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팔 절단됐는데 “산재 안 돼”…장애인들에게 산 넘어 산

입력 2020.12.01 (09:00) 수정 2020.12.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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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공식 집계로만 해마다 2천 명 안팎입니다. KBS는 지난 7월부터 <뉴스9>에 고정 코너 ‘일하다 죽지 않게’를 만들어 매주 산업재해 문제를 다각도로 심층 진단해 오고 있습니다.

37살 원 모 씨에게 2016년 12월 18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지적장애인인 원 씨는 지적장애인 노모와 함께 살았다. 원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20대부터 중국집 배달 일과 공사 현장을 전전했다. 인력사무소에서 시키는 일도 뭐든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원 씨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근속 기간은 대부분 길지 않은 편이었다.

원 씨는 2016년 11월 말 한 도급업체에 채용됐다. 통상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을 받곤 했는데, 인력사무소에 떼어 주는 수수료를 조금이나마 아끼기 위해 직접 도급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원 씨에게 주어진 업무는 경남의 한 목욕탕 실내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이었다. 목욕탕이 있는 건물 지하 1층 현장엔 주로 목욕탕 사장과 도급업체 현장소장이 상주했고, 원 씨는 주로 이들의 지시에 따라 작업했다.

2016년 12월 18일은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는 날로, 사실상 원 씨에게는 근무 종료일이나 다름없었다. 오후 3시 반, 지하 2층에서 폭발 소리가 났다. 현장소장은 “펑 소리가 난 뒤 지하 2층에 내려가 보니 원 씨가 변전실 부근 구석에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것을 발견해 119로 신고했다”고 재해 경위를 진술했다.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사고 당시 변전실 내 변압기에 접촉해 감전됐다. 사고 여파로 원 씨는 중상을 입었고 두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원 씨는 사고 후 트라우마로 폐쇄병동에 입원했고, 벌써 4년 가까이 퇴원하지 못하고 있다. 원 씨의 어머니는 사고 이후 홀로 생활 중이다.

■ “산재 처리 걱정하지 말라”던 도급업체, 이틀 만에 산재 신청 날인 거부

사고 당일 도급업체 현장 소장은 원 씨 가족과의 통화에서 “산재 처리를 다 할 테니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급업체는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다. 원 씨의 산재 신청을 위한 ‘사업주 날인’을 거부한 것이다.

이후 산재 심사 과정에서 업체 측은 사고의 책임을 원 씨에게 돌렸다. ‘재해가 발생한 변전실은 공사 범위 내에 있지 아니한 장소’, ‘재해자 원 씨의 근로 계약상 담당 업무는 청소업무로서 재해가 발생한 변전실과 무관’, ‘재해자 원 씨에게 변전실 방문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변전실은 입구가 개방되거나 출입이 허용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점’ 등이 업체 측 주장의 주된 요지였다.

반면 원 씨는 사고 당일 이전에도 목욕탕 사장이 자신에게 지하 2층 청소 업무를 시킨 사실이 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다만 원 씨는 사고 후 트라우마로 사고 당일 자신이 왜 변전실 내부로 들어갔는지 명확히 기억해내지 못했다.

 원 씨가 소속돼 있던 도급업체는 산재 신청을 위한 사업주 날인을 거부했다. 원 씨가 소속돼 있던 도급업체는 산재 신청을 위한 사업주 날인을 거부했다.

■ 변전실도 ‘공사 범위’로 인정했지만...근로복지공단, ‘사적 행위’라며 산재 불승인

결국, 핵심 쟁점은 원 씨가 출입통제구역인 변전실에 들어가 변압기를 접촉한 게 업무와 연관이 있는가였다. 사고 순간 목격자가 없던 상황에서 재해자와 사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원 씨의 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공단은 심사결정서에서 “발주한 목욕탕 사업주는 전기공사를 위해 지하2층 변전실 출입문에 열쇠를 꽂아 두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지하 2층까지 인테리어 공사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원 씨의 재해를 “담당 업무를 벗어나 출입통제구역까지 임의로 들어가서 발생한 사적 행위에 따른 사고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심사 과정에서 도급업체 측의 일부 거짓 진술도 확인됐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업체 측은 원 씨가 사고 당일 지하 2층 잠금돼 있던 변전실 출입문을 개방했다고 주장했지만, 사고 당일 전기 공사를 위해 변전실 출입문에 열쇠가 꽂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원 씨 측은 원 씨가 변전실 내 변전기를 둘러싼 캐비닛 문을 강제로 뜯거나 파손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했지만, 공단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씨가 감전 사고를 당한 2016년 12월 18일 도급업체의 현장 작업일지. 변전실과 관련된 배전함 정리 업무가 적혀 있다.  원 씨가 감전 사고를 당한 2016년 12월 18일 도급업체의 현장 작업일지. 변전실과 관련된 배전함 정리 업무가 적혀 있다.

산재재심사위원회 위원인 권동희 노무사는 공단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사실관계 판단에 있어 미진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도급업체는 당초 지하 2층 문이 잠겨있었다고 했는데 사실과 다른 진술이었다는 점 ▲도급업체는 재해자 원 씨가 변압기 문을 강제로 개방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판단할 물적 증거가 없었다는 점 ▲지시 권한이 없는 목욕탕 사장이 평소에도 지하 2층과 관련돼 청소 업무를 시킨 전례가 있었다는 점 ▲사고 당일 지하2층에서 실제 전기공사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권 노무사는 또 “산재 심사를 할 때 재해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정상적인 사회인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며 “재해자 원 씨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심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원 씨의 과실로 변압기에 손을 댔다고 하더라도 도급업체 측은 지적장애인인 원 씨가 변압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그런 조치가 돼 있지 않았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산재 앞에 더 무력해지는 장애인들...통계조차 없는 현실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원 씨를 대신해 산재 심사를 받아온 가족들도 이제는 자포자기 심정이다. 원 씨의 동생은 “하루는 사업주가 입원 중인 오빠를 찾아와서는 ‘힘드시죠? 저희도 힘듭니다’ 라고 해서 황당했다. 일하다 다쳤는데 산재가 인정 안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상도 한 푼 못 받았다”고 말했다.

목욕탕 사장과 당시 도급업체 현장소장은 “이미 근로복지공단의 최종 결정이 나온 사안”이라며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2019년 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생긴 장애인 노동자는 1,426명이다. 이마저도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은 사업장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어 정확한 실태조차 확인할 수 없다.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매년 1회 이상 장애인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에 대해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는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동자가 일하다 얼마나 죽고 다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자체가 없는 셈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이 장애인 노동자 산재에 대해 통계를 내지 않는다는 건 장애인 노동 환경에 대해 정부가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라며 “장애인 산재를 따로 분류해 통계를 내는 작업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장애인 산재에 대한 내실 있는 실태조사와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장애인고용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원 씨는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산재를 인정받기가 열악하다. 나 같은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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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12-01 09:00:25
    • 수정2020-12-01 09:01:01
    취재K
일터에서 숨지거나 다치는 노동자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망자가 공식 집계로만 해마다 2천 명 안팎입니다. KBS는 지난 7월부터 <뉴스9>에 고정 코너 ‘일하다 죽지 않게’를 만들어 매주 산업재해 문제를 다각도로 심층 진단해 오고 있습니다.

37살 원 모 씨에게 2016년 12월 18일은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이다.

지적장애인인 원 씨는 지적장애인 노모와 함께 살았다. 원 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20대부터 중국집 배달 일과 공사 현장을 전전했다. 인력사무소에서 시키는 일도 뭐든 마다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원 씨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근속 기간은 대부분 길지 않은 편이었다.

원 씨는 2016년 11월 말 한 도급업체에 채용됐다. 통상 인력사무소를 통해 일을 받곤 했는데, 인력사무소에 떼어 주는 수수료를 조금이나마 아끼기 위해 직접 도급업체와 근로 계약을 맺었다고 한다.

원 씨에게 주어진 업무는 경남의 한 목욕탕 실내 리모델링 공사 현장에서 자재를 정리하고 청소하는 일이었다. 목욕탕이 있는 건물 지하 1층 현장엔 주로 목욕탕 사장과 도급업체 현장소장이 상주했고, 원 씨는 주로 이들의 지시에 따라 작업했다.

2016년 12월 18일은 리모델링 공사가 마무리되는 날로, 사실상 원 씨에게는 근무 종료일이나 다름없었다. 오후 3시 반, 지하 2층에서 폭발 소리가 났다. 현장소장은 “펑 소리가 난 뒤 지하 2층에 내려가 보니 원 씨가 변전실 부근 구석에 비스듬하게 누워있는 것을 발견해 119로 신고했다”고 재해 경위를 진술했다. 사고 장면을 직접 목격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씨는 사고 당시 변전실 내 변압기에 접촉해 감전됐다. 사고 여파로 원 씨는 중상을 입었고 두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원 씨는 사고 후 트라우마로 폐쇄병동에 입원했고, 벌써 4년 가까이 퇴원하지 못하고 있다. 원 씨의 어머니는 사고 이후 홀로 생활 중이다.

■ “산재 처리 걱정하지 말라”던 도급업체, 이틀 만에 산재 신청 날인 거부

사고 당일 도급업체 현장 소장은 원 씨 가족과의 통화에서 “산재 처리를 다 할 테니 걱정할 것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급업체는 불과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꿨다. 원 씨의 산재 신청을 위한 ‘사업주 날인’을 거부한 것이다.

이후 산재 심사 과정에서 업체 측은 사고의 책임을 원 씨에게 돌렸다. ‘재해가 발생한 변전실은 공사 범위 내에 있지 아니한 장소’, ‘재해자 원 씨의 근로 계약상 담당 업무는 청소업무로서 재해가 발생한 변전실과 무관’, ‘재해자 원 씨에게 변전실 방문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 ‘변전실은 입구가 개방되거나 출입이 허용된 사실이 전혀 없었던 점’ 등이 업체 측 주장의 주된 요지였다.

반면 원 씨는 사고 당일 이전에도 목욕탕 사장이 자신에게 지하 2층 청소 업무를 시킨 사실이 있다고 일관되게 진술했다. 다만 원 씨는 사고 후 트라우마로 사고 당일 자신이 왜 변전실 내부로 들어갔는지 명확히 기억해내지 못했다.

 원 씨가 소속돼 있던 도급업체는 산재 신청을 위한 사업주 날인을 거부했다.
■ 변전실도 ‘공사 범위’로 인정했지만...근로복지공단, ‘사적 행위’라며 산재 불승인

결국, 핵심 쟁점은 원 씨가 출입통제구역인 변전실에 들어가 변압기를 접촉한 게 업무와 연관이 있는가였다. 사고 순간 목격자가 없던 상황에서 재해자와 사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상황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원 씨의 재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았다. ‘업무상 재해’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공단은 심사결정서에서 “발주한 목욕탕 사업주는 전기공사를 위해 지하2층 변전실 출입문에 열쇠를 꽂아 두었다고 한 것으로 보아 지하 2층까지 인테리어 공사의 범위 내에 있다고 판단된다”면서도 원 씨의 재해를 “담당 업무를 벗어나 출입통제구역까지 임의로 들어가서 발생한 사적 행위에 따른 사고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심사 과정에서 도급업체 측의 일부 거짓 진술도 확인됐지만,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업체 측은 원 씨가 사고 당일 지하 2층 잠금돼 있던 변전실 출입문을 개방했다고 주장했지만, 사고 당일 전기 공사를 위해 변전실 출입문에 열쇠가 꽂혀 있었던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또 원 씨 측은 원 씨가 변전실 내 변전기를 둘러싼 캐비닛 문을 강제로 뜯거나 파손한 흔적이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했지만, 공단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 씨가 감전 사고를 당한 2016년 12월 18일 도급업체의 현장 작업일지. 변전실과 관련된 배전함 정리 업무가 적혀 있다.
산재재심사위원회 위원인 권동희 노무사는 공단의 이 같은 판단에 대해 “사실관계 판단에 있어 미진한 부분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도급업체는 당초 지하 2층 문이 잠겨있었다고 했는데 사실과 다른 진술이었다는 점 ▲도급업체는 재해자 원 씨가 변압기 문을 강제로 개방했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판단할 물적 증거가 없었다는 점 ▲지시 권한이 없는 목욕탕 사장이 평소에도 지하 2층과 관련돼 청소 업무를 시킨 전례가 있었다는 점 ▲사고 당일 지하2층에서 실제 전기공사가 이뤄졌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권 노무사는 또 “산재 심사를 할 때 재해자의 상태를 기준으로 삼아야 하지, 정상적인 사회인을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라며 “재해자 원 씨가 지적 장애인이라는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심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설령 원 씨의 과실로 변압기에 손을 댔다고 하더라도 도급업체 측은 지적장애인인 원 씨가 변압기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절한 조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사고 당일 그런 조치가 돼 있지 않았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 산재 앞에 더 무력해지는 장애인들...통계조차 없는 현실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원 씨를 대신해 산재 심사를 받아온 가족들도 이제는 자포자기 심정이다. 원 씨의 동생은 “하루는 사업주가 입원 중인 오빠를 찾아와서는 ‘힘드시죠? 저희도 힘듭니다’ 라고 해서 황당했다. 일하다 다쳤는데 산재가 인정 안 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보상도 한 푼 못 받았다”고 말했다.

목욕탕 사장과 당시 도급업체 현장소장은 “이미 근로복지공단의 최종 결정이 나온 사안”이라며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2019년 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일하다 사고를 당하거나 질병이 생긴 장애인 노동자는 1,426명이다. 이마저도 사업주가 동의하지 않은 사업장이나 5인 미만 사업장은 조사대상에서 빠져 있어 정확한 실태조차 확인할 수 없다.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안 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법상 고용노동부 장관은 ‘장애인이 직업생활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매년 1회 이상 장애인 근로자 산업재해 현황에 대해 전국적인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는 규정이 있지만, 사실상 사문화됐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노동자가 일하다 얼마나 죽고 다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 자체가 없는 셈이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근로복지공단이 장애인 노동자 산재에 대해 통계를 내지 않는다는 건 장애인 노동 환경에 대해 정부가 그만큼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라며 “장애인 산재를 따로 분류해 통계를 내는 작업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의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는 장애인 산재에 대한 내실 있는 실태조사와 예방 대책을 마련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장애인고용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폐쇄병동에 입원 중인 원 씨는 특별히 바라는 점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산재를 인정받기가 열악하다. 나 같은 사람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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