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 끝’ 롯데 나균안, “투수로서 보답하고파”

입력 2021.03.05 (16:58) 수정 2021.03.0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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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롯데 나균안 인터뷰 중인 롯데 나균안

‘믿기지 않았다’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은 투수로 전향했던 작년의 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균안은 강민호(삼성)의 뒤를 이어 2018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롯데의 안방마님으로 뛰었다. 고교 시절 특출난 재능으로 입소문이 났던 포수에 팬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년 연속 1할대 타율의 부진.

나균안은 “프로라면 당연히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그러지 못했다는 건 다 내 책임이다. 남들에게 하소연하지 않았다. 그저 나 혼자 힘들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하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부진 속에 부상까지 따라왔다. 나균안은 지난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다. 부상을 회복하며 나균안은 가벼운 마음으로 투수 겸업을 시작했다. 7월 초까지도 타석에 섰다. 하지만 구단의 설득 끝에 완전한 전향을 결정했다.

나균안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시련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보이는 것보다 속으로 더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 더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다 잊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가지니 나아졌다”고 전했다.

첫 시즌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퓨처스리그 15경기에 나와 3승 4패, 평균자책점은 3.29.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다. 여기에 체인지업, 커브 등 다섯 개 구종을 장착했다.

나균안은 “포지션을 바꾸면서 심적으로 힘든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다거나 어떤 목표를 가져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생각 없이 공을 던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그러나 뒤로 갈수록 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정말 열심히 던졌고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런 성적을 거뒀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포수 포지션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 경험은 큰 도움을 준다. 나균안은 “포수를 하면서 타자 성향이나, 타자가 어떻게 치는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분석하고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다른 투수보다 타자들의 반응이 잘 보이는 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포수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지더라. 실투하면 그게 내 책임인데 포수자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도 된다. 폭투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내가 더 신경 써서 던지면 괜찮았을 텐데, 그 폭투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까 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또 “그래서 웬만하면 사인 거절을 하지 않으려 한다. 포수를 할 때 타자를 분석하고 공부한 뒤 신중하게 사인을 냈다. 포수의 그런 노력을 아니까 포수가 내준 사인은 맞춰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포수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 단짝 배터리에서 이제는 경쟁자로

나균안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같은 팀의 이승헌이다. 중학교 3년만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까지 동행했다. 마산용마고 시절부터 프로에 올라와서도 호흡을 맞췄다. 나균안은 “많이 의지한다. 집도 또 5분 거리로 가깝다. 심심하면 만나고, 밥도 먹고 하면서 친해졌다. 우리가 운동선수이다 보니 친구가 많이 없다”고 웃었다.

투수로 전향한 뒤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승헌은 비시즌 나균안의 코치로 나섰다. 나균안은 “승헌이가 작년에 1군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비시즌 동안 코치가 선수를 가르치듯이 나를 가르쳤다. 나도 예! 하고 장난스럽게 받아들였다” 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균안은 상동캠프에, 이승헌은 사직캠프에 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짧은 영상통화에서도 반가움은 드러났다.


이승헌은 “균안이는 워낙 열심히 하는 노력파다. 투수로도 잘할 거다. 우리가 경쟁하는 게 재밌긴 한데, 일단 경쟁 상대다. 내가 이기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장난 섞인 답을 내놨다.

■ 이번 시즌 목표는 ‘보답’

이런 단짝 이승헌 이상으로 나균안의 투수 전향에 큰 도움이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결혼한 부인이다.

배우자 이야기에 나균안은 활짝 웃으며 “아내가 결혼하면서 부산으로 왔다. 부산에 친구도 없고 늘 혼자 있다 보니까 아내를 보면 매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내조도 정말 정말 잘해준다. 어린 나이다 보니 놀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나를 위해 늘 희생한다. 정말 고맙다. 솔직히 고마운 마음보다도 미안한 마음이 정말 크다”고 전했다.

미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운동했다. 투수로서 첫 비시즌이 낯설었지만, 동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몸 만드는 것부터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코치님들과 선배들께서 잘 알려주시고 조언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덕분에 몸을 잘 만들었고 캠프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종덕에서 개명한 ‘균안’의 이름 뜻은 ‘노력한 만큼 올라가는 선수’이다. ‘노력하는 만큼’이란 말에는 성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뜻. 나균안은 “운동선수라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내가 꿈꾸는 것들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뜻이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나균안의 이번 시즌 목표는 간단하다. ‘보답’이다. 나균안은 “입단하면서 주목을 많이 받고 응원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기대에 못 미쳤던 게 너무 많았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 그게 이번 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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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16:58:33
    • 수정2021-03-05 16: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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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중인 롯데 나균안
‘믿기지 않았다’
나균안(개명 전 나종덕)은 투수로 전향했던 작년의 심장을 이렇게 표현했다. 나균안은 강민호(삼성)의 뒤를 이어 2018시즌부터 두 시즌 동안 롯데의 안방마님으로 뛰었다. 고교 시절 특출난 재능으로 입소문이 났던 포수에 팬들의 기대는 컸다. 하지만 그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년 연속 1할대 타율의 부진.

나균안은 “프로라면 당연히 팬들께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 그게 내 일이다. 그러지 못했다는 건 다 내 책임이다. 남들에게 하소연하지 않았다. 그저 나 혼자 힘들었다. ‘나는 왜 이것밖에 못 할까’하는 마음이 컸고 그래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부진 속에 부상까지 따라왔다. 나균안은 지난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부상으로 조기 귀국했다. 부상을 회복하며 나균안은 가벼운 마음으로 투수 겸업을 시작했다. 7월 초까지도 타석에 섰다. 하지만 구단의 설득 끝에 완전한 전향을 결정했다.

나균안은 “솔직히 믿기지 않았다. 야구를 하면서 이런 시련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보이는 것보다 속으로 더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계속 미련을 가지고 있으면 더 힘들 것으로 생각했다. 다 잊고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자는 마음을 가지니 나아졌다”고 전했다.

첫 시즌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퓨처스리그 15경기에 나와 3승 4패, 평균자책점은 3.29.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다. 여기에 체인지업, 커브 등 다섯 개 구종을 장착했다.

나균안은 “포지션을 바꾸면서 심적으로 힘든 시간이 길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겠다거나 어떤 목표를 가져야겠다는 마음보다는 생각 없이 공을 던졌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이어 “그러나 뒤로 갈수록 포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정말 열심히 던졌고 선수들이 많이 도와줘서 이런 성적을 거뒀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포수 포지션에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지만, 아직도 그 경험은 큰 도움을 준다. 나균안은 “포수를 하면서 타자 성향이나, 타자가 어떻게 치는지, 어떤 반응을 하는지 분석하고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다른 투수보다 타자들의 반응이 잘 보이는 건 장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포수에 대한 공감과 이해가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는다. “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지더라. 실투하면 그게 내 책임인데 포수자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할까 봐 걱정도 된다. 폭투가 나와도 마찬가지다. 내가 더 신경 써서 던지면 괜찮았을 텐데, 그 폭투를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들까 봐….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전했다.

또 “그래서 웬만하면 사인 거절을 하지 않으려 한다. 포수를 할 때 타자를 분석하고 공부한 뒤 신중하게 사인을 냈다. 포수의 그런 노력을 아니까 포수가 내준 사인은 맞춰줘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포수에 대한 존중을 드러냈다. 모두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말이었다.


■ 단짝 배터리에서 이제는 경쟁자로

나균안의 가장 친한 친구 중 한 명은 같은 팀의 이승헌이다. 중학교 3년만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까지 동행했다. 마산용마고 시절부터 프로에 올라와서도 호흡을 맞췄다. 나균안은 “많이 의지한다. 집도 또 5분 거리로 가깝다. 심심하면 만나고, 밥도 먹고 하면서 친해졌다. 우리가 운동선수이다 보니 친구가 많이 없다”고 웃었다.

투수로 전향한 뒤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승헌은 비시즌 나균안의 코치로 나섰다. 나균안은 “승헌이가 작년에 1군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않았나. 그러다 보니 비시즌 동안 코치가 선수를 가르치듯이 나를 가르쳤다. 나도 예! 하고 장난스럽게 받아들였다” 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나균안은 상동캠프에, 이승헌은 사직캠프에 있어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지만, 짧은 영상통화에서도 반가움은 드러났다.


이승헌은 “균안이는 워낙 열심히 하는 노력파다. 투수로도 잘할 거다. 우리가 경쟁하는 게 재밌긴 한데, 일단 경쟁 상대다. 내가 이기는 게 좋지 않을까”하고 장난 섞인 답을 내놨다.

■ 이번 시즌 목표는 ‘보답’

이런 단짝 이승헌 이상으로 나균안의 투수 전향에 큰 도움이 된 사람이 있다. 바로 지난해 12월 결혼한 부인이다.

배우자 이야기에 나균안은 활짝 웃으며 “아내가 결혼하면서 부산으로 왔다. 부산에 친구도 없고 늘 혼자 있다 보니까 아내를 보면 매일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내조도 정말 정말 잘해준다. 어린 나이다 보니 놀고 싶은 마음이 들 법도 한데 나를 위해 늘 희생한다. 정말 고맙다. 솔직히 고마운 마음보다도 미안한 마음이 정말 크다”고 전했다.

미안한 마음에 더 열심히 운동했다. 투수로서 첫 비시즌이 낯설었지만, 동료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 “몸 만드는 것부터 모든 면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코치님들과 선배들께서 잘 알려주시고 조언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 덕분에 몸을 잘 만들었고 캠프도 잘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종덕에서 개명한 ‘균안’의 이름 뜻은 ‘노력한 만큼 올라가는 선수’이다. ‘노력하는 만큼’이란 말에는 성공이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뜻. 나균안은 “운동선수라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내가 꿈꾸는 것들을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뜻이 마음에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나균안의 이번 시즌 목표는 간단하다. ‘보답’이다. 나균안은 “입단하면서 주목을 많이 받고 응원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그 기대에 못 미쳤던 게 너무 많았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으로 보답하는 것. 그게 이번 시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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