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환경미화원 ‘필수노동자’라면서 지원은 ‘제자리걸음’

입력 2021.04.13 (08:00) 수정 2021.04.13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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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노동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환경미화원입니다. 전국 곳곳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은 모두 3만 7천여 명. 지자체 소속 만 6천 4백여 명, 위탁업체에 속해 있는 환경미화원이 2만여 명으로 파악됩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환경미화원들 가운데 2명 중 1명은 먼지(분진)와 배기가스를 업무 환경 유해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데요. 이 유해요인들이 건강에는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출처: 고용노동부, <환경미화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건강진단 시범 연구>,2020출처: 고용노동부, <환경미화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건강진단 시범 연구>,2020

■10명 중 2명이 폐기능 이상…"광부보다 나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인천·안산·대전 지역 환경미화원 288명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포함한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해 봤습니다.

폐기능 장애는 모두 56명, 19.4%에 이릅니다. 폐기능 이상의 경우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다양한 폐질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일반인의 장애 비율 1%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치입니다. 또 광물성 분진에 노출돼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광물성 분진 노출자의 14.9%보다도 높습니다. 흔히 광물성 분진 노출자라고 하면 광산 노동자, 돌을 깎는 석공, 건물 시설 철거업자 등이 해당됩니다.

흉부 영상을 통해 본 폐 이상 소견은 9%, 일반인과 광물성분진노출자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폐암이 의심되는 결정 음영이 나타난 환경미화원 2명은 다행히 2차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근로복지공단 측은 설명했습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정부 시범 진단 괄과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굉장히 분진이 많이 날리고 눈으로 보기에도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던 분들과 비슷한 혹은 더 높은 폐질환의 위험을 안고 노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국 환경미화차량 만2천 대 중 친환경차량은 단 6%

환경미화원의 폐질환 위험을 줄이려면 방진마스크 등 보호구 착용도 필요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는 디젤차량을 친환경차량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청소차량들을 단계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는데요. 2021년 2월 기준, 전국의 환경미화차량은 11,922대. 이 가운데 친환경차량은 736대로, 단 6%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환경부가 지원한 차량은 3년에 걸쳐 98대의 구입비를 보조한 게 전부입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CNG 충전소가 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현장에서 친환경차량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디젤 차량 구입비와 친환경 차량의 구입비 차액을 지원하는 정도라 업체가 친환경차량을 구입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의지를 지적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유 차량이었던 시내버스들이 친환경차량으로 바뀐 것과 비교해 보면 청소차량도 시급하게 보급되고 지원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의 폐 이상 소견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지원사업은 올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특수건강진단을 신청하면 비용의 80%를 지원해 주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지원작업을 시작으로, 전국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사각지대 없이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은 그간 주로 높은 선발 경쟁률과 초봉 등으로 회자돼 왔습니다. 반면 환경미화원들의 직업병에 대한 인식과 그 경각심은 매우 낮았는데요. 환경미화원이 사회에서 '필수적'이라면 그만큼 환경미화원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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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환경미화원 ‘필수노동자’라면서 지원은 ‘제자리걸음’
    • 입력 2021-04-13 08:00:19
    • 수정2021-04-13 12:39:06
    취재후·사건후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노동자 가운데 하나가 바로 환경미화원입니다. 전국 곳곳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은 모두 3만 7천여 명. 지자체 소속 만 6천 4백여 명, 위탁업체에 속해 있는 환경미화원이 2만여 명으로 파악됩니다.

한 설문조사에서 환경미화원들 가운데 2명 중 1명은 먼지(분진)와 배기가스를 업무 환경 유해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는데요. 이 유해요인들이 건강에는 실제로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을까요?

출처: 고용노동부, <환경미화원 및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건강진단 시범 연구>,2020
■10명 중 2명이 폐기능 이상…"광부보다 나빠"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인천·안산·대전 지역 환경미화원 288명을 대상으로 폐기능 검사를 포함한 특수건강검진을 실시해 봤습니다.

폐기능 장애는 모두 56명, 19.4%에 이릅니다. 폐기능 이상의 경우 천식이나 만성기관지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다양한 폐질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는 일반인의 장애 비율 1%보다 현저하게 높은 수치입니다. 또 광물성 분진에 노출돼 특수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는 광물성 분진 노출자의 14.9%보다도 높습니다. 흔히 광물성 분진 노출자라고 하면 광산 노동자, 돌을 깎는 석공, 건물 시설 철거업자 등이 해당됩니다.

흉부 영상을 통해 본 폐 이상 소견은 9%, 일반인과 광물성분진노출자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폐암이 의심되는 결정 음영이 나타난 환경미화원 2명은 다행히 2차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근로복지공단 측은 설명했습니다.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은 정부 시범 진단 괄과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굉장히 분진이 많이 날리고 눈으로 보기에도 열악한 조건에서 일했던 분들과 비슷한 혹은 더 높은 폐질환의 위험을 안고 노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전국 환경미화차량 만2천 대 중 친환경차량은 단 6%

환경미화원의 폐질환 위험을 줄이려면 방진마스크 등 보호구 착용도 필요하지만 결국 근본적으로는 디젤차량을 친환경차량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지난 2018년, 정부는 청소차량들을 단계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밝혔는데요. 2021년 2월 기준, 전국의 환경미화차량은 11,922대. 이 가운데 친환경차량은 736대로, 단 6%에 불과했습니다. 그나마도 환경부가 지원한 차량은 3년에 걸쳐 98대의 구입비를 보조한 게 전부입니다.

지자체 관계자는 "CNG 충전소가 시 외곽에 위치해 있어 현장에서 친환경차량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다 디젤 차량 구입비와 친환경 차량의 구입비 차액을 지원하는 정도라 업체가 친환경차량을 구입할 만한 유인이 크지 않은 것도 현실입니다.

문길주 전남노동권익센터장은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 의지를 지적했습니다. 문 센터장은 "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유 차량이었던 시내버스들이 친환경차량으로 바뀐 것과 비교해 보면 청소차량도 시급하게 보급되고 지원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환경미화원들의 폐 이상 소견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특수건강검진에 대한 지원사업은 올해부터 시작됐습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홈페이지에 특수건강진단을 신청하면 비용의 80%를 지원해 주는 방식입니다. 전문가들은 이 지원작업을 시작으로, 전국의 환경미화 노동자들이 사각지대 없이 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직업병을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환경미화원은 그간 주로 높은 선발 경쟁률과 초봉 등으로 회자돼 왔습니다. 반면 환경미화원들의 직업병에 대한 인식과 그 경각심은 매우 낮았는데요. 환경미화원이 사회에서 '필수적'이라면 그만큼 환경미화원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수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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