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이 된 그녀들의 한국행

입력 2015.10.25 (22:54) 수정 2015.10.25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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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현란한 네온사인이 거리를 물들입니다.

주점과 노래방, 간간이 보이는 영어 간판들.

외국인만 손님으로 받는 외국인 전용 클럽입니다.

<녹취> 지역주민(음성변조) : "같이 노래도 하고, 접대도 하고, 확실히는 몰라요. 속사정은 내가 잘 몰라."

필리핀에서 온 베로니카 씨는 한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지난해 6월 부터 1년 동안 일했습니다.

화려한 밤거리와 달리 그녀의 삶은 암울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그들은 우리의 인격을 짓밟았습니다. 우리의 기분도 짓밟았죠. 존중같은 건 없었어요."

<오프닝>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성매매를 강요받았습니다.

젊은 청춘 20대, 30대.

평생 멍에처럼 지고 살아야 하는 한국에서의 아픈 기억.

비자발적으로 퇴폐접대에 동원되고 있는 외국 여성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로니카 씨는 호주와 일본에서 3년 동안 활동한 직업가수입니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이자 4살난 아들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베로니카 씨는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벌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전 노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전에 한 것처럼 똑같이요. 기획사에선 제가 노래를 부를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비자를 얻기 위해선 비디오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마중 나온 한국인이 데려간 곳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습니다.

업주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퇴폐적인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베로니카 씨는 말합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손님이 무엇을 원하든 다 해줘야만 했습니다. 더러운 행동도 용납됐습니다.(업소에서) '더 취하게 만들어서 널 데리고 나가게 해'라고 했습니다."

숙소 안에는 남자 직원이 늘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이나 정부 단속에 대비한 지침도 외우고 있어야 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업주가 무슨말을 해야하는지 가르칩니다. 정말 노래를 하며 근무시간이 지켜지고 있고 제대로 월급을 챙겨받고 있다고 말입니다.그러나 그것은 다 거짓말입니다. 성매매를 나갔지만 그걸 점검.단속반에게 말하면 안됐습니다."

견디다 못한 베로니카 씨는 지난 5월 한 손님의 도움을 받아 업소를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녀는 비자 수수료와 비행기값 등을 갚으라며 처음 몇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고,

도망치거나 반항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손님이 하라고 한 것을 거부하면 저희에게 겁을 줬습니다. 더 질이 나쁜 클럽으로 이동시킨다든지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팔거나 때릴거라고."

경찰 조사 결과 업주와 업소 직원은 성매매알선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담당 경찰을 통해 베로니카 씨가 일했던 업주의 입장을 물어봤지만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인터뷰> 서장석(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업주들은 성매매 강요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강요 부분도 같이 기소 의견으로 보냈습니다. 상당히 신빙성 있는 진술을 가지고 저희가 검거를 해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 나이 스무살, 역시 가수를 꿈 꾸며 한국을 찾은 메리 씨.

그러나 업소에서는 매일 밤 손님 앞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고 합니다.

때로는 더 심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메리(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몸을 주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저희는 인간이 아닌 장난감 취급을 받았어요. 손님들은 저를 만지고 옷을 벗기려했고, 어떤 날엔 성폭행하려 했어요."

한국어를 못한다고, 손님 불평이 있다고 휴대폰을 빼앗겼고,

<녹취> 업주 : "놀고싶다는 손님의 불평이 있어. 내가 네 휴대폰을 가져갈꺼야. (왜그러세요?) 넌 왜그러세요?"

열흘마다 몸무게를 확인해 45kg이 넘으면 벌금을 내야 했다고 메리 씨는 말합니다.

<녹취> 메리(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대기실에 들어올때마다 냄새를 맡아요. 음식냄새가 나면 찾아서 음식을 버려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먹기도 했어요."

1년 10개월 동안 시달리던 메리 씨는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지원 시설에 도움을 요청했고 여성가족부 공무원과 경찰이 업소을 압수수색해 메리 씨와 또 다른 외국인 여성 5명을 업소에서 빼 냈습니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업주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성매매 알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업주(음성변조) : "엄청난 모함이다. 없는 내용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상당히 불합리하다. 너무 부당하고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거든요."

이 곳에는 외국인 전용클럽 100여곳이 모여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은 이 안에만 필리핀여성 3~400명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요?

<녹취>한국사람 "아예 (입장)안돼요? (오면 안돼요.)"

몇 차례 거절을 당하고 한 업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름이 뭐예요? 오빠? 이름이요."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따릅니다.

<녹취> "(어떤 비자로 왔어요?) E6 (아. 예술비자) 네."

외국인과 손잡고 밖으로 나가는 여성도 눈에 띕니다.

<녹취> 지역 상인(음성변조) : "2차(성매매) 가는 거지. 100%. 본인은 생각이 없는데 가기 싫은데, 업주가 가라고 하면 가야되고 (손님) 기분 맞춰줘야되고. 불쌍하잖아."

E6 비자는 예술흥행 비자로 공연 등 예술 활동을 하려는 외국인에게 발급됩니다.

E6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국내 공연기획사가 현지에서 외국인과 공연계약서를 체결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공연추천서를 발급받아 대사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E6 비자로 입국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여성은 모두 3천9백여 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80%는 필리핀 여성입니다.

한 필리핀 여성의 E6 비자 심사를 받기 위해 기획사가 작성한 공연계약서입니다.

매일 4번, 30분씩 공연을 하고, 주1회 휴가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약서에 싸인한 여성은 한국에 입국한 이후 한 번도 노래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애니(E6입국 필리핀여성/음성변조) : "퇴폐행위를 요구해요. 거부하면 술을 안 사줘요. 손님이 술을 사주지않으면 사장님이 밥을 안줬어요."

최근 미 국무부가 발간한 인신매매보고서입니다.

E6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이 매춘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E6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 1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5%가 성폭력을 경험했고, 18%가 성매매, 15%가 출장데이트를 강요받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의 한 상가 건물.

간판은 불이 꺼져있고, 입구는 철문으로 닫혀있습니다.

<녹취> "(두 명 인데..) 네. 내려가시면 되요."

건물안에 들어갔더니 노래방 영업이 한창입니다.

지하부터 4층까지 건물 전체가 노래방입니다.

<녹취> "이쁜 애들 겁나게 많아."

<녹취> "엘리베이터 타고 가."

안내받은 방에 들어가자 여성들 10여 명이 줄줄이 들어옵니다.

<녹취> "초이스하시면 돼요."

노래방에 들어 온 여성들은 모두 외국인입니다.

국적도 다양합니다.

<녹취>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중국" "몽골하고 베트남 있어요."

이런 외국인 여성이 이 노래방에만 2백 명 이상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주말엔 (여종업원이) 200명 넘을때도 있어요."

<녹취> "규모가 크잖아. 지하에서 4층까지. 막 도망가도 근처에 와서 (옷)안에서 만지는 사람도 있고."

<녹취> "비자갖고 들어와요?"

<녹취> "여행비자. E6도 있고, 여러가지 있어요."

지난 6월 말, 경찰이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강남역 주변 오피스텔을 덮쳤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성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 출신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납치당해 한국에 왔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진술서에는, 지난 4월 엘살바도르에서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 차에 타지 않으면 살인을 하겠다고 했고,

한국에 가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 협박했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녀가 잠시 머물렀던 보호시설을 찾아갔습니다.

감시와 협박 속에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녹취> 조은수(성매매피해여성 지원시설 '두레방' 상담원) : "자기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가 만약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성매매를 거절했을 때 너의 가족들은 해를 당할거다. 죽일거다 라고 말했다고 여성들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를 알선한다고 인터넷으로 광고하는 곳에 문자를 보내자 1분도 안 되어 답이 옵니다.

원하는 국적을 선택하고,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습니다.

2시간 뒤, 강남의 한 오피스텔.

<녹취> "여기 **층에 **호로 가시면 되거든요."

문을 두드리자, 속옷 차림의 외국 여성이 문을 열어줍니다.

<녹취> 성매매 외국 여성(음성변조) : "(한국에 온 지) 2주 됐어요. 한국은 처음왔어요. 어떨 땐 4명, 6명, 10명. 손님 수는 매일매일 달라요."

올해 들어 경찰 단속으로 적발된 불법 성매매업소는 5,900여 곳.

성매매 외국인 여성 수는 집계된 것이 없지만,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실제로 성매매로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한 경우도 있지만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됐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엔 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이 성매매,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최근 관련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된 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E6 비자의 발급 절차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종철(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 "필리핀 해외노동청에서 발급한 해외취업증서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 E6비자를 주면 굉장히 인신매매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줄어들거예요. 그런데 렇지 않다는 거죠."

기회의 땅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한국.

그러나 악몽같은 기억만 안겨준 곳.

어쩌면 오늘도 그녀들은 원치않는 비참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녹취> "처음 올때만해도 좋을 꺼란 상상을 했어요. 제 꿈은 컸어요. 하지만 모든 게 무너졌어요. 이런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한국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지울 수가 없어요. 기억은 기억이잖아요.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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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몽이 된 그녀들의 한국행
    • 입력 2015-10-25 23:14:23
    • 수정2015-10-25 23:30:07
    취재파일K
<프롤로그>

현란한 네온사인이 거리를 물들입니다.

주점과 노래방, 간간이 보이는 영어 간판들.

외국인만 손님으로 받는 외국인 전용 클럽입니다.

<녹취> 지역주민(음성변조) : "같이 노래도 하고, 접대도 하고, 확실히는 몰라요. 속사정은 내가 잘 몰라."

필리핀에서 온 베로니카 씨는 한 외국인 전용 클럽에서 지난해 6월 부터 1년 동안 일했습니다.

화려한 밤거리와 달리 그녀의 삶은 암울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그들은 우리의 인격을 짓밟았습니다. 우리의 기분도 짓밟았죠. 존중같은 건 없었어요."

<오프닝>

돈을 벌 수 있다고 해서 한국에 왔습니다.

그런데 성매매를 강요받았습니다.

젊은 청춘 20대, 30대.

평생 멍에처럼 지고 살아야 하는 한국에서의 아픈 기억.

비자발적으로 퇴폐접대에 동원되고 있는 외국 여성들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베로니카 씨는 호주와 일본에서 3년 동안 활동한 직업가수입니다.

가난한 집안의 장녀이자 4살난 아들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베로니카 씨는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벌어 필리핀에 있는 가족들을 부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전 노래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전에 한 것처럼 똑같이요. 기획사에선 제가 노래를 부를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비자를 얻기 위해선 비디오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공항에 마중 나온 한국인이 데려간 곳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습니다.

업주는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퇴폐적인 행위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베로니카 씨는 말합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손님이 무엇을 원하든 다 해줘야만 했습니다. 더러운 행동도 용납됐습니다.(업소에서) '더 취하게 만들어서 널 데리고 나가게 해'라고 했습니다."

숙소 안에는 남자 직원이 늘 함께 있었다고 합니다.

경찰이나 정부 단속에 대비한 지침도 외우고 있어야 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업주가 무슨말을 해야하는지 가르칩니다. 정말 노래를 하며 근무시간이 지켜지고 있고 제대로 월급을 챙겨받고 있다고 말입니다.그러나 그것은 다 거짓말입니다. 성매매를 나갔지만 그걸 점검.단속반에게 말하면 안됐습니다."

견디다 못한 베로니카 씨는 지난 5월 한 손님의 도움을 받아 업소를 탈출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녀는 비자 수수료와 비행기값 등을 갚으라며 처음 몇 달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고,

도망치거나 반항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고 호소했습니다.

<녹취> 베로니카(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손님이 하라고 한 것을 거부하면 저희에게 겁을 줬습니다. 더 질이 나쁜 클럽으로 이동시킨다든지 성매매를 하는 곳으로 팔거나 때릴거라고."

경찰 조사 결과 업주와 업소 직원은 성매매알선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습니다.

담당 경찰을 통해 베로니카 씨가 일했던 업주의 입장을 물어봤지만 취재에 응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인터뷰> 서장석(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 "업주들은 성매매 강요를 하지 않았다. (경찰은) 강요 부분도 같이 기소 의견으로 보냈습니다. 상당히 신빙성 있는 진술을 가지고 저희가 검거를 해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올해 나이 스무살, 역시 가수를 꿈 꾸며 한국을 찾은 메리 씨.

그러나 업소에서는 매일 밤 손님 앞에서 옷을 벗고 춤을 추도록 강요받았다고 합니다.

때로는 더 심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메리(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에게만 몸을 주잖아요. 하지만 이곳에서 저희는 인간이 아닌 장난감 취급을 받았어요. 손님들은 저를 만지고 옷을 벗기려했고, 어떤 날엔 성폭행하려 했어요."

한국어를 못한다고, 손님 불평이 있다고 휴대폰을 빼앗겼고,

<녹취> 업주 : "놀고싶다는 손님의 불평이 있어. 내가 네 휴대폰을 가져갈꺼야. (왜그러세요?) 넌 왜그러세요?"

열흘마다 몸무게를 확인해 45kg이 넘으면 벌금을 내야 했다고 메리 씨는 말합니다.

<녹취> 메리(E6비자입국 외국여성/음성변조) : "대기실에 들어올때마다 냄새를 맡아요. 음식냄새가 나면 찾아서 음식을 버려요. 그래서 화장실에서 먹기도 했어요."

1년 10개월 동안 시달리던 메리 씨는 외국인 성매매 피해여성지원 시설에 도움을 요청했고 여성가족부 공무원과 경찰이 업소을 압수수색해 메리 씨와 또 다른 외국인 여성 5명을 업소에서 빼 냈습니다.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업주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며 성매매 알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녹취> 업주(음성변조) : "엄청난 모함이다. 없는 내용에 대해서 이렇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상당히 불합리하다. 너무 부당하고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 없지않아 있거든요."

이 곳에는 외국인 전용클럽 100여곳이 모여있습니다.

지역 상인들은 이 안에만 필리핀여성 3~400명이 있다고 하는데요,

이들은 어떤 일들을 하고 있을까요?

<녹취>한국사람 "아예 (입장)안돼요? (오면 안돼요.)"

몇 차례 거절을 당하고 한 업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녹취> "이름이 뭐예요? 오빠? 이름이요."

자리에 앉자마자 술을 따릅니다.

<녹취> "(어떤 비자로 왔어요?) E6 (아. 예술비자) 네."

외국인과 손잡고 밖으로 나가는 여성도 눈에 띕니다.

<녹취> 지역 상인(음성변조) : "2차(성매매) 가는 거지. 100%. 본인은 생각이 없는데 가기 싫은데, 업주가 가라고 하면 가야되고 (손님) 기분 맞춰줘야되고. 불쌍하잖아."

E6 비자는 예술흥행 비자로 공연 등 예술 활동을 하려는 외국인에게 발급됩니다.

E6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국내 공연기획사가 현지에서 외국인과 공연계약서를 체결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공연추천서를 발급받아 대사관에 제출해야 합니다.

E6 비자로 입국해 현재 국내에 체류 중인 여성은 모두 3천9백여 명에 이릅니다.

이 가운데 80%는 필리핀 여성입니다.

한 필리핀 여성의 E6 비자 심사를 받기 위해 기획사가 작성한 공연계약서입니다.

매일 4번, 30분씩 공연을 하고, 주1회 휴가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계약서에 싸인한 여성은 한국에 입국한 이후 한 번도 노래한 적이 없다고 말합니다.

<녹취> 애니(E6입국 필리핀여성/음성변조) : "퇴폐행위를 요구해요. 거부하면 술을 안 사줘요. 손님이 술을 사주지않으면 사장님이 밥을 안줬어요."

최근 미 국무부가 발간한 인신매매보고서입니다.

E6 비자로 한국에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이 매춘을 강요받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국가인권위원회가 E6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 15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5%가 성폭력을 경험했고, 18%가 성매매, 15%가 출장데이트를 강요받았다고 응답했습니다.

조용한 주택가의 한 상가 건물.

간판은 불이 꺼져있고, 입구는 철문으로 닫혀있습니다.

<녹취> "(두 명 인데..) 네. 내려가시면 되요."

건물안에 들어갔더니 노래방 영업이 한창입니다.

지하부터 4층까지 건물 전체가 노래방입니다.

<녹취> "이쁜 애들 겁나게 많아."

<녹취> "엘리베이터 타고 가."

안내받은 방에 들어가자 여성들 10여 명이 줄줄이 들어옵니다.

<녹취> "초이스하시면 돼요."

노래방에 들어 온 여성들은 모두 외국인입니다.

국적도 다양합니다.

<녹취> "(어느나라 사람이에요?) 중국" "몽골하고 베트남 있어요."

이런 외국인 여성이 이 노래방에만 2백 명 이상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주말엔 (여종업원이) 200명 넘을때도 있어요."

<녹취> "규모가 크잖아. 지하에서 4층까지. 막 도망가도 근처에 와서 (옷)안에서 만지는 사람도 있고."

<녹취> "비자갖고 들어와요?"

<녹취> "여행비자. E6도 있고, 여러가지 있어요."

지난 6월 말, 경찰이 불법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강남역 주변 오피스텔을 덮쳤습니다.

현장에서 붙잡힌 여성은 중남미의 작은 나라, 엘살바도르 출신이었습니다.

이 여성은 납치당해 한국에 왔다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진술서에는, 지난 4월 엘살바도르에서 낯선 사람들이 나타나 차에 타지 않으면 살인을 하겠다고 했고,

한국에 가지 않으면 가족을 죽이겠다 협박했다고 적혀있습니다.

그녀가 잠시 머물렀던 보호시설을 찾아갔습니다.

감시와 협박 속에 성매매를 강요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녹취> 조은수(성매매피해여성 지원시설 '두레방' 상담원) : "자기 가족들의 사진을 보여주면서 너가 만약 우리 말을 듣지 않으면, 성매매를 거절했을 때 너의 가족들은 해를 당할거다. 죽일거다 라고 말했다고 여성들이 얘기를 하더라고요."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는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외국인 여성과의 성매매를 알선한다고 인터넷으로 광고하는 곳에 문자를 보내자 1분도 안 되어 답이 옵니다.

원하는 국적을 선택하고,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했습니다.

2시간 뒤, 강남의 한 오피스텔.

<녹취> "여기 **층에 **호로 가시면 되거든요."

문을 두드리자, 속옷 차림의 외국 여성이 문을 열어줍니다.

<녹취> 성매매 외국 여성(음성변조) : "(한국에 온 지) 2주 됐어요. 한국은 처음왔어요. 어떨 땐 4명, 6명, 10명. 손님 수는 매일매일 달라요."

올해 들어 경찰 단속으로 적발된 불법 성매매업소는 5,900여 곳.

성매매 외국인 여성 수는 집계된 것이 없지만,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에는 실제로 성매매로 돈을 벌기 위해 입국한 경우도 있지만 강제로 성매매에 동원됐다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엔 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한국에 온 이주여성들이 성매매, 인신매매 피해자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며,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최근 관련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이 마련된 건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E6 비자의 발급 절차를 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김종철(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 "필리핀 해외노동청에서 발급한 해외취업증서를 받은 사람에 한해서 E6비자를 주면 굉장히 인신매매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줄어들거예요. 그런데 렇지 않다는 거죠."

기회의 땅이라 생각하고 찾았던 한국.

그러나 악몽같은 기억만 안겨준 곳.

어쩌면 오늘도 그녀들은 원치않는 비참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녹취> "처음 올때만해도 좋을 꺼란 상상을 했어요. 제 꿈은 컸어요. 하지만 모든 게 무너졌어요. 이런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한국 사람은 나쁘다고 생각해요. 지울 수가 없어요. 기억은 기억이잖아요. 머릿속에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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