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과로사 방지법’으로 과로사 막는다

입력 2020.12.02 (21:34) 수정 2020.12.0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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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과로사'는 '가로시', 일본어가 고유명사로 올라 있습니다.

그만큼 일본은 과로사의 원조 격인 나라이고, 폐해를 먼저 겪은 만큼 해결 노력도 한 발 빠릅니다.

도쿄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일본에선 '과로사' 줄이기 위한 법안이 따로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일본은 이미 6년 전, 2014년부터 '과로사 방지법'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과로사를 '사회적 타살', 특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 병폐'로 규정해 의미가 큰데요.

지금 보시는 게 이 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매년 펴내는 '과로사 방지 대책 백서'입니다.

올해로 5번째인데, 정부의 과로사 대책과 그 성과 등을 담아 국회에 보고합니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과로 자살자는 천949명.

정점을 찍었던 8년 전과 비교해 740명, 약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앵커]

나라에서 직접 대책 보고서를 낸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방지 행사'도 주최한다면서요?

직접 다녀왔죠?

[기자]

네, 11월은 일본 정부가 정한 '과로사 방지 대책의 달'이었습니다.

한 달여 동안 관련 토론회가 일본 전역에서 48차례나 열렸는데요.

지역 노동청뿐 아니라 경영자 단체와 노동조합, 여기에 산재 인정 피해자와 과로사 유족까지 참여하는 행사였습니다.

일본에선 5년 전에 '덴쓰'라는 최대 광고회사에 다니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준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회사 측은 초과근로 한도인 월 70시간을 맞추려고 근무 기록까지 조작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한 유족의 말입니다.

[다카하시 유키미/유족 : "'인생도, 일도 고통스러워요. 엄마, 자책하지 마세요. 최고의 엄마였으니까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딸은) 떠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하는데도 과로사를 크게 줄이는 게 어려운 이유는 뭡니까?

[기자]

무엇보다 장시간 근로 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업무상 재해 기준, 이른바 '과로사 라인'이란 게 있는데요.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초과 근무를 할 경우인데, 이게 월평균 17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주목되는 건 과로 자살자 167명을 처음으로 추적 조사한 올해 백서 내용입니다.

절반 이상은 우울증 같은 정신장애가 발병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60%는 의료기관에서 진찰받은 기록 자체가 없었습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빠른 대처가 필요한데요.

일본의 직장 문화, 근로 환경이 획기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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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과로사 방지법’으로 과로사 막는다
    • 입력 2020-12-02 21:34:15
    • 수정2020-12-02 22: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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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국 옥스퍼드 사전에 '과로사'는 '가로시', 일본어가 고유명사로 올라 있습니다.

그만큼 일본은 과로사의 원조 격인 나라이고, 폐해를 먼저 겪은 만큼 해결 노력도 한 발 빠릅니다.

도쿄 연결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황현택 특파원, 일본에선 '과로사' 줄이기 위한 법안이 따로 있다면서요?

[기자]

네, 일본은 이미 6년 전, 2014년부터 '과로사 방지법'을 시행해 오고 있습니다.

과로사를 '사회적 타살', 특히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 병폐'로 규정해 의미가 큰데요.

지금 보시는 게 이 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매년 펴내는 '과로사 방지 대책 백서'입니다.

올해로 5번째인데, 정부의 과로사 대책과 그 성과 등을 담아 국회에 보고합니다.

자료를 보면 지난해 과로 자살자는 천949명.

정점을 찍었던 8년 전과 비교해 740명, 약 30% 가까이 줄었습니다.

[앵커]

나라에서 직접 대책 보고서를 낸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일본 정부가 '과로사 방지 행사'도 주최한다면서요?

직접 다녀왔죠?

[기자]

네, 11월은 일본 정부가 정한 '과로사 방지 대책의 달'이었습니다.

한 달여 동안 관련 토론회가 일본 전역에서 48차례나 열렸는데요.

지역 노동청뿐 아니라 경영자 단체와 노동조합, 여기에 산재 인정 피해자와 과로사 유족까지 참여하는 행사였습니다.

일본에선 5년 전에 '덴쓰'라는 최대 광고회사에 다니던 신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준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회사 측은 초과근로 한도인 월 70시간을 맞추려고 근무 기록까지 조작했습니다.

토론회에 참여한 유족의 말입니다.

[다카하시 유키미/유족 : "'인생도, 일도 고통스러워요. 엄마, 자책하지 마세요. 최고의 엄마였으니까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딸은) 떠났습니다."]

[앵커]

이렇게 하는데도 과로사를 크게 줄이는 게 어려운 이유는 뭡니까?

[기자]

무엇보다 장시간 근로 관행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에선 업무상 재해 기준, 이른바 '과로사 라인'이란 게 있는데요.

한 달에 100시간 넘게 초과 근무를 할 경우인데, 이게 월평균 170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주목되는 건 과로 자살자 167명을 처음으로 추적 조사한 올해 백서 내용입니다.

절반 이상은 우울증 같은 정신장애가 발병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하는 데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특히 60%는 의료기관에서 진찰받은 기록 자체가 없었습니다.

생명을 구하기 위해선 빠른 대처가 필요한데요.

일본의 직장 문화, 근로 환경이 획기적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도쿄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촬영기자:정민욱/영상편집:한찬의/그래픽:이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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