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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 한 방울 없이 달리는 제주

실제로 전기차를 빌렸다

제주도는 사실 전기차에 도전하기엔 최적의 환경. 제주도는 전기차 충전소가 주유소보다 많은 국내 유일한 곳이다. 게다가 제주 일주 도로의 길이는 176km 정도. 현재 국내 전기차의 최대 주행 가능 거리가 190km 남짓인 점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론 한 번 충전만으로도 제주 일주가 가능하다. 전기차가 활성화되기에 제주만 한 곳이 없는 셈이다.

H사의 I 모델 전기차를 타고
제주 일주를 시작했다

차의 시동을 걸고 느낀 첫인상은 무엇보다 '조용하다'는 점. 전기차는 따로 엔진과 변속기가 없다 보니 소음과 진동을 느낄 일이 거의 없다. 가속 페달을 밟고 실제 주행에 나서보니 속도감이나 주행감도 일반차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익숙한 막대형 기어 변경 레버 대신 전자식 버튼이 있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었다.

100km를 달리고 나니 배터리 잔량은 60%

100km를 달리고 나니
배터리 잔량은 60%

겨울이라 내내 히터를 켰는데도 배터리 소진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미리 충전을 해두기로 했다. 충전소 찾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매립형 내비게이션 바로 아래에 위치한 EV(electric vehicle) 버튼을 누르니 자동으로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충전소(5km 안팎)가 안내됐다.

하지만 하나뿐인 충전기는 이미 이용 중

하지만 하나뿐인
충전기는 이미 이용 중

급속 충전기와 완속 충전기 몇 대가 갖춰진 다른 충전소들과 달리 이곳은 급속충전기 한 대가 전부였다. 꼼짝없이 10분 가까이 앞차의 충전이 끝나기를 기다려야 했다. 충전을 시작했지만, 또 완전히 충전하기까지는 20분 넘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10분쯤 지나자 배터리 잔량이 80%를 가리켰다. 주행 가능 거리는 50km 늘어난 163km.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충전을 멈췄다. 충전에 걸린 시간은 먼저 온 차를 기다린 시간을 포함해 약 20분 정도. 충전 비용은 2,500원 정도였다.

주행거리 약 300km기준 전기차 H사 i모델 VS 휘발유차량 H사 동급(연비14km/l), 연료비 10,800원 vs 30,500원(휘발유1516원/l), 이산화탄소배출량 0kg vs 36.6kg(탄소배출121g/km), 1회당 충전/주유시간 20분 vs 3분

전기차는 일반 차에 비해 긴 충전시간이 필요하지만 충전비용이 적게 든다.

전기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전기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았다'

3일 동안 300km 가까이 주행하면서 충전은 단 세 번뿐. 생각보다 충전이 자주 필요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경제성. 3일 동안 쓴 충전 비용은 만 원 남짓이었다. 일반 차량이었다면 3만 원 넘게 들었을 기름값을 1/3 수준으로 아낀 셈이다. 일반 차량이었다면 36kg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했겠지만, 전기차는 배출 가스도 전혀 없었다.

문제는 거리가 아니라 시간이었다

충전소는 가까이 있지만, 충전에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게 단점. 일반 주유는 2~3분이면 끝나지만, 전기차는 한 번 충전에 20분이 넘게 걸린다. 급속 충전기가 4~5대 놓여있는 도심 충전소도 대기 수요가 많아 형편은 비슷하다. 전기차는 돈과 탄소가 덜 드는 대신, 기다림과 귀찮음은 감수해야 할 몫이었다.

전기차는 역시 장단점 모두 있었다

전기차는 역시
장단점 모두 있었다

부담스럽지 않은 연료비와 조용한 주행감은 좋지만 지루한 충전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 전기차 이용에 관해 묻는다면 겁먹지 말고 '일단 타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렇다면 제주도에서 사는 주민들 생각은 어떨까? 전기차 충전소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7달째 전기차를
이용 중이라는 한혜정 씨는

만족감을 드러냈다

평소 여행을 즐기는 그는 그동안 기름값이 무서워 가지 못 했던 곳들도 언제든지 달려갈 수 있다며 웃었다. 지난달 전기차 충전 비용은 만 원 안팎. 기존 휘발유 차의 15분의 1 수준이다.

택시기사
송상훈 씨는

불만을 토로했다

송 씨의 불만은 바로 짧은 주행거리. 송 씨가 운행하는 L사의 S 모델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120km에 불과하다. 제주도 일주도로 길이(191km)보다 짧다. 주행 거리가 생업과 직결된 택시 기사 입장에서는 하루 서너 번의 충전도 큰 불편으로 다가온다.

전기차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기다림

전기차 대중화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기다림

우리나라는 급속 충전기 1기당 12대의 전기차가 이용하고 있다. 미국처럼 충전기 1기당 2대의 전기차가 이용하는 넉넉한 수준의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 배터리 충전 속도도 더 빨라져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가 선결돼야겠지만 완전히 충전하는 데 30분에 이르는 배터리 충전 속도는 확실히 전기차 보급의 걸림돌이다. 1회 충전으로 달릴 수 있는 거리도 더 늘어나야 한다. G사가 올해 출시한 B 모델 전기차는 383km의 주행 거리를 인증받았다. 한 번 충전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갈 수 있다는 의미. 이렇게 되면 번거로운 충전 횟수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는 무엇보다
전기차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전기차를 사는 주민들에게는 1대당 2천만 원의 보조금을 지원해준다. 여기에 기존 차량을 폐차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면 백만 원의 보조금을 더 얹어준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주인 셈이다. 또 전기차를 타고 오면 공영 관광지 이용 요금을 전혀 받지 않을 계획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올해 말까지 급속 충전기 약 200대를 추가 설치해 충전 인프라도 대거 확충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이를 통해 올해 말까지 제주도 내 전기차 수를 만 3천 대까지 끌어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기차를 1년 새 4배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목표대로 된다면 제주도 차량 100대 가운데 3대는 전기차가 된다.

제주도 전기차 몇 대로 늘릴 것인가? 현재 제주도 전기차수 약 3,700대, 2017년 말까지 목표보급대수 총 13,000대. (목표 보급 대수 달성시)2017년까지 제주도 내 전기차 예상비율 3%이상 제주도 전기차 이용자 어떻게 늘려갈까? 1.보조금지원-전국에서 가장 저렴하게 전기차 구매가능 2000만원지원 및 기존차량 폐차 후 전기차 구매 시 100만원 추가지원. 2.공용 급속 충전기확충, 2016년말 157기에서 2017년 말까지 341기 2배이상 증가, 자료 제주도청 전력산업추진본부

제주도에서는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의문도 든다

전기차의 전기는 어디서 공급될까? 화석 연료를 태워 나오는 전기를 사용한다면 과연 그 전기차를 '친환경적'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제주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제주도 내 모든 전기를 신재생 에너지로만 생산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성공 가능성을 가늠해보기 위해 제주도 남단 '가파도'를 실험 대상으로 선택했다.

한국전력공사로고이 디지털 콘텐츠는 한국전력공사의 협찬으로 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