향집의 의미는 남한이 될 수도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 심적으로도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따뜻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관람객들이 하나둘 찾아왔습니다.

[이정희/관람객 : "얼굴은 똑같은데 사고가 전혀 다르잖아요. 젊은 애들이랑 나이 든 사람들의 사고도 너무 달라서 우리도 힘든데 아예 문화가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에 그들이 같지만, 전혀 다른 이방인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을 거 같아요."]

[박명석/관람객 : "북한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고향을 떠나는 것이고 가족을 떠나는 것이고 집을 떠나는 것이고. 그 과정을 신발을 보면서 특히 신발 안에 쓰여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사연을 보면서 눈물이 납니다."]

코이 작가와 같은 처지의 탈북민 관람객은 옛 추억에 잠깁니다.

[강춘혁/관람객 : "익숙한 운동화. 북한에서 많이 신는 운동화거든요. (이게요?) 이 스타일이 살짝. 과거가 담겨 있는 메시지들을, 친구들 메시지를 적었네요. 재밌네요."]

이번 전시회에는 두 작가 외에도 탈북민 등 시민 60명이 만든 작품이 함께 선보였습니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해 적응해 나가는 삶을 색깔로 표현했습니다.

[김예우/경기도 의정부시 : "이전과는 다른 생활양식이나 다른 기회를 꿈꿀 수 있고 새로운 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인생이라든지 밑바탕이 되는 색이 아무래도 흰색이 아닐까."]

'다시, 남향집'이란 주제로 탈북민의 남한 정착 과정을 그려낸 이번 전시회.

남한 작가와 탈북민 작가가 함께한 작업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데요.

두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을까요?

신형미 작가는 16년 전부터 탈북민들을 상대로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해 왔습니다.

한 탈북 소년의 그림을 마주하면서 탈북민과 본격적인 인연을 쌓게 됐다는데요.

[신형미/작가 : "제목은 외로운 소나무였어요. 들판에 혼자 서 있는 외로운 소나무가 자기인 것 같다는 얘기했었는데 그때가 제가 처음 북한이탈주민을 만났을 때예요. 북한 이탈 주민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어린 청소년이 감당하는 마음이 어떤 걸까."]

가장 가까이서 탈북민들의 치열한 삶을 지켜본 신 작가.

관찰자이자 조력자로서 느낀 그동안의 감정들을 이번 전시회에 담아냈습니다.

[신형미/작가 : "1, 2, 3, 4, 5, 6, 7 숫자를 세잖아요. 이 숫자는 그 아이가 계속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세는 기다림의 숫자이고 그 미래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뒷모습이나 미래는 반짝반짝 빛날 거라는 의미의 작업이에요."]

탈북민들이 편견 없는 남한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신형미/작가 : "누구네 집에 놀러 가면 사실 그 집이 내 집 같진 않잖아요. 아무리 잘해줘도. 화려하고 좋냐를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를 맞이하는 집주인의 마음인 거 같아요. 따뜻함."]

신형미 작가에게 이번 전시회를 제안한 건 탈북민 작가 '코이'였습니다.

[코이/작가 : "탈북민 북한이라는 작은 어항에서 나와 남한이라는 큰 강물에 방류되면서 저의 꿈과 끼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작가명을 '코이'라고 정했습니다."]

18살에 홀로 탈북한 '코이'는 북한에서 왔다는 얘기를 주변에 터놓고 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굴했습니다.

[코이/작가 : "탈북민 사람들은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보기 전에 내가 '새터민이야'라고 오픈하게 되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 저를 바라보고, 그렇게 편견이 씌워진 상태에서 사람을 대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거리감이 생기고."]

그래서 대학 시절 만난 신형미 작가와는 가족처럼 선생님처럼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코이/작가 : "탈북민 제가 신 선생님께서 북한 친구들한테 관심이 많은 걸 보고 너무 감동받았고, 북한을 품으시는 분이랑 친해져야겠다 싶어서 제가 선생님을 멘토처럼."]

두 작가는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이번 작업을 하면서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도 많이 느꼈는데요.

그래서 소통과 배려, 인내가 더욱 필요했다고 합니다.

[신형미/작가 : "저희가 색깔을 고르고 나무로 할까, 재질을 무엇으로 할까 그런 과정 자체가 우선 저희 둘의 통합의 프로젝트였던 거 같아요."]

[코이/작가 : "탈북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항상 논의하고 상의하고 결정하고 정말 사소한 것까지. 선생님과 제가 같이 풀어야 할 문제가 어떻게 보면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큰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보거든요."]

모든 발걸음이 그들의 남향집으로 무사히 도착하길.

작가들이 바라는 통일은 이 작은 전시회에서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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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탈북 작가와 함께 그린 ‘통일’…‘다시, 남향집’
    • 입력 2020-11-28 08:40:54
    • 수정2020-12-01 15:21:19
    남북의 창
[앵커]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 탈북했던 10대 소녀가 12년이 흘러 어엿한 예술가로 성장했습니다.

남한 생활 정착 때부터 한 미술 작가를 만나 작품 활동에도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요.

두 작가가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는데, 작품 하나하나에 통일에 대한 깊은 고민이 담겼다고 합니다.

남과 북의 작가가 함께 마련한 전시회 현장에 채유나 리포터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의 한 작은 미술관.

형형색색의 작품들이 마치 집안에 온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미술치료사인 신형미 작가가 기획부터 작업까지 탈북 작가 ‘코이’와 함께 한 전시회 ‘다시, 남향집’입니다.

[신형미/작가 : "많은 북한 이탈 주민들이 따뜻한 남쪽을 향해 오시잖아요. 그래서 남향집의 의미는 남한이 될 수도 있고 북한 주민들에게. 심적으로도 그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따뜻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관람객들이 하나둘 찾아왔습니다.

[이정희/관람객 : "얼굴은 똑같은데 사고가 전혀 다르잖아요. 젊은 애들이랑 나이 든 사람들의 사고도 너무 달라서 우리도 힘든데 아예 문화가 다른 곳에서 왔기 때문에 그들이 같지만, 전혀 다른 이방인 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을 거 같아요."]

[박명석/관람객 : "북한을 떠난다고 하는 것은 고향을 떠나는 것이고 가족을 떠나는 것이고 집을 떠나는 것이고. 그 과정을 신발을 보면서 특히 신발 안에 쓰여 있는 아이들 하나하나의 사연을 보면서 눈물이 납니다."]

코이 작가와 같은 처지의 탈북민 관람객은 옛 추억에 잠깁니다.

[강춘혁/관람객 : "익숙한 운동화. 북한에서 많이 신는 운동화거든요. (이게요?) 이 스타일이 살짝. 과거가 담겨 있는 메시지들을, 친구들 메시지를 적었네요. 재밌네요."]

이번 전시회에는 두 작가 외에도 탈북민 등 시민 60명이 만든 작품이 함께 선보였습니다.

탈북민이 남한 사회에 정착해 적응해 나가는 삶을 색깔로 표현했습니다.

[김예우/경기도 의정부시 : "이전과는 다른 생활양식이나 다른 기회를 꿈꿀 수 있고 새로운 공간에서 경험하게 되는 새로운 인생이라든지 밑바탕이 되는 색이 아무래도 흰색이 아닐까."]

'다시, 남향집'이란 주제로 탈북민의 남한 정착 과정을 그려낸 이번 전시회.

남한 작가와 탈북민 작가가 함께한 작업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데요.

두 작가는 어떤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준비했을까요?

신형미 작가는 16년 전부터 탈북민들을 상대로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해 왔습니다.

한 탈북 소년의 그림을 마주하면서 탈북민과 본격적인 인연을 쌓게 됐다는데요.

[신형미/작가 : "제목은 외로운 소나무였어요. 들판에 혼자 서 있는 외로운 소나무가 자기인 것 같다는 얘기했었는데 그때가 제가 처음 북한이탈주민을 만났을 때예요. 북한 이탈 주민 이런 것을 다 떠나서 어린 청소년이 감당하는 마음이 어떤 걸까."]

가장 가까이서 탈북민들의 치열한 삶을 지켜본 신 작가.

관찰자이자 조력자로서 느낀 그동안의 감정들을 이번 전시회에 담아냈습니다.

[신형미/작가 : "1, 2, 3, 4, 5, 6, 7 숫자를 세잖아요. 이 숫자는 그 아이가 계속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세는 기다림의 숫자이고 그 미래가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아이의 뒷모습이나 미래는 반짝반짝 빛날 거라는 의미의 작업이에요."]

탈북민들이 편견 없는 남한 사회에서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신형미/작가 : "누구네 집에 놀러 가면 사실 그 집이 내 집 같진 않잖아요. 아무리 잘해줘도. 화려하고 좋냐를 떠나서 가장 중요한 건 우리를 맞이하는 집주인의 마음인 거 같아요. 따뜻함."]

신형미 작가에게 이번 전시회를 제안한 건 탈북민 작가 '코이'였습니다.

[코이/작가 : "탈북민 북한이라는 작은 어항에서 나와 남한이라는 큰 강물에 방류되면서 저의 꿈과 끼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작가명을 '코이'라고 정했습니다."]

18살에 홀로 탈북한 '코이'는 북한에서 왔다는 얘기를 주변에 터놓고 할 수 없었습니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학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굴했습니다.

[코이/작가 : "탈북민 사람들은 그 사람의 본연의 모습을 보기 전에 내가 '새터민이야'라고 오픈하게 되면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으로 저를 바라보고, 그렇게 편견이 씌워진 상태에서 사람을 대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거리감이 생기고."]

그래서 대학 시절 만난 신형미 작가와는 가족처럼 선생님처럼 인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코이/작가 : "탈북민 제가 신 선생님께서 북한 친구들한테 관심이 많은 걸 보고 너무 감동받았고, 북한을 품으시는 분이랑 친해져야겠다 싶어서 제가 선생님을 멘토처럼."]

두 작가는 서로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이번 작업을 하면서 생각과 가치관의 차이도 많이 느꼈는데요.

그래서 소통과 배려, 인내가 더욱 필요했다고 합니다.

[신형미/작가 : "저희가 색깔을 고르고 나무로 할까, 재질을 무엇으로 할까 그런 과정 자체가 우선 저희 둘의 통합의 프로젝트였던 거 같아요."]

[코이/작가 : "탈북민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항상 논의하고 상의하고 결정하고 정말 사소한 것까지. 선생님과 제가 같이 풀어야 할 문제가 어떻게 보면 한반도 통일에 있어서 큰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보거든요."]

모든 발걸음이 그들의 남향집으로 무사히 도착하길.

작가들이 바라는 통일은 이 작은 전시회에서 이미 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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