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한 김정은 직접 나선 북한의 첫 ‘간부 워크샵’

입력 2021.03.05 (17:18) 수정 2021.03.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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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서는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라는 것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와 2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전달하고 학습시키기 위한 행사인데요. 쉽게 표현하면 당에서 결정된 지침과 방향들을 하부 단위에까지 체화시켜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일종의 '워크숍'인 셈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열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당 역사에서 처음"…김정은 주도 '워크숍'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오늘(5일), 전날 열린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이틀째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농업 생산 증대를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군당 위원회들이 자기의 사명과 역할을 원만히 수행해야 당과 국가의 전반 사업이 잘돼 나가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 촉진된다"고 역설했습니다.

북한에서 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회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북한에서 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회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어제(4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우리 당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소개하며 "시·군 당조직들의 기능과 역할을 비상히 높여 전당의 전투력을 다지고 지방 경제와 인민생활을 발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런 하부단위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이 직접 참석한 것도 눈에 띄는데요. 김 위원장은 개강사에서 시·군에 대해 "우리 당 정책의 말단 지도단위·집행단위이고 농촌 경리와 지방 경제를 지도하는 지역적 거점이며 나라의 전반적 발전을 떠받드는 강력한 보루"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시·군 당책임비서들은 사회주의 건설의 지역적 거점들을 맡은 우리 당의 핵심이며 인민들과 제일 가까이에 있으면서 그들을 돌보는 무거운 책임을 걸머진 야전정치 일꾼"이라고도 강조했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이니,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대면하고 교육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 강습회 이틀째 회의 결론…"선차적 경제과업은 농업"

강습회 이틀째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결론을 통해 "시·군당 책임비서들이 당 제8차 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사업을 주도 세밀하게 작전하고 지도해 시·군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개선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야 한다"며 "선차적인 경제 과업은 농업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또 "시·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가 농사 작전을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과학적으로, 세부적으로 세우고 철저히 집행하도록 요구성을 높이며 경영위원회의 사업상 권위를 세워주어 시·군 안의 농사를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특히 "농업 부문에 뿌리 깊이 배겨있는 허풍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야 한다"고도 했는데, 농업 부문에서 곡물 생산량을 허위로 보고하는 등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 기존 정책 되풀이…지역별 '경쟁'도 강조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이번 강습회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새로운 지방경제발전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농업생산 증대, 지방공업 활성화, 축산과 양어 장려 등 기존 정책들을 되풀이하고 재차 강조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5일 사흘째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고 하니 추후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도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새로운 비전이나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인데요.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다만 지방간부들의 일하는 태도, 실무능력 향상 등을 보다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방경제발전을 위해 당장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원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향후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지방 당간부들의 종합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결국 새로운 자본이나 기술 투입이 어려운 북한의 현실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 강습회"라고 평가하면서 지방경제, 주민생활향상, 지방균형발전이 시, 군당책임비서들의 비상한 각오와 열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들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당 정책 집행에 대한 전국 시·군별 순위를 발표하는 등 지역별 경쟁을 통한 과업 달성을 촉진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잘못은 적극 지적하고 잘된 부분은 평가해 경쟁을 통한 과업 달성을 촉진해보겠다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경제 성과 절실…'조급한' 김정은의 직접 지도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강습회에 대해 "내용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이 직접 시군당 비서들을 만나 명령하고 지시하는 모양새 갖춘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대면해 과업 수행을 강조한 만큼 시군당 비서들이 한층 강박감을 느끼며 정책을 실행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이런 하부 단위까지 최고지도자가 직접 신경 쓴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함이나 조급함의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보다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은 "하부 단위까지 정책 기조가 투영돼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자원화하고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야 하는 절박한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위에서부터 가장 아래 단위까지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노력이 북한 전 부문에서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김정일 시대와 뚜렷이 구분되는 점이라고도 지적했는데요. 김정일 집권기에도 북한은 '고난의 행군'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지만, 최고지도자가 경제문제 해결에 직접 관여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정책이 실패할 경우 최고지도자의 위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경제가 실패했다는 점도 자인하고, 직접 뛰어들어 구체적 계획도 제시하며 진두지휘하는 모습인데요. 새로운 지도자상을 세우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 북한의 경제 문제가 통상적 방법으로는 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소장은 "제재나 코로나19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경제문제 해결이 이렇게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은 당분간 더욱 내부적 역량을 모으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은 외부에 전선을 만들려 하거나 남측과의 교류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대외관계를 개선하려 나서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섣부른 교류 제안보다는 북한의 이런 전례없는 모습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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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3-05 17:18:38
    • 수정2021-03-05 20: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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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에서는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라는 것이 열리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대회와 2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결정된 사항들을 전달하고 학습시키기 위한 행사인데요. 쉽게 표현하면 당에서 결정된 지침과 방향들을 하부 단위에까지 체화시켜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일종의 '워크숍'인 셈입니다. 북한에서 이런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열린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 "당 역사에서 처음"…김정은 주도 '워크숍'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오늘(5일), 전날 열린 제1차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이틀째 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농업 생산 증대를 강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군당 위원회들이 자기의 사명과 역할을 원만히 수행해야 당과 국가의 전반 사업이 잘돼 나가고 우리식 사회주의의 전면적 발전이 촉진된다"고 역설했습니다.

북한에서 3일부터 열리고 있는 제1회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어제(4일)자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군 당 책임비서 강습회가 "우리 당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소개하며 "시·군 당조직들의 기능과 역할을 비상히 높여 전당의 전투력을 다지고 지방 경제와 인민생활을 발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계기"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이런 하부단위 행사에 김정은 위원장(노동당 총비서)이 직접 참석한 것도 눈에 띄는데요. 김 위원장은 개강사에서 시·군에 대해 "우리 당 정책의 말단 지도단위·집행단위이고 농촌 경리와 지방 경제를 지도하는 지역적 거점이며 나라의 전반적 발전을 떠받드는 강력한 보루"라고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시·군 당책임비서들은 사회주의 건설의 지역적 거점들을 맡은 우리 당의 핵심이며 인민들과 제일 가까이에 있으면서 그들을 돌보는 무거운 책임을 걸머진 야전정치 일꾼"이라고도 강조했는데요. 이렇게 중요한 사람들이니, 최고지도자가 직접 나서 대면하고 교육하겠다는 취지로 보입니다.

■ 강습회 이틀째 회의 결론…"선차적 경제과업은 농업"

강습회 이틀째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결론을 통해 "시·군당 책임비서들이 당 제8차 대회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가 제시한 과업을 관철하기 위한 사업을 주도 세밀하게 작전하고 지도해 시·군의 경제사업과 인민생활 개선에서 뚜렷한 실적을 내야 한다"며 "선차적인 경제 과업은 농업 생산을 결정적으로 늘리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발언하는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또 "시·군 협동농장 경영위원회가 농사 작전을 해당 지역의 특성에 맞게 과학적으로, 세부적으로 세우고 철저히 집행하도록 요구성을 높이며 경영위원회의 사업상 권위를 세워주어 시·군 안의 농사를 실질적으로 지도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요구했는데요.

특히 "농업 부문에 뿌리 깊이 배겨있는 허풍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강도높이 벌여야 한다"고도 했는데, 농업 부문에서 곡물 생산량을 허위로 보고하는 등의 고질적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보입니다.

■ 기존 정책 되풀이…지역별 '경쟁'도 강조

그런데 지금까지 공개된 이번 강습회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새로운 지방경제발전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농업생산 증대, 지방공업 활성화, 축산과 양어 장려 등 기존 정책들을 되풀이하고 재차 강조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5일 사흘째 강습회가 열리고 있다고 하니 추후 북한 매체의 보도 내용도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으로는 새로운 비전이나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못했다는 평가인데요.

시·군당 책임비서 강습회 참석자들의 모습. 사진출처: 조선중앙통신
다만 지방간부들의 일하는 태도, 실무능력 향상 등을 보다 강조하는 모습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방경제발전을 위해 당장 국가적인 차원에서 재원을 투입하기는 쉽지 않은 만큼, 향후 성과 도출을 위해서는 지방 당간부들의 종합적인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 "결국 새로운 자본이나 기술 투입이 어려운 북한의 현실적인 상황을 잘 보여준 강습회"라고 평가하면서 지방경제, 주민생활향상, 지방균형발전이 시, 군당책임비서들의 비상한 각오와 열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점들을 시사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와 함께 당 정책 집행에 대한 전국 시·군별 순위를 발표하는 등 지역별 경쟁을 통한 과업 달성을 촉진하려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잘못은 적극 지적하고 잘된 부분은 평가해 경쟁을 통한 과업 달성을 촉진해보겠다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경제 성과 절실…'조급한' 김정은의 직접 지도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강습회에 대해 "내용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기보다는 김정은이 직접 시군당 비서들을 만나 명령하고 지시하는 모양새 갖춘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고지도자가 직접 대면해 과업 수행을 강조한 만큼 시군당 비서들이 한층 강박감을 느끼며 정책을 실행하려 노력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이런 하부 단위까지 최고지도자가 직접 신경 쓴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함이나 조급함의 방증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관세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북한의 절박한 경제 상황을 보다 강조했습니다. 이 소장은 "하부 단위까지 정책 기조가 투영돼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자원화하고 역량을 최대한 결집시켜야 하는 절박한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위에서부터 가장 아래 단위까지 하나로 묶어내기 위한 노력이 북한 전 부문에서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김정일 시대와 뚜렷이 구분되는 점이라고도 지적했는데요. 김정일 집권기에도 북한은 '고난의 행군' 등 심각한 경제난을 겪었지만, 최고지도자가 경제문제 해결에 직접 관여하거나 해결 방안을 제시하지는 않았다는 겁니다. 정책이 실패할 경우 최고지도자의 위상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경제가 실패했다는 점도 자인하고, 직접 뛰어들어 구체적 계획도 제시하며 진두지휘하는 모습인데요. 새로운 지도자상을 세우려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지금 북한의 경제 문제가 통상적 방법으로는 풀릴 수 없다는 절박함이 깔려있다는 분석입니다.

이 소장은 "제재나 코로나19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을 것이고, 경제문제 해결이 이렇게 절실한 상황에서 북한은 당분간 더욱 내부적 역량을 모으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당장은 외부에 전선을 만들려 하거나 남측과의 교류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한도 결국 장기적으로는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대외관계를 개선하려 나서는 시점이 올 것"이라며 "섣부른 교류 제안보다는 북한의 이런 전례없는 모습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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