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중국산 김치’ 불안 잡겠다는 식약처, 대책은 ‘재탕’?

입력 2021.04.16 (10:52) 수정 2021.04.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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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중국산 김치' 안전성 논란에 부랴부랴 대책 내놓은 식약처
주요 대책 대부분 실효성 떨어지거나 '재탕' …소비자 불안 잠재울 수 있을까?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으로 불거진 중국산 김치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급하게 대응책을 마련해 어제(15일)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HACCP 적용을 위한 수입식품법 시행규칙 등 하위 규정 신속 정비 △영업자 대상 수입 김치 검사 명령제 시행 강화 △모든 해외 김치 제조업소 현지 실사 추진 △소비자 참여 수입 김치 안전관리 추진 △온라인 세계지도 기반 수입 김치 공장 정보 제공 등 5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대책들, 어디서 많이 본 내용에 일부는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하지 않아서 두리뭉실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관련 기사: '알몸김치' 파문에 중국산 김치 씻어 '국산 백김치'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9592

■ 중국과의 협의 '신속하게'·검사 명령제 시행 강화 → 구체성 부족

지난 리포트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입 김치에 대해서도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법이 개정됐습니다. 인증 절차나 방법처럼 아주 민감한 세부사항들을 중국과 협의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양국 간 왕래가 어려워지면서 협의는 사실상 중단 상태입니다.

식약처는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하위 규정에 대한 협의를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묻자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기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빨리하겠다는 겁니다.

기존에 분말이나 천연 향신료 제품에 적용되던 검사명령제를 확대한다는 대책도 나왔습니다.

검사명령제는 식품에 위해 우려가 있을 때 수입업체 측이 식약처장이 지정한 시험검사기관에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고, 적합한 경우만 수입 허가를 내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부적합 평가를 자주 받은 김치 제조업체'에게도 적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확대 적용 취지는 좋지만,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합니다.

확대 적용을 받을 대상 업체가 몇 군데나 될지를 알아야 실효성을 따질 수 있을 텐데 식약처는 아직 그 규모도 파악하지 못했고, 애초에 부적합 평가를 여러 번 받는 업체 자체도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중국 현지 김치 제조업소에 대한 현지 실사 확대 → 실효성 의문

다음은 해외 김치 제조업소 전체 현지 실사 추진입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모든 해외 식품 제조업체를 등록 관리하고 있고, 위해가 우려되거나 국민들이 많이 먹는 식품을 생산하는 곳을 직접 현지 실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 수출 이력이 있는 모든 김치 제조업소 87곳에 대해 한 차례 이상 현지 실사를 완료했고, 올해도 신규 업체나 통관 부적합 이력이 있는 업체 등 약 26곳을 우선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20곳씩 차례대로 점검해서 109개의 모든 해외 김치 제조업소를 현지 실사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계획입니다. 업체당 5년간 1번은 실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얘긴데, 지난 5년 간과 다를 바 없는 빈도입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안갯속이라는 점도 현지 실사의 장애물입니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현장조사가 어려울 경우 원격영상을 활용한 비대면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가 지난해 3월 7일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어제 발표된 대책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식약처가 지난해 3월 7일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어제 발표된 대책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 소비자 참여 확대·제조업체 정보 제공 → 기존 대책이거나 이미 시행 중

마지막으로 식약처는 소비자위생감시원과 함께 수입 김치를 취급하는 업소 등 1,000곳에 대한 위생 관리 실태조사를 시작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또 수입 김치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를 위해 스마트 폰으로 수입 김치 포장지를 촬영하면 수입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입식품 검색렌즈'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글 세계지도에 수입 김치 제조 업소 정보와 위치 등도 표시해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중 소비자위생감시원 참여 계획은 1년 전에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있었던 내용으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수입식품 검색렌즈 서비스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범 도입돼 제공 중입니다.

수입 김치 제조업소 정보 역시 식약처 홈페이지 '수입 식품 조회'란 에서 지금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부 대책 보완과 함께…식당 업주 인식 개선도 필요

식약처의 이번 대책은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급한 불을 끄려고 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오랜 시간 쌓여온 것이어서, 일시적인 검역 강화 정도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식당들의 사례를 다룬 이번 기사에도 '식당에서 자신들이 쓰는 김치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거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댓글 반응이 많았습니다. 정부 대책 보완과 함께, 음식점 업주들의 원산지 인식도 재점검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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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중국산 김치’ 불안 잡겠다는 식약처, 대책은 ‘재탕’?
    • 입력 2021-04-16 10:52:57
    • 수정2021-04-16 10:53:03
    취재후·사건후
'중국산 김치' 안전성 논란에 부랴부랴 대책 내놓은 식약처<br />주요 대책 대부분 실효성 떨어지거나 '재탕' …소비자 불안 잠재울 수 있을까?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으로 불거진 중국산 김치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주무 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급하게 대응책을 마련해 어제(15일) 발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HACCP 적용을 위한 수입식품법 시행규칙 등 하위 규정 신속 정비 △영업자 대상 수입 김치 검사 명령제 시행 강화 △모든 해외 김치 제조업소 현지 실사 추진 △소비자 참여 수입 김치 안전관리 추진 △온라인 세계지도 기반 수입 김치 공장 정보 제공 등 5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대책들, 어디서 많이 본 내용에 일부는 구체적인 계획도 공개하지 않아서 두리뭉실합니다.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관련 기사: '알몸김치' 파문에 중국산 김치 씻어 '국산 백김치'로
http://news.kbs.co.kr/news/view.do?ncd=5159592

■ 중국과의 협의 '신속하게'·검사 명령제 시행 강화 → 구체성 부족

지난 리포트에서 지적한 것처럼, 수입 김치에 대해서도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적용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법이 개정됐습니다. 인증 절차나 방법처럼 아주 민감한 세부사항들을 중국과 협의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양국 간 왕래가 어려워지면서 협의는 사실상 중단 상태입니다.

식약처는 '화상회의 등을 통해 하위 규정에 대한 협의를 신속하게,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 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당초 계획보다 얼마나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지 묻자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기 힘들다'고 답했습니다. 언제까지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못 박을 수는 없지만, 아무튼 빨리하겠다는 겁니다.

기존에 분말이나 천연 향신료 제품에 적용되던 검사명령제를 확대한다는 대책도 나왔습니다.

검사명령제는 식품에 위해 우려가 있을 때 수입업체 측이 식약처장이 지정한 시험검사기관에서 정밀검사를 받도록 하고, 적합한 경우만 수입 허가를 내주는 제도입니다. 이 제도를 '부적합 평가를 자주 받은 김치 제조업체'에게도 적용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확대 적용 취지는 좋지만,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부족합니다.

확대 적용을 받을 대상 업체가 몇 군데나 될지를 알아야 실효성을 따질 수 있을 텐데 식약처는 아직 그 규모도 파악하지 못했고, 애초에 부적합 평가를 여러 번 받는 업체 자체도 극소수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중국 현지 김치 제조업소에 대한 현지 실사 확대 → 실효성 의문

다음은 해외 김치 제조업소 전체 현지 실사 추진입니다. 식약처는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모든 해외 식품 제조업체를 등록 관리하고 있고, 위해가 우려되거나 국민들이 많이 먹는 식품을 생산하는 곳을 직접 현지 실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식약처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우리나라에 수출 이력이 있는 모든 김치 제조업소 87곳에 대해 한 차례 이상 현지 실사를 완료했고, 올해도 신규 업체나 통관 부적합 이력이 있는 업체 등 약 26곳을 우선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는 매년 20곳씩 차례대로 점검해서 109개의 모든 해외 김치 제조업소를 현지 실사하겠다는 게 식약처의 계획입니다. 업체당 5년간 1번은 실사를 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는 얘긴데, 지난 5년 간과 다를 바 없는 빈도입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 상황이 아직 안갯속이라는 점도 현지 실사의 장애물입니다. 식약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현장조사가 어려울 경우 원격영상을 활용한 비대면 점검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식약처가 지난해 3월 7일 발표한 보도자료 중 일부. 어제 발표된 대책과 같은 내용이 포함돼있다.
■ 소비자 참여 확대·제조업체 정보 제공 → 기존 대책이거나 이미 시행 중

마지막으로 식약처는 소비자위생감시원과 함께 수입 김치를 취급하는 업소 등 1,000곳에 대한 위생 관리 실태조사를 시작하겠다는 대책도 발표했습니다. 또 수입 김치에 대한 정보 제공 확대를 위해 스마트 폰으로 수입 김치 포장지를 촬영하면 수입 이력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입식품 검색렌즈'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글 세계지도에 수입 김치 제조 업소 정보와 위치 등도 표시해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 중 소비자위생감시원 참여 계획은 1년 전에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있었던 내용으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수입식품 검색렌즈 서비스는 이미 지난달부터 시범 도입돼 제공 중입니다.

수입 김치 제조업소 정보 역시 식약처 홈페이지 '수입 식품 조회'란 에서 지금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정부 대책 보완과 함께…식당 업주 인식 개선도 필요

식약처의 이번 대책은 보완이 필요해 보입니다. 급한 불을 끄려고 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사실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불안은 오랜 시간 쌓여온 것이어서, 일시적인 검역 강화 정도로는 해소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여 파는 식당들의 사례를 다룬 이번 기사에도 '식당에서 자신들이 쓰는 김치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거나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댓글 반응이 많았습니다. 정부 대책 보완과 함께, 음식점 업주들의 원산지 인식도 재점검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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