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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학생 1명 섬마을 초등학교’…마음 무거운 ‘마지막’ 인사
입력 2021.01.17 (08:10) 수정 2021.01.17 (08:12) 취재후
한때, 이런 농담이 있었습니다.

A : "나는 초등학교 때 말이야, 전교 1등만 했어."
B : "농담하지 마, 전교생이 한 명이었던 거 아니야?"
A : "응 어떻게 알았니? 나 혼자였어."
B : "?!"


그런데 앞으로 이런 곳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전국 유일 1명 초등학교, '비안도 초등학교'


전북 군산 비안도 초등학교의 전경과 교실 안 모습

전북 새만금 가력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가니 군산 비안도에 닿았습니다. 섬의 모양새가 날아가는 기러기와 닮았다고 해서 비안도(飛雁島)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주민 150명이 사는 이 섬에는 초등학교 건물이 한 채 있습니다. 비안도항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바다를 정면에 두고 1층짜리 학교 건물이 서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쉽사리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비안도 초등학교의 재학생단 한 명.

분교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한 '1명 초등학교'로 남아 있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수업이 없습니다. 6학년 학생이 졸업하면서 학생 수가 '0'이 됐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 재학생 졸업하며 폐교…이제는 추억 속으로


비안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은 지난 13일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부모님조차도 참석하지 않은 채 조촐하게 치러졌습니다.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김진태 선생님은 '마지막 졸업생'과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수업이나 특별활동을 1대1로 맡으며 교사 생활 동안 쉽게 경험하지 못할 좋은 추억들을 쌓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아름다운 학교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고, 비안도 초등학교가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학교의 경관이나 시설들이 아름다운 편이다. 학교는 폐교하지만,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올해 졸업한 6학년 학생은 2학년 시절부터 학교를 혼자 다녔습니다.

고작 학생 1명을 위해 교직원 5명이 일하는 게 온당하냐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육지와 이어지는 연륙교가 없는 비안도에서 학생 한 명이 통학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안도는 배로 20분이면 육지를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여객선 항로는 따로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각자 소유한 어선을 움직여 육지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육지를 오가는 도선조차도 운항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일 정도로 교통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비안도 초등학교가 다른 학교에 통합되지 않은 채 계속 남아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비안도 초등학교는 전국 어디에서든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 "학부모가 된 졸업생까지 설득했지만 섬 전입 꺼려"


비안도 초등학교는 1943년도에 '비안도 공립 심상소학교'로 개교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700명이 넘습니다.

현재 비안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비안도 초등학교 졸업생입니다.

비안도 초등학교 재학생이 수년째 한 명에 머무는 모습을 보며 주민들도 다급해졌습니다. 육지에 사는 졸업생 출신 학부모 등 알만한 사람에게 모두 연락해 입학이나 전학을 시킬만한 자녀가 있는지 수소문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섬 지역 주민들조차 더 나은 교육·생활 환경을 찾아 떠나는 마당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비안도에 머물도록 설득하기란 어려웠습니다.

비안도 초등학교 졸업생이자 어촌계장을 맡은 최용철 씨는 "젊은이들이 섬에 들어와서 생활하지 않다 보니 결국 폐교가 됐다. 추억이 남아 있는 모교가 폐교된다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신입생이 없어 학교 문 닫습니다" 인구 감소·지방 소멸 현상이 보내는 경고


인구 감소, 그리고 지방 소멸. 각종 통계자료에서 반복될 대로 반복돼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단어들입니다.

섬 지역에서 나타나는 징후는 더 심각합니다. 비안도에서 지도상으로 바로 위에 있는 고군산군도의 선유도 초등학교 재학생5명, 선유도 중학교 2명뿐입니다.

인천 지역 섬의 초등학교 분교 6곳도 지난해 초, 신입생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이 학교들은 재학생이 늘지 않는다면 수년 내로 폐교될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폐교되는 학교가 다른 섬에서, 산골에서, 농촌에서 하나둘씩 조용히 늘어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재학생이 줄다보니 학교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마음 무거운 사회 현상입니다.

도시 지역은 언제까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요?
비안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은 어떤 '경고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촬영기자 : 한문현, 그래픽 : 전현정)
  • [취재후] ‘학생 1명 섬마을 초등학교’…마음 무거운 ‘마지막’ 인사
    • 입력 2021-01-17 08:10:21
    • 수정2021-01-17 08:12:18
    취재후
한때, 이런 농담이 있었습니다.

A : "나는 초등학교 때 말이야, 전교 1등만 했어."
B : "농담하지 마, 전교생이 한 명이었던 거 아니야?"
A : "응 어떻게 알았니? 나 혼자였어."
B : "?!"


그런데 앞으로 이런 곳이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 전국 유일 1명 초등학교, '비안도 초등학교'


전북 군산 비안도 초등학교의 전경과 교실 안 모습

전북 새만금 가력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20분을 가니 군산 비안도에 닿았습니다. 섬의 모양새가 날아가는 기러기와 닮았다고 해서 비안도(飛雁島)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주민 150명이 사는 이 섬에는 초등학교 건물이 한 채 있습니다. 비안도항에서 걸어서 10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입니다. 바다를 정면에 두고 1층짜리 학교 건물이 서 있습니다. 도시에서는 쉽사리 보기 어려운 풍경입니다.

비안도 초등학교의 재학생단 한 명.

분교를 제외하고 전국에서 유일한 '1명 초등학교'로 남아 있었습니다. 올해부터는 수업이 없습니다. 6학년 학생이 졸업하면서 학생 수가 '0'이 됐기 때문입니다.

■ 마지막 재학생 졸업하며 폐교…이제는 추억 속으로


비안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은 지난 13일 진행됐습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 부모님조차도 참석하지 않은 채 조촐하게 치러졌습니다.

담임 선생님을 맡았던 김진태 선생님은 '마지막 졸업생'과 친구처럼 지냈습니다. 수업이나 특별활동을 1대1로 맡으며 교사 생활 동안 쉽게 경험하지 못할 좋은 추억들을 쌓았다고 회상했습니다.

김 선생님은 "아름다운 학교를 후배들에게 물려주지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들고, 비안도 초등학교가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학교의 경관이나 시설들이 아름다운 편이다. 학교는 폐교하지만, 앞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긍정적 방안이 나오면 좋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올해 졸업한 6학년 학생은 2학년 시절부터 학교를 혼자 다녔습니다.

고작 학생 1명을 위해 교직원 5명이 일하는 게 온당하냐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육지와 이어지는 연륙교가 없는 비안도에서 학생 한 명이 통학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안도는 배로 20분이면 육지를 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곳이지만 여객선 항로는 따로 없었습니다. 주민들은 각자 소유한 어선을 움직여 육지에 다녀와야 했습니다.

육지를 오가는 도선조차도 운항을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일 정도로 교통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비안도 초등학교가 다른 학교에 통합되지 않은 채 계속 남아 있었던 이유입니다.

그래서 비안도 초등학교는 전국 어디에서든지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권리'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 "학부모가 된 졸업생까지 설득했지만 섬 전입 꺼려"


비안도 초등학교는 1943년도에 '비안도 공립 심상소학교'로 개교했습니다. 지금까지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700명이 넘습니다.

현재 비안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 가운데 상당수는 비안도 초등학교 졸업생입니다.

비안도 초등학교 재학생이 수년째 한 명에 머무는 모습을 보며 주민들도 다급해졌습니다. 육지에 사는 졸업생 출신 학부모 등 알만한 사람에게 모두 연락해 입학이나 전학을 시킬만한 자녀가 있는지 수소문했지만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섬 지역 주민들조차 더 나은 교육·생활 환경을 찾아 떠나는 마당에 어린 자녀를 데리고 비안도에 머물도록 설득하기란 어려웠습니다.

비안도 초등학교 졸업생이자 어촌계장을 맡은 최용철 씨는 "젊은이들이 섬에 들어와서 생활하지 않다 보니 결국 폐교가 됐다. 추억이 남아 있는 모교가 폐교된다는 것은 참 가슴 아픈 일이다"라고 말했습니다.


■ "신입생이 없어 학교 문 닫습니다" 인구 감소·지방 소멸 현상이 보내는 경고


인구 감소, 그리고 지방 소멸. 각종 통계자료에서 반복될 대로 반복돼 이제는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단어들입니다.

섬 지역에서 나타나는 징후는 더 심각합니다. 비안도에서 지도상으로 바로 위에 있는 고군산군도의 선유도 초등학교 재학생5명, 선유도 중학교 2명뿐입니다.

인천 지역 섬의 초등학교 분교 6곳도 지난해 초, 신입생을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이 학교들은 재학생이 늘지 않는다면 수년 내로 폐교될 운명을 맞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폐교되는 학교가 다른 섬에서, 산골에서, 농촌에서 하나둘씩 조용히 늘어나는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인구가 적은 지역의 재학생이 줄다보니 학교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마음 무거운 사회 현상입니다.

도시 지역은 언제까지 마음을 놓을 수 있을까요?
비안도 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은 어떤 '경고의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촬영기자 : 한문현, 그래픽 : 전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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