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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겹이 벗겨진 손…“이렇게 잃기엔 아까운 생명들이잖아요”
입력 2021.02.26 (08:01) 수정 2021.02.26 (13:39) 취재K
여러장 장갑을 끼고 허물이 벗겨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의 손 . 대한간호협회 제공여러장 장갑을 끼고 허물이 벗겨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의 손 . 대한간호협회 제공

■ 대구·경북으로 모인 각지의 간호사들... 하루하루 일기처럼 써내려간 기록

코로나 현장에서 활약한 간호사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코로나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가 출간됐다.

이 수기집에는 지난해 5월 간호협회가 실시한 코로나19 현장스토리 공모전 당선작 등 27편의 수기와 33점의 사진 등이 담겨있다.

대한간호협회는 대구·경북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보고, 느끼고, 듣고, 체험한 코로나 극복 수기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를 펴냈다.

책에 실린 한 장의 손 사진은 간호사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손 사진의 주인공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 그는 온종일 쉴 틈 없이 코로나 환자를 돌봤다. 두 겹, 세 겹의 장갑을 끼고 땀으로 범벅된 그의 손은 온통 부르텄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간호사들의 고초를 생생하게 보여 준 이 손은, 바로 환자들의 생명을 살린 거룩한 손이다.

■겹겹이 낀 장갑으로 혈액순환장애 생겨 '손가락 통증과 경련'

경희의료원 이승희 간호사는 코로나 사태와 맞선 지난 100일 간의 일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병원 전체적으로 코로나 확진 환자를 돌보는 22명의 간호사 팀을 꾸렸다.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지 6개월이 된 신입 간호사부터 30년을 앞둔 사람까지 모여 새로운 격리병동 오픈 준비를 했다."

"병실 안 환자가 기댈 사람은 간호사가 유일했기에 2~3시간에 한 번씩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N95 마스크와 일회용 가운을 입고 장갑을 착용한 채 병실 안에 들어갔다. 환자가 뱉어낸 토혈로 병실이 피투성이가 됐다. 감염노출의 위협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코로나로 잃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근무로 지쳐있는 동료와 함께.  부산대동병원 홍현미 간호사. 대한간호협회 제공근무로 지쳐있는 동료와 함께. 부산대동병원 홍현미 간호사. 대한간호협회 제공
■ "매 회당 2시간 이상 활동, 체력에 한계 느껴..."

대구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한 김민아 칠곡경북대학교병원 간호사는 근무 중 환자의 간호를 위한 장비 착용으로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음압 중환자실은 레벨D 방호복과 PAPR(정동식 호흡보호구)을 착용해야만 출입할 수 있었다. 환자의 간호를 위해서라면 불편한 장비들은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매 회당 2시간 이상 활동하면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다 보면 마스크와 장비로 답답했고, 고글이 머리를 눌러 두통이 발생했다.
간호를 끝내고 나면 방호복 속이 온통 땀으로 흥건했고, 얼굴의 눌린 자국은 퇴근할 때까지도 지워지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짧은 휴식에 다 식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환자의 회복을 위해서 서로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냈다."고 전했다.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수기집 표지 이미지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수기집 표지 이미지

■ 잊히지 않는 할머니의 눈동자

대구 가톨릭대학교병원 박서현 간호사는 코로나 환자를 돌보며 밤 근무를 하던 어느 날을 회상했다. 양성 판정을 받아 입원한 지 6시간 만에 병이 급속도로 진행했던 환자가 있었다.

"출근하면서 '할머님, 나 기다렸어요?"라고 인사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만히 나(박 간호사)를 바라보던 할머님의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중략) 나는 한동안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어느새 방호복 속은 땀과 눈물로 뒤범벅되었고, 목이 잠겨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이러면 할머님이 더 힘들어하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추스르며 할머님을 돌보던 그 날 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닷새 뒤 할머님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박 간호사는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었지만,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다. 우리 마음에서 사랑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절대 코로나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 겹겹이 벗겨진 손…“이렇게 잃기엔 아까운 생명들이잖아요”
    • 입력 2021-02-26 08:01:03
    • 수정2021-02-26 13:39:39
    취재K
여러장 장갑을 끼고 허물이 벗겨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의 손 . 대한간호협회 제공여러장 장갑을 끼고 허물이 벗겨진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의 손 . 대한간호협회 제공

■ 대구·경북으로 모인 각지의 간호사들... 하루하루 일기처럼 써내려간 기록

코로나 현장에서 활약한 간호사들과 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은 수기집 <코로나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가 출간됐다.

이 수기집에는 지난해 5월 간호협회가 실시한 코로나19 현장스토리 공모전 당선작 등 27편의 수기와 33점의 사진 등이 담겨있다.

대한간호협회는 대구·경북 1차 대유행 당시 코로나 현장에서 간호사들이 보고, 느끼고, 듣고, 체험한 코로나 극복 수기 ‘코로나 영웅, 대한민국을 간호하다’를 펴냈다.

책에 실린 한 장의 손 사진은 간호사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일깨워 준다. 손 사진의 주인공은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이학도 간호사. 그는 온종일 쉴 틈 없이 코로나 환자를 돌봤다. 두 겹, 세 겹의 장갑을 끼고 땀으로 범벅된 그의 손은 온통 부르텄다.

코로나19 대유행 속 간호사들의 고초를 생생하게 보여 준 이 손은, 바로 환자들의 생명을 살린 거룩한 손이다.

■겹겹이 낀 장갑으로 혈액순환장애 생겨 '손가락 통증과 경련'

경희의료원 이승희 간호사는 코로나 사태와 맞선 지난 100일 간의 일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병원 전체적으로 코로나 확진 환자를 돌보는 22명의 간호사 팀을 꾸렸다.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지 6개월이 된 신입 간호사부터 30년을 앞둔 사람까지 모여 새로운 격리병동 오픈 준비를 했다."

"병실 안 환자가 기댈 사람은 간호사가 유일했기에 2~3시간에 한 번씩 환자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N95 마스크와 일회용 가운을 입고 장갑을 착용한 채 병실 안에 들어갔다. 환자가 뱉어낸 토혈로 병실이 피투성이가 됐다. 감염노출의 위협에도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코로나로 잃기에 너무나도 아까운 것이 '생명'이었기 때문이다"

근무로 지쳐있는 동료와 함께.  부산대동병원 홍현미 간호사. 대한간호협회 제공근무로 지쳐있는 동료와 함께. 부산대동병원 홍현미 간호사. 대한간호협회 제공
■ "매 회당 2시간 이상 활동, 체력에 한계 느껴..."

대구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한 김민아 칠곡경북대학교병원 간호사는 근무 중 환자의 간호를 위한 장비 착용으로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음압 중환자실은 레벨D 방호복과 PAPR(정동식 호흡보호구)을 착용해야만 출입할 수 있었다. 환자의 간호를 위해서라면 불편한 장비들은 감당할 수 있다고 여겼지만, 매 회당 2시간 이상 활동하면 체력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일에 집중하다 보면 마스크와 장비로 답답했고, 고글이 머리를 눌러 두통이 발생했다.
간호를 끝내고 나면 방호복 속이 온통 땀으로 흥건했고, 얼굴의 눌린 자국은 퇴근할 때까지도 지워지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짧은 휴식에 다 식은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워야 했다. 하지만 우리는 환자의 회복을 위해서 서로서로 의지하며 하루하루를 이겨냈다."고 전했다.


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수기집 표지 이미지대한간호협회가 발간한 코로나19 수기집 표지 이미지

■ 잊히지 않는 할머니의 눈동자

대구 가톨릭대학교병원 박서현 간호사는 코로나 환자를 돌보며 밤 근무를 하던 어느 날을 회상했다. 양성 판정을 받아 입원한 지 6시간 만에 병이 급속도로 진행했던 환자가 있었다.

"출근하면서 '할머님, 나 기다렸어요?"라고 인사하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가만히 나(박 간호사)를 바라보던 할머님의 눈동자를 잊을 수 없다. (중략) 나는 한동안 할머니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어느새 방호복 속은 땀과 눈물로 뒤범벅되었고, 목이 잠겨서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이러면 할머님이 더 힘들어하실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추스르며 할머님을 돌보던 그 날 밤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닷새 뒤 할머님은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박 간호사는 코로나가 우리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었지만, 절대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다. 우리 마음에서 사랑의 불빛이 꺼지지 않는 한, 절대 코로나는 우리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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