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사미족, ‘원조 산타 클로스 마을’

입력 2006.12.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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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모레가 크리스마스입니다만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분, 바로 산타클로스죠.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에는 원조 산타 마을임을 자처하는 곳이 있는데요.

이 지역에서 2천 5백 년 동안 순록과 함께 살아온 원주민, 사미족이 이 산타 마을의 주인공입니다.
조현진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작나무와 호수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에 사는 파로노사 씨는 대대로 순록을 기르며 살아온 사미족 입니다.

400마리의 순록을 근처 숲에 풀어놓고 방목합니다.

요즘은 눈썰매를 끌 수컷 순록들을 우리 안에 모아 먹이를 주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느라 바쁩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순록은 나무로 만든 움막에 가둬두고 따로 관리합니다.

핀란드 라플란드에는 6천 5백여 명의 사미족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중 40% 정도가 파로포사 씨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순록을 방목하며 살아갑니다.

<인터뷰>아르미 파로노사(사미족) : "예전에는 숲에서 순록과 함께 살았습니다. 이동천막에 살면서 순록을 몰고 계절이 바뀌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일반 주택에서 지내죠."

2천5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미족은 지역마다 고유의 언어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사미어를 가르치는 테르바니에미 씨는 자신의 집 마당에 사미족의 전통 텐트인 '코타'를 지어 놓았습니다.

'코타'는 과거 숲에서 이동하며 순록을 기를 때에는 이동 가옥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별장처럼 쓰입니다.

부모에게 배운 방식대로 순록 가죽과 뼈를 이용해 신발과 각종 공예품 등을 만듭니다.

겨울에는 자작나무 모닥불에 말린 순록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합니다.

사미족의 전통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자작나무와 순록입니다.

의식주 대부분이 자작나무와 순록을 이용한 것들입니다.

한때 핀란드 정부가 동화 정책을 실시하자 사미족들은 급속도로 현대화되며 자신의 언어와 전통을 잃어갔습니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전통문화와 생활 방식을 되살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도 전통보존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인터뷰>엘르마레 테르바니에미(사미족 교사) : "저는 사미족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미족은 수백 년 동안 라플란드에서 순록을 기르며 잘 살아왔습니다. 우리 부모에게 배운 사미족의 언어와 문화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르칠 것입니다."

사미족은 독특한 복장으로도 유명합니다.

푸른색, 녹색, 붉은색의 알록달록한 원색 옷감을 금과 은, 구슬로 만든 브로치로 장식해 화려함을 뽐냅니다.

네 개의 뿔이 달린 모자도 독특합니다.

<인터뷰>아이레 아이키오(사미박물관 큐레이터) : "50년 전만해도 모든 사미족들이 어디서나 이런 전통의상을 입었습니다. 매일 입는 옷은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고 좀 수수합니다. 요즘은 잔치나 교회갈 때,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할 때 전통의상을 입습니다."

순록을 기르고 요정 같은 옷을 입으며, 북극권에 사는 사미족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산타클로스와 연결됩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핀란드는 2차 대전 직후인 1950년, 라플란드 로바니에미에 산타 마을을 조성했습니다.

산타클로스 마을에서는 공식 산타가 1년 365일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려는 관광객들이 하루 종일 줄을 섭니다.

<인터뷰>산타클로스 : "(몇 살입니까?) 나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내 순록썰매 운전면허증에 보면 생년월일이 '아주 먼 옛날' 이라고 써 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 여러분, 나는 핀란드 북극의 산타클로스입니다.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대단히 대단히 사랑합니다."

덴마크나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도 산타 마을이 있지만 핀란드는 라플란드가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산타 마을의 직인이 찍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거나 기념품을 삽니다.

<인터뷰>산타클로스 조수 : "주문을 하면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 드립니다. 14개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카드 내용은 매년 바뀝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도 이곳의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이곳에 있는 산타클로스에게 보내오는 편지는 매년 50만 통이 넘습니다.

85년부터 편지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온 편지를 전부 합치면 천백만 통이 넘습니다.

산타클로스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느는 데 비례해 라플란드의 관광 수입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산타클로스와 산타 마을이 벌어들인 관광소득은 3백6십억 원에 이릅니다.

<인터뷰>툴라 린타라 가르딘(라플란드 관광담당) : "산타의 경제적 효과는 라플란드와 로바니에미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연간 전체 관광수입이 1억2천만 유로 인데, 이 가운데 20~25%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옵니다."

산타 마을의 기념품점에서는 사미족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과 공예품이 산타클로스 기념품과 함께 팔립니다.

전통문화와 크리스마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자신들의 존재도 알리고 관광 수입도 올리는 핀란드 사미족, 세계인들에게 전통문화 보존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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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란드 사미족, ‘원조 산타 클로스 마을’
    • 입력 2006-12-24 10:24:4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모레가 크리스마스입니다만 세계 모든 어린이들이 기다리는 분, 바로 산타클로스죠.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에는 원조 산타 마을임을 자처하는 곳이 있는데요. 이 지역에서 2천 5백 년 동안 순록과 함께 살아온 원주민, 사미족이 이 산타 마을의 주인공입니다. 조현진 순회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자작나무와 호수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 북부 라플란드에 사는 파로노사 씨는 대대로 순록을 기르며 살아온 사미족 입니다. 400마리의 순록을 근처 숲에 풀어놓고 방목합니다. 요즘은 눈썰매를 끌 수컷 순록들을 우리 안에 모아 먹이를 주고 건강상태를 확인하느라 바쁩니다. 건강에 이상이 있는 순록은 나무로 만든 움막에 가둬두고 따로 관리합니다. 핀란드 라플란드에는 6천 5백여 명의 사미족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중 40% 정도가 파로포사 씨처럼 전통적인 방식으로 순록을 방목하며 살아갑니다. <인터뷰>아르미 파로노사(사미족) : "예전에는 숲에서 순록과 함께 살았습니다. 이동천막에 살면서 순록을 몰고 계절이 바뀌면 이곳저곳으로 옮겨 다녔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대부분 일반 주택에서 지내죠." 2천5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사미족은 지역마다 고유의 언어와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학교에서 사미어를 가르치는 테르바니에미 씨는 자신의 집 마당에 사미족의 전통 텐트인 '코타'를 지어 놓았습니다. '코타'는 과거 숲에서 이동하며 순록을 기를 때에는 이동 가옥으로 사용됐지만 지금은 별장처럼 쓰입니다. 부모에게 배운 방식대로 순록 가죽과 뼈를 이용해 신발과 각종 공예품 등을 만듭니다. 겨울에는 자작나무 모닥불에 말린 순록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합니다. 사미족의 전통 문화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자작나무와 순록입니다. 의식주 대부분이 자작나무와 순록을 이용한 것들입니다. 한때 핀란드 정부가 동화 정책을 실시하자 사미족들은 급속도로 현대화되며 자신의 언어와 전통을 잃어갔습니다. 하지만, 20년 전부터 정체성을 회복하자는 움직임이 일면서 전통문화와 생활 방식을 되살리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핀란드 정부도 전통보존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인터뷰>엘르마레 테르바니에미(사미족 교사) : "저는 사미족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사미족은 수백 년 동안 라플란드에서 순록을 기르며 잘 살아왔습니다. 우리 부모에게 배운 사미족의 언어와 문화를 우리 아이들에게도 가르칠 것입니다." 사미족은 독특한 복장으로도 유명합니다. 푸른색, 녹색, 붉은색의 알록달록한 원색 옷감을 금과 은, 구슬로 만든 브로치로 장식해 화려함을 뽐냅니다. 네 개의 뿔이 달린 모자도 독특합니다. <인터뷰>아이레 아이키오(사미박물관 큐레이터) : "50년 전만해도 모든 사미족들이 어디서나 이런 전통의상을 입었습니다. 매일 입는 옷은 이렇게 화려하지는 않고 좀 수수합니다. 요즘은 잔치나 교회갈 때,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참석할 때 전통의상을 입습니다." 순록을 기르고 요정 같은 옷을 입으며, 북극권에 사는 사미족의 이미지는 자연스럽게 산타클로스와 연결됩니다. 이런 점을 이용해서 핀란드는 2차 대전 직후인 1950년, 라플란드 로바니에미에 산타 마을을 조성했습니다. 산타클로스 마을에서는 공식 산타가 1년 365일 관광객을 맞이합니다. 산타클로스와 사진을 찍고 얘기를 나누려는 관광객들이 하루 종일 줄을 섭니다. <인터뷰>산타클로스 : "(몇 살입니까?) 나도 확실히는 모르지만 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는 단서가 하나 있습니다. 내 순록썰매 운전면허증에 보면 생년월일이 '아주 먼 옛날' 이라고 써 있습니다. 한국의 어린이 여러분, 나는 핀란드 북극의 산타클로스입니다. 여러분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나는 여러분을 대단히 대단히 사랑합니다." 덴마크나 캐나다 등 다른 나라에도 산타 마을이 있지만 핀란드는 라플란드가 원조라고 주장합니다. 매년 50만 명의 관광객들이 이곳에서 산타 마을의 직인이 찍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거나 기념품을 삽니다. <인터뷰>산타클로스 조수 : "주문을 하면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 드립니다. 14개 언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카드 내용은 매년 바뀝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어린이도 이곳의 산타클로스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전 세계 어린이들이 이곳에 있는 산타클로스에게 보내오는 편지는 매년 50만 통이 넘습니다. 85년부터 편지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온 편지를 전부 합치면 천백만 통이 넘습니다. 산타클로스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느는 데 비례해 라플란드의 관광 수입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산타클로스와 산타 마을이 벌어들인 관광소득은 3백6십억 원에 이릅니다. <인터뷰>툴라 린타라 가르딘(라플란드 관광담당) : "산타의 경제적 효과는 라플란드와 로바니에미에 대단히 중요합니다. 연간 전체 관광수입이 1억2천만 유로 인데, 이 가운데 20~25%가 크리스마스 시즌에 들어옵니다." 산타 마을의 기념품점에서는 사미족 전통의상을 입은 인형과 공예품이 산타클로스 기념품과 함께 팔립니다. 전통문화와 크리스마스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자신들의 존재도 알리고 관광 수입도 올리는 핀란드 사미족, 세계인들에게 전통문화 보존의 가치를 새삼 일깨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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