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미국 땅] ④회장님들은 어디 땅을 좋아할까

입력 2014.06.24 (14:15) 수정 2014.10.0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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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와 부호들의 미국 부동산 쇼핑에는 저마다의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한국 최고의 부자인 삼성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부부의 선택은 미국 하와이였다.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이 회장 때문이지만, 골프 등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여사는 일반인들은 가입조차 쉽지 않은 하와이의 고급 골프장에 2개의 회원권을 갖고 있다. 삼성가의 하와이 사랑은 이 회장 부부 뿐이 아니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겨울철이면 하와이로 가 일정 기간 머문다. 한 때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 전 부회장도 고급콘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진그룹 일가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해외로 나가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딴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미국 부동산 투자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항공과 운수업이라는 그룹의 주력 사업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마우이 섬에 여의도 면적의 거대한 농경지를 샀다가 5년 뒤 2배가 넘는 가격에 되팔았다. 미국에서 2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거래를 했다. 한국에선 송금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 거액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문점이 남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 60억 원 짜리 저택을 보유하고 있고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뉴욕에서 근무할 때 5억 원에 집을 샀다가 20년 뒤 23억 원에 파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단순히 부동산 거래 건수만 놓고 보자면 대가족인 LG일가가 많았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과 함께 35억 원이 넘는 저택을 캘리포니아에 구입해 세 자녀와 살고 있다. 구본무 LG 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구미정 씨는 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뉴욕 맨해튼에 소형 아파트를 샀지만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LG가에서 분리된 LS그룹의 구자홍 회장은 지난 2008년 360만 달러를 전액 송금해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지역에 고급주택을 매입했다.  LG가 여성들은 결혼 뒤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 가 부동산을 사고 판 경우도 많았는데, 여러 의문이 남았지만 LG 측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취재진이 지난 6개월 동안 조사대상으로 정한 인물은 모두 1825명이다. 8대 재벌과 300대 부호, 횡령과 배임·추징금 미납으로 논란이 된 기업인 등을 추려냈다. 한인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뉴욕, 하와이 등 5개주 35개 카운티를 선정해 이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272건의 부동산 거래가 발견됐다. 지역별로는 하와이가 110건, 뉴욕 등 동부가 89건, LA 등 미 서부가 73건이었다. 이중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133건, 탈세 의심 거래는 63건이었다. 취재가 진행된 6개월 동안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경우는 단 5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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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4-10-07 17:27:56
    경제



재벌가와 부호들의 미국 부동산 쇼핑에는 저마다의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한국 최고의 부자인 삼성 이건희 회장과 홍라희 부부의 선택은 미국 하와이였다. 물론 건강이 좋지 않은 이 회장 때문이지만, 골프 등 여가생활을 즐기기 위한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 여사는 일반인들은 가입조차 쉽지 않은 하와이의 고급 골프장에 2개의 회원권을 갖고 있다. 삼성가의 하와이 사랑은 이 회장 부부 뿐이 아니다.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도 겨울철이면 하와이로 가 일정 기간 머문다. 한 때 삼성그룹의 2인자로 불렸던 이학수 전 부회장도 고급콘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한진그룹 일가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해외로 나가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딴 사람이 많은 편이다. 그만큼 미국 부동산 투자에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는데, 항공과 운수업이라는 그룹의 주력 사업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은 지난 1990년대 중반 마우이 섬에 여의도 면적의 거대한 농경지를 샀다가 5년 뒤 2배가 넘는 가격에 되팔았다. 미국에서 20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거래를 했다. 한국에선 송금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 거액을 어떻게 마련했는지 의문점이 남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캘리포니아 뉴포트비치에 60억 원 짜리 저택을 보유하고 있고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뉴욕에서 근무할 때 5억 원에 집을 샀다가 20년 뒤 23억 원에 파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단순히 부동산 거래 건수만 놓고 보자면 대가족인 LG일가가 많았다. LG그룹 구본무 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씨는 미국 시민권자인 남편과 함께 35억 원이 넘는 저택을 캘리포니아에 구입해 세 자녀와 살고 있다. 구본무 LG 그룹 회장의 여동생인 구미정 씨는 아들의 대학 진학을 위해 뉴욕 맨해튼에 소형 아파트를 샀지만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LG가에서 분리된 LS그룹의 구자홍 회장은 지난 2008년 360만 달러를 전액 송금해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 지역에 고급주택을 매입했다.  LG가 여성들은 결혼 뒤 일찌감치 미국으로 이민 가 부동산을 사고 판 경우도 많았는데, 여러 의문이 남았지만 LG 측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취재진이 지난 6개월 동안 조사대상으로 정한 인물은 모두 1825명이다. 8대 재벌과 300대 부호, 횡령과 배임·추징금 미납으로 논란이 된 기업인 등을 추려냈다. 한인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 뉴욕, 하와이 등 5개주 35개 카운티를 선정해 이들의 부동산 거래 내역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272건의 부동산 거래가 발견됐다. 지역별로는 하와이가 110건, 뉴욕 등 동부가 89건, LA 등 미 서부가 73건이었다. 이중 외국환관리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거래는 133건, 탈세 의심 거래는 63건이었다. 취재가 진행된 6개월 동안 뒤늦게라도 잘못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경우는 단 5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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