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동거?…외국인근로자는 내 자리를 위협할까 [창+]

입력 2024.04.29 (07:00) 수정 2024.04.2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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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 '고용허가제 20년-공존의 조건' 중에서]


출근길에 나서는 강봉재 씨.
조선업계의 길었던 불황을 견뎌낸 15년차 베테랑 용접기술자입니다.

최근 조선업계가 오랜 침체를 벗어나면서, 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국인 근로자들이 떠난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업계는 외국 인력 활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소 안에 기도실까지 마련하며 외국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그러나 현장의 내국인 근로자들은, 단순히 인원만 늘리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봉재/ 조선소 근무
외국인 근로자들을 숙련공까지 끌어올리려면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데 그러면 그에 따른 비자 문제나 모든 것들이 제대로 갖춰져야죠. 현재는 사람이 없다고 무조건 들여와요. 말도 통하지 않는데. 일이 되겠습니까? 안 되죠.

인력난 해소를 위한 우선 과제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봉재/ 조선소 근무
숙련공들이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벌이가 안 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지금 조치는)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들여와서 땜질(<땜빵)하는 식밖에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은 안 된다는 거죠.

6년째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나얄 씨(가명) 역시 일이 익숙하지 않은 저숙련 근로자가 많아지면,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나얄/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여기서 우리랑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은) 기술도 잘 배울 수 있잖아요. 새로운 사람들은 다시 오면 시작부터 배워야 되고 (실력을) 키우고 그래야 해서 일도 잘 안 되고 (현장에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용접 일이 익숙해질수록 한국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현실,

나얄씨는 제도가 허락한 기간에 한계가 있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인터뷰> 나얄/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아깝죠. 네.
(기자:) 뭐가 제일 아까우세요?
기술 다 배워서 그냥 버리고 그냥 가야 되니까 조금 아쉬워요. 용접 기술에도 단계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올리고 싶어요. 단계 같은 거 있어요. 용접도. 기술. 그래서 좀 올리고 싶어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인터뷰> 정현주/ 서울대학교 아시아이주센터장·환경계획학과 교수
고용허가제가 최장은 9년 8개월까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장 10년 가까이 있었다고 하면 이 사람들을 과연 비숙련 노동자라고 불러야 될 것인가? 저는 매우 의문입니다. 이거는 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지난해 조선업체는 신규 채용 인력 중 86%를 외국인 근로자로 채웠습니다.

이미 이곳 거제도에만, 7,000명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가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국인 근로자들은 더는 이곳에서 일하지 않고 점점 조선소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두범·최상현/ 조선소 근무
(기자: 조선소에서 일하는 거 어떠세요?)
- 최저 시급에 못 미쳐요. 최저보다 몇 백 원 많다든지. 외국인들한테 투자하는 거를 내국인들한테도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젊은 사람들도 오겠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거랑 최저 시급이 차이가 안 나는데 여기 굳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왜 사서 하겠냐. 저 같아도 제가 젊었으면 안 왔을 것 같아요.
= 지금 임금이랑 저희 10년 전 임금이랑 똑같거든요. 10년 전에는 괜찮았죠. 그런데 그게 계속 지날수록 (악화되고 ) 지금 상황까지 온 거고 1년만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해서 여기까지 온 거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결국 남아서 조선소를 이끌어가야 되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안 들어오려고 하니까 이렇게 외국인들한테만 (기술을) 물려주면 결국 조선소는 이제 없어진다고 봐야겠죠.

근로자들의 한숨도, 밤을 따라 깊어져 갑니다.

외국 인력 도입을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에너지시설이나 발전소 같은 대규모의 설비, 공장을 짓는 플랜트 건설업계의 근로자들입니다.

이제까지 해당 분야에는 원칙적으로 내국인 고용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지방 현장의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국 인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청엽/플랜트건설노조 조합원
플랜트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실업률이 굉장히 높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외국 인력까지 더해지면 저희 근무 환경이나 이런 게 더없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계속 반대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용을 절감하려고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것이지, 일을 하려는 내국인은 많다는 것입니다.

<녹취>집회 당시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건축 현장에 들어오면서 실업에 내몰리고 있는 내국인 건설 노동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올해부터는 호텔 숙박업도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올 수 있게 됐습니다.

늘어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내국인 근로자의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실상 이런 걱정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선도 많습니다.

<인터뷰> 오기환/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과장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했을 때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을 도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업주 같은 경우는 외국 인력을 신청하기 이전에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됩니다.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 한해서 저희들이 고용허가서를 발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득도 내국인 근로자들의 박탈감과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방송: 2024년 4월 23일(화) 밤10시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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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29 07:00:18
    • 수정2024-04-29 0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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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창 '고용허가제 20년-공존의 조건' 중에서]


출근길에 나서는 강봉재 씨.
조선업계의 길었던 불황을 견뎌낸 15년차 베테랑 용접기술자입니다.

최근 조선업계가 오랜 침체를 벗어나면서, 현장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내국인 근로자들이 떠난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일감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업계는 외국 인력 활용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소 안에 기도실까지 마련하며 외국 인력 확보에 열을 올리는 중입니다.

그러나 현장의 내국인 근로자들은, 단순히 인원만 늘리는 것은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강봉재/ 조선소 근무
외국인 근로자들을 숙련공까지 끌어올리려면 평균적으로 10년 정도 걸리는데 그러면 그에 따른 비자 문제나 모든 것들이 제대로 갖춰져야죠. 현재는 사람이 없다고 무조건 들여와요. 말도 통하지 않는데. 일이 되겠습니까? 안 되죠.

인력난 해소를 위한 우선 과제는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강봉재/ 조선소 근무
숙련공들이 떠났지만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벌이가 안 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결국은 (지금 조치는) 저임금 구조를 유지하고 외국인 근로자들을 들여와서 땜질(<땜빵)하는 식밖에 안 된다. 근본적인 대책은 안 된다는 거죠.

6년째 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 나얄 씨(가명) 역시 일이 익숙하지 않은 저숙련 근로자가 많아지면, 현장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인터뷰> 나얄/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여기서 우리랑 (함께 일해 온 사람들은) 기술도 잘 배울 수 있잖아요. 새로운 사람들은 다시 오면 시작부터 배워야 되고 (실력을) 키우고 그래야 해서 일도 잘 안 되고 (현장에도) 도움이 안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용접 일이 익숙해질수록 한국에서 머물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현실,

나얄씨는 제도가 허락한 기간에 한계가 있는 것을 아쉬워합니다.

<인터뷰> 나얄/ 조선소 외국인 근로자
아깝죠. 네.
(기자:) 뭐가 제일 아까우세요?
기술 다 배워서 그냥 버리고 그냥 가야 되니까 조금 아쉬워요. 용접 기술에도 단계 같은 게 있는데 그걸 올리고 싶어요. 단계 같은 거 있어요. 용접도. 기술. 그래서 좀 올리고 싶어요. 올리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인터뷰> 정현주/ 서울대학교 아시아이주센터장·환경계획학과 교수
고용허가제가 최장은 9년 8개월까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최장 10년 가까이 있었다고 하면 이 사람들을 과연 비숙련 노동자라고 불러야 될 것인가? 저는 매우 의문입니다. 이거는 산업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지난해 조선업체는 신규 채용 인력 중 86%를 외국인 근로자로 채웠습니다.

이미 이곳 거제도에만, 7,000명에 가까운 외국인 근로자가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내국인 근로자들은 더는 이곳에서 일하지 않고 점점 조선소를 떠나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조두범·최상현/ 조선소 근무
(기자: 조선소에서 일하는 거 어떠세요?)
- 최저 시급에 못 미쳐요. 최저보다 몇 백 원 많다든지. 외국인들한테 투자하는 거를 내국인들한테도 투자를 해서 돈을 많이 준다고 하면 젊은 사람들도 오겠죠. 그런데 젊은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일하는 거랑 최저 시급이 차이가 안 나는데 여기 굳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왜 사서 하겠냐. 저 같아도 제가 젊었으면 안 왔을 것 같아요.
= 지금 임금이랑 저희 10년 전 임금이랑 똑같거든요. 10년 전에는 괜찮았죠. 그런데 그게 계속 지날수록 (악화되고 ) 지금 상황까지 온 거고 1년만 버티자, 버티자, 버티자 해서 여기까지 온 거고. 외국인 근로자들은 떠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고 결국 남아서 조선소를 이끌어가야 되는 사람들은 결국 우리나라 사람들인데 안 들어오려고 하니까 이렇게 외국인들한테만 (기술을) 물려주면 결국 조선소는 이제 없어진다고 봐야겠죠.

근로자들의 한숨도, 밤을 따라 깊어져 갑니다.

외국 인력 도입을 직접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들도 있습니다.

에너지시설이나 발전소 같은 대규모의 설비, 공장을 짓는 플랜트 건설업계의 근로자들입니다.

이제까지 해당 분야에는 원칙적으로 내국인 고용만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사들이 지방 현장의 인력난을 호소하면서, 정부는 지난해부터 외국 인력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청엽/플랜트건설노조 조합원
플랜트건설 현장 노동자들이 실업률이 굉장히 높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외국 인력까지 더해지면 저희 근무 환경이나 이런 게 더없이 나빠질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계속 반대하고 있습니다.

건설사들이 공사비용을 절감하려고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려는 것이지, 일을 하려는 내국인은 많다는 것입니다.

<녹취>집회 당시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주 노동자들이 건축 현장에 들어오면서 실업에 내몰리고 있는 내국인 건설 노동자들을 많이 봤습니다."

올해부터는 호텔 숙박업도 고용허가제를 통해서 외국인 근로자를 들여올 수 있게 됐습니다.

늘어가는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내국인 근로자의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실상 이런 걱정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시선도 많습니다.

<인터뷰> 오기환/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 과장
내국인 인력을 구하지 못했을 때 고용허가제 외국 인력을 도입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업주 같은 경우는 외국 인력을 신청하기 이전에 내국인 구인 노력을 해야 됩니다.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경우에 한해서 저희들이 고용허가서를 발급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설득도 내국인 근로자들의 박탈감과 불안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것이 현실입니다.


관련 방송: 2024년 4월 23일(화) 밤10시 KBS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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