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열차 타고 북한 체험”…동해북부선 최북단 ‘제진역’

입력 2021.05.29 (08:19) 수정 2021.05.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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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해북부선 최북단 제진역에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가 최근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북한으로 운행을 할 수는 없지만 북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열차라고 하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다고요?

[답변]

네, 제진역은 2007년 금강산을 출발한 열차가 시범 운행을 한 뒤 현재는 인적이 끊긴 기차역인데요.

현재는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 기차역을 찾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열차 견학을 하려면 실제로 북한행 열차에 탑승한 것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저도 직접 탑승해봤는데요.

출경 심사를 거쳐야 하더라고요.

북한의 이곳저곳을 가상 체험할 수 있는 5칸의 열차였는데요.

평화열차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지금 저와 함께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강원도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인 만큼 발길이 닿는 곳마다 한반도 분단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요.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동해북부선 최북단 제진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던 이곳에 학생들 웃음 소리가 울려퍼지는데요.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제진역을 찾아온 학생들입니다.

["만약에 남북관계 사이가 좋아진다면 내일이라도 열차 타고 갈 수 있어요."]

실제로 운행하는 열차는 아니지만, 북한 뿐 아니라 유럽까지 가고 싶은 목적지를 선택하면 모바일 승차권이 발권되는데요.

["오 프랑스 파리까지 가고 싶어요?"]

[김미주/영월 마차초등학교 : "파리까지 가면 더 풍경도 좋고 그럴 거 같아서요. 평소에 궁금했어요."]

["출경하도록 하겠습니다."]

평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먼저 출경 심사대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김준한/‘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팀 : "현재 북측과 남측은 모두 한반도를 한 영토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계를 넘나든다는 뜻으로 출경 입경이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출경 심사까지 받아보니까 정말 북한행 열차를 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데요.

저는 방금 출경절차를 모두 완료했는데요.

지역 간의 경계를 넘는 출경 그리고 입경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북한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진역은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최남단 감호역과 불과 10여km 떨어져 있습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남북출입사무소 설치에 합의하면서 2006년 완공된 기차역인데요.

그리고 2007년 5월 17일 금강산에서 출발한 북한 열차가 처음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운행된 열차가 없었습니다.

[안종원/‘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운영팀 : "남으로도 북으로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거 때문에 비운의 역이란 이름을 갖게 됐는데요. 2007년 시험 운행을 한 이후로는 계속 비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진역은 고립된 섬처럼 잊혀가는 듯했는데요.

지난해 4월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 연결을 위한 추진기념식이 열린 이후 지난달 27일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가 문을 열었습니다.

[강삼영/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 : "통일부에서 실시한 2019년 학교 통일 교육 실태조사에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 7.5% 감소했다는 발표를 듣고 평화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한 방안으로 체험장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통일부와 코레일의 협조를 받아, 부산항에서 제진역까지 기관차와 객차를 옮겨왔다고 하는데요.

약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는 총 5칸으로 구성돼있는데요.

북한의 문화를 가상체험 할 수 있고 통일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지금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철길을 통해 펼쳐진 역사적 사건들이 가장 먼저 학생들을 반깁니다.

["헤이그 특사나 그리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들이 철도를 타고 유럽 대륙까지 나아갔었습니다. 그럼 우리 친구들 이제 여행 떠날 준비가 됐습니까. 그럼 한번 출발해보겠습니다."]

컴컴한 객차 안, 본격적인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은 가상으로 북한을 둘러볼 수 있는 ‘기대로’라는 이름의 객차인데요.

["와 진짜 가는 거 같아."]

["와 진짜 가보면 좋을 거 같다."]

제진역을 출발해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그리고 평양 시내를 거쳐, 백두산까지... 북한의 관광명소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데요.

화려한 영상들이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은 평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평양 체험관입니다. 이쪽에 있는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일로’ 객차에서는 평양 시내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는데요.

발전된 듯한 평양 모습에 학생들도 놀라는 모습입니다.

["많이 발전했다."]

["그죠? 많이 발전했죠?"]

안내 직원의 설명을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학생들.

영토를 맞대고 있는 북한에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임은혁/영월 마차초등학교 : "가까이 있는 곳인데 못 가는 게 아쉬워요. 나중에 통일돼서 기차가 연결되면 기차 타고 가서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어디선가 흥겹게 들리는 아코디언 멜로디.

마치 축제를 즐기듯 학생들은 잔뜩 신이 난 것 같네요.

["우리 어린이 여러분들께서 저를 좀 도와주시라요. 네모 칸에 어떤 말이 들어가면 좋을까요?"]

["우리 지성태 어린이는 저 네모 칸 안에 어떤 말이 들어가면 좋겠습니까? (평화롭게요) 왜 평화롭게 만들었으면 좋을까요?"]

[지성태/영월 마차초등학교 : "북한이랑 남한이랑 전쟁했으니까 전쟁한 걸 서로 화해하고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넣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북한을 체험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는데요.

열차에서 내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요?

[김미주/영월 마차초등학교 : "열차를 타고 북한을 빨리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통일되면 더 재밌는 것도 하는데 통일되지 않아서 아쉽고 그래요."]

[남정희/영월 마차초등학교 교감 : "교실에서 이론이나 영상으로만 하던 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이 체험하면서 하니까 훨씬 더 즐겁고 효과도 컸던 거 같습니다."]

썰렁하기만 했던 제진역은 통일 체험의 현장으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제진역을 가득 채운다면, 북한행 열차를 실제로 탈 수 있는 날도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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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열차 타고 북한 체험”…동해북부선 최북단 ‘제진역’
    • 입력 2021-05-29 08:19:46
    • 수정2021-05-29 0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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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동해북부선 최북단 제진역에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가 최근에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북한으로 운행을 할 수는 없지만 북한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열차라고 하는데요.

최효은 리포터가 다녀왔다고요?

[답변]

네, 제진역은 2007년 금강산을 출발한 열차가 시범 운행을 한 뒤 현재는 인적이 끊긴 기차역인데요.

현재는 학생들이 체험학습을 하기 위해서 기차역을 찾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 열차 견학을 하려면 실제로 북한행 열차에 탑승한 것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저도 직접 탑승해봤는데요.

출경 심사를 거쳐야 하더라고요.

북한의 이곳저곳을 가상 체험할 수 있는 5칸의 열차였는데요.

평화열차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요?

지금 저와 함께 확인해보시죠.

[리포트]

한국전쟁 이후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 강원도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인 만큼 발길이 닿는 곳마다 한반도 분단 상황이 고스란히 느껴지는데요.

통일전망대로 가는 길목에 동해북부선 최북단 제진역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인적이 드물던 이곳에 학생들 웃음 소리가 울려퍼지는데요.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제진역을 찾아온 학생들입니다.

["만약에 남북관계 사이가 좋아진다면 내일이라도 열차 타고 갈 수 있어요."]

실제로 운행하는 열차는 아니지만, 북한 뿐 아니라 유럽까지 가고 싶은 목적지를 선택하면 모바일 승차권이 발권되는데요.

["오 프랑스 파리까지 가고 싶어요?"]

[김미주/영월 마차초등학교 : "파리까지 가면 더 풍경도 좋고 그럴 거 같아서요. 평소에 궁금했어요."]

["출경하도록 하겠습니다."]

평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서는 먼저 출경 심사대를 통과해야 하는데요.

[김준한/‘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팀 : "현재 북측과 남측은 모두 한반도를 한 영토로 하고 있기 때문에 경계를 넘나든다는 뜻으로 출경 입경이란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출경 심사까지 받아보니까 정말 북한행 열차를 타는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드는데요.

저는 방금 출경절차를 모두 완료했는데요.

지역 간의 경계를 넘는 출경 그리고 입경이란 단어가 무색하게 북한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습니다.

제진역은 군사분계선 너머 북한 최남단 감호역과 불과 10여km 떨어져 있습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때 남북출입사무소 설치에 합의하면서 2006년 완공된 기차역인데요.

그리고 2007년 5월 17일 금강산에서 출발한 북한 열차가 처음 들어온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운행된 열차가 없었습니다.

[안종원/‘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운영팀 : "남으로도 북으로도 연결되지 못했다는 거 때문에 비운의 역이란 이름을 갖게 됐는데요. 2007년 시험 운행을 한 이후로는 계속 비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진역은 고립된 섬처럼 잊혀가는 듯했는데요.

지난해 4월 강릉-제진 간 동해북부선 연결을 위한 추진기념식이 열린 이후 지난달 27일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가 문을 열었습니다.

[강삼영/강원도교육청 기획조정관 : "통일부에서 실시한 2019년 학교 통일 교육 실태조사에서 학생들이 (생각하는) 통일에 대한 필요성이 7.5% 감소했다는 발표를 듣고 평화 통일에 대한 공감대 확산을 위한 방안으로 체험장을 조성하게 됐습니다."]

통일부와 코레일의 협조를 받아, 부산항에서 제진역까지 기관차와 객차를 옮겨왔다고 하는데요.

약 6개월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학생들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통일로 가는 평화 열차는 총 5칸으로 구성돼있는데요.

북한의 문화를 가상체험 할 수 있고 통일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고 합니다.

지금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

철길을 통해 펼쳐진 역사적 사건들이 가장 먼저 학생들을 반깁니다.

["헤이그 특사나 그리고 베를린 올림픽에 출전한 대표팀들이 철도를 타고 유럽 대륙까지 나아갔었습니다. 그럼 우리 친구들 이제 여행 떠날 준비가 됐습니까. 그럼 한번 출발해보겠습니다."]

컴컴한 객차 안, 본격적인 여행은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이곳은 가상으로 북한을 둘러볼 수 있는 ‘기대로’라는 이름의 객차인데요.

["와 진짜 가는 거 같아."]

["와 진짜 가보면 좋을 거 같다."]

제진역을 출발해 금강산과 마식령 스키장 그리고 평양 시내를 거쳐, 백두산까지... 북한의 관광명소들을 체험해 볼 수 있는데요.

화려한 영상들이 학생들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은 평양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평양 체험관입니다. 이쪽에 있는 영상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통일로’ 객차에서는 평양 시내 명소들을 둘러볼 수 있는데요.

발전된 듯한 평양 모습에 학생들도 놀라는 모습입니다.

["많이 발전했다."]

["그죠? 많이 발전했죠?"]

안내 직원의 설명을 귀를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학생들.

영토를 맞대고 있는 북한에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현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임은혁/영월 마차초등학교 : "가까이 있는 곳인데 못 가는 게 아쉬워요. 나중에 통일돼서 기차가 연결되면 기차 타고 가서 평양냉면 먹고 싶어요."]

어디선가 흥겹게 들리는 아코디언 멜로디.

마치 축제를 즐기듯 학생들은 잔뜩 신이 난 것 같네요.

["우리 어린이 여러분들께서 저를 좀 도와주시라요. 네모 칸에 어떤 말이 들어가면 좋을까요?"]

["우리 지성태 어린이는 저 네모 칸 안에 어떤 말이 들어가면 좋겠습니까? (평화롭게요) 왜 평화롭게 만들었으면 좋을까요?"]

[지성태/영월 마차초등학교 : "북한이랑 남한이랑 전쟁했으니까 전쟁한 걸 서로 화해하고 평화롭게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의미로 넣었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북한을 체험하다 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는데요.

열차에서 내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학생들은 통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게 됐을까요?

[김미주/영월 마차초등학교 : "열차를 타고 북한을 빨리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통일되면 더 재밌는 것도 하는데 통일되지 않아서 아쉽고 그래요."]

[남정희/영월 마차초등학교 교감 : "교실에서 이론이나 영상으로만 하던 교육을 현장에서 직접 아이들이 체험하면서 하니까 훨씬 더 즐겁고 효과도 컸던 거 같습니다."]

썰렁하기만 했던 제진역은 통일 체험의 현장으로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순수한 마음들이 제진역을 가득 채운다면, 북한행 열차를 실제로 탈 수 있는 날도 다가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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